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 그 결과가 너무 소소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복귀 신고식을 치른 <스타킹>은 첫 회에 무려 16.2%(agb닐슨)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그 후로 시청률은 13.4%, 10.7%로 뚝뚝 떨어졌다(물론 최근 약간 반등했지만). <무릎팍도사>는 정우성이 게스트로 나온 첫 회에 8.7%에서 시작해 6%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물론 이 몇 회의 시청률 추이를 갖고 강호동 복귀의 효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이렇게 된 것은 복귀하는 강호동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그가 했던 프로그램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 그 기대감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렸다. <스타킹>은 그가 예전에 했던 그 전성기를 한참 지난 포맷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무릎팍도사> 역시 달라진 토크쇼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속에서 강호동은 마치 1년 전에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 1년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달빛프린스>는 어떨까. 아직 방영이 되지 않아 어떤 형태일 것인가를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그 형식이 토크쇼라는 것은 분명하다.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하고 그 책에 따라서 주제가 선정되는 북 토크 형식이라고 한다. 강호동을 위시해 최강창민, 용감한 형제, 정재형, 탁재훈이 함께 MC로 투입되었다.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이예지PD에 대한 신뢰가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떨까.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세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토크쇼라는 점이 그 기대를 상당부분 떨어뜨린다.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 속에 또 하나의 토크쇼라는 점도 그렇지만, 강호동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토크쇼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줄 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토크쇼는 강호동의 진가를 끄집어내기에는 약한 면이 있다. <무릎팍도사>처럼 확실하게 그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토크쇼도 쉽지 않은 판이다.

 

강호동의 강점은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더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시베리안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자신의 MC 이미지를 가장 인상 깊게 만들어낸 것은 <1박2일>에서 이렇게 외쳤을 때이다. 너무 소리를 지른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강호동의 최대 자산이라면 바로 그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겨울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계곡에 서슴없이 들어가고, 밀려오는 파도 속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만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강호동만의 특별함이 묻어난다.

 

왜 강호동은 자신만이 가능한 이 야생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까(그렇다고 <1박2일>에 들어가란 얘기는 아니다). 하긴 그렇게 그에게 최적화된 예능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 강호동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면 그 야생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는 형식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제 아무리 강호동이라는 거물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한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방송사들의 강호동 활용법에는 그래서 강호동에게나 대중들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SBS 예능의 쌍두마차, 유재석과 김병만의 다짐

 

올해 SBS연예대상은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후보로 <힐링캠프>의 이경규, <런닝맨>의 유재석,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이 올랐지만 역시 올해도 ‘유느님’의 아성은 견고했다. 대신 이경규는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김병만은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특히 SBS예능이 전체적으로 선전한 만큼 모두가 쟁쟁한 후보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받을 사람들이 모두 받은 셈이다.

 

SBS연예대상(사진출처:SBS)

