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이대로는 멸종하고 만다

 

지금 토크쇼는 전체적으로 위기다. <놀러와>가 5% 시청률에서 고전하다 성급하게도 폐지결정이 내려진 것은 작금의 토크쇼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 시대의 명MC인 유재석조차 <놀러와>를 ‘위기의 토크쇼’라고 자평하며 별의 별 노력을 다 했을 정도다. 한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연일 방영 후 화제가 되던 <놀러와>를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이런 상황은 <놀러와>에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던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한 때 새로운 토크쇼의 아이콘처럼 등장했지만, 어느새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지금은 겨우 7%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화제성도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속 깊은 토로를 하는 것을 대중들은 어느새 식상해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들조차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기변호의 기회를 갖는 듯한 뉘앙스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프로그램이 누구를 위한 ‘힐링’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되묻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주인은 시청자다.

 

화요일 밤을 토크쇼 격전장으로 만들었던 <승승장구>와 <강심장> 역시 그 화려했던 시절이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게 되었다. <승승장구>는 6% 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강심장> 역시 7% 대 시청률까지 내려갔다. 하향 평준화된 상황이니만큼 경쟁의 느낌도 사라졌다. 이렇게 된 것은 이 토크쇼들이 너무 정체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는 언젠가부터 KBS의 다른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홍보하는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1박2일>시즌2의 MC들이 하나하나 출연하고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었던 금난새 지휘자가 출연하는 식이다. <강심장>은 MC를 신동엽으로 교체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려 했지만 토크쇼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라이어티쇼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가 이제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MBC가 목요예능의 잇따른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새로 시작했지만 역시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첫 복귀에 9.3%의 괜찮은 시청률을 냈지만 다음 회에 7.8%로 떨어졌다. 이것은 역시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1인 게스트 토크쇼들에 대해 대중들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 유일한 1인 게스트 토크쇼였던 <무릎팍도사> 시절을 반복하기에는 그 휴지기에 너무 많은 유사 토크쇼들이 나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목요일 밤의 강자였던 <해피투게더3> 역시 한때 위기의식을 느끼고 <개콘> 팀을 투입해 새롭게 토크쇼를 정비했지만 지금은 7-8%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무언가 변화를 줘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하지만 그 기본 콘셉트가 다르지 않다. 과거 ‘쟁반노래방’이나 옛 친구를 찾는 ‘해피투게더-프렌즈’ 같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토크쇼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청자들로서는 꽤 비슷한 형식을 반복해서 보는 듯한 인상이 짙다.

 

금요일 밤의 <고쇼>는 고현정이 MC로 나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지만 역시 그다지 성공적인 토크쇼로 자리하지 못했다. 배역을 캐스팅한다는 콘셉트가 초기 흥미를 끌었지만 역시 토크쇼는 MC의 역량이 중요한 법이다. 윤종신과 정형돈이 옆에서 열심히 보조해주었지만 역부족. <고쇼>는 결과적으로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는 향후 이수근과 신현준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건 괜찮은 선택일까.

 

그나마 KBS의 <안녕하세요>와 MBC의 <라디오스타>를 빼고 나면 이렇다 할 토크쇼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토크쇼는 왜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 걸까. 그것은 이미 위에 열거한 내용들 속에 그 답이 나와 있다. 토크쇼가 너무 많은 탓이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토크쇼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게다가 몇몇 토크쇼는 MC만 다를 뿐 그 형식 또한 유사하다(이를 테면 <승승장구>나 <힐링캠프>, <무릎팍도사>는 그 외형은 달라도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대화의 방식은 유사하다). 그러니 대중들에게는 너무 유사한 토크쇼들이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재석이나 강호동, 또 백전노장이라고 하는 이경규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과당경쟁은 서로의 토크쇼 생명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결국 해법은 토크쇼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주중 예능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만일 토크쇼를 계속 하겠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시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게스트가 나오면 무슨 얘기할 지 뻔한 그런 토크쇼는 이제 대중들의 관심 밖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이 부분에서 <라디오스타>와 <안녕하세요>가 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토크쇼, 이대로는 모두 멸종하고 만다.

