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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의 변화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종영했다. 36개월만의 종영. 처음에는 화제성도 시청률도 괜찮았지만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생겼다. 화제성이 너무 없어 최근에는 이 방송을 여전히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무존재감이 됐다. 사실 보통의 프로그램이라면 일찌감치 종영했을 일이지만,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가 KBS라는 공영방송과 잘 맞아떨어져 더 오래 방영될 수 있다.

 

'한식대첩4(사진출처:올리브TV)'

여기서 주목할 만한 건 <우리동네 예체능>이 종영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을 이끌던 강호동이 지상파에서 종적을 감췄다는 사실이다. 그는 현재 JTBC <아는 형님>tvN <한식대첩4>에 출연중이다. 그리고 곧 JTBC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 이경규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강호동은 케이블과 종편으로 자신의 거취를 옮겼다.

 

강호동이 지상파에서 사라졌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스타 MC들의 탈 지상파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져온 일이기 때문이다. 강호동과 함께 지상파 예능의 쌍두마차로 불렸던 유재석도 JTBC와 몇 차례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시도한 바 있는데 그 행보는 꽤나 상징적이었다. 지상파에서 비지상파로 스타 MC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예능의 흐름 역시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김구라도 신동엽도 전현무도 물론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지상파 예능에서 맹활약해 왔다. 최근에는 지상파 이외의 방송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던 예능의 대부 이경규가 비지상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흐름들은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이런 흐름이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스타 MC들 이전에 많은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비지상파행을 한 것 때문이다. 결국 스타 MC들도 자신들의 전성기 시절 함께 했던 스타 PD들과 다시 비지상파에서 만나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한다. 지상파가 발휘하던 플랫폼의 힘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지금, 콘텐츠로 무장한 비지상파에서 옛 동료와 함께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고 보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맹위를 발휘하고 있는 건 <무한도전>이나 <12>을 빼곤 사실 찾아보기가 어렵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는 펄펄 날지만, <런닝맨>이나 <해피투게더>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제아무리 훌륭한 MC라도 좋은 PD와 만나지 못하면 빛을 보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니 지상파를 떠나 비지상파에 자리 잡은 스타 PD들을 따라 스타 MC들도 이동하고 있는 것.

 

그러고 보면 강호동이 1년 간의 휴지기를 거치면서 복귀해 많은 지상파 프로그램에 투입되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던 건 그의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변화하고 있던 예능의 흐름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가 복귀했을 때 이미 많은 지상파 PD들은 비지상파로 옮겨가고 있었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비지상파로 바뀌고 있었다. 또한 MC가 아닌 PD 중심으로 프로그램도 재편되고 있었다.

 

그래도 한때 스타MC였던 강호동은 이런 변화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몇 년 간의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겪으며 그도 이제 많은 걸 내려놓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주종목인 콩트 코미디(아는 형님)과 먹방(한식대첩, 한끼줍쇼)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처음 복귀해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던 <달빛 프린스> 같은 무모한 도전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강호동이 지상파에서 사라졌다는 건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다. 플랫폼 시대에서 콘텐츠 시대로 바뀌고 있고, 스타 MC 시대에서 스타 PD 시대로 바뀌고 있으며, 그 흐름에 따라 지상파에서 비지상파로 MCPD도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강호동 같은 한 때를 풍미했던 스타 MC도 이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무모함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

Posted by 더키앙

KBS 시스템에 최적화된 <12>만의 강점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서 PD가 가진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스타 PD가 나올 정도로 프로그램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그 색깔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태호 PD 없는 <무한도전>을 생각할 수 있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2>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명한 PD가 처음 시작했고 나영석 PD가 꽃을 피운 <12>은 두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최재형 PD와 이세희 PD가 했던 시즌2는 시청률도 빠졌고 화제성도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유호진 PD가 새로 진영을 꾸려 시작한 시즌3부터 <12>은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유호진 PD가 일선에서 뒤로 물러나고(그렇다고 아예 빠지는 게 아니라 기획에 참여한다고 한다), 대신 유일용 PD 체제로 바뀌면서 또다시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유호진 PD가 워낙 잘 하고 있던 터라 이런 교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체제를 또 바꿔 새롭게 시작한 <12>을 보면 전혀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다.

 

방학식 콘셉트로 유일용 PD가 선보인 초등학교에서의 게임은 가벼운 몸 풀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의외로 괜찮은 느낌을 주었다. 단순 게임이라면 조금 식상했을 테지만, 이 게임들에는 일종의 추억 같은 정서적인 면들이 깔려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들에게 주는 그 정서란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일 게다.

 

그래서 철없는 복장(?)으로 차려 입고 등교(?)한 출연진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서 벌인,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게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정서적인 동감 위에 여학생으로 분장한 험상궂은(?) 스텝들은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주었고, 역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출연진들은 게임에 몰입해 다른 멤버를 혹독하게 물에 빠뜨리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어진 도시락 먹기 게임 역시 그저 게임이 아니라 옛 추억을 환기시켰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수업 시간에 도시락 까먹기를 게임화 한 것. 선생님으로 등장한 박영진은 걸릴 때마다 출연진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마치 <개그콘서트>의 콩트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고, 그럴 때마다 역시 베테랑 개그맨답게 김준호는 엉뚱한 변명으로 우스운 상황극을 연출했다.

