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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래 풍상씨’ 돌아온 문영남 작가의 가족극, 이번에도 통할까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 KBS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의 기획의도에 들어간 이 한 줄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압축해놓은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1인 가구가 보편적 삶이 되어가고 있는 가족 해체 시대에 특이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것도 트렌디한 장르물들이 주로 편성되는 수목의 시간대에. 


아마도 보통의 작가가 수목극에 가족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면 결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게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다. 항상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늘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작가이고, ‘민폐캐릭터’가 항상 등장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하는 비슷한 드라마 공식을 활용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무엇보다 그저 그런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화제를 일으키는 가족드라마를 쓴다는 점이 문영남 작가가 가진 힘이다. 

실제로 <왜그래 풍상씨>는 2회 만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동생을 자식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착한 중년 아저씨 풍상(유준상)을 중심으로 뒷목 잡게 하는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름에 캐릭터의 성격을 넣는 문영남 작가의 특징대로 동생들은 저마다 풍상(아마도 바람 잘 날 없는 인물이라는 뜻일 게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도박 중독으로 하다못해 카센터 하는 풍상의 가게에서 타이어를 훔쳐다 내다팔아 도박을 하는 진상(오지호), 하는 일없이 자격지심만 강해 사기나 치고 다니며 할말 못할 말 쏟아내는 화상(이시영), 그나마 정상적으로 성공한 의사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쩌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정상(전혜빈) 그리고 배다른 자식으로 아버지가 버리려하는 걸 풍상이 거둬 키운 막내 외상(이창엽)이 그들이다. 

민폐캐릭터는 동생들만이 아니다.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돌아온 아버지가 그렇고, 그가 죽자 남긴 유산은 없나 다른 남자와 찾아온 어머니 노양심(이보희)이 그렇다. 그나마 이 힘든 삶을 버텨내는 생활력 강한 풍상의 아내 분실(신동미)이 있지만, 그도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분실은 무려 18년 간이나 동생들을 거둬 살고 있지만 이제 자신의 친정아버지 보구(박인환)를 모시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친정아버지도 풍상의 짐이 될 인물처럼 보인다. 이런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에서 풍상의 딸 중이(김지영)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그래서 전형적인 문영남표 가족드라마의 틀을 가져온다.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서서 풍상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풍상이라는 캐릭터가 특이하다. 이 정도면 가족이 아니라 원수로 보일 정도인데, 그는 “그래도 가족”이라며 함께 모여 밥 한 끼를 하는 걸 행복으로 여긴다. 도대체 풍상은 왜 이러는 걸까. 

<왜그래 풍상씨>는 그 제목에 담겨있는 것처럼 풍상이라는 인물이 왜 가족이 더 이상 힘이 아니라 짐이 되기도 하는 가족해체시대에도 이토록 가족에 집착하는가를 그린다. 가족드라마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지금, 그것도 주로 트렌디한 장르물을 담던 수목 시간대에 이 드라마가 들어와 있는 건 그래서 자못 도발적이다. 이건 역발상일까 아니면 시대착오일까. 

역발상으로 본다면 <왜그래 풍상씨>는 의외로 가족해체시대에 오히려 갖게 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드라마로 보일 수 있다. 풍상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헌신적인 가족애는 이제 현실에서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먹먹함을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게 되면 이 드라마는 시대착오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올 수 있다. 과연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문영남 작가의 수목극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볼게 없는 수목극에서 드러난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적 문제들

볼게 없다. 제 아무리 퐁당퐁당 연휴라고는 하지만 현 지상파의 수목드라마들에 대한 관심은 바닥이다. 시청률부터가 그렇다.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 <추리의 여왕>은 조금씩 추락하며 9%에 머물렀고, 같은 날 종영한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MBC <자체발광 오피스>는 각각 8.2% 그리고 7%로 고만고만한 수치로 끝을 맺었다. 사실 이 정도 수치면 순위를 말하기가 무색해진다. 두 자릿수 시청률도 못 내고 있고, 화제성도 뚝 떨어졌으니.