흥미로운 건 시상식에서 보여준 유재석과 김병만의 2013년에 대한 각오다. 유재석은 먼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상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같이 후보에 오른 이경규와 김병만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런닝맨>이 이렇게까지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존폐 위기에서 <런닝맨>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제작진, 멤버들,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유재석의 말처럼 초반에 부진하다가 차츰 탄력을 받은 <런닝맨>은 <무한도전>을 닮았다. 어느 정도 믿고 기다려주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이것은 어찌 보면 유재석의 예능 스타일이기도 하다. 유재석은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함으로써 바로 그 노력의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된 유일한 사례가 <놀러와>가 되었다. 유재석은 SBS 연예대상의 수상소감에서도 그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경규 선배님, 동엽이 형 하시는 프로그램 때문에 제가 편안하게 월요일은 쉬게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더욱더 열심히 달리겠다." 월요일 밤에 <힐링캠프>와 <안녕하세요>에 밀려 폐지된 <놀러와>를 또 거론한 것. 역시 유재석 다운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재석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늘상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펼치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웃음경쟁일 것입니다.” 시청률 경쟁만으로는 좋은 프로그램이, 또 좋은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일 게다. 여러모로 시청률이 아닌 그 노력의 가치를 봐준 <런닝맨>과 그렇지 못한 <놀러와>에 대한 그의 생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번 시상식이 더 의미 깊었던 것은 여러 매체에서 올해만은 대상감이라고 지목되었던 김병만의 최우수상 수상소감이다. 그는 “정말 최우수상 발표 되는 순간 솔직히 편했다.”며 이경규나 유재석 선배가 자신에게는 ‘큰 산’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큰 산이 되기에는 좀 더 쌓여야 된다”며 “2013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누가 봐도 대상감이였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상의 무게감을 되새겨준 것이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물론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지만 유재석과 김병만은 닮은 구석이 있다. 그것은 단지 말로써만 웃기려는 스타일이 아니라 몸으로 진정성을 전하는 스타일이란 점이다. 이것이 두 사람 다 작년에 이어 최우수상, 대상을 2회 연속 수상하게 만든 결과로 이어졌을 게다. 이것은 어찌 보면 SBS 예능이 2012년 그토록 잘 된 한 해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그 주역들이 서로 내년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그래서 2013년에도 밝은 SBS 예능을 예감케 한다.

KBS 연예대상 신동엽을 보면 지금 예능이 보인다

 

결국 KBS 연예대상 트로피는 신동엽에게 돌아갔다. 물론 <개그콘서트>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을 정도로 KBS 예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 김준호가 대표해서 이 상의 수상 소감을 말하며 “시청자가 뽑아준 상이 사실상 연예대상 아닙니까?”라고 던진 말은 그저 농담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아닌 한 개인에게 돌아가는 연예대상의 대상 감으로는 역시 신동엽이 제격이었다.

 

'KBS 연예대상'(사진출처:KBS)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예대상이 단지 그 해에 최고의 사랑을 받은 예능인만을 의미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예능 트렌드와 그 트렌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으로 신동엽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은 최근의 예능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쉽게 긍정할 수 있을 게다.

 

강호동과 유재석으로 양강 구도를 이루던 시기에 예능 트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였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올해 들어 점점 그 힘이 약화되는 양상이다(물론 <무한도전> 같은 늘 새로운 프로그램처럼 기획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예외지만). 대신 그 트렌드를 메우게 된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변화된 트렌드 위에서 신동엽은 확실한 자기만의 능력을 펼쳐낼 수 있었다.

 

<키스 앤 크라이>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의 변형 프로그램에서 차츰 특유의 쇼 진행능력을 보여주더니, <불후의 명곡2>를 만나서는 아예 펄펄 날았다. 순서를 추첨하는 공 하나 뽑는 것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뽑아내는 능력은 역시 신동엽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출연자와 밀고 당기는 멘트로 적당한 긴장감과 이완을 통해 웃음을 뽑아내는 특유의 힘은 한때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로 자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신동엽을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세웠다. 달라진 트렌드에는 달라진 능력이 요구되는 법이다.

 

