‘골목식당’이 꺼낸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 세상은 따뜻하다

 

“지금 여기서 크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사실 손주 여섯 명 만든 것만 해도 저는 너무 행복한 거예요. 여기서. 애들 결혼시켜서. 그런데 이왕이면 이렇게 좋은 기회에 제가 새로운 걸 배워가지고 우리 손님 맛있게 드리고 싶고 그래서 제가 간절히 이렇게 부탁드리는 거예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릉동 기찻길 골목 찌개백반집 사장의 그 말에 백종원은 크게 감복한 얼굴이었다. 사장님은 김성주의 말대로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는 인정과 칭찬을 경제적 대가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정인선은 “저희한테 꼭 있어야 될 가게죠”라고 말했다. 그 말은 이 프로그램에 꼭 출연해야만 하는 진짜 골목식당이라는 뜻도 있었고 또한 우리에게도 진정 필요한 음식점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잘 하신 거예요. 가르쳐드릴 게 없어요. 사장님은 주먹구구식으로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어요 하시지만 이미 사장님은 사장님 모르는 사이에 손님들과 소통을 통해서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갖고 이미 사장님 마음속에 기본이 갖춰질 건 99% 이상 다 갖고 계신 거예요.” 그러면서 백종원은 이 가게를 하나의 창업자들의 롤모델로 세우고 싶어 했다. 나도 저런 가게 갖고 싶다 할 정도로 작지만 예쁘고 깔끔하고 손님들과 가족 같이 지내는 그런 가게를 만들자는 거였다.

 

물론 이 집이 음식에 있어 완벽한 집은 아니었다. 김치찌개에 들어간 고기는 오래된 거여서 맛이 이상했고 제육볶음은 조리방식이 잘못되어 볶음이 아니라 찌개 같은 맛이 났으며 해물순두부 역시 재료를 잘못 써서 국물 맛만 괜찮지 내용물은 별로였다. 하지만 그건 사장님이 몰라서였지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췌장의 80%를 잘라내 고기를 먹을 수 없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였고, 공사장 인부들을 위한 빠른 요리를 하다 보니 조리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거였다.

 

백종원이 솔루션을 알려 준 후 문제의 김치찌개에 들어간 고기를 참다못해 입에 넣고 씹어보는 사장님에게서 그 마음이 느껴졌다. 먹지 말라는 딸들 앞에서 “죽더라도 먹어볼래”하며 먹어본 사장님은 이내 고기를 뱉어내며 냄새가 난다고 문제를 인정했다. 그리고 제육볶음도 백종원이 알려준 대로 해보고 그 맛이 나지 않자, 잠시 인테리어 때문에 찾아온 백종원에게 재차 물어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공릉동 기찻길 골목편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여기 등장한 식당 세 곳이 지금껏 이 프로그램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키곤 했던 ‘자격 논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세 집은 모두 부족한 점들이 있고 그것 때문에 생각만큼 장사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몰라서였고 불성실하거나 나쁜 의도 같은 것들 때문이 전혀 아니었다.

 

삼겹구이집은 백종원이 양념구이를 구울 때 빨리 타기 때문에 실제로는 익지 않은 고기가 나왔다는 걸 지적한 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생고기를 먼저 충분히 익힌 후 마지막에 소스를 발라 한 번 더 굽는 방법이 요령이었다. 그걸 터득한 후에도 삼겹구이집 사장님은 백종원에게 상차림이나 소스에 대한 것들을 계속 물었다. 백종원으로서는 그런 열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돼지곱창집도 손님들이 갑자기 몰려와 줄을 서는 바람에 얼떨결에 완성되지도 않은 레시피로 손님들을 받아 백종원의 지적을 받았지만, 그건 지금껏 없던 손님들이 찾아와 줄을 서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여 어쩌다 보니 나온 행동이었다. 백종원은 레시피가 완성되고 요리가 익숙해질 때까지 손님을 최대한 줄이며 맛에 집중하라고 조언했고 사장님 부부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다. 본인이 노력해도 안 되는 불맛의 비법을 전수받고 백종원이 떠난 후 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주고 있는 건 대단한 맛을 내는 음식점들이 아니라 부족해도 열심히 노력하는 음식점들이었다. 그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아마도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손님들이 줄을 서서 큰돈을 버는 그런 집들이 아니라, 작아도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하는 진짜 ‘골목식당’들이 있다는 것. 같은 값이면 그런 집 음식을 먹고픈 마음을 건드리는 식당들이다.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지향점에 가장 어울리는 식당들이 이들이 아닐까 싶다.(사진:SBS)

