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산다’부터 ‘전현무계획’까지 가장 방송을 많이 하는 예능인

전현무계획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하는 예능인은 누구일까. 유재석도 신동엽도 아니다. 바로 전현무다. 그는 현재 고정출연하는 프로그램만 무려 21편이다. 이게 가능한 건 그가 감당하는 프로그램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그는 ‘히든싱어’나 ‘팬텀싱어’, ‘트로트의 민족’ 같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맛깔나게 진행하는 MC이면서,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의 메인 출연자다. ‘강심장VS’나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웃음과 재미에 특화된 프로그램에서도 특유의 깐족과 재치를 자랑하지만, ‘톡파원 25시’나 ‘성적을 부탁해:티처스’, ‘선을 넘는 녀석들’ 같은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도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진행 능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 예능가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런칭하면 몇 개 중 하나는 전현무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의 영역은 전방위적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그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특유의 이력 때문이다. 흔히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이라고 스스로를 이야기하듯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줬다. 손범수를 롤모델로 삼아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을 일찍이 갖게 된 그는 그가 다니는 연세대학교에 들어갔고 거기서 선배 손범수가 했던 것처럼 대학방송국(YBS)에서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2003년 조선일보 공채로 입사했지만 1주일만에 그만두고 YTN에 들어가 1년 간 앵커로 활동했고 2006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들어갔다. 결국 손범수처럼 되겠다는 꿈을 끝없는 도전 끝에 이루게 된 셈이다. 기자부터 앵커, 아나운서를 모두 섭렵한 이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다. 향후 그가 정보나 지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도 특출난 진행능력을 선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된 후 그는 그 직종의 역할이 방송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뉴스 앵커가 되려는 거라면 모를까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아나운서들의 자리를 연예인들이 점점 차지하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을 여러 개 해도 같이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수입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작은 출연료(방송사에 소속된 직장인이라 당연한 일이지만)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방송국에서 벗어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려는 아나운서들이 생겨났고 그 중에는 연예인들처럼 교양은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하는 이른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들이 탄생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프리 선언을 한 김성주는 그 성공사례가 됐다. 특유의 스포츠 진행 능력이, 대결과 결과발표가 이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데서 유용한 능력이 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전현무는 KBS 아나운서 시절부터 차분히 아나테이너로의 전향을 준비한다. 마침 ‘비타민’이나 ‘스타골든벨’ 같은 교양과 맞물린 예능프로그램들이 나오던 시절에 그는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전담하다시피하며 자신의 이력을 쌓는다. 그러면서 때때로 아나운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촐싹대는 이른바 ‘깝’을 보여줘 그 고정된 이미지를 깨는 방식으로 오히려 큰 웃음을 준다. 그리고 2012년에 드디어 프리선언을 하고 KBS를 퇴사한 후에는 본격적인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나운서라면 피해야 할 비호감, 밉상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초반에는 팬과 더불어 많은 안티팬도 생겼지만 차츰 캐릭터가 정착되고 적당하게 선을 넘는 방법들을 찾아나가면서 전무후무한 방송인이자 예능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경연 프로그램의 진행 능력을 인정받았고,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는 물론이고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까지 섭렵한 예능인이 탄생한 것이었다. 

 