오디션 이외에 또 하나의 새롭게 자리한 트렌드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엄밀히 말하면 오디션도 이 범주에 드는 것이지만)이 점점 많아졌다는 점이다. 결국 연예인만큼 어떤 정보가 사전에 주어지지 않은 일반인들 속에서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MC들에게 요구되었다. 이 부분에서도 신동엽은 이미 준비된 MC였다. <러브 스위치> 같은 프로그램에서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신동엽은 제 물 만난 물고기였다. 그러니 <안녕하세요>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토크쇼에서도 그는 누구보다 편안하게 쇼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밖에 올해 또 하나의 트렌드를 얘기하라면 19금 개그와 콩트 코미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도 역시 신동엽은 자타공인 1인자다. 그가 던지는 특유의 19금 토크는 어른들은 이해하고 아이들은 이해 못하는 기묘한 선 위에 서 있는 특징이 있다. 지상파의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19금 토크가 무리 없이 던져질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균형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SNL 코리아>처럼 아예 19금 프로그램에서는 좀 더 과감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과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그리고 19금 개그와 콩트 코미디라는 최근의 새로운 일련의 트렌드들을 한꺼번에 주욱 나열해 보면 왜 신동엽이 지금 현재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KBS 연예대상이 올해의 결과를 상찬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로 봤을 때, 그 양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인물로 신동엽은 가장 좋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KBS 연예대상은 가장 잘 균형 잡힌 시상을 했다고 보여진다. 먼저 프로그램으로서 최고의 영예는 KBS 예능의 사실상 중추역할을 해온(이것은 이번 연예대상 프로그램 자체가 결국은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에 의해 거의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개그콘서트>에 주어졌고, 한 MC로서의 최고의 영예는 새로운 트렌드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갖고 떠오르는 인물인 신동엽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새로운 예능 트렌드 변화가 가져온 신동엽 전성시대는 KBS 연예대상을 통해서도 드러난 셈이다.

KBS 연예대상 누가 될까

 

올해 KBS 연예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과거처럼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이 펄펄 날았던 시절이라면 그 후보가 거의 명쾌하게 보였을 게다. 하지만 시즌2로 들어온 올해 <해피선데이>는 어느 정도 정착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두 프로그램에서 상을 준다면 <1박2일>은 이수근이,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가 제격이다. 하지만 올 한 해의 KBS 연예대상으로서 이 두 후보의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강호동은 아예 활동 자체가 없었고, 유재석 역시 <해피투게더3>가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늘 연예대상을 받아가던 후보들이 올해는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른 예능 프로그램과 거기서 주목할 연예대상 후보는 누가 있을까.

 

올해 KBS 예능에서 단연 으뜸은 <개그콘서트>다. <개그콘서트>는 전체 예능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면서 KBS 전체 예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실 위기 상황에 있던 <해피투게더3>를 그나마 버티게 해준 것도 새롭게 투입된 <개그콘서트>의 김준호, 최효종, 김원효, 정범균, 허경환이 만들어낸 활력 덕분이다. 또 <남자의 자격>에서 김준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도 마찬가지 영향이다. 게다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서 방영된 <인간의 조건>은 김준호, 김준현, 박성호, 허경환, 양상국, 정태호가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작년처럼 프로그램에 대상을 주지 않는다면(작년에는 <1박2일>팀이 대상을 받았다) <개그콘서트>에서 수훈 갑은 당연히 김준호가 될 것이다.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감수성’, ‘꺾기도’, ‘갑을컴퍼니’ 등 여러 히트 코너들에 계속 출연하고 있고, 그 와중에서 <남자의 자격2>에 투입된 데다 올해는 <인간의 조건>까지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개그맨들의 매니지먼트회사인 코코엔터테인먼트를 차려 후배들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는 점은(결국 이들이 <개그콘서트>를 만든다) 그가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만한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또 한 명 존재한다. 바로 신동엽이다. 그는 올해 KBS 예능에서 성공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 즉 <불후의 명곡2>와 <안녕하세요>의 MC를 맡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신동엽의 가치가 주목되었던 해이기도 했다. 그만이 갖고 있는 19금 토크의 진가가 하나의 블루오션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에서는 분위기만 살짝 풍기는 정도였지만 그것이 가진 힘은 분명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신동엽과 김준호를 나란히 놓고 보면 KBS 입장에서는 김준호쪽에 더 기울어지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김준호는 역시 예능인 사관학교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개그콘서트>의 수훈 갑인데다, 여타의 KBS 예능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동엽처럼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많이 하기보다는 KBS맨의 모습이 더 보인다는 점도 플러스 알파 요인이다.

 

물론 이수근,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모두 최고의 기량을 가진 예능인들이다. 하지만 올해의 KBS 예능만을 놓고 본다면 김준호의 활약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과연 김준호는 올해 연예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받는다면 그것은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예능 속에서 그 기본인 개그가 가진 가치를 재조명해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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