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6> 곽진언의 해석력, 서태지라고 해도 거침없다

 

첫 마디 나올 때 헤드폰을 벗었어요. 이 리얼한 목소리 정말 듣고 싶었거든요. 이 노래가 끝났을 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소격동에 가보고 싶었어요.” <슈퍼스타K6> 서태지 미션에서 곽진언이 부른 소격동을 들은 이승철은 심사평에서 그 한 마디로 특별했던 감흥을 전해주었다. 이승철은 심지어 이 노래 다시 서태지씨가 곽진언씨와 리메이크 해야 되지 않나 생각했다고까지 말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김범수는 곽진언군은 미쳤어요. 미친 음악쟁이에요라고 말했고 윤종신은 리메이크는 이렇게 하는 거에요라며 전혀 팬덤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통기타 부르는 식으로 불러버렸다고 극찬했다. 백지영 역시 제가 돈이 많으면 그 돈을 다 드리고라도 지금 진언씨가 저한테 그려준 그림을 사고 싶다고 표현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폭풍칭찬을 하게 만들었을까. 곽진언이 재해석한 소격동은 원곡이 가진 일렉트로닉을 빼고 오로지 통기타와 첼로 같은 어쿠스틱한 사운드 위에 마치 느릿느릿 골목길을 걸어가며 추억을 되짚는 듯한 곽진언의 읊조리는 목소리로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소격동의 멜로디 라인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 가사가 주는 정서를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곽진언 특유의 저음에 깔린 울림이 남다른데다가 듣는 이를 깊게 노래에 몰입시키는 그 힘이 작용한 덕분이다. 사실 서태지가 부른 소격동은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곽진언이 부른 것처럼, 그리고 이승철 심사위원이 표현한 것처럼 그 골목길을 걷고 싶게 만드는노래는 아니었다.

 

서태지가 부른 소격동보다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이 더 괜찮게 느껴지고, 또 서태지 스스로도 아이유 덕분에 살았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이 노래는 목소리가 주는 따뜻한 감성이 중요한 곡이라는 걸 곽진언을 통해서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아이유는 그 차가운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서 마치 얼음 위에 눈이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목소리를 얹어 소격동을 완성했다.

 

나아가 곽진언은 이 원곡의 차가움 자체를 덜어내고 아예 아날로그가 주는 따뜻함으로 노래를 재해석했다. 실로 놀라운 건 그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그 어떤 외침보다도 더 강하게 듣는 이의 가슴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곽진언을 통해 소격동이라는 곡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는 건 백지영 심사위원이 표현한대로 그가 자신의 목소리로 그려낸 그 그림이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감성으로 이 곡을 새롭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원곡자에게 이 곡이 참 좋은 노래입니다 라고 알려주는리메이크였다는 말은 아마도 그래서 서태지에게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서태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스스로 자신을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싱어 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자신이 만든 곡을 반드시 자신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부를 수 있는 가수를 통해 들려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소격동프로젝트는 그의 성공적인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아이유가 살려냈고 곽진언은 완성시킨 느낌이다.

 

지상파 압도 케이블, 그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금요일

 

tvN에 있어서 금요일은 각별한 시간이다.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준 프로그램이 <슈퍼스타K2>였으며, 그 프로그램이 방영된 시간대가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그 첫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금요일은 tvN의 전략적 편성시간대가 되었다. 가능성 있는 강력한 프로그램들이 금요일 밤에 들어와 쏠쏠한 재미를 봤다.