'사임당, 빛의 일기(사진출처:SBS)'

시청자들은 제발 tvN이나 OCN 같은 채널의 드라마들에서 배우라고 말한다.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현재의 수목극에서 누구 할 것 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그나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추리의 여왕>은 물론 일상 소재의 추리극이라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건은 등장하지 않고 너무 서설이 긴데다 인물들의 장황한 신변잡기들만 늘어놓고 있어 심지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흐려질 정도다. 

9회는 팬티 도둑이 강도로 돌변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마지막 장면이 갑자기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사실 설옥(최강희)과 완승(권상우)의 이야기는 굳이 드라마에서 다뤄져야할까 싶을 정도로 소소한 것들이었다. 물론 그런 일상의 이야기와 거기서 드러나는 아줌마 셜록, 설옥의 면면들이 초반만 해도 재미를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어느 정도가 아닐까. 이제 10회를 넘어선 상황이면 본격적으로 사건전개를 해나가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여야 하는 게 정상이다. 이 작품은 16부작으로 이제 겨우 6부를 남기고 있을 뿐이 아닌가. 시청자들이 OCN의 <터널> 같은 밀도 있는 작품과 이 드라마를 비교하는 이유다.

종영한 <사임당, 빛의 일기>는 역시 기획 단계부터 현재와 과거를 엮는 그 구성이 만들어낸 한계점을 마지막까지 지우기 힘들었다. 결국 현재 이야기를 상당부분 덜어내고 과거의 사임당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편집하면서 후반에는 내보낼 분량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애초 30부작에서 28부작으로 축소했지만 28회의 분량을 보면 전반부는 사실상 과거 영상들을 짜깁기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결말도 갑작스럽게 개과천선한 갤러리선의 관장(김미경)이 기자회견으로 진실을 밝히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도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결국 이영애의 복귀작이었지만 실패작으로 남았다. 200억이 넘는 투자가 된 작품이고, 100% 사전 제작되었지만 완성도도 담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도대체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왜 주인공으로 세웠는가가 무색한 이야기 전개는, 역사왜곡의 차원을 차치하고라도 문제를 남겼다. 결국 양류지소라는 고려지를 만드는 과정이 드라마의 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그것이 사임당이라는 실존인물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애초 워킹맘으로서 혁신적인 여성상을 그리겠다던 포부는 현모양처의 보수적 이미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날 종영한 <자체발광 오피스> 역시 지상파 드라마에서 항상 문제로 제기되던 용두사미로 끝을 맺었다. 이 드라마가 애초의 흐름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고 그저그런 드라마로 전락하게 된 시발점은 서현(김동욱)이라는 회장 아들의 갑작스런 흑화에서부터였다. 서현이 본부장으로 하우라인에 들어와 인사권을 쥐고 ‘농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뻔해졌다. 서현으로 인해 고질적인 회사의 라인문화가 전면에 등장하고, 이러한 악역을 통해 은호원(고아성)과 서우진(하석진) 캐릭터를 세우려 한 것.

결국 은호원과 서우진은 이러한 핍박에 맞서 싸우는 인물로 서게 되고 또 두 사람은 멜로관계로 얽히는 연인이 되었지만 서현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갑자기 변화한 것에 대해서 드라마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억지로 악을 세워 선을 구축하려는 드라마의 방식은 너무 단선적이라 그다지 감흥을 주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 여성판 <미생>이라던 이 드라마는 그래서 오히려 <미생>을 통해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수목극은 사실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이나 다를 바 없다. 다른 시간대보다 이 시간대의 드라마가 가장 트렌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수목극들을 보면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만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이러니 케이블 드라마로부터 배우라는 이야기가 나올 밖에.