신동엽 어떻게 대세가 됐나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신동엽이다. 그는 달라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최전방에 서 있다. 물론 그의 개그 스타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다만 달라진 트렌드로 인해 그 개그 스타일이 빛나고 있는 셈. 신동엽이 대세가 된 형국을 표현하는 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는 것만큼 적확한 것도 없을 것이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였던 시절은 강호동과 유재석이 그 대세의 자리를 꿰찼다. 물론 이 변화의 시점에 고개를 숙인 이들도 있었다. 탁재훈이 그랬고, 김제동이 그랬으며 김용만도 그랬다. 물론 신동엽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콩트 능력을 바탕으로 그 위에 스튜디오 예능에서의 발군의 애드립과 진행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스튜디오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진행보다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이 더 필요해졌다. 물론 절정의 애드립을 가진 말 개그보다 그저 진정성이 묻어나는 땀을 보여주는 것이 더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신동엽은 이 시기에 개그 자체보다는 사업에 열중함으로써 주목받지 못한 경향이 있었지만, 만일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도전했다고 해도 그다지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무대 형식이 많아지면서 진행 능력을 가진 MC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를 통해 김성주 아나운서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신동엽은 <키스 앤 크라이>, <불후의 명곡2>를 통해 MC로서의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저 노래 순서를 뽑는 그 단순한 동작 하나에서도 그는 특유의 긴장감과 웃음을 만들었다. ‘MC 신’이라고도 불리고 순서가 적힌 볼을 뽑는 손을 ‘신의 손’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저 성이 신 씨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해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신동엽은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안녕하세요> 같은 지상파의 대표적인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는 tvN의 <러브스위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 특유의 밀당 토크를 선사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가진 다양한 뉘앙스들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독특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마도 신동엽이 최고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19금이다. 사실 ‘19금’이라는 말에는 잘못된 편견이 들어 있다. 마치 야하고 노골적인 성담론이 대부분이라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금은 말 그대로 ‘어른들의 농담’이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딸이 걱정돼 엄격한 통금시간을 정한 엄마에게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행동은 낮에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식으로 던지는 농담에는 어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웃음의 코드가 있다.

 

즉 신동엽이 던지는 19금 개그는 아이들과 함께 들어도 그다지 부담감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들은 이해 못해서 저게 무슨 소린가 하지만, 그걸 이해하는 어른들은 키득댈 수 있는 그런 농담. 이렇게 어른들끼리만 공유된다는 내밀함은 신동엽이라는 존재를 더 친숙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SNL코리아' 같은 내놓고 19금을 표방한 프로그램은 예외적이다. 하지만 그가 'SNL코리아'를 고정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지상파를 통해 그만의 특별한 19금 개그를 듣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적절한 수위조절과 표현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일반인 참여가 많아지며, 또 소재로서 어른들을 위한 19금 소재가 막 열리고 있는 이 시점은 분명 신동엽을 위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그를 단지 ‘19금’이라는 틀에 가둬 보는 시각은 어딘지 부족하다. 그는 그 이상이며, 어찌 보면 그는 지금껏 아이들 개그에 맞춰 웃어야 했던 어른들에게 그들에게 맞춘 웃음을 선사하는 거의 유일한 개그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러모로 신동엽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1박2일'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국민 예능으로 거듭나고 있을 때, 또 그 여파를 몰아서 '해피선데이'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남자의 자격'이 하모니 특집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을 때, 그 뒤에서 실질적으로 이 남자들의 예능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 있었다. 프로그램 전면에 나와 있는 이명한 PD나 나영석 PD가 한창 주목을 받을 때, 그들 옆에 앉아 있던 인물. 바로 이우정 작가다. 그녀는 당시 이 두 남성적인 예능의 14명의 남자 MC들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안방마님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8년 KBS 연예대상 쇼 오락부문 방송작가상, 2010년 한국방송작가상 예능 부문을 거머쥐면서 그녀는 예능 작가계에서는 드물게(드물지만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새로운 스타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오른쪽부터 이우정,모은설,이현희 작가(사진출처:시사저널)

하지만 업계에는 이처럼 이미 스타 작가로서 자리매김한 이우정 작가였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예능의 대세였던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성격상 예능 작가라는 존재는 어딘지 드러나면 안되는 비밀스러운 어떤 것이었으니까. 당시 터졌던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논란은 리얼 예능에 있어서 그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대본의 존재를 숨겨야만 하는 상황이었고(그것이 그저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따라서 대본을 쓰기 마련인 예능 작가도 숨겨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달라졌다. 이제 예능에 있어서 대본은 반드시 필요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고, 예능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들의 선망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예능 작가의 세계. 도대체 이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스타 작가들은 어떻게 그 위치에 오르게 되었을까.


