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이수근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만일 JTBC <아는 형님>에 이수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 이외에도 만만찮은 출연자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심심한 예능이 되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원탑으로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이수근이다. 그는 학교 콘셉트로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아는 형님>에서 독보적인 드립을 연속으로 날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상황극을 하거나 개인기를 선보인다.

 

'아는 형님(사진출처:JTBC)'

애초에 강호동을 중심으로 그 존재감이 느껴졌던 <아는 형님>은 점차 그 무게중심이 이수근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물론 이수근은 강호동과 오랜 콤비를 맞춰오며 그가 어떻게 하면 돋보이는가를 몸에 익혀왔고, 그래서인지 <아는 형님>에서도 톰과 제리 같은 치고 박는 코미디언 콤비를 선보이곤 했다. 때려서 웃기는 강호동이 있다면 그걸 맞아서 웃기게 만들어내는 이수근이 있다. 만일 이수근이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면 강호동의 다소 가학성이 있는 개그는 자칫 불편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상민을 현모양처라고 소개하고는 현재 모양이 처량해서라고 드립을 치고, 씨스타 보라가 예전에 방송을 찍고도 통편집 되어 화난 모습을 보이자 JTBC가 선물을 준비했다며 “1년치 신문 구독권이라고 툭툭 던지는 모습은 어깨에 힘을 뺀 타자가 바로 그것 때문에 연타석 안타를 쳐내는 모습을 그려낸다. 반장으로 지목되어 나선 이수근이 방송 분량이 거의 없어 고민이던 김영철에게 북한 드립을 시켜 주목받게 하고, 민경훈에게 계속해서 뻥을 쳐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들 역시 그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것들이다.

 

강호동과 유독 프로그램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이수근은 마치 그에게 묻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과거 <12> 시절 이수근이 강호동과의 케미로 가장 전성기를 구가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무릎팍 도사>에도 나왔고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또 <신서유기>에서도 강호동과 함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아는 형님>을 보면 오히려 이수근에 강호동이 의지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사실 도박 사건으로 휴지기를 가졌지만 이수근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여전히 갈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반응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건 이수근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렇게 된 건 이수근이 보여주는 이른바 웃음의 진정성때문이다. 사과하고 사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일이다. 그래서 이수근은 결국 진정으로 사죄하는 건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오곤 했다.

 

결국 예능인이 할 수 있는 진심어린 속내의 표현이란 말보다는 직접 프로그램에서 온 몸을 던져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일일 것이다. 웃기기 위해서는 제 몸을 망가뜨리는 일쯤은 언제든 서슴없이 해온 그가 아닌가. <아는 형님>은 그런 그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되어주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호불호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웃음에 대한 그 누구보다 절실한 모습을 통해 조금씩 호감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예능인의 사과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tvN에 이어 JTBC, 강호동의 행보에 담긴 의미

 

이번엔 JTBC. 강호동이 JTBC 예능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JTBC에는 <무릎팍도사>를 함께 했던 여운혁 PD가 있다. 그는 이미 <썰전> 같은 JTBC 예능의 아이콘을 만들어낸 PD. 한동안 고개 숙였던 강호동이라도 당연히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호동과 여운혁 PD의 조합이 어떤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신서유기(사진출처:tvN)'

물론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었지만 이미 강호동은 나영석 PD와 함께 tvN에서 <신서유기>를 찍은 바 있다. <신서유기>는 누적 조회 수가 5천만 건을 넘기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에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강호동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점이다.

 

인터넷 플랫폼이 낯설어 어떤 얘기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모습이나 옛날 방식의 웃음 만들기를 여전히 보여주다 다른 출연자들에게 옛날 사람으로 불리는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주었고, 길거리에서 틈만 나면 쭈빠지에(저팔계)!”를 외치는 모습도 역시 강호동 다운 웃음이었다.

