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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에서 침묵하는 김구라를 보니 JTBC 에 한국 대표로 출연한 김구라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이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에 대해서 MC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로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이 있지만 그들은 이야기의 전면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옆에서 주제를 던지거나 외국인들이 던지는 말에 양념을 쳐서 웃음을 만드는 정도를 할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에 출연한 김구라는 지금껏 여타의 토크쇼에서는 좀체 보여주지 않았던 ‘경청’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가 갖고 나온 주제는 ‘아들에게 뭐든 들어주는 자신이 비정상이냐’는 것이었다. 지금껏 아들 동현이가 원하는 건 들어주지 않은 것이 없다는 김구라는,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는 ‘비정상’ 판..
의 숨은 주인공, 한진희의 부성애 세상에 이런 아버지가 있을까. 의 오병식(한진희)은 뭐 딱히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그다지 없어 보이는 아버지다. 그는 한때 택시기사였었고 중소기업 사장의 운전수였다가 지금은 건물의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딸 은수(이지아)가 중견기업 오너의 며느리라는 사실은 얼핏 이 오병식이라는 아버지가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늘 차분하고, 성실해 보이는 이 아버지는 그래서 이 드라마에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재혼한 은수의 딸, 슬기(김지영)를 챙겨주는 인물이거나 걱정이 태산인 아내 순심(오미연)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정도의 역할이랄까. 하지만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차츰 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자식까지 전 남편에게 넘겨..
가장이 아프면 망하는 시스템 과연 정상적인가 오죽했으면 아버지가 가족에게 끊임없이 죽여 달라 간청을 했을까. ‘9월8일의 비극’편에서는 뇌종양 말기로 고통 받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죽여 달라’고 간청해 결국 딸과 아내가 보는 앞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목을 졸라 죽게 한 사건을 되짚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으로 끝내려 했던 것은 단지 뇌종양 말기에 겪었을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으로 인해 간병 부양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 또한 끊어버리기 위함이었다. 목 졸린 흔적이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바짝 말라버린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 하지만 그로 인해 아들은 존속살인을 저지른 중죄인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제 손으로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이 얼마나 클 것인가. 바로 그 죄책감에..
, 진정한 국민드라마였던 이유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딸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그 딸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아버지. 사위를 구하려다가 자신이 자동차에 치이고도 자기 정체가 밝혀질까 봐 제대로 검사도 받지 않고 도망쳐버린 아버지. 그렇게 존재를 부정한 딸을 위해서 그 딸이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아버지. 의 아버지 이삼재(천호진)가 국민 아버지가 된 이유다. 아마도 이 땅의 부모들은 이삼재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위안 받았을 지도 모른다.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살아왔고 그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한 평생의 삶. 그 삶에 대해 의 자식들은 그 부모가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죄송하다”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이 자식들의 뒤늦은 회한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부모세대들에게 의 국민 아버..
, 멜로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날 때 “높은 담장 밖에서 너는 죄도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어. 하지만 난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수연아 사랑하자.. 우린 사랑하자. 더 많이 사랑하자.” 에서 한정우(박유천)가 이수연(윤은혜)에게 키스하며 깔린 이 속 얘기에는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결을 잘 보여준다. 이 대사는 한정우와 이수연의 14년에 걸친 사랑을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이 사랑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수연이 죄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살인자(심지어 실제 살인자도 아니었지만)라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후 그 아버지 세대가 씌우는 주홍글씨는 이제 한정우의 몫으로 다가온다. 이수연이 사망한 것처럼 꾸..
, 핏줄사회가 만든 개인의 고통 “우리 결혼하고 3년 동안 넌 한 번도 나한테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거나 짜증조차 한번 낸 적이 없어. 항상 웃었지.” 의 서영이(이보영)는 왜 그랬던 걸까. 그 이유는 이 너무나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 강우재(이상윤)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가끔 뭐랄까, 행복강박증 있는 사람처럼 그래보였거든. 꼭 내 사랑에 보답하려는 사람처럼, 웃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있는 사람처럼 애써서 웃는 느낌.” 그녀는 도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걸까. 아버지를 부정하고 얻은 신분상승의 대가가 혹독했다는 것은 그녀의 얼굴에서부터 드러난다. 혼자 있으면 늘 무표정하고, 어딘지 그늘이 느껴지는 그 얼굴이 남편 앞에만 서면 늘 웃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진짜 ‘행복해서 웃은 것’일 테지만 어디 그것뿐일..
, 인간의 예의를 아는 통속극 는 과연 막장드라마일까. 이서영(이보영)이 아버지인 삼재(천호진)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사실은 꽤 큰 파장을 만들었다. 제 아무리 무능력한 아버지라고 해도, 또 재벌가 아들과의 결혼을 앞두고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는 뭐 하시냐”고 묻는 물음에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점점 실제로 굳어져버렸다고 해도 그 아버지를 부정한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왜 아닐까.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언젠가부터 두 종류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하나는 피도 눈물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밟고 성공한 권위주의적인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무능력하게 끝없이 뒷방으로 밀려나 이제는 드라마에서조차 별 대사도 없고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다. 에 등장하는 삼재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
, 왜 강동윤과 서회장의 대결에 집착할까 루저와 약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들 변변한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배경도 없어 그저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낮추어 루저(패배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들이 왜 이런 상황에 몰렸는가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루저란 표현은 지나치다고 여겨진다. 이들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 태생적으로 모든 게 정해져버리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사회적 약자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에서 백홍석(손현주)은 사회적 약자인가 아니면 루저인가. 아마도 우리의 도덕적인 의식은 백홍석을 사회적 약자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선택이 진실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백홍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끊임없이 권력의 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