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극적인 토크쇼들에게 묻다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커밍아웃이 갖는 힘은 자신의 고민을 드러낸다는 그 행위에 있다. 이 행위 속에는 그 자체로 타인과의 공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혼자 끙끙 앓던 고민이 드러나고 공감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고민이 아닌 것이 된다. 특별한 경우에는 그 고민은 그 사람만의 개성으로 장점으로 전화되기도 한다. 고 이주일씨가 첫 등장에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추남의 고민이 그만의 고유한 캐릭터가 되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듯이.

'안녕하세요'는 커밍아웃을 전면에 내세운 토크쇼다.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해 만든 '전국고민자랑'은 매회 전국의 갖가지 희귀한(?) 고민들의 발언대 역할을 한다. 키가 너무 크고, 털이 너무 많고, 발이 너무 큰, 그런 신체적인 고민은 물론이고 특이한 이름 때문에(예를 들면 람보나 고자 같은) 고민인 사람도 있고, 발명에 미친 남편 때문에 또 너무 부려 먹는 아내 때문에 고민인 남편도 있다. 이 프로를 보다보면 느끼게 된다. 세상은 넓고 참 고민도 많다는 것을.

'전국고민자랑'이라는 코너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커밍아웃 토크쇼는 그러나 고민을 서로 자랑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게 고민이에요? 내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녜요." 이런 뉘앙스가 이 토크쇼에서는 묻어난다. 그래서 고민에 대한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경험하게 된다. 자기가 가진 고민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강변하게 되는 것. 그래서 1등이 된다면 상금도 받게 된다. 물론 떨어진다면 그건 자기 고민은 고민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에서 고민을 자랑(?)한 이들은 모두가 즐거울 밖에.

고민을 말하는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토크쇼지만, 그것을 들어주는 MC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애초에 '컬투쇼'의 TV버전을 생각했다는 이예지PD의 말처럼, 컬투 정찬우와 김태균은 관객들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즉석에서 뽑아내는 재주가 있는 MC들이다. 신동엽 역시 특유의 깐족 토크로 일반인들과의 밀당 토크가 주특기인 MC이고, 서슴없이 무너지고 망가질 줄 아는 이영자는 이 신동엽과 가장 잘 어울리는 MC다. 그러니 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는 귀로 존재하는 MC 군단들은 넉넉하게 출연자들의 고민을 때론 공감해주고 때론 시청자들과 함께 갖고 논다.

물론 일반인들을 주인공으로 모신다는 점은 그만큼 주목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타의 일반인 출연자 토크쇼가 그러하듯이 일반인들의 자극적인 면만을 끄집어내서 증폭시키는 그런 의도적인 연출은 하지 않는다. 즉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을 소재로만 놓고 보면 그런 자극적인 연출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일반인들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은, 이 고민하는 이들이 가족과 함께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장면들에서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그들의 고민은 나와는 다른 별종들의 고민이 아닌 바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처럼 전화된다.

물론 이런 일반인 소재에 진정성을 가진 연출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진심이 묻어나는 토크쇼가 가진 즐거움과 그 즐거운 공감을 통한 치유의 힘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끔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물론 전국에 있는 모든 이들(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에게 전하는 안부이면서, 동시에 작금의 어딘지 자극적으로 치닫는 토크쇼들에게 묻는 질문처럼 여겨진다. 과연 지금의 토크쇼들은 얼마나 안녕할까.


'안녕', 토크쇼도 이제 일반인 출연 트렌드?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안녕하세요'에는 '대국민 토크쇼'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 토크쇼는 물론 연예인들이 MC로 앉아있고, 연예인 게스트도 있지만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대국민 토크쇼'라는 수식에 걸맞게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전국고민자랑'이라는 코너는 특별한 사연들을 가진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토로하는 장이다. 연예인들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웃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그들의 소임을 다한다.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만큼, 그들에게 낯설 수 있는 스튜디오에는 그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묻어난다. 일단 일반인들이 보내준 고민에 대한 사연을 MC가 맛깔나게 읽어주고 나서 기대감을 갖게 한 후, 출연자는 마치 놀이터에 들어오는 것처럼 미끄럼틀을 타고 무대로 내려온다. 무대를 올라가는 부담감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방식으로 없애주려는 의도다. 객석들 아래로 놓여진 무대에 마치 사랑방처럼 좌식으로 앉아있는 것도 그 편안함을 유지하려는 프로그램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고민을 자랑(?)하는 마당을 깔아 놓은 이유는 그들이 갖고 오는 사연이 재미있는데다가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수발을 들어주느라 거의 노예처럼 산다는 남편, 아빠가 하도 어리광을 부려 마치 동생이 하나 있는 것 같다는 아들, 목소리가 특이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람에서부터 특정 연예인을 너무 좋아해서 가정을 등한시한다는 사람까지, 별별 사연들이 다 올라온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이것이 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매특허의 히트코너인 시청자 사연 코너를 방송 버전으로 끄집어낸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그 자리에 이런 방송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컬투와 이영자가 앉아 있는 건 그런 이유다. 또한 여기에 특히 일반인 출연자들과의 밀고 당기는 토크가 장기인 신동엽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녕하세요'가 '화성인' 같은 여타의 일반인 게스트 프로그램과 달리, 특유의 훈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역시 아날로그 느낌이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청자 사연 코너를 정확히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토크쇼는 최근까지도 연예인들 혹은 유명인들만이 출연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은 토크쇼만이 아니라 TV라는 공간 자체가 그랬다. 하지만 최근 이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면, 최근 '안녕하세요'나 '화성인' 같은 토크쇼들은 이 경향이 토크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일반인이 출연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는걸까.

물론 일반인은 연예인보다 그 주목도가 낮다. 따라서 프로그램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높은 시청률을 끌어내기가 불리하다. 하지만 일단 프로그램 형식에 대한 호감도가 생기고 나면 오히려 연예인 게스트보다 유리한 점도 많다. 즉 연예인 게스트들의 홍보성 출연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토크의 소재가 무한정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안녕하세요' 같은 일반인 게스트 토크쇼는 여전히 실험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원하는 풍경은 분명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는 연예인과 일반인이 똑같은 눈높이로 앉아 고민을 얘기하고 공감한다. 이것은 어쩌면 영상과 방송이 일상화된 시대로 진입해가는 TV에게 대중들이 바라는 새로운 얼굴인지도 모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