이우정 작가는 무역학과 출신으로 사회의 첫발은 광고 카피라이터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MBC아카데미에서 작가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이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당시에 방송작가들의 등용문은 MBC아카데미 같은 방송사 산하 교육기관이나 방송작가교육원 같은 곳이 하나의 거쳐 가는 길로 정해져 있었다. 아카데미 같은 교육기관으로 방송사에서 인력을 요청하면, 예비 작가들이 자신의 이력서와 간단한 포트폴리오(대본구성안)를 제출하고 거기서 발탁되면 일을 하는 식이다. 그렇게 이우정 작가는 2000년도에 MBC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백만 송이 장미'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세계적인 추세였던 서바이벌 형식을 따와 만든 연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은 이우정 작가는 '21세기 위원회'로 사실상 입봉(?)을 했고, 후에 KBS로 와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운명(?)적인 두 PD와의 만남을 갖게 된다. 바로 이명한 PD와 나영석 PD다. 그 후로 나영석 PD의 '여걸파이브', '여걸식스' 작업을 했고 후에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으로 우뚝 섰다. 현재는 이명한 PD와 '더 로맨틱'을 하고 있고 또 '남자의 자격'을 함께 했던 신원호 PD와 시트콤 '응답하라 1997'을 준비 중이다.


어찌 보면 이우정 작가의 성공은 좋은 PD를 만났던 것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예능 작가의 성공이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우정 작가의 경우는 어떤 면에서는 PD들을 확실히 뒷받침해줌으로서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작가로 이름나 있다. 같이 작업을 한 PD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이 한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으로 서슴없이 이우정 작가를 지목하곤 한다. 그만큼 확실한 자기 역량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우정 작가가 주로 리얼 예능쪽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점도 그녀의 성공에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침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대세로 자리하면서 예능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자질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이우정 작가는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예능 작가들이 하는 일이 다르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주로 하는 일이 게임을 개발하는 거였어요. 그게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거의 하는 일이 PD와 비슷해요. 물론 PD의 고유영역이 분명 존재하지만 기획에서부터 심지어 편집에까지 예능 작가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죠." 또 리얼 예능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본을 쓰는 일보다는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일과 후반작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본은 분명 존재하지만 대본을 상세하게 쓰거나 아니면 느슨하게 쓰는 것은 작가와 프로그램의 성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했다.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작가들은 대본을 쓰기 보다는 현장을 읽고 발견하는 작업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예능 작가라고 하면 '작가'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듯이 무언가를 집필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리얼화된 예능의 트렌드 속에서 이런 역할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예능이 아니라 토크쇼 같은 주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예능작가들은 어떨까. 작년 K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 쇼 오락부문을 수상한 '김승우의 승승장구'의 모은설 작가는 이 분야에서 베테랑이다. 96년도에 기자시험을 준비하던 그녀는 선배의 권유로 'TV는 사랑을 싣고'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이 길로 들어섰다. 당시에는 아르바이트였어도 너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이 길을 계속 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프로그램 성격 때문에 재연대본(과거 이야기를 재연하는 대본)과 추적대본(실제 과거 인물을 쫓아가는 대본)을 써내는 게 당시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프로그램을 관장하시던 PD분이 바로 개그맨 김준현의 아버지인 김상근씨였는데, 대단한 능력을 가진 워커홀릭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알던 분들이 연결이 되어 그 후로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뮤직플러스', '감성채널' 등을 한 후 '비타민'과 '미녀들의 수다'는 기획부터 참여했다고 한다. 여기에도 역시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부터 인연이 된 이기원 PD와 줄곧 같이 작업을 했다고. 그 후로 윤현준 PD와 '상상플러스', '승승장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스튜디오물에 있어서 작업은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예전과 그렇게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즉 과거에도 섭외와 대본 작업이 주였던 것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토크쇼라면 특히 섭외, 조사, 큐시트 작업이 거의 주라는 것. 하지만 연차가 달라지면서 하는 일은 거의 전방위적인 것이 되었다고 한다. 기획에서부터 편집 자막 작업에까지 관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국이 파업을 하는 와중에도 방송이 그나마 나갈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이런 모든 작업에 관여했던 예능작가들이 있기 때문이죠. 방송사에서는 그 작업 자체를 외주를 주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렇게 하면 방송 자체가 망가질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예능작가들이 그 편집 작업까지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죠."