 

'미생(사진출처:tvN)'

나영석 PD<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은 모두 금요일 밤에 편성되어 크게는 10%에 달하는 시청률을 냈고, 신원호 PD<응답하라 1997>이 화요일에 편성되어 7%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자 <응답하라 1994>는 금요일 토요일에 편성되었다. <꽃보다> 시리즈와 <응답하라> 시리즈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하면서 두 프로그램이 나란히 금요일 밤에 연달아 방영되는 라인업의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금 현재 tvN의 금요일 밤 라인업을 보면 확실히 이 케이블 채널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미생>에 이어 <삼시세끼> 그리고 <슈퍼스타K6>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좀체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는 지상파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독특한 tvN만의 색깔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생>은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로맨틱 코미디 형태의 드라마들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향곡선을 그리던 tvN 드라마에 새로운 전기를 주고 있는 작품이다. 사랑타령에서 벗어나 <미생>은 생생한 직장생활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거기에는 장그래(임시완)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고군분투는 물론이고 오과장(이성민)으로 대변되는 중년의 고달픔도 들어 있다. 공감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이다.

 

<삼시세끼>는 이제 나영석 PD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이다. <꽃보다> 시리즈가 아니라도 이제 나영석 PD가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첫 회에 5% 대의 시청률을 가져가는 일이 가능해졌다. 물론 믿고 보는 신뢰만큼 프로그램의 재미 또한 확실하다.

 

<삼시세끼>는 이서진과 옥택연이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단순한 구조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이제 이 단순함 속에서도 촘촘한 재미를 찾아내는데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윤여정을 비롯해 신구나 백일섭 같은 <꽃보다> 시리즈의 출연자들을 적절히 투입시키는 건 하나의 나영석 월드를 구축해낸다. 그 안에서 우리는 <꽃보다> 시리즈의 묘미를 여전히 느끼며 <삼시세끼>라는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슈퍼스타K6>는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최초로 이 형식을 정착시킨 프로그램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이번 <슈퍼스타K6>에는 유독 실력자들이 많이 참여해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곽진언과 김필, 임도혁, 장우람 같은 개성 강한 실력자들이 포진해 저마다의 색깔 있는 노래를 선사하고 있다.

 

<미생>, <삼시세끼> 그리고 <슈퍼스타K6>. <미생>이 보여주는 건 tvN표의 드라마가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의 완성도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며, <삼시세끼>가 보여주는 건 나영석PD라는 브랜드 예능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케이블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으로서 <슈퍼스타K6>가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남아 있다. tvN 금요일 밤의 라인업은 그간 이 케이블 채널이 어떤 진화를 해왔는가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슈퍼스타K6>의 새로움, 곽진언이다

 

곽진언이 심상찮다. Mnet <슈퍼스타K6> 첫 회에 등장하면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곽진언. 그가 만들어낸 콜라보레이션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그의 존재감을 한껏 알렸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임도혁, 김필과 함께 부른 벗님들의 당신만이, 김필과 부른 들국화의 걱정말아요는 지금 음원차트 상위권에 모두 랭크되어 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김동률과 서태지 그리고 윤하 같은 쟁쟁한 가수들의 음원이 발표된 시점에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콜라보레이션 곡이 이처럼 힘을 발휘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물론 그것은 임도혁이나 김필 같은 절정의 가창력을 보여주는 이들의 하모니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필이 갈고 닦여져 듣기 좋은 목소리로 시원스럽게 고음을 찍어준다면, 임도혁은 거기에 소울풀한 감성을 덧붙여준다. 결코 곽진언의 개성 강한 저음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체 콜라보레이션의 핵심으로 칭찬받는 이는 단연 곽진언이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윤종신은 그것을 곽진언이 가진 프로듀싱 능력이라고 말했다. 노래를 재해석해내는 능력이 어떤 곡이든 곽진언화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필은 11 대결 미션에서도 자신이 승자가 되었으면서도 못내 곽진언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곽진언이 만들어 놓은 판이 있어 김필의 보컬이 더 돋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곽진언의 특별함은 노래를 한다기보다는 마치 읊조리듯 이야기를 건네는 그 특유의 감성에 있다. 그가 처음 <슈퍼스타K6> 무대에 올라 부른 후회라는 곡은 단 몇 분만에 나르샤의 눈에 눈물을 맺게 할 정도로 강력한 곽진언만의 감성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원한다 해도 안되는 게 몇 가지 있지로 시작한 노래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절정을 이룰 때 듣는 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마치 김민기나 정태춘을 듣는 듯한 감성이다. 노래란 듣기 좋은 소리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마음을 전하는 일종의 소통이자 교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곽진언의 노래는 마치 얘기를 전해주듯 상대방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이 있다. 이런 힘은 콜라보레이션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김필과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에서는 시작과 함께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하나 둘 셋을 읊조리는 곽진언에 의해 그 노래의 감성이 먼저 만들어진다. 당신만이에서도 임도혁과 곽진언이 만들어낸 그 낮은 감성 위에 김필의 하이톤의 목소리가 날아가듯 얹어진다.