‘골목식당’ 레트로치킨집, 백종원이 기꺼이 돕는 이유 알겠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백종원은 스스로 준비된 자를 돕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의 레트로 치킨집이 그 사례다. 16년 간이나 그 자리에서 그 가게를 물려받아 그 때 전 주인으로부터 배운 대로 지금껏 변함없이 닭을 튀겨온 고풍스럽지만 잘 정돈되어 있는 그 가게는 그 집 사장 부부를 고스란히 닮아있었다. 오래됐지만 청결하고 늘 준비되어 있는 집.

 

백종원이 다른 가게와 달리 기꺼이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그런 이유였다. 인수받은 그대로 16년을 하루 같이 해온 그 성실함이 기꺼이 돕고픈 마음을 갖게 해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무언가를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가게를 돕고 그걸 통해 골목상권도 살리는 게 이 프로그램과 백종원의 취지가 아닌가.

 

백종원은 일단 오래된 튀김기부터 바꿔야 된다고 첫 방문에서 이야기했고, 사장님 부부는 공장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백종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튀김기 하나 바꾸는데도 그렇게 발품을 팔고 알아보러 다니는 사장님 부부에게서 연세는 있지만 여전한 열정과 성실함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레트로 치킨집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실험을 해보였다. 다른 집보다 큰 11호 닭을 쓰는데도 포장 했을 때 양이 적다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 백종원은 기존 20조각으로 냈던 닭을 30조각으로 주문해 튀겨보기로 했다. 기존 20조각과 30조각을 나눈 걸 각각 물반죽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두 가지 치킨과 30조각에 물반죽을 하고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섞어 튀겨낸 치킨 세 가지를 놓고 비교했다.

 

확실히 눈으로 보기에도 20조각으로 나눈 걸 튀긴 것과 30조각으로 나눈 걸 튀긴 것 사이에는 양의 차이가 있어보였다. 게다가 보다 잘게 조각내니 한 입에 먹기도 편해졌고 튀김옷도 더 많이 들어가 간도 좋아졌다. 여기에 가루를 섞어 튀겨낸 건 바삭함이 훨씬 더 좋았다. 아마도 보통의 사장님들이었다면 당연히 30조각을 낸 것에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넣은 치킨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외로 사장님 부부는 두 번째 것인 30조각을 내고 물반죽만 한 치킨을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가루까지 더한 치킨은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것.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듯 싶었다. 레트로 치킨집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처럼 기존 물반죽 치킨으로 본래의 맛을 지키면서도 보다 나은 양과 맛을 내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것이 사장님 부부가 선택한 치킨이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에는 사장님 부부의 장사 철학이 은근히 묻어났다. 그건 굉장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걸 자꾸 더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면서도 본래 해왔던 그 맛을 지키겠다는 소신이었다. 이러니 백종원으로서도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백종원은 선선히 사장님 부부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백종원이 두 번째 방문 만에 곧바로 솔루션을 내주고 그 선택에도 선선히 동의하게 된 건 사장님 부부가 가진 열정과 소신 그리고 성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레트로 치킨집은 방법을 잘못 알고 있었을 뿐, 이미 준비된 가게였고 그러니 그 솔루션을 기꺼이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편의 다른 두 가게를 들여다보면 어째서 백종원이 솔루션을 내주기보다는 미션을 주는 지가 쉽게 이해된다. 모자가 함께 운영하는 감자탕집은 의욕 자체가 없어 보였다. 특히 아들은 가게 앉아 태블릿PC나 모바일을 보고 있었고 백종원이 내준 직접 마장동에 가서 고기를 떼와 연습을 하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채 집에 있는 냉동 고기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요리하는 모습에서는 전혀 의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백종원은 아들을 앉혀 놓고 이럴 거면 외식업 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장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게 외식업이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의 꾸지람을 듣고 난 아들은 백종원이 떠난 후 빈 가게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흘린 아들을 엄마는 다독이며 자신도 울었다. 아들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가를 확실히 알게 됐다며 의욕을 보였다. 백종원의 일갈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팥칼국숫집의 경우는 의외의 문제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무언가 지적을 할 때마다 변명을 늘어놓는 거였다. 문제점을 알려 줘도 고쳐지지 않는 상황. 백종원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된 가게와 이제 마음을 다잡은 가게가 있다면 여전히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는 가게도 있다. 당연히 준비된 가게에 먼저 마음이 갈 수밖에 없고 또 그런 집이어야 솔루션을 줘도 변함없이 그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요리 실력이나 장사 노하우보다 장사에 대한 소신이나 열정,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보여주고 있다.(사진:SBS)