사실상 거의 모든 일을 하는 등 전방위에서 뛰어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그래도 예능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과 관계된 것이라 한다. 결국 예능의 핵심은 그 안에 담겨진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토크쇼 같은 경우에는 섭외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모은설 작가는 심지어 쇼에 나오기로 하고 대본 작업도 다 끝났는데 촬영 하루 전에 게스트가 못나오겠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유가 황당했죠. 작업한 대본을 보냈더니 자기 인생이 이렇게 초라한 줄 몰랐다며 이렇게 자신이 비춰지는 게 싫다는 거였어요. 결국 밤새 설득해서 다음 날 촬영을 할 수 있었죠." '안녕하세요'의 이현희 작가는 그래도 연예인들은 준비된 이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는 낫다는 말한다. '안녕하세요'는 일반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그들이 나중에는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모든 걸 다 체크할 수가 있겠어요. 사실 증명서 같은 걸 떼어서 보자고 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현재 tvN에서 일반인들의 러브 리얼리티쇼인 '더 로맨틱'을 하고 있는 이우정 작가 역시 일반인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프로그램 성격상 그들의 속내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방송으로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점에 있어서 늘 고민을 하게 되죠."


예능작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들의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궁금증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능작가들은 현재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으며 또 이들의 직업은 향후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99년 스크립터로 시작해 2001년 '동물농장'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스펀지', '상상플러스', '미녀들의 수다', '안녕하세요'를 작업해온 이현희 작가는 최근 예능 작가들의 활동 영역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주변에도 예능작가출신의 드라마 작가, 시트콤 작가, 뮤지컬 작가까지 다방면에서 예능작가의 영역이 많아지고 있죠." 실제로 예능작가 출신으로 현재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전체 시청률 1위(36%에 육박)를 기록하고 있는 박지은 작가도 예능작가 출신이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도 초기에는 '사랑의 스튜디오'의 예능작가를 해던 인물이다. 이현희 작가의 경우 네이버와 합작으로 '환타스틱 어른백서'라는 책을 쓴 적도 있고, '서태지 8집 다큐' 작업을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된 것은 여러 모로 다양한 분야에서 예능작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우정 작가가 시트콤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예능작가의 영역이 거의 음지에서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에만 국한됐다면 요즘은 범위가 거의 무한대로 넓혀지고 있다는 것. 이렇게 된 것은 예능작가라는 특성상 다방면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점과, 또 늘 대중들과의 공감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 자질로서 중요하게 어필되는 지점이다. 물론 이것은 현재 방송 트렌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즉 '드림 소사이어티'로 접어들면서 삶의 가치로서 펀(fun)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되었고, 따라서 모든 콘텐츠가 펀을 지향하는 흐름이 방송에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들은 상당 부분 코미디를 필요로 하고 있고, 대다수의 교양 프로그램들은 이른바 인포테인먼트로 전환되고 있다. 모은설 작가는 이런 변화 때문에 예능작가들의 영역이 점점 넓혀지고 있는 반면, 교양작가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교양작가들이 했던 것들을 지금은 예능작가들이 하고 있죠. 예를 들어서 '비타민' 같은 경우 이제는 교양이 아니라 예능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점점 교양작가들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예능작가들의 처우는 하는 일에 비한다면 결코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게 사실이고, 그 비전은 앞으로 방송 전체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장밋빛인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이 분야에 뛰어든다고 처음부터 이런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이우정 작가나 모은설 작가 그리고 이현희 작가 모두 '적어도 10년'을 버틸 수 있는 예능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상과 인간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은 필수이고, 사람들과 서슴없이 친근해질 수 있는 친화력도 중요하며, 또 예능이라고 해서 그저 웃고 떠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의 철학과 생각을 갖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펀 사회로 접어들면서 예능의 시대의 문은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존재들로서 그간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었던 예능작가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나갈 드림 소사이어티는 어떤 세계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예능작가 얼마나 벌까-------------------------------------------------------
예능작가의 벌이를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마치 연예인들 중에도 A급의 수입과 B급의 수입이 천지차이인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프리랜서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그 능력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반향에 따라서 예능작가들의 수입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충의 기본적인 수입의 수준은 분명 존재한다. 보통 처음 들어온 예능작가의 경우에는 주당 30만 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한 주에 한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10년차 정도가 되면 주당 100만 원 이하의 수입을 벌고, 메인급이라면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이하의 수입을 번다고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예능작가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메인급 작가들은 한 주에 한 프로그램만 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두 탕을 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물론 한 편에 집중하는 것만큼의 수입보다는 낮게 책정되지만 두 편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수입이 많아진다는 것. 이런 기본적인 수입 구조를 통해 볼 때 최고로 잘 나가는 작가들은 연봉 1억을 넘긴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예능작가의 메인 잡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버는 수입만을 추산한 것이다. 여기에 때때로 들어오는 강연 수입이나 책 출간으로 생기는 인세수입, 혹은 각종 원고료를 더하면 수입은 더 많아진다. 게다가 시트콤 같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 수입의 단가가 달라진다. 시트콤은 드라마의 영역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쳐주기 때문이다. 향후 예능작가들의 비전은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는 방송사와의 문제 같은 풀어야할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법률적인 조항이 생긴다면, 향후 예능작가들은 이른바 '포맷' 장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자신이 만든 포맷과 아이디어를 팔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게 되면 예능작가들처럼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분야의 향후 비전은 훨씬 좋아지게 되는 셈이다.