Posted by 더키앙

의드, 고구려 사극, 한류드라마

이른바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수목드라마에 포진된 방송3사의 드라마들이 모두 계보의 한 끝을 쥐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의학드라마의 계보를 이은 ‘종합병원2’와 고구려 사극의 계보를 잇는 ‘바람의 나라’ 그리고 한류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는 ‘스타의 연인’이 그것이다.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들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종합병원2’는 의드의 원조격인 ‘종합병원’의 시즌제 드라마로 등장했지만 작년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뉴하트’의 절반 정도에 머무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그 원작인 김 진의 만화가 고구려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지만, 고구려 사극 중흥기를 만든 ‘주몽’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겨울연가’를 꿈꾸는 ‘스타의 연인’은 채 10%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이 가진 공통점은 방영 전까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더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병원2’는 ‘종합병원’의 이재룡이 또다시 메스를 들었고, 당시 이 작품으로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최완규 작가가 펜을 드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종합병원’이 방영되었던 14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그만큼 많이 변화했다.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 그리고 ‘뉴하트’에 이르기까지 의드는 계보를 이어가며 그만큼 발전해왔고, ‘종합병원2’는 결국 그 14년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 변호사이자 의사인 주인공 정하연(김정은)을 새로운 캐릭터로 내세웠지만, 서로 입장차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의사사회와 변호사 사회 사이에 선 인물의 갈등상황은 새로운 재미보다는 주인공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바람의 나라’는 김 진 원작이 갖는 무게감에 재작년 ‘태왕사신기’까지 이어져온 고구려사극의 대박 신화, 게다가 ‘해신’을 연출한 강일수 PD 그리고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까지 한껏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제작되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고구려 사극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져서일까. ‘바람의 나라’는 현재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끌어 모으고는 있지만(이것도 사극, 그것도 고구려 사극으로서는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별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스타의 연인’은 ‘겨울연가’의 작가 오수연과 배우 최지우가 함께 만드는 것만으로도 제2의 ‘겨울연가’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한류의 부활을 애초부터 기획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로 이 한류를 예고하는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지나치게 일본을 겨냥한 듯한 초반 설정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했다. 또한 ‘겨울연가’가 촉발시킨 한류기획형 드라마들이 가져온 우리네 드라마의 불황은 ‘스타의 연인’의 한류 냄새에 선입견으로 작용한 점이 있다.

작금의 방송3사 수목극이 겪는 시청률 난항이 의미하는 것은 물론 이들 드라마들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계보에 기대는 것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기대가 부메랑처럼 실망으로 다가오거나,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반 토막 난 수목극은 계보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Posted by 더키앙

‘베토벤 바이러스’ vs ‘바람의 화원’ vs ‘바람의 나라’

수목드라마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클래식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MBC의 ‘베토벤 바이러스’, 신윤복과 김홍도의 삶과 사랑을 다루는 SBS의 퓨전사극 ‘바람의 화원’, 대무신왕 무휼의 일대기를 그린 KBS의 ‘바람의 나라’가 그것. 모두가 야심찬 기획이 돋보이는 대작드라마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한 작품들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드라마들이 각각 음악, 미술,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 그만큼 최근 우리네 드라마들이 소재의 다양화와 함께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역사, 이 팽팽한 수목드라마 학기에 당신이 먼저 보고픈 1교시는 어떤 것인가.

음악시간 - 오케스트라로 표현되는 꿈의 앙상블
음악시간을 맡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리고 있는 것은 음악을 매개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살아온 아줌마 첼리스트 정희연(송옥숙). 술좌석에서나 여흥을 돋우는 연주를 하는 공무원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이지아). 천재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경찰생활을 해온 강건우(장근석).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연주기회를 갖지 못하는 오보에 주자 김갑용(이순재). 밤무대 연주자 배용기(박철민).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어 음악공부를 하지 못하는 하이든(쥬니). 모두가 어딘지 하나씩 부족한 인물들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해 모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조련할 지휘자는 완벽주의자 강마에(김명민)다.

이들은 모두 악기를 들고 있지만 그 뒤에 각자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이것은 부족한 단원들뿐만 아니라 완벽주의자 강마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천재인 정명환(김영민)과의 오랜 경쟁관계를 가져왔다. 단원들이 각자 자신의 사연 속에서 음악을 통해 얻어가야 할 그 무엇이 있는 것처럼 강마에도 천재적인 재능보다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성과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정명환에게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연주는 이 이야기들의 앙상블이 그 짧은 시간 속에 하나로 엮이는 과정이다. 이 음악시간이 베토벤과 모차르트, 브람스 같은 클래식 감상 그 이상의 재미를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역사시간 - 새로운 고구려 사극, ‘바람의 나라’
역사시간은 그간 꾸준히 관심을 받았던 고구려사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김 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다. 92년도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고구려 열풍의 진원지로 자리한 ‘바람의 나라’는 사실상 ‘주몽’으로 시작된 고구려 사극의 발원지라 할 수 있다. 작년 드라마화된 ‘태왕사신기’는 ‘바람의 나라’ 원작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이것은 또한 그만큼 부담도 크다는 말이다. 드라마화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재해석을 두고 원작과 자꾸 비교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사극으로서의 ‘바람의 나라’는 분명 과거 여타의 고구려 사극과는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역사에서 그다지 조명되지 않았던 대무신왕 무휼을 다루고 있으며, 왕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 같은 것을 사극의 틀 안에 녹여 넣고 있다. ‘연개소문’처럼 고구려가 주는 뉘앙스에 짓눌려 무리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려 하지도 않고, ‘주몽’처럼 전쟁에서조차 전투전 규모의 액션을 보여주는 식의 시행착오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안정된 느낌을 주는 이 역사시간을 통해 고구려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역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바람의 나라’다.

