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검증한 물대포 위력, 이대로 괜찮을까

 

“15바라는 압력은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습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게 살수차의 안전성(?)에 대해 말했다. 직사되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 살수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그래서 기자들도 살수차의 시연회를 통해 그걸 확인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저 물 뿌리는 시늉만 냈을 뿐, 그 위력을 확인하는 실험은 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한 기자가 나서 방패를 달라며 자신이 직접 맞아 보겠다고까지 나섰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살수차의 압력을 그대로 재연해 실험에 들어갔다. 경찰실험의 보고서에는 그 정도 압력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3미리짜리 유리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현장 검증은 그 장면만으로도 끔찍했다. 같은 강도인 15바로 맞춰 직수한 물에 고정시킨 책상은 부서졌고, 철제 프레임은 휘어져버렸다. 이를 받치고 있는 4백 킬로의 받침돌 두 개가 넘어가 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나무는 산산조각났고 1.2톤의 벽돌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유리가 끄덕 없을 리가 없었다. 3미리 유리는 물론이고 5미리 강화유리까지 훨씬 낮은 수압에도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전직 의경들도 그 직사하는 물대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직사를 당할 경우 버틸 수 없다는 것. 심지어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한다며 인터뷰에 임해 물대포는 안전하게 사용된다는 걸 말하던 또 다른 전직 의경도 당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상을 보고 나서 되게 심각하네요. 저렇게까지 물대포 쏜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탄식했다. 15바의 강도로 직접 물대포를 맞으면 사람 살이 다 찢어져버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물대포의 위력을 전제하고 보면 백남기씨가 왜 사망에 이르렀는가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담당주치의인 백선하는 사인을 병사라고 기록했고, 그 원인을 “6일 전부터 있던 급성신부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을 근거로 명백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측에서 부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부검이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며 유족측이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사실 물대포의 위력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것처럼 현장검증을 통해 미리 보여줬다면 이런 부검 주장이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것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인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본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양심적으로 사인을 병사라 기록했다고 하지만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사람의 사인이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걸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2005년 쌀 개방 반대를 했던 농민대회에서 진압 과정에 자신의 방패에 의해 돌아가신 분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죄의 뜻을 전한 당시의 의경을 인터뷰했다. 당시 공격명령이 있었고 의경은 명령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래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방패에 찍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경찰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사건이 무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고 남용될 때는 치명적이며 따라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이유가 어떻든 국민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청문회장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아닙니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이 다쳤다고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한 이후에 해야 되는 것이지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 검증은 백남기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다. 필요하면 국가기관이 해야 할 현장 검증을 일개 프로그램이 하고 있다는 것. 그 검증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건 많은 시청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검증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이유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도 또 벌어질 수 있는 살수차를 동원한 진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사인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그는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하루속히 그를 편안히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특유의 그 진실에 대한 궁금증에 접근하기 위해 직접 현장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였다

100회 맞은 <비정상회담>이 꼬집은 우리 사회

 

100회 특집으로 준비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진중권의 제안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안건에 따라 자국의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의 잘못된 부분들을 에둘러 비판한 적은 있었지만 대놓고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은 건 흔치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에서 살며 느낀 이런 저런 점들을 그저 끄집어내 놓았지만 그 이야기들은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들을 모두 담고 있었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기욤이 지적한 건 나이 문화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어린 사람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한다는 것. 여기에 대해 제임스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항상 맞는 것 아니고, 또 어리기 때문에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나아가 나이 많은 사람의 기대에 너무 맞추고 싶어서 자기 꿈을 잘 안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은 여러 가지 방법인데 사회의 기준에만 맞추다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욤과 제임스의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첨예하게 겪고 있는 세대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꼰대로 치부하며 세대가 소통하지 못하는 까닭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어른이면 다 맞다는 식의 잘못된 편견 때문이라는 것. 최근 들어 진정한 어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생겨나고 있는 건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해져 있다는 걸 반증한다.