 

즉 유일용 PD로 체제가 넘어왔지만 그 정서적인 느낌은 유호진 PD 때와 달라지지 않음으로써 그 연속성이 유지되었다는 점은 PD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별로 주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KBS의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물론 스타 PD를 키우지 않는다는 이 시스템의 약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력이 바뀌어도 프로그램은 공고히 굴러가는 시스템의 강점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PD들에게는 자칫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KBS의 많은 PD들이 다른 방송국으로 이동한 데는 이처럼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국이 만일 이런 PD들의 공적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이처럼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12>에서만큼은 이 KBS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한 느낌이다. 김주혁이 빠지고 새로 윤시윤이 들어오는 것에 있어서도 <12>은 큰 충격이 없었다. 이번 유호진 PD가 빠지고 유일용 PD로 바뀌었지만 역시 <12>은 공고하다. 물론 이 시스템의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보완해나간다면 오히려 이건 KBS만의 저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Posted by 더키앙

잘 나가는 예능 PD? 알고 보면 그냥 직장인

 

KBS <프로듀사>가 그리는 건 예능 PD들의 세계다. 최근 들어 예능 PD는 드라마 PD보다 더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프로듀사>에서도 실명이 나오듯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모두가 인정하는 예능의 신이고 <삼시세끼> 나영석 PD는 망하는 설정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을 척척 살려내 심지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까지 만들어내는 영향력의 소유자다.

 

'프로듀사(사진출처:KBS)'

하지만 이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고, 실제 삶은 여느 직장인과 그리 다르지 않다. 상사에게 까이고 밑으로부터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위협받으며 매일 같이 시청률표를 성적표 들여다보듯 집착하고 프로그램을 위해 출연자들에게 사정사정을 하는 그런 직장인. 예능이라는 분야에서 일하니 그 일도 놀이 같을 것이라 여기지만 실상은 치열하기만 하다.

 

물론 잘 나가는 스타 PD들이야 말이 다르겠지만 보통의 예능 PD들이라면 출연자를 모셔야하고 시청률 눈치를 봐야 하며 또 프로그램이 언제 폐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전전긍긍하며 살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판타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듀사>에 출연하는 예능 PD들이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미생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로 그려지는 건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백승찬(김수현)이라는 신입 PD<미생> 장그래의 예능판 버전 그대로다. 토너 하나를 교체하는데도 수차례 왔다 갔다 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그런 존재.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하듯 떠밀려 최고참 출연자에게 프로그램에서의 하차통보를 하라고 지시받는 그런 위치. 제 딴에는 예의를 차린다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 통보를 하지만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출연자 때문에 팀 전체를 곤혹스럽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미생’.

 

라준모(차태현)도 탁예진(공효진)도 중견 PD지만 생활인이기는 마찬가지다. <12>이라고 하면 늘 즐거운 예능 아이템 회의가 이어질 것 같지만 이는 현실과는 다르다. 시즌4 PD인 라준모는 예능 아이템 회의 대신 출연자 전원 교체 통보를 어떻게 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할까를 고민하는 회의를 한다. <뮤직뱅크> PD라면 가수들에게 슈퍼갑일 것만 같지만 요즘처럼 기획사의 힘이 커진 상황에서 탁예진은 잘 나가는 아이돌 신디(아이유)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능국 CP인 김태호(박혁권)는 여느 회사의 생존만 남은 중간 관리자와 다르지 않다. 상사 앞에서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갖은 입바른 소리를 하고, 어려운 일이나 위험한 일은 후배들에게 슬쩍 떠넘긴다. 하지만 그 역시 생활인의 체취가 묻어난다. 그 복잡하게 인간관계가 얽혀있는 방송사의 일들이 사실은 그 관계의 역학 속에서 굴러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보다 회식으로 갈 음식점이나 그 음식점에서 잘하는 음식 같은 자잘한 일상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 얼마나 슬픈 모습인가.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능 PD들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한 모습이 판타지에 가깝다면 이들의 현실은 알고 보면 그냥 직장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차 사이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 같은 것이 이들의 삶에는 묻어난다. 웃음을 주는 직업이지만 그들은 결코 늘 웃으며 살지 못한다. 한없이 화려해 보이는 방송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남루하기 이를 데 없다.

 

<프로듀사>는 그래서 예능 PD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직장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예능 PD라는 직업은 직장인의 삶을 더 극화시키는 면이 있다. 그들이 웃음 바로 옆에 서 있기에 더 짠해지고, 화려함 옆에 서 있기에 더 초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론고시로 불리며 검사, 판사 같은 위상으로 프로듀사라 쳐다보지만 실상은 직업인 프로듀서인 그들을 이 드라마는 다루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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