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왜 손진영만 뜨지 못할까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인가 아니면 태도의 문제인가. 최고의 화제 예능 <진짜사나이>의 모든 출연자들이 저마다 펄펄 날고 있는 반면, 구멍병사 손진영만 유독 주목받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최근에는 그저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밉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상대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체력에서나 생활 습관 등에서 군대와 영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찌감치 샘 해밍턴과 함께 그는 구멍 병사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샘 해밍턴이 외국인이라는 사실과 저질 체력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오히려 구멍 이미지를 반전시켰던 데 반해, 손진영은 체력도 약한데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 또한 장난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 밉상이 되었다.

 

체력의 문제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경석처럼 나이가 지긋한 병사에게서 청춘의 열혈 체력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고, 샘 해밍턴이나 손진영처럼 젊다고 해도 군대가 요구하는 체력은 늘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자세다. 제 아무리 체력이 못 따라간다고 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오히려 박수 받을 일이다. 구보를 하다가 심지어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샘 해밍턴이 박수 받은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자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보여준 손진영의 모습에서는 도에 지나친 장난스러움이 엿보였다. 스쿼트를 하면서 연거푸 방귀를 뀌고, 윗몸 일으키기를 장난처럼 하더니 심지어 선임의 기록을 세지 않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팔굽혀펴기 운동을 하면서도 그의 장난기는 멈추지 않았다. 선임들은 손진영의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그저 미안하다고 할뿐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사나이>가 진짜 FM 군대생활은 아닌 만큼 약간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일반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만큼 최소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진지한 자세는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일반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기 때문이다. 그 넘어설 수 있는 여지와 넘어서는 안되는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때 연예인과 일반병사들이 함께 하는 <진짜사나이>는 어떤 소통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손진영의 캐릭터일 수 있다. 손진영은 <세바퀴>에 나와 자신이 전역 7년차이고 당시에는 A급 병사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술이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역을 다녀온 손진영이 이런 군대의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을 게다. 따라서 예능적으로 보면 샘 해밍턴과 겹치는 구멍 병사의 캐릭터에서 조금은 차별점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구멍 병사에서 밉상 병사로.

 

하지만 이것은 방송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손진영의 이미지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뭐든 긍정적인 이미지로 활력을 만들어내는 류수영, 새내기지만 풋풋한 청춘을 보여주는 박형식, 두 말할 필요 없는 열혈병사 장혁, 최고참이지만 분위기를 선도하는 김수로, 저질체력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반병사들과의 소통을 이끄는 서경석 그리고 외국인이지만 군대 체험을 하며 군인들의 대단함을 온몸으로 공감해주는 샘 해밍턴. 이렇게 어느 한 구석의 호감을 먼저 만들어놓아야 가끔 하는 밉상 짓도 용인이 되는 법이다.

 

지금 손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그렇다고 그의 모습이 억지로 만들어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대와 군인에 대한 경의나 진지한 자세는 캐릭터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손진영이 본래 예의 없고 진지하지 못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관찰예능이라는 틀에 아직 적응이 덜된 데서 비롯된 일일 게다. 대기만성이라고 했다. 구멍에서 밉상까지 간 손진영. 그가 어떤 반전을 보여준다면 그 감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예체능>의 웃음기 없는 체육과 빵빵 터지는 예능 사이

 

“생활 스포츠인들과의 치열한 경쟁, 그 경쟁을 통해서 스포츠를 알아가고 또 그 숨은 고수님들과 우리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그 진정한 소통이 바로 <우리동네 예체능>이 하려는 것입니다!” 지난 4월24일 필자가 찾은 <우리동네 예체능>의 촬영현장에서 강호동은 한껏 힘을 주어 그렇게 말했다. 그 날은 다음 경기종목인 볼링을 예체능팀에게 처음으로 알리는 방송분이 촬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 스튜디오에 따로 마련된 볼링 레인이 눈에 띄었다. 스튜디오에 아예 볼링 레인을 깔아놓았던 것.

 

최재영 작가는 그렇게 볼링 레인까지 직접 스튜디오에 마련한 것에 대해 “스포츠를 찍다 보니 제대로 찍어야 해서 생긴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인 옆으로는 따라다니며 볼링 공의 흐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가 녹아들어 있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예능이지만 적어도 스포츠에 있어서는 더 이상 예능이 아니었다.

 

이런 <우리동네 예체능>의 자세는 방영된 목동 핑퐁스와의 탁구 경기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웃음기 쪽 뺀 탁구 경기는 마치 스포츠 방송을 보는 것처럼 진지했고 연예인들로 구성된 예체능팀은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주심은 국제 룰에 입각해 심지어 분위기가 깨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엄정했고, 오로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 또한 극도로 차분하게 이뤄졌다. 예능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지해지는 순간,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 진가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지난 회 최강창민이 어이없는(?) 엄청난 점수차로 첫 경기에 지면서 예체능팀의 패색은 짙었다. 잔뜩 긴장한 정은표는 초반에 부진했지만 차근차근 따라잡아 결국 두 번째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분명 실력은 목동 핑퐁스가 한 수 위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 룰에 입각한 서비스 실책을 몇 차례 범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각각 최고령 84세 김창갑 어르신과 목동의 스티븐 시걸 채세종씨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 몇 차례의 서비스 범실 덕분이었다.

 

역시 압권은 예체능팀의 에이스 조달환 선생(?)과 목동 핑퐁스의 에이스 권태호의 경기. 2부 경기에서도 뛴 적이 있는 고수 권태호씨에게 조달환은 객관적으로는 명백히 열세라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한 수 배우겠습니다!”라는 멘트로 상대방이 방심하기를 기다린 심리전은 제대로 먹혔고 결국 경기는 조달환의 승리로 돌아갔다. 권태호씨는 스스로도 “조달환 씨를 얕보았다”며 하지만 빈틈없고 정확하게 계획적으로 준비해온 조달환에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사실 이 경기가 실전 스포츠가 아니라 그저 예능이었다면 강호동과 경기를 펼친 84세 김창갑 어르신이 범한 몇 차례의 서비스 범실은 그냥 넘어가도 무방한 일이었을 게다. 또 이것은 10대9에서 1점을 획득해 11대9로 이수근을 제친 줄 알았던 채세종씨가 뒤늦게 서비스 범실이 드러나 10대10 듀스가 되고 결국 이수근에게 역전패를 당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엄정한 룰의 적용. 하지만 바로 이 점이 그저 예의를 차려 느슨하게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되었다.

 

물론 <우리동네 예체능>은 경기 이외에는 예능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즉 KBS 건물 옥상에 진행된 오프닝에서 조달환과 레인보우 재경과의 즉석 연기나 강호동과 이수근이 만들어낸 톰과 제리 캐릭터는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예능의 맛을 보여준다. 또 경기에 따라 인물을 섭외하는 과정이나 상대팀의 전력을 훔쳐보는 장면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예능의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생활스포츠인들과의 한판 승부는 더 이상 웃기려는 예능이 아니라 진짜 스포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보여준다. 그것이 생활스포츠에 대한 진정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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