 

지상파만을 고집하던 톱 MC들이 비지상파로 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굳건히 지상파를 고수하고 있었던 이들이 유재석, 강호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은 JTBC<슈가맨>으로 합류했고, 강호동 역시 tvN을 거쳐 이제는 JTBC로의 입성을 앞두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다채널화되는 시대고, 게다가 좋은 콘텐츠라면 지상파든 비지상파든 이제 대중들이 찾아본다는 것이 이미 몇몇 성공적인 예능 프로그램들로 증명된 바 있다. 그러니 유재석이나 강호동도 이제 지상파 비지상파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지상파를 떠난 비지상파의 PD들은 어찌 보면 이들 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들이 아닌가. 지상파에서 유능한 PD들은 어느새 상당부분 비지상파로 빠져나간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tvN<신서유기>가 그랬던 것처럼 만일 JTBC에서도 강호동이 살아난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지상파 예능의 안일함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지상파가 이런 저런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 형식이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거꾸로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강호동이 JTBC에서 예능을 새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반응이 영 시원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것은 강호동에게 꽤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즉 지상파에서도 비지상파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은 강호동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MC파워보다는 제작진의 파워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그 성패를 온전히 강호동이 지고 간다는 건 어딘지 억울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호동이 아닌가. 강호동의 JTBC행은 그 성패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강호동이 갈 길을 제시한 나영석 PD의 혜안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은 인터넷 방송이라는 환경에 전혀 적응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차에 오른 이승기가 인터넷 방송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 과감한 직설들을 날리자 강호동은 괜스레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막 해도 되나하고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이승기를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과거 <12> 시절의 어눌했던 이승기와 펄펄 날랐던 강호동의 그림을 떠올려본다면 완전히 역전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신서유기(사진출처:tvN)'

그렇게 강호동이 눈치를 보게 만든 이승기의 직설이란 사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고 있는 출연자들이 피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이를테면 이수근이 피하고 싶은 건 도박이라는 단어고, 은지원이 피하고 싶은 건 이혼이라는 단어다. 강호동은? 아마도 세금이거나 지금 트렌드에 적응 못한 옛날 사람이 아닐까. 그러니 그런 이야기를 버젓이 툭툭 던지는 이승기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을 게다.

 

나영석 PD<신서유기>의 출연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한 정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숨기기보다는 일단 다 드러내놓는 것으로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것은 <신서유기>라는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즉 잘 나가던 인물들이 어쩌다 밑바닥으로 떨어졌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중들을 위한 구제에 나서야하는 <서유기>의 이야기구조가 여기 출연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의 상황을 그대로 얘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렇게 웃음을 통한 구제를 바라며 서유기의 노정에 뛰어들었다.

 

강호동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했던 것이 바로 진행병이다. 늘 중심에 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려는 그 진행은 요즘처럼 중심 없이 여러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다뤄지는 예능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자동차에 오른 은지원은 아예 처음부터 대놓고 이 강호동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12> 시절부터 강호동 잡는 유일한 인물이었던 은지원이 왜 여기서 진행을 하려고 그래?”하고 쏘아붙이자 강호동은 내가 언제 진행을 하려고 했다고 그래?”하고 되받아친다.

 

결국 강호동은 <신서유기> 첫 화의 단 10분 정도의 분량에서 그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 이를 테면 인터넷에 대한 부적응이나 달라진 트렌드에도 변화하지 못한 그의 스타일 같은 것들을 다 드러낸 셈이다. 그리고 2화에서 중국으로 떠나기 전 음식점에서 가진 사전 미팅에 이거 인터넷으로 하면 욕 안 먹는 거야?”하고 묻는 강호동의 멘트를 집어넣고 그 이야기에 황당하다는 듯 웃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모습을 잡아넣는다. 결국 욕을 먹는 것과 자신들이 해야 할 웃음을 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일은 다른 문제라는 걸 명확히 한 것이다. 열심히 해도 욕은 먹는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게 우리들의 본분이라는 걸 말해준 것.

 

희한하게도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에서 음의 데시벨만 높여 놓은 것만 같던 강호동이 <신서유기>에 들어오니 달라 보인다. 도대체 나영석 PD의 무엇이 이런 다른 느낌을 만든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인정이다. 강호동이 그간 그토록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부정하거나 피하려고 했던 것들에 대한 인정. 그는 지금의 달라진 예능 트렌드 속에서 보면 옛날 사람이 맞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언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이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그의 변화는 비로소 가능해진다.