미술시간 - 그림으로 표현되는 섬세한 감정들
미술시간에는 김홍도, 신윤복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관심을 끌만한 두 천재화가의 그림이 있다. 동시대에 같은 도화서에서 활동했던 그들에 대해 이 사극은 도발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신윤복이 여성이었으며,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 실제로 많은 그림들이 그 미묘한 감정들을 증명하고 있는데, 이 사극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그림이다.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강렬한 마음의 표현, 그것은 어쩌면 한 폭의 그림이 전하는 수만 가지의 감정들이 아닐까.

‘바람의 화원’은 사극이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취화선’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네 그림이 갖는 영상미와 그네들의 드라마틱한 삶이 영상물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이다. ‘이산’에서 일부 도화서의 이야기가 다루어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일부분이었다. ‘바람의 화원’은 바로 그 우리네 그림의 이야기를 김홍도, 신윤복이라는 두 거장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는 사극이다. 대부분 전쟁이나 전투가 벌어지는 남성 중심적인 사극들 사이에서 이 사극은 아마도 가장 여성적인 사극이 되지 않을까. 미술시간이 유독 기대되는 대목이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세 편의 드라마들은 각각의 개성들이 넘치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수목의 밤을 고민하게 만든다. 어느 것 하나 버리기 아까운 작품들. 하지만 IPTV 같은 디지털 방송시대에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1교시 끝나고 2교시, 3교시를 즐기면 그만이니까.

Posted by 더키앙

‘뉴하트’ vs ‘쾌도 홍길동’ vs ‘불한당’

작년부터 유난히 뜨거웠던 수목 드라마 경쟁은 올해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MBC는 일찌감치 ‘태왕사신기’의 여파를 몰아 ‘뉴하트’를 20%대의 시청률로 올려놓은 상태다. 여기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미는 KBS와 SBS는 각각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과 휴먼드라마를 표방하는 ‘불한당’을 내놓았다. 그 강점과 약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뉴하트’, 의드불패 혹은 의드도 식상
작년 ‘하얀거탑’의 뜨거운 반응을 이어 ‘뉴하트’는 시작부터 관심을 끌어 모으면서 일각에서는 ‘의드불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확실히 의학드라마는 여러 모로 보나 유리한 점이 많다. 먼저 인간의 생과 사가 오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다이내믹함이 드라마의 극적인 전개를 쉽게 만들어낸다.

게다가 ‘하얀거탑’에서 시청자들을 열광케 만들었던 병원 내의 권력다툼은 ‘뉴하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최강국(조재현)이란 캐릭터는 바로 그 권력다툼의 재미를 끄집어내게 만드는 천재의사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김없이 멜로가 등장한다. ‘뉴하트’는 현재 이은성(지성)과 남혜석(김민정)의 멜로 라인에 이동권(이지훈)이 끼여들면서 본격 삼각 구도가 만들어진 상태이다.

