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은 끝물? <>이 보여준 또 다른 가능성

 

<>은 그저 그런 오디션 소재의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다지 많은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은 작품인지라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은 거의 바닥에 가깝다. 하지만 이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은 것이 별 기대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작품 자체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건 영화가 시작된 후 단 몇 분만이면 충분하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로 시작하는 비틀즈의 곡 ‘Golden Slumber’를 왕년의 잘나갔던 가수 나나 누들만(제니퍼 허드슨)이 부르는 그 장면은 동물이 부른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장중한 느낌이 주는 묵직함과 동시에 코믹함이 뒤섞여 있다.

 

사진출처:영화<씽>

그 묵직함과 코믹함은 <>이 가진 두 가지 결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동물들이 부르는 놀라울 정도로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은 처음에는 그 어색한 진지함에 웃음이 터지지만 차츰 그 각각의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들고 나면 어느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감동을 경험하게 만든다. 스토리와 메시지가 있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으니 이보다 좋은 궁합이 있을 리 없다. 우리가 흔히 봐오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노래 한 곡이 기적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경험. <>은 우리에게 이제는 한 물 갔다고 평가되는 오디션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할 때 여전히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슈퍼배드>,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으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의 작품답게 <>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톡톡 튀는 캐릭터다. 사실상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캐릭터에 현실감이 부여되자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노래만이 아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지만 우리들조차 쉽게 빙의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바닥에 떨어지면 뭐가 좋은지 알아? 올라갈 길밖에 없다는 거야, 위로 쭉!” 이 한 마디가 설명해주는 <>의 주인공 버스터 문(매튜 맥커너히)은 점점 기울어만가는 극장을 살리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제안하는 코알라. 그가 처한 상황은 힘겨운 현실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물다섯 쌍둥이 아기돼지를 돌보다 자신의 존재를 점점 잃어가는 엄마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실연당하지만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고슴도치 로커 애쉬(스칼렛 요한슨), 범죄자 아버지에서 벗어나 가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고릴라 조니(태런 애저튼), 놀라운 가창력을 가졌지만 무대 공포증으로 도망치기만 했던 코끼리 소녀 미나(토리 캘리). 그 누구 하나 현실적인 공감을 주지 않는 캐릭터가 없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하나하나는 그래서 그저 노래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힘겨운 현실을 어루만지는 위로가 된다.

 

<>에 특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열광하는 까닭은 이런 현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 덕분이다. 아이들은 그 음악의 흥겨움과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상황들이 주는 재미에 빠져든다면,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별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온 어른들은 아이보다 더 박장대소하다가 어느 순간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여기에 깔리는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들이 추억 돋는 감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오디션은 그 뻔한 스토리로 인해 끝물인지 몰라도, <>이 보여주는 오디션은 그 현실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캐릭터들로 인해 새삼 오디션의 재미를 복원시켜주고 있다

<팬텀싱어>, 하모니를 오디션의 동력으로 삼은 까닭

 

음악의 본질이 본래 심금을 울리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JTBC <팬텀싱어>는 그 음악의 본질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케이윌이 부른 꽃이 핀다라는 노래가 이토록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라는 건 손태진과 김현수의 화음을 통해서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손태진의 목소리가 조용히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다면 김현수는 그 위에 제목 그대로 꽃을 피웠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노래가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건 단지 그 노래가 자체가 슬퍼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노래를 들은 김문정 심사위원은 아름다워서눈물 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감정과 마음과 생각이 노래를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고 그 순간 모두가 그 속에서 같은 감정 속에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이 오디션에 출연한 이들이 노래에 있어서는 저마다 한 자락씩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지만,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은 가창력만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아니다.

 

<히든싱어>에 김경호의 모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인물 곽동현은 <팬텀싱어>의 첫 무대에서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를 불렀다. 물론 엄청난 록 스피릿과 자유자재의 고음을 드러내준 무대였지만 그것이 굉장한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긴 어렵다. 심사위원들도 그래서 노래 잘 하는 사람 뽑는 게 아니라며 선을 그으려 했지만 그에게 기회를 준 건 노래를 통해 그가 어떤 성장을 보일 것인가를 궁금해하는 손혜수 심사위원 덕분이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했던 걸까. 곽동현은 성악가 이동신과 무대를 준비하며 자신을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준비 끝에 그와 이동신이 무대에서 부른 카루소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매일 매일 기다려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뭘 모르는 아이처럼 불렀던 노래라면, ‘카루소는 완벽히 절제되어 성숙된 목소리가 부르는 노래였다. 김경호 모창가수라고 불리던 그의 딱지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연극인으로서 독학으로 노래를 배운 이벼리는 첫 무대에서 달의 노래를 부르며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듬뿍 담아 마치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부르는 노래. 하지만 이벼리가 천재적인 카운터테너 이준환군과 함께 부른 동요 어느 봄날은 그 개인적인 기량보다 두 사람이 서로 맞춰나가는 그 화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말문을 잇지 못하고 노래에 빠져드는 관객들이 느꼈을 기적 같은 감흥이라니.