그의 ‘트민남’ 캐릭터가 가장 도드라진 건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프로그램을 시대의 조류에 맞는 형태로 이끌어낸 점이다. ‘나 혼자 산다’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1인가구로 들어온 시대에 혼자 사는 삶을 관찰카메라 방식으로 들여다 본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가 갖는 명분의 이면에는, 연예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겠다는 리얼리티쇼의 태동이 있었다. 즉 리얼리티쇼를 하기 위한 명분으로서 1인 라이프를 앞세웠던 것. 하지만 점차 관찰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명분보다 중요해진 건 더 리얼한 내용들이었다. 노홍철이 하차하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추락기를 거치면서 일찍부터 합류해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전현무를 중심으로 기안84, 박나래, 이시언 같은 인물들이 영입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고정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세우고 간간히 새로운 인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고정 출연자들 간의 케미가 리얼하게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담기게 됐다. 리얼리티쇼에 캐릭터쇼가 더해진 느낌이랄까. 이 두 가지 형식 모두에 최적화된 전현무는 여러 위기 국면을 돌파하며 최근 다시 ‘나 혼자 산다’의 부흥기를 만든 장본인이 됐다. 트민남, 무스키아, 무든램지, 프레디 무큐리 같은 캐릭터들을 탄생시켰고, 박나래, 이장우와 함께 이른바 ‘팜유라인’을 만들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먹방여행을 다니는 모습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그는 여행유튜버인 곽튜브와 함께 무작정 길을 떠나 맛을 즐기는 ‘전현무계획’에 출연했다. ‘길바닥 먹큐멘터리’라는 프로그램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무계획’과 ‘계획’을 넘나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예능의 영향을 받아 대본대로 움직이는 계획적인 프로그램들보다는 계획 없이 돌발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프로그램들이 더 주목받는 상황이다. ‘전현무계획’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예능 트렌드에 발맞추면서 동시에 기존 예능의 방식(계획이 있는)을 오가는 형태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전현 무계획’을 바탕으로 길거리에서 아무 곳이나 무작장 찾아들어가 먹방을 선보이며 사람을 만나다가, ‘전현무 계획’으로 미리 계획한 누군가를 특정 장소에서 만나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전현무계획’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여러모로 아나운서에서 예능인으로, 캐릭터쇼에서 관찰예능으로 뻗어나가는 전현무의 강점을 그대로 표현하는 말 같다. 계획을 하면 목표를 이룰 때까지 끈질긴 추진력을 보여주면서도, 때론 계획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유연함을 갖는 일.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분들이라면, 계획과 무계획을 넘나드는 전현무의 행보가 시사하는 점이 분명 있을 게다. (글:국방일보, 사진:MBN)

안정환의 거친 말투, 해설보다 예능이 낫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경기만큼 뜨거웠던 것이 바로 중계 전쟁이었다. 처음 그 승기는 MBC가 확실히 잡은 것처럼 보였다. 이미 <아빠 어디가>를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갖게 된 김성주와 안정환이 나란히 축구 중계석에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KBS 중계를 했던 이영표의 승리로 돌아갔다.

 


'쿡가대표(사진출처:JTBC)'

심지어 문어영표, 표스트라다무스라는 애칭이 생겨날 만큼 이영표는 확실한 논거와 자료를 들어 해설하면서 축구 해설만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김성주의 안정된 진행에도 불구하고 안정환의 해설은 만담처럼 들렸다. ‘때땡큐나 다소 거친 표현들이 등장해 자극적인 재미를 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축구 해설의 묘미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 후 <아빠 어디가>도 폐지되고 안정환은 좀체 그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슬쩍 모습을 드러낸 것이 KBS<청춘FC>였다. 역시 안정환의 텃밭은 축구였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예능적인 모습이 아니라 축구와 축구를 하려는 후배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진심어린 모습으로 보여줬다. 이 진정성은 안정환이 그저 리환이 아버지도 아니고, 다소 자극적인 말투로 만담 같은 입담을 뽐내는 예능인이 아니라 본래 축구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주었다.

 

그렇게 안정환의 진심어린 모습이 바탕을 만들어내면서 그는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역시 그의 진가를 끄집어내는 인물은 오래도록 호흡을 맞춰온 김성주였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함께 출연해 축구 얘기보다는 나이트 얘기를 더 많이 꺼내 놓으면서 솔샤르를 미드필더라 했다가 쏟아지는 반발에 축알못(축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방송은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주었다. 첫 출연에 우승. 안정환과 김성주의 조합의 힘을 확인시키는 순간이었다.

 

이 조합이 보여준 성과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MC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어주었다. 정형돈의 부재로 인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인물로서 일일 MC로 참여한 안정환이 결국 고정으로 자리하게 된 것. 여전히 거친 면이 분명하지만 안정환은 프로 MC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형돈과의 비교점을 빗겨갈 수 있었다. 프로 MC를 대신 세우려 했다면 대체불가 정형돈과 비교되며 힘겨웠을 그 자리가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낯선 안정환이 들어오자 색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자리에 들어가면서 그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쿡가대표>에도 자연스럽게 발탁됐다. 명절 파일럿으로 방영됐던 <미래일기>에서도 할배가 된 안정환은 꽤 괜찮은 느낌을 선사했고, <인간의 조건>에서도 특유의 소탈한 모습으로 호감을 만들어냈다.