이렇게 요소 요소들을 보면 ‘뉴하트’의 ‘의드불패’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속단하기는 어렵다. 드라마는 단순한 조합으로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요소들은 부정적으로 말하면 ‘하얀거탑’류의 권력다툼과, ‘외과의사 봉달희’가 보여준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의사의 모습에, ‘그레이 아나토미’류의 애정라인이 뒤섞여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의드불패’라는 말은 이제 우리의 의학드라마도 하나의 장르로서 특정한 시추에이션과 요소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장르는 그 자체에 충실할 때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너무나 뻔한 설정으로 반복될 때 식상함을 주기도 한다. ‘뉴하트’가 가진 강점이자 약점은 바로 이 장르화 되어가는 의학드라마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쾌도 홍길동’, 신선한 시도 혹은 낯선 실험
‘쾌도 홍길동’은 작년부터 내내 주중드라마에서 고배를 마셨던 KBS로서는 절치부심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KBS가 전통적인 강점으로 가진 사극을 선택했다는 점은(‘황진이’나 ‘한성별곡’ 같은) 특이할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그 스타일 면에서 퓨전 사극 그 이상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파격이다.

첫 회를 통해 보여진 바로는 이 사극은 역사적인 시점을 다룬다기보다는 ‘홍길동’이라는 텍스트 자체를 지금의 시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보여진다. 따라서 거기 등장하는 시대가 과거인 것은 ‘홍길동’의 본래 텍스트가 그렇기 때문이지 그것이 역사적인 어떤 의미를 갖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극 속의 배경은 역사가 아닌 한 가상의 시공간을 연상케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홍길동’이라는 고전을 똑같이 드라마로 구성하는 것은 이 시대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나 아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는’ 홍길동의 이야기는 따라서 누가 봐도 다른 새 옷을 입을 필요가 생긴다. 이 퓨전사극이 무협과 코믹을 모두 끌어안고 현대적인 연출을 가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사극의 강점은 바로 이 부분에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시도로서 다가갈 것이 자명하다. 아직까지 역사 자체를 탈피한 퓨전 사극은 시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낯설음이 또한 이 사극의 약점이 된다. 과거 KBS 드라마들 중 많은 것들이 호평을 받았으나 시청률은 낮았던 마니아 드라마가 된 것은 바로 그 낯설음의 강약조절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만화 같은 설정의 퓨전사극에 전통적인 사극의 주시청층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가 이 사극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불한당’, 참신한 휴먼드라마 혹은 똑같은 멜로드라마
‘불한당’은 겉으로만 보면 여자 등이나 치며 살아가는 천하의 잡놈, 불한당인 권오준(장혁)과 싱글맘이지만 밝게 살아가는 진달래(이다해)의 사랑이야기로 읽힌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표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휴먼드라마다. 멜로드라마가 남녀간의 사랑타령에 머무른다면, 휴먼드라마는 그 이상을 넘어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아낸다. 작년 한 해 우리를 따뜻한 훈풍에 휩싸이게 했던 ‘고맙습니다’나 ‘인순이는 예쁘다’ 같은 드라마가 그 예이다.

실제로 진달래의 뒤에는 모녀처럼 지내는 시어머니인 이순섬(김해숙)과 그녀의 딸의 이야기가 있고, 권오준의 뒤에는 그의 누이인 권오순(윤유선)과의 사연이 숨겨져 있다. 사랑이야기 뒤편에 사람의 이야기가 포진되어 있는 셈이다. 부잣집 아들인 김진구(김정태)가 끼어 들지만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로 간다기보다는 오히려 부자가 알게되는 진달래의 진심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는 느낌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휴먼드라마로 가기 위해서는 권오준과 진달래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뒷모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거기서 어떤 진정성을 끄집어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이냐는 것이다. ‘고맙습니다’가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건드렸고, ‘인순이는 예쁘다’가 우리네 냄비근성에서 기인되는 사회적 편견과 허영을 꼬집었던 것처럼, ‘불한당’이 어떤 부분을 조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녀 간의 틀을 넘어 사람에 대한 사랑을 그리는데 있어서 사회적인 이야기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바로 이 춥게만 느껴지는 세상에 따뜻한 훈풍을 전해줄 수 있는 휴먼드라마라는데 강점이 있지만, 또한 거기서 어떤 사회적 공감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그저 비슷한 멜로드라마에 머물 수도 있다는데 약점이 있다.

방송 3사가 연초부터 각자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며 다양한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것은 이제 우리네 드라마가 그만큼 풍성해졌다는 방증이다. 또한 이들 드라마들이 모두 새로운 분야를 노리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높게 사야할 대목이다. 모쪼록 그 초심이 드라마 끝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그 초심이 또한 올 한 해 동안 방송 3사 드라마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희망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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