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시너지가 된 <프로듀사><삼시세끼>

 

박신혜 2탄이 남았다. 이번 주 <프로듀사> 보다가 루즈한 부분 나올 때 바로 채널 돌리면 박신혜씨가 나올 거다. 많은 시청 바란다.” 백상 대상을 거머쥔 나영석 PD는 수상소감에서도 <프로듀사>를 언급했다. 그만큼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일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프로듀사>에 대한 관심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영석 PD의 이 한 마디는 금요일 저녁의 대결을 <프로듀사> vs <삼시세끼>로 굳혀 놓았다.

 

'삼시세끼, 프로듀사(사진출처:tvN,KBS)'

나영석 다시 데려오면 안돼?” “<삼시세끼>? 하루 세끼 먹는 프로그램이 되겠어요?” <프로듀사> 역시 나영석 PD<삼시세끼>를 염두에 둔 대사들이 등장했었다. <프로듀사> 역시 <삼시세끼>가 그만큼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대사들은 어떤 면에서는 나영석 PD<삼시세끼>가 가진 압도적인 존재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 금요일 밤의 빅 매치가 이젠 끝나게 됐다. KBS <프로듀사>tvN <삼시세끼>의 팽팽한 대결.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애초에 누가 이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결과를 보면 두 프로그램은 경쟁했다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가 된 부분이 더 많았다. <프로듀사>는 그간 단 한 번도 동 시간대 기록하지 못했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훌쩍 넘어섰고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에 이미 엄청난 화제를 만들어냈다.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삼시세끼><프로듀사>와 대결하면서도 시청률 8% 대를 줄곧 유지했다. 화제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박신혜의 등장이 가져온 화제성은 지성으로 또 보아로도 이어졌다. 강원도 정선의 한적한 곳에 마련된 <삼시세끼>집에서는 흔한 풀 한 포기, 떠도는 구름 한 점도 출연자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결국은 윈윈 게임이다. <삼시세끼><프로듀사>도 시청률에서나 화제성면에서나 모두 성공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마치 한쪽에 시청자가 몰리면 다른 시청자가 빠져나갈 것 같은 제로섬 게임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파이가 커지는 쪽으로 흘러갔다. 한 때 시청률의 무덤처럼 여겨지며 많은 프로그램들이 기피되었던 금요일 밤은 이제 점점 프라임 타임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항간에는 불금의 문화가 이제 목요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즉 직장인들이 금요일 밤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목요일 밤에 일주일을 마무리하듯 모임을 갖고 금요일은 가족과 함께 조용한 주말을 보내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문화가 이미 자리하고 있다면 금요일 밤이 왜 이토록 방송의 격전지가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로듀사>의 서수민 PD<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한때 한솥밥을 먹던 식구다. 두 사람은 한때 머리를 모아 <인간의 조건>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러한 윈윈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잘된 일이다. 사실 예능이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프로듀사><삼시세끼>는 경쟁을 했다기보다는 예능이라는 영역의 힘을 함께 드러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빼앗아오는 경쟁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경쟁. <프로듀사><삼시세끼>는 그걸 보여줬다.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 문제는 없나

 

연예인 가족에게 방송은 특권인가.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가수지망생들에게 방송 출연의 기회는 실로 대단한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오래도록 버스킹으로 생활해온 이들이 어떻게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방송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연기지망생들은 어떻게든 방송에 나가기 위해 무수한 오디션에 지원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고, 개그맨들도 연극무대를 전전하면서 공채 오디션의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나서야 비로소 방송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런 힘겨운 과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손쉽게 방송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인기를 얻고 심지어 광고까지 찍으며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는 이들도 있다. 바로 연예인 가족이다. 물론 부모에 이어 연예인의 길을 걷는 이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부모의 영향력으로 연예계에 들어왔다기보다는, 자력으로 각자 위치에서 영역을 만든 이후에 그의 부모가 연예인이었다는 것이 후에 알려지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고 최무룡씨의 아들 최민수, 고 허장강씨의 아들 허준호 같은 연기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숨기려 노력했다.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의 경우는 아예 이름을 바꿔 아버지의 아우라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 그것이 자신만의 영역을 오히려 확고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가끔씩 연예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고정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특집 프로그램식의 일회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른바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서 연예인과 그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방송에 함께 나오게 되었고 자녀들은 부모의 아우라 안에서 방송 이미지를 손쉽게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붕어빵>에서 주목받은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은 이후 독자적인 탤런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예능에서부터 드라마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연예인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박민하 역시 드라마 <야왕>에서 확실한 연기력을 선보였고, 영화 <감기>에서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냄으로써 ‘천재 아역배우’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자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연예인인 아빠와 그들의 자녀 모두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윤민수의 아들로 나온 윤후가 이제는 거꾸로 윤후의 아빠 윤민수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연예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준 연예인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몇 차례의 광고 촬영이 그것을 말해준다.

