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은교>가 야한가, 슬프다 , 사멸해가는 존재에 대한 연민 "할아버지. 뾰족한 연필이 슬퍼요?" 열일곱 살 소녀 은교(김고은)가 칠순이 다된 국민시인 이적요(박해일)에게 묻는다. 이적요는 어린 시절 학교 갈 때 필통에서 달각거리던 연필 이야기를 통해 연필이라도 각자의 기억에 따라 '이승과 저승만큼의 거리'를 가진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은교가 "그게 시인가요?"하고 되묻는 것처럼 시란 그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라도 저마다의 의미로 새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과 다름 아닌 것이다. 에 대한 홍보 마케팅 포인트가 이 영화가 가진 진면목과 이승과 저승만큼의 거리를 갖는다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마치 19금 영화로 치부되고, 나이든 할아버지가 어린 여고생을 탐하는 변태적이고 성적인 영화인 것처럼 오인되는 시선이 관객들을 .. 더보기 '해품달', 이토록 시적인 사극이라니 '해품달', 절묘한 제목에 담긴 의미들 '해를 품은 달'이란 제목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물론 음양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해는 양, 즉 왕을 뜻하고 달은 음, 즉 여인을 뜻한다. 이 사극에서 해는 훤(김수현)이고 달은 월이라고도 불리는 연우(한가인)다. 이처럼 '해를 품은 달'은 그 제목만으로도 이 사극이 멜로를 지향하고 있다는 걸 극명하게 드러낸다. '해를 품은 달'이란 훤과 연우의 가까운 듯 먼 그 안타까운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사극이다. 달이란 본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콘텐츠들 속에서 달이 종종 그리움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건 그 때문이다. 해가 뜨면 달은 사라진다. 즉 눈 앞의 현실은 그리움이나 추억 같은 과거의 기억을 마치 없는 것처럼 저편으로 밀어.. 더보기 '놀러와', 악동마저 울린 세시봉 전설들의 선율 디지털 시대를 울린 소박한 아날로그 감성 '놀러와'의 골방 브라더스, 이하늘과 길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진지한 모습이었다. 깨방정에 게스트들을 몰아세우기까지 하던 이들은 다소곳이 출연한 세시봉 전설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들려주는 추억어린 이야기와 아름다운 포크 선율에 빠져들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이들의 음악은 '놀러와'를 과거 라디오 공개방송 같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적셔주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그 감성 속에 빠져있던 악동 김하늘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혹자는 김하늘의 눈물이 지나친 감수성이 아니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 아날로그 음악의 끝단을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이 세시봉 전설들이 환기해낸 정서들이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거기에는 이.. 더보기 칸느가 주목한 우리 영화, 그 절망에 대한 세 시선 ‘하녀’의 냉소, ‘시’의 관조, ‘하하하’의 유머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처럼,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절망 앞에서 우리는 어떤 몸부림을 하고 있을까. 칸느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 영화 세 작품, 임상수 감독의 ‘하녀’, 이창동 감독의 ‘시’,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이 절망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하녀’가 5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시’는 그 도저한 시간의 흐름 위에 가뭇없이 사라지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로 승화해냈고, ‘하하하’는 본래는 무의미한 절망적인 세상에서 어떻게든 의미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우리의 실존을 과거와 현재를 병치함으로써 홍상수 특유의 유머로 그.. 더보기 '시'는 정말 어려워요, 아니 고통스럽다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데 그다지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는 정말 어려워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주인공 미자(윤정희)는 시쓰기 강좌의 선생님 김용택 시인에게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말처럼 '시'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것이 본질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무심하게 흐르기만 하는 강물에서 시작해 바로 그 강물에서 끝납니다. 저 멀리서 강물 위로 무언가 떠내려오는 그 무엇은 차츰 화면 가까이 다가오면서 실체를 드러냅니다. 한 여중생의 시신입니다. 그 시신 옆으로 이창동 감독이 직접 육필로 썼다는 제목, '시'가 나란히 보여집니다. 이 첫 장면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냅니다. 우리는 저 멀리 있어서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