 

예능대본 과연 어떤 걸까----------------------------------------------------
리얼 예능으로 접어들면서 대본의 존재는 그 자체로 마치 리얼리티가 없는 것처럼 오인되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예능대본은 모든 방송대본이 그러하듯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심지어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나가도 미리 사전 인터뷰를 통해 대본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현장에서 작업하면 대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리얼 예능에서 대본이란 하나의 설계도 같은 것이다. 그 안에 목적이 있고 목표도 있지만 거기에 집착해서는 리얼 예능의 재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예능 작가들은 대본대로 움직이는 방송분량은 사실상 건진 게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의 경우 PD의 성향이나 프로그램의 성격 상 좀 더 상세한 대본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행해지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토크쇼 같은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좀 더 상세한 대본이 만들어진다. 물론 충분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다. 이렇게 대본이 충만해야 토크쇼도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해진다. 예능 작가들은 이처럼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에 따라 보다 상세한 설계도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능대본이 반드시 존재하고 또 있어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대로 방송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글은 시사저널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놀러와'와 '힐링캠프'의 추락이 시사 하는 것

'놀러와'(사진출처:MBC)

'놀러와'와 '힐링캠프'의 추락이 심상찮다. '놀러와'는 지난 1월30일 '쇼킹 기인열전'으로 14.4%(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12.3%(2월6일), 10.9%(2월13일), 8.5%(2월20일) 그리고 7.6%(2월27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빅뱅의 대성과 G드래곤이 출연해 살짝 시청률이 반등(7.2%)하기도 했지만, 윤제문이 게스트로 나오자 윤종신이 출연했을 때의 시청률(6.4%)로 다시 내려갔다. 연초 박근혜, 문재인이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12%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걸 생각해보면 너무 빠른 하락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게스트다. '놀러와'나 '힐링캠프' 모두 토크쇼 형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놀러와'는 그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골방이나 반지하 같은 공간을 고민하기도 했고, 게스트 섭외에 있어서도 카테고리화를 통해 공통 화제를 뽑아내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힐링캠프' 역시 초반에는 '힐링'이 되는 공간으로 게스트를 초대했지만, 차츰 게스트에 맞는 공간을 찾아가는 콘셉트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토크쇼 형식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청률 변화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게스트다. 누가 나왔느냐가 그 날의 토크쇼의 향배를 가르는 것이 되었던 것. 이렇게 된 것은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난립하다 보니 충성도 높게 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게스트에 따라 선별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토크쇼들은 더더욱 확고한 팬층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는 제 아무리 바꾸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연예인(혹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형식 때문이다.

따라서 비연예인이 나왔거나, 혹은 잘 나오지 않던(하지만 관심은 가는) 게스트가 나왔을 때 오히려 주목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놀러와'에서 지난달 했던 기인 열전의 정동남씨나 통아저씨, 신바람 이박사 같은 게스트는 대표적이다. 이것은 '힐링캠프'의 박근혜,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한편 '안녕하세요'가 그다지 큰 부침이 없이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 게스트가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게스트 토크쇼는 이처럼 형식만 제대로 잡으면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인물들의 섭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토크쇼는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3' 정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들 프로그램들이 좀 더 확실하게 '연예인 홍보'와는 거리가 먼 방식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배려하기보다는 공격하는 토크가 주를 이루고(이것이 결국 이 프로그램의 게스트 배려방식이지만), '해피투게더3'도 형식을 바꿔 개콘4인방이 투입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토크 형태로 바뀌었다.

결국 게스트를 배려하는 편안한 토크쇼들은 물론 그 자체의 맛이 있지만, 게스트가 누구냐에 그만큼 민감해졌다는 얘기고, 거꾸로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상대적으로) 토크쇼들은 그 형식 자체의 재미 때문에 보는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것은 이른바 '편안한 토크쇼'들이 너무 난립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연예인들이 나와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목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새로움이다. 새로운 게스트가 나왔을 때 주목되고, 똑같은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재발견'되어야 지지를 하게 된다. 연예인 홍보 같은 토크쇼에 더 이상 놀러가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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