'개훌륭', 식구라면 사랑과 함께 규칙도 알려줘야

 

“어머니 얘 몇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강형욱의 질문에 어머니는 15년, 16년은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러면 못 살아요. 이러면 한 3년이면 끝나요. 이렇게 키우면.” 어머니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하지만 강형욱은 불편한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진짜라니까요? 몸 보면은 당뇨 심하게 온 게...”

 

KBS <개는 훌륭하다>가 이번 주 찾아간 곳은 초 예민 반려견 독도네 집. 어려서부터 거의 ‘식구’로 키웠다는 어머니는 독도를 가족이라 말했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겼다. 강형욱이 독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줄을 맨 채 몇 시간 동안 씨름을 하는 동안에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가득 안쓰러운 표정과 근심이 가득했던 건 독도를 진짜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 독도의 상태는 어땠을까. 그냥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다. 살이 너무 쪄서 걷는 것 자체가 불편해 보였고 다리가 꺾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통제가 불가능한 독도의 예민한 반응들이었다. 한없이 애교를 부리다가도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물기도 하는 상황. 애착관계 역시 들쑥날쑥했다. 딸에게 한없이 애착을 보였다가 이빨을 드러낸 후에는 아버지에게 애착을 보이는 등 제 멋대로였다.

 

놀라운 건 보통의 반려견들이 목줄을 가져와 산책하자 하면 꼬리를 흔드는 것과 달리 독도는 이빨을 드러내며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목줄조차 매지 못하는 상황이니 산책은 불가능했다. 산책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주는 음식만을 받아먹고 있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몰래 독도의 입에 넣어주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갖고 오자 익숙한 듯 자신도 달라며 식탁 옆에 와 앉아 있는 독도에게 딸은 “절대 안돼”라고 말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번갈아가며 몰래 감자튀김을 먹였다. 그러면서 딸이 “냉정하다”고 말했다.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여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다 살까지 찐 상태라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강형욱은 그 상태를 사람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보통의 사람이 부딪치면 그냥 지나가지만, 아픈 사람이 부딪치면 어떻겠냐 되물었다. 당연히 반응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오래도록 이렇게 뭐든 원하는 건 해주고 원치 않는 일은 안했던 습관들이 누적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솔루션을 위해 투입된 강형욱조차 그 습관을 바꾸는 데 힘겨워했다. 매면 푸는 것을 반복하며 목줄을 매는 것조차 거부하는 독도에게 계속 목줄을 매는 연습을 시키고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알려줬다. 급기야 극렬한 반항에 잇몸이 터져 피까지 나오는 상황. 딸은 놀랐지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이 독도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결국 강형욱의 도움으로 딸이 독도에게 목줄을 매는 것을 성공시켰고, 강형욱은 그렇게 지켜야 할 것들을 독도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독도와 지내기 위해서는 그저 ‘식구’라는 마음으로 다 해줘서는 안 된다는 걸 강형욱은 이야기해줬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는 숨겨진 뉘앙스가 담겨있다. 그 말은 어떤 개든 훌륭하다는 뜻이지만, 그럼에도 난폭하거나 물기도 하는 개에게는 함께 지내는 반려인들의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독도네 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반려인들이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식구처럼 생각하고 가족처럼 지내려 하는 반려인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애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강형욱은 그걸 알려주고 어떤 애정방식은 잘못됐다는 걸 교정해줌으로써 반려인과 반려견이 행복한 동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이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주는 중요한 가치다.(사진:KBS)