 

나영석 PD는 있는 그대로의 강호동을 꺼내놓고 심지어는 그의 이 옛날 사람이라는 면면들까지 캐릭터화 해버린다. 그러자 그의 옛날 사람 스타일은 짜증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상황으로 그려지며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로 바뀐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강호동이 요즘 사람으로 진화할 수 있는 숨통이 되어줄 것이다.

 

사실 웃음을 만드는 건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점을 부정하기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선선히 인정하는 그 지점에서부터 오히려 그 타인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 나영석 PD모든 걸 내려놓고 대중의 시선에서 인정하는그 자세는 강호동이 앞으로 나가야할 길을 제대로 제시해주고 있다. 지금껏 그 누구도 제시해주지 못했던 그 길을.



<신서유기>의 실험, 강호동에게는 각별한 까닭

 

이제 9월에 인터넷을 통해 방송될 <신서유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정서적으로는 부정적이다.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과거 <12>의 주축이었고 한 때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거의 바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영석 PD 같은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스타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신서유기>에 대한 사전 반응이 그리 좋지 않은 건 출연자들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서유기(사진출처:CJ E&M)'

하지만 예고편이 살짝 공개된 이후의 반응을 보면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와는 달리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예고편이 올라오고 단 하루만에 100만 뷰를 넘어선 건 이런 뜨거운 반응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예고편 내용도 흥미롭다. 예고편 속에서 옛날 사람으로 표현된 강호동은 오히려 현재에 적응 못하는 예능인의 이미지를 캐릭터화 했다. 나영석 PD 다운 역발상이다.

 

과거 <12>의 전성기를 일요일 저녁마다 기다리며 봐왔던 시청자라면 이들이 다시 모여 떠난 여행이 못내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12>을 나오면서 저마다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천상계에 있는 것처럼 잘 나가던 그들이 이제는 추락해 지상에서 떠도는 모습을 여행이라는 형식으로 잡아내면서 거기에 <신서유기>라고 이름붙인 건 기발한 승부수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신서유기>에 대한 기대가 큰 건 강호동일 것이다. 강호동은 방송 복귀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낸 것이 없다. 그게 너무 장기화되다보니 이제는 트렌드가 지나버린 옛날 예능인(?)’처럼 치부되는 경향까지 생겼다. 물론 이것은 강호동의 예능 스타일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스타 중심이 아닌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예능 현실에서는 스타일보다 어떤 프로그램과 PD를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일이 되었다.

 

강호동이 복귀하면서 했어야 할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뭐든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모험적인 선택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다소 무리하게 보일 수 있어도 늘 프론티어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성적표와 무관하게 강호동의 이미지가 세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리얼 버라이어티 트렌드가 지나가고 리얼리티쇼로 바뀌어가고 있는 와중에 복귀한 강호동은 여전히 옛 트렌드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튜디오 토크쇼에서 캐릭터 쇼를 하는 야외형 버라이어티까지, 새로운 느낌이 별로 없었다.

 

<신서유기>는 강호동에게 그래서 각별한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 들어가 있다. 이 작은 플랫폼 차이는 엄청난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진다. <신서유기> 예고편에도 보였듯이 아예 상품명을 대놓고 퀴즈를 하는 것이 가능하고, 거의 일상에 가까운 모든 것들이 과거 지상파나 케이블에서는 편집되었을지 몰라도 이 인터넷 방송에서는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호동에게 <신서유기>가 각별한 것은 1인 미디어 시대, 인터넷 방송 시대의 프론티어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일 강호동이 기존 플랫폼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면면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다면 그는 인터넷 방송 시대에 기성 예능인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전범을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재미와 기대요소들이 <신서유기>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를 이겨낼 수 있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플랫폼이 기존 방송 플랫폼과 다른 점은 상당 부분 클릭수가 가진 힘에 의해 콘텐츠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보던 이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 <신서유기>의 성패는 그 새로움이 관건일 수밖에 없고, 강호동이 거는 남다른 기대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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