 

일리야와 블레어가 꺼내놓은 건 일상생활의 매너에 대한 것이었다. 일리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보이듯이 서로 양보하는 일상생활의 문화가 약간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블레어는 운전할 때도 배려심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기욤은 아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진 배타성을 잘 드러내준다. 아는 사람끼리는 지나칠 정도로 가깝게 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배타적인 문화.

 

줄리안은 무비판적인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스 같은 걸 봐도 진위를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다수의 의견으로서 그걸 받아들이는 한국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 그는 한국 사람이 자기 색깔을 내기보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려 한다자기만의 생각과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타쿠야는 여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같이 엮이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혼자 뭘 하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했다. 흔히 대세를 따라가는 우리네 문화의 쏠림 현상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다니엘이 지적한 결혼식 주례 선생님 소개 멘트가 너무 타이틀 중심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우리네 스펙사회의 단면이 보였고, “시어머니 문화가 이해 안 간다결혼은 두 가족이 하나 되는 것이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샘 오취리의 지적에서는 우리네 결혼 문화의 문제들이 담겨 있었다. 나아가 한국 빼고 전 세계가 명절이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한 기욤의 이야기에서는 흔히 명절 증후군을 겪는 우리네 명절 풍경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 있었다.

 

직장생활에서도 알베르토는 계약서에 명시된 휴가가 있어도 눈치가 보여 못가는 우리네 직장인의 문화가 가진 부조리함을 지적했고, 타일러는 기욤이 말한 나이 문화와 알베르토의 직장 문화를 함께 거론하며 부당한 일을 당하는데 아랫사람이니 당해야지 하며 사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장유유서가 어른은 맞고 어린이는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며 유교와 권위주의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사실 그들은 느낀 대로 경험한 대로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은 것뿐이지만 그것이 발가벗겨진 우리네 문화의 뒤틀어진 면들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결코 웃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이런 점들이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의 진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문화. 그것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개선의 시발점은 분명히 될 수 있을 테니까

<쿡가대표>, 최현석의 승부보다 멋진 예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한국시리즈라면 <쿡가대표>는 국가대항전이다. 물론 한 예능 프로그램의 요리 대결을 갖고 국가대항전이라고까지 말하는 건 과잉일 것이다. 하지만 <쿡가대표>는 다름 아닌 스포츠를 요리대결에 접목시키고 있고, 그것도 국가대항전이 갖는 긴장감과 예측불허의 다이내믹한 전개를 재미의 주요 요소로 채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쿡가대표(사진출처:JTBC)'

대결이 들어가기 전 서로의 각오와 전략(?)을 얘기하는 모습은 그래서 의외로 비장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해설을 하는 김성주, 안정환, 강호동을 빼고 출전(?)하는 요리사들은 웃음기 쏙 뺀 긴장감을 드러낸다. 한일전, 게다가 원정경기(?)라는 특성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걸 상기시킨다.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실제 국가대항전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실제 스포츠 경기 같은 프로그램의 구성들은 마치 진짜 한일 원정경기를 보는 것만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셰프들이 벌이는 요리 대결은 마치 전쟁 같다. 시간의 한정이라는 긴박감은 축구 경기가 가진 그 박진감을 만들어낸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칼과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익혀지는 재료들 그리고 끓는 물과 기름에 의해 삶아지고 튀겨지는 재료들은 주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요리하는 그들이 마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드리볼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컷 수를 빠르게 나눠 속도감을 높인 연출과 그 위에 덧붙여지는 진짜 스포츠 중계 같은 김성주의 목소리는 1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쿡가대표>는 이처럼 스포츠 국가대항전의 많은 재미요소들을 요리 대결로 끌어왔다. 하지만 대결요소만 볼거리로 집어넣은 건 아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요리들이 만들어질 때의 그 놀라움과 상대방이라고 해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요리에 대한 열정을 보게 되는 순간이 주는 경외감 같은 것이 이 프로그램에는 깔려 있다.