 

윤소호와 박정훈이 부른 참 예뻐요는 뮤지컬 <빨래>의 한 대목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한 여성을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 굉장한 고음을 보여주거나 혹은 가창력을 드러내는 구석이 별로 없는 이 노래는 그러나 노래가 담고 있는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 노래에서는 사랑과 아픔과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윤소호는 이 노래를 그 상황에 몰입하려 애쓰며 불렀다고 했다.

 

<팬텀싱어>가 남성 4중창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을 때부터 아마도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힐링 오디션의 길을 예고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기량이나 개성을 마구 끄집어내 뽐내기보다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맞춰나가는 것. 그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 오디션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화음을 내기가 곤란한 조합에서 우리는 더더욱 기적 같은 무대들을 경험하게 됐다. 안될 것 같았던 화음이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주는 감동이 주는 힐링의 경험.

 

형식적으로도 <팬텀싱어>는 성숙되어가는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힐링의 순간을 제공한다. 즉 처음에는 홀로 나와 독창하던 그들이 서로서로 만나 듀엣을 이루고 그 다음에는 트리오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궁극적인 목표인 4중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은 조화를 차츰 이뤄가는 그 성숙의 과정과 다름이 아니다. 여타의 오디션들이 자극적인 경쟁과 자신의 끼를 드러내는 것을 하나의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 경쟁과 개인적 기량이 아닌 함께 이뤄가는 어떤 과정이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주기 마련이니.

오디션은 식상해? <팬텀싱어>가 뛰어넘은 한계

 

듣고만 있어도 빠져든다. 뮤지컬과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낯설기보다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거기에는 가요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듣는 이의 귀가 아니라 영혼을 건드리는 어떤 것. 요즘처럼 가슴이 턱턱 막히는 시국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자락을 듣거나 <노틀 담의 꼽추>대성당의 시대같은 노래를 듣는다는 건 남다른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치 답답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영혼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런 경험.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JTBC <팬텀싱어>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첫 회 시청률이 1.7%(닐슨 코리아)에 머물렀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형식 자체가 식상한 포맷이 되어버렸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종의 선입견이라는 걸 깨주겠다는 듯 소름끼치는 실력을 갖춘 출연자들이 하나 둘 무대에 올라오면서 <팬텀싱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회에 가볍게 2%를 넘긴 시청률은 3회에는 2.6%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보통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첫 회 첫 출연자에 대한 주의 집중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첫 출연자는 마지막까지 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하지만 <팬텀싱어>의 첫 출연자 무대는 사뭇 달랐다. 첫 출연자인 대학생 최경록이 <오페라의 유령>‘Music of the night’을 부르고 나자 윤종신과 윤상 같은 기존 가요 오디션 심사를 했던 심사위원들은 적이 놀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뮤지컬 음악감독 김민정 심사위원은 달랐다. 그런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최경록의 첫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이 <팬텀싱어>의 최고점을 보여줬다기보다는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한 무대가 되었다.

 

두 번째로 나온 고은성은 마치 그 기준점을 넘어선 무대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듯 안정되면서도 속으로 꾹꾹 감정을 눌러 담으며 부르는 <노틀담의 꼽추> ‘대성당의 시대로 심사위원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너무 독특한 카운터테너의 놀라운 기량을 보여줘 중창단을 뽑는 이 오디션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중학생 이준환 군의 무대는 마치 모차르트 시대로 우리를 돌려놓는 듯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뮤지컬의 강점이 노래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연기를 통해 스토리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듣는 이들을 더욱 몰입시켰다면, 성악은 갈고 닦여진 그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낸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줬다. 윤민수의 보컬트레이너였던 성악가 유슬기가 부르는 ‘Granada’나 맨해튼 음대출신의 이동신이 부르는 ‘Nessen Dorma’ 같은 무대는 단번에 성악의 매력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이어진 건 김문정 감독의 지휘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이었다.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 박유겸은 뮤지컬 <Love never dies>‘Till I here you sing’을 혼자 부를 때와 김문정 감독의 지휘를 받으며 들을 때 확연히 달라지는 무대를 확인시켜줬다. 결국 <팬텀싱어>가 추구하는 건 개개인의 역량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역량들이 하나로 뭉쳐져 하모니를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팬텀싱어>는 첫 출연자부터 현재의 11대결 미션 무대까지 점층적으로 뮤지컬과 클래식 그리고 가요가 엮어지며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의 다양한 매력들을 하나씩 쌓아가며 보여줘 왔다. 뮤지컬의 묘미를 순차적으로 보여줬고 여기에 성악이 가진 매력이 곁들여졌으며 나아가 곽동연과 이동신이 함께한 카루소같은 록과 성악이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줬다.