 

<아빠 어디가>의 사례처럼 연예인이 가족과 함께 출연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진다. 즉 해당 연예인의 가족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연예인의 가족도 연예인화될 정도의 이미지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연예계에서는 연예인 누구의 동생, 오빠, 언니 사진 등이 심심찮게 공개되며 “우월한 유전자”니 “미모가 오히려 낫다”는 식의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호사가들의 수다일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연예인들이 부지불식간에 갖게 된 방송 권력의 가족적인 확장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하긴 방송에 나와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는 것이 좋기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소비되는 아이의 사생활은 그 자체로 현실 생활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때로는 비뚤어진 팬심이 아이들에게도 악플이나 심지어 안티카페 같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방송에 소비되게 될 때 아이들이 자칫 원치 않는 연예인의 삶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방송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예인 가족에게 방송이 하나의 특권처럼 부여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여겨진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는 최근 <방송작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런 흐름을 ‘이미지권력의 세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른 영역에서는 사회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권력의 세습이 연예인들에 한해서는 시청률 확보라는 가치로 정당화하면서 아무런 제한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한 번쯤 곱씹어볼 얘기다.

극과 극으로 시너지 만든 최강 라인업

 

주말 예능은 한 가지 프로그램만의 동력으로 힘을 쓰기가 어렵다. 저녁 5시부터 8시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온 가족을 TV앞에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라인업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SBS <일요일이 좋다>의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은 환상의 라인업을 구성한다. 극한 야생의 정글로 우리를 데려가는 <정글의 법칙>은 안온한 도시에서 즐거운 게임을 벌이는 <런닝맨>과 극과 극의 느낌을 주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글의 법칙2'(사진출처:SBS)

툰드라로 간 <정글의 법칙>은 특별하고 복잡한 미션을 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타 방송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영상을 제공한다. 극한의 공간 속에 던져진 병만족이 그저 걷거나 잠을 자거나 먹을 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기에는 특별한 조미료를 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풍미를 내는 야생 날 것의 묘미가 들어있다.

 

보통의 공간이라면 물을 건너는 행위가 그렇게 재미있게 보여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툰드라의 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한때 <1박2일>이 한겨울에도 계곡이나 바다만 보면 입수하던 그 강한 자극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박태환 선수를 능가할(?) 속도로 물을 건너는 리키의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먹을 것이 없어 야생쥐를 잡으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이 <정글의 법칙>만이 가진 야생성을 드러낸다. 도시라면 쥐를 잡기 위해(그것도 잡아먹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겠는가. 새알이라도 챙기려고 엄청나게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간 김병만이 그러나 새둥지 안에 입을 벌리고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들을 본 후 그 예쁜 모습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장면은 한 편의 우화 같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만일 이렇게 강렬한 야생의 풍경을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에 이어서 비슷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들어갔다면 아마도 시청자들은 피곤해졌을 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극한의 야생을 간접체험한 후, 우리는 <런닝맨>이라는 조금은 편안한 도심의 게임 속으로 안내된다. <정글의 법칙>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면, <런닝맨>은 즐거움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극과 극의 대비지만 바로 그 대비 때문에 양자가 더 강화된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 라인업을 갖추기 이전에 최강 라인업은 단연 KBS <해피선데이>였다. <남자의 자격>이 중년 남성들의 도전을 전면에 보여주면 <1박2일>은 전국 곳곳으로 시청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1박2일>이 시즌2에 접어들면서 본래의 맛을 못 찾게 되면서 라인업이 깨졌다. 다만 최근 들어 시즌2를 선언한 <남자의 자격>이 살아나고 있다. <해피선데이>는 과연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라는 최강 라인업을 깰 수 있을까.

 

MBC의 <일밤>은 사실상 라인업이 없어서 경쟁에서 늘 뒤쳐졌던 게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가 한참 절정의 인기를 끌 때도 그 힘을 쌍끌이해줄 프로그램은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신입사원>,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그리고 <무한걸스>까지 그 어떤 프로그램도 <나는 가수다>와 보조를 맞춰주질 못했다. 홀로 서 있는 <나는 가수다>는 그래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자체적인 힘으로 서야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주말 예능은 그 특성상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임이 아니다. 하나가 앞에서 끌어주면 다른 하나가 뒤에서 받쳐줘야 그 최강자가 되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은 그 극과 극의 조합으로 최강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주말 저녁 정글과 도심을 오가는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은 각각이 아니라 붙어있기 때문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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