‘개는 훌륭하다’ 강형욱, 반려동물가족의 백종원이 따로 없네

 

반려동물과 지내는 우리는 뭘 잘못하고 있었을까. KBS <개는 훌륭하다>를 보다보면 우리가 우리식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던 것들이 반려견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전해지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또 반려견의 어떤 행동들을 우리가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역대급으로 사나운 진돗개 세 마리, 아지, 애지, 중지는 펜스로 둘러싸인 집에서 산다. 보호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없이 평화롭지만, 타인이나 다른 개가 집 근처에 오기만 해도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성을 보이는 진돗개들. 흥분해 서로를 물기도 하고 뛰쳐나가는 걸 붙잡다가 보호자들이 넘어져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또 잠시 딸네 집에서 살았던 라봉이를 이 진돗개들이 배척해 집밖에 다른 공간에서 따로 살고 있는 지경이었다. 아지가 엄마고 애지, 중지, 라봉이가 모두 자식이지만 라봉이만 따로 지내고 있던 것.

 

더 큰 문제는 산책을 할 때 벌어졌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웃의 레트리버를 아지, 애지, 중지가 집단 공격한 것. 그 후로 레트리버는 물론이고 견주 또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레트리버는 그 집 근처에 다가가는 것도 두려워했고 견주는 그 때 일을 이야기하며 다시금 눈물을 쏟아냈다. 이러니 동네에서 같이 살 수 없는 상황이라 이사 결심까지 하게 될 정도였다.

 

지금껏 <개는 훌륭하다>가 다양한 반려견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이번 사안은 강형욱조차 걱정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집에 들어가 먼저 가족들과 반려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형욱의 접근법을 보면 문제가 있는 반려견의 대부분 원인은 보호자들에게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개는 훌륭하다>다. 개는 훌륭하지만 보호자가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

 

이 집의 문제는 리더인 아지가 이 집의 최고 서열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진돗개들이 보호자들을 따르기보다는 아지를 따르고 있었다. 또 함께 모이면 일종의 조직처럼 행동하는 진돗개의 특성을 보호자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의 관점에서 반려견들도 ‘가족처럼’ 지내길 바라고 있었지만, 그건 사실 이들을 난폭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반려견들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던 것.

 

강형욱의 놀라운 마법이 펼쳐졌다. 일단 세 마리의 반려견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그들이 보는 와중에 강형욱이 그 집의 새로운 주인이라는 걸 각인시켰다. 그 과정에서 강형욱은 마치 반려견들이 했던 것처럼 달려와 펜스를 붙잡고 흔들기도 했고 때로는 이를 드러내며 소리를 내기도 했다. 마치 반려견 자체가 된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이 가장 높은 서열이라는 걸 드러냈던 것. 한 마리씩 집으로 들여 진돗개들을 복종하게 만든 후 강형욱은 최종적으로 라봉이 또한 집안으로 들이는 데 성공했다. 반려견들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차분해져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것.

 

이처럼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동물가족의 문제에 강형욱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하나씩 제거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그 일련의 과정은 마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백종원이 문제에 처한 골목식당을 찾아가 솔루션을 제공해 그 곳을 활성화시키는 매직을 선보인다면, 강형욱은 도저히 제어할 수 없어 보호자와 동거가 어려울 것 같은 반려견들을 마법처럼 변화시킨다.

 

그런데 그건 과연 마법일까. 눈에 보이는 변화들은 믿기 힘들 정도기 때문에 정말 마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형욱이 하는 솔루션들을 잘 들여다보면 그 마법이 사실은 우리가 너무나 반려견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식으로만 보려한데서 생겨난 거라는 걸 알게 된다. 반려견들의 입장에서 그 행동의 원인을 읽어내고 대처하기 때문에 마치 마법처럼 보일 뿐.

 

반려동물가족 인구수가 1천만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과연 우리는 반려동물을 얼마나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사람과 비슷하려니 하는 그런 관점들은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낸다. 반려견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방식은 저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래서 양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강형욱의 솔루션을 마법처럼 보이는 것은 그래서 에둘러 말하면 우리가 그만큼 반려견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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