 

즉 겉으로 들려오는 화음 속에는 고음들이 먼저 들리기 마련이지만 그 고음을 어떤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건 곽진언의 저음이라는 점이다. 마치 베이스가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도 음악 전체를 끌어안는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곽진언의 목소리는 낮게 읊조려도 음악 전체의 느낌을 다르게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다.

 

존박처럼 중저음이 좋은 가수들이 나오긴 했지만 곽진언처럼 낮은 톤에도 고음 못지않은 감성 전달을 가진 출연자는 아마도 <슈퍼스타K>에서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만일 역대의 <슈퍼스타K>가 그 시즌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진화해왔다면 이번 시즌은 어쩌면 곽진언이나 김필 같은 싱어 송 라이터들의 제전이 그 특색이 되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곽진언 같은 싱어 송 라이터의 탄생은 그가 우승을 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슈퍼스타K6>가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과를 가졌다는 성급한 판단마저 하게 만든다. <슈퍼스타K6>의 새로움은 단연 곽진언이다.

 

<슈퍼스타K6>,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무슨 의미 있나

 

임도혁은 <슈퍼스타K6>에서 단연 주목받는 참가자다. 그가 이 프로그램의 첫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나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에게 난데없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알고 보니 대형기획사 소속의 가이드보컬이었다.” “처음이라고 했지만 타 방송사의 오디션 출연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슈퍼스타K6>제작진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가 가이드 보컬을 한 적은 있지만 대형기획사에 소속되었거나 대형기획사에서 활동했었다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 또 방송에서 처음이라고 말한 것은 오디션이 처음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실력도 인정받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는 취지였다는 것.

 

제작진은 굳이 해명까지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사안이 해명까지 요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슈퍼스타K>는 지금껏 순전히 아마추어들의 무대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미 가수로 데뷔했던 이들이나 음반을 내고 활동했던 이들에게도 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지 부여해왔다. 이번 <슈퍼스타K6>의 톱11에 들어있는 이해나도 키스 앤 크라이라는 그룹 활동을 했던 출연자다.

 

즉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구분은 <슈퍼스타K>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슈퍼스타K>는 실력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모두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심지어 가수 데뷔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거나, 과거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가수들에게도 <슈퍼스타K>의 무대는 열려 있다.

 

이승철이 가끔씩 아마추어 같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표현적인 의미일 뿐이지 실제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직 정제가 되지 않았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할 때 쓰는 하나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사실 최근 들어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이다. 심지어 아마추어리즘이 프로보다 더 각광받고 그걸 통해 성공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악동뮤지션은 프로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그렇다면 악동뮤지션은 아마추어일까 프로일까.

 

프로를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악동뮤지션은 분명 프로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자산이 프로의 규정된 틀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것은 또한 아마추어리즘이 프로에 열등하다는 통념을 깨버린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미션을 통해 나온 콜라보레이션 같은 곡들은 다음날 음원차트에 올라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고 그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임도혁이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보컬을 했거나 타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것이다. 과연 우리는 <슈퍼스타K6>가 아니었다면 임도혁이라는 괴물 보컬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임도혁처럼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친구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건 그래서 어쩌면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의 본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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