 

해설에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던 그가 예능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에 대세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예능에서 보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축구에서 보면 스트라이커에 가깝다. 늘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한 번 기회를 잡으면 누구보다 화려하게 센 모습을 드러낸다. 해설에서 거칠게 다가왔던 말투는 예능에서는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직 안정환은 원석에 가깝다. 하지만 늘 새로운 얼굴에 갈증을 느끼는 예능에서 그가 올해의 유망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김성주 없이 홀로서기를 하게 됐을 때 비로소 안정된 방송인으로서의 안정환의 위치가 만들어질 것이지만, 다소 거친 현재의 원석 상태가 어쩌면 대중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젊은 피 광희 신고식, 나이든 <무도> 멤버들에게는

 

쫄쫄이를 입고 나온다는 건 작정했다는 뜻이다. 웃기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예능인으로서의 결연한 의지가, 그 몸매(?)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옷에서는 묻어난다. 그들은 쫄쫄이를 입고 100킬로로 달려 나가는 롤러코스터 위에서 화장을 하고, 짜장면을 먹는다. 거대한 여객기를 맨손으로 끌겠다며 차가운 진흙탕에 빠지고 발 위에 균형을 잡은 채 기내식이라고 제공되는 음식을 입으로 받아먹는 연습과정을 거친다. 잔뜩 더러워진 얼굴에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구르고 또 구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것은 <무한도전> 클래식이라고도 불리고, 한편으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불린다. 벌써 10년 전부터 이들이 시도했던 것들이다. 그 때만 해도 그들은 훨씬 젊었다. 모두가 30대의 미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0대에 저마다 아이를 가진 아빠들이다. 이들 아빠들의 작정한 듯 망가지기로 한 웃음 속에는 깊은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열심히 뛰고 넘어지고 망가지게 만드는가.

 

클래식이라고도 부르는 데서는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난다. <무한도전>과 함께 나이 들어온 시청자라면 정준하가 과거 롤러코스터 위에서 날려 보낸 짜장1의 심지어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명장면의 회고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새내기 광희의 신고식을 겸해 다시 짜장 2호에 이어 짜장3호를 날렸다. 입 안 가득 면발을 물고 얼굴 가득 짜장 범벅이 된 채.

 

하지만 <무모한 도전>이라는 표현에 걸 맞는 힘겨운 미션들은 이 40대 아빠들의 도전에 짠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버님 박명수가 롤러코스터 위에서 새로운 화장품을 어떻게든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어떻게든 그걸 꺼내 얼굴에 바르려는 모습 속에는 웃음을 주기 위해서 뭐든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물웅덩이를 가운데 놓고 서로 잡아당겨 그 진창에 빠뜨리는 미션에서 보여준 박명수의 놀라운 선전은 그래서 아버님이라는 수식과 만나면서 먹먹한 느낌마저 준다.

 

젊은 피 광희의 신고식으로 시도하게 된 <무한도전> 클래식이자 <무모한 도전>이지만 광희보다 오히려 더 빛나는 건 40대 아빠들의 여전히 빛나는 투혼이다. 광희가 허수아비젊은 배영만종이인형그리고 졸라맨이라고 불리는 반면, 이들 10년 간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오며 나이 들어간 아빠들은 여전히 너무도 익숙하게 망가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러니 이들의 웃음을 주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에 감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에는 이제 뭐든 할 수 있었을 것만 같은 젊은 날의 치기보다는 여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의 무게 같은 것도 느껴진다. 그 힘겨운 미션들을 반복하며 이동하는 차안에서 그들끼리 바보처럼 과장되게 아닌데요?”를 반복하며 웃는 모습 속에는 10년 간 함께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동료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힘겨운 상황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웃어야 한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젊은 피 광희는 이들이 웃음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결코 <무한도전>이라는 자리가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 자리는 인기에 군림하는 왕좌가 아니라 진창 위에 몸을 굴리는 가장 낮은 자리라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 아마도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후에도 여전히 쫄쫄이를 입는 걸 서슴지 않을 모습들. 추억에 젖다가 또 웃다가 짠해지는 순간이었다.

 

<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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