 

확실히 요즘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제 그 패턴이 읽힐 정도로 식상해진 게 사실이다. 그나마 새로운 출연자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기대를 주기도 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그러니 복면을 쓰거나 차양막에 가려진 곳에서 얼굴을 숨긴 채 노래를 하는 히든콘셉트가 오디션에 추가된 건 이런 읽히는 패턴을 지워내고 게임적 요소들을 가미함으로써 식상함을 넘어서려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안간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결국 오디션의 본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오디션은 음악이 주는 감동 그 자체에 맞춰질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팬텀싱어>는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클래식과 뮤지컬을 소재로 가져옴으로써 음악이 주는 감동이라는 그 오디션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결국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숙제는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의 새로운 묘미나 매력들을 꺼내놓는 것에 있다는 걸 <팬텀싱어>는 그 영혼을 울리는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슈스케>의 부활, 관건은 역시 출연자

 

아마도 잠시 채널을 돌리다 어 슈퍼스타K?” 했던 분들이 많았을 게다. 그만큼 이번 <슈퍼스타K 2016>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그머니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의 <슈퍼스타K>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확실히 오랜 시즌을 거듭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오디션 트렌드가 한 물 지나간 요즘, <슈퍼스타K>는 이제 뜨거운 아이템은 아니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린 <슈퍼스타K 2016>에서 지리산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한 소년이 시선을 잡아끈다. 시즌3 때부터 출전했지만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는 김영근이라는 소년. 영 노래 잘 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인데다 시골스러움이 묻어나는 어눌함이 오히려 시선을 끄는 건 오디션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오디션 준비생들이 그토록 많아졌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 소년 준비한 곡이 예사롭지 않다. 샘 스미스의 ‘Lay me down’. 무반주로 웅얼대는 듯한 시작 부분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만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는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다. 분명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의 울림이지만 그 소울은 길이 말한 것처럼 듣도 보도 못한영근이만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 소년이라는 자막이 그 목소리와 너무나 딱 어울린다.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그러려니 했던 심사위원들의 눈이 번쩍 떠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샘 스미스의 팝송이 주는 어떤 느낌 때문이 아닐까 의심스런 심사위원은 우리 노래를 한 곡 더 청해 듣기로 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웬 걸? 영근이가 부르는 윤종신의 탈진은 그 소울에 가사가 주는 맥락까지 얹어져 더 마음을 쥐고 흔든다. 잠깐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된 <슈퍼스타K 2016>.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된 건 영근이 같은 출연자 덕분이다.

 

<슈퍼스타K 2016>은 심사위원도 방식도 많이 바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연자가 노래할 때 오른쪽 하단에 시한폭탄이 돌아가듯 시간이 뚝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래를 들으며 심사위원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간이 더해져 노래를 더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반주가 끊기고 자동 탈락된다. 아마도 훨씬 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게다.

 

심사위원들도 인원이나 구성이 바뀌었다. 용감한 형제는 예전 <위대한 탄생>에서 했던 심사에 있어서도 어떤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역시 새로 참여한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와 때때로 각을 세운다. “똘끼가 장난이 아니다”, “미쳤다같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슈퍼스타K><쇼미더머니>처럼 만드는 인물이다.

 

마치 보스처럼 앉아 참가자들을 동생 대하듯 얘기하는 길은, 리액션에 있어서 거침없고 솔직한 에일리와 마치 삼촌-조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김범수나 김연우는 보컬에 집중한다. 거미는 노래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소울에 깊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근이가 노래할 때 그녀는 그 친구에게 노래가 어떤 위안을 줬을 지까지를 미루어 짐작한다. 울컥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 구성과 오디션 방식의 변화들이 제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역시 <슈퍼스타K>를 주목시키는 건 출연자다. 지리산 소울을 단박에 보여준 영근이나, 4차원의 가벼움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노래를 할 때는 놀라운 연주 실력과 그루브를 보여준 18세 소년 김예성,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귀와 눈을 번쩍 열리게 만든 이지은 같은 보물들이 <슈퍼스타K 2016>을 새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시 <슈퍼스타K>의 부활의 관건은 보물 같은 출연자들에 달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