 

전후반 11 상황에서 연장전에 대결을 벌인 최현석 셰프와 상대편 모토가와 셰프의 요리는 이연복 대가가 말하는 것처럼 승패를 떠나 모두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졌다. 모토가와 셰프는 그 짧은 시간에 4개의 불을 다 활용하면서 닭을 활용한 북경오리요리를 선보였다. 반면 최현석 셰프는 닭고기 사이에 푸아그라를 끼워 넣어 만든 치킨 샌드를 만들었다.

 

허세 셰프로까지 불리던 최현석 셰프에게서 웃음기나 허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때론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채 요리하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모토가와 셰프 역시 여유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주방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일전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식의 승패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가까이서 그들의 요리에 대한 진정성을 들여다보게 되자 승패는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결과는 41로 최현석 셰프의 승리. 하지만 최현석 셰프는 결코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함께 요리를 한 모토가와 셰프에 대한 예의였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는 이겼는데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말했다. 모토가와 역시 최현석의 요리를 맛본 후, “이 요리에 진다면 승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승부보다 멋진 예의가 빛난 한 장면이다.

 

사실 요리를 갖고 대결을 한다는 발상은 자칫 잘못하면 비판받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요리는 누구를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실력을 뽐내기 위해 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다만 대결이라는 형식을 통해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요리에 대한 열정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되는 묘미가 더 중요할 뿐. 아마도 이런 순간이야말로 스포츠경기의 방식을 요리 대결로 가져와 흥미진진해진 <쿡가대표>라는 프로그램이 진정 가치 있어지는 때가 아닐까.

<냉장고> 맹기용 논란, 끝없이 제기되는 까닭

 

이번엔 레시피 도용 논란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맹기용을 출연시킨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첫 출연에서부터 줄곧 제기되어온 자격 논란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가지치기를 해가는 형국이다. 그는 연달아 2연승을 거뒀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영 곱지만은 않다. 항간에는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건 이 문제가 맹기용의 문제에서 점점 프로그램의 문제로 커져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호사다마(好事多魔). 현재의 <냉장고를 부탁해>에 딱 어울리는 얘기다. 가장 잘 나가던 그 시점에 맹기용이 출연하면서부터 이런 논란을 반복해서 겪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초반에 간단히 진압될 수 있는 논란이었다. 처음 맹기용 출연에 대해 대중들이 불편함을 드러냈을 때 그걸 선선히 수용했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맹기용에 대한 예의를 거론하며 계속 방송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것이 맹기용 본인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일 처음 만든 맹모닝논란으로 조기 퇴진되고 그것을 맹기용 자신도 선선히 받아들였다면 그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 강행은 이미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맹기용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는 그를 두둔하는 셰프들의 이야기까지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번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 이른바 오시지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에 대한 써니의 리액션이나 셰프들의 반응 하나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맹기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에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레시피 도용이라는 문제제기 역시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즉 이 프로그램은 <한식대첩>이 아니다. 경합 자체보다는 15분 만에 한정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보이는 일이 중요한 것. 어딘가 있는 레시피를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이 터지는 건 맹기용에 대해 대중들이 갈수록 불편한 시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엄친아 이미지와 짧은 요리 기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방송과 광고에 입성한 이미지는 이런 불편함을 더욱 크게 만든 요인들이다. 맹기용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어찌 보면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대중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존재처럼 인식됐다는 점이다.

 

이건 캐스팅 논란에 가깝다. 그러니 방송을 통해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중들의 이런 반응이 의외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볼 권리를 시청자가 가진 만큼, 시청자들을 보지 않을 권리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맹기용은 이런 시선 속에서는 열심히 하고 또 대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콘텐츠로 승부해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 어떤 쿡방과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이 프로그램을 주목시켰고 거기 출연한 셰프들 또한 스타덤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와 함께 필요한 건 소통능력이다. 소통의 부재는 작은 일도 크게 만든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통해 겪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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