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해왔다.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아이돌, 힙합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음악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지 않은 것이 죄라면 죄일 뿐.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 어게인>은 그런 점에서 이러한 오디션 형식이 아닌 여행과 버스킹이라는 형식 속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시도했던 <바람에 실려>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또 간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 프로그램은 당시 오디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을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져왔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됐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날아가 그 영화 속 버스킹이 등장했던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영화라는 원천적인 스토리의 밑그림이 있고, 그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명곡들을 유희열의 반주와 함께 이소라와 윤도현이 부른다는 그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마력 같은 힘이 집중되는 건 역시 이소라다.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 때 ‘바람이 분다’를 불러 단 몇 초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가수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소라가 노래를 부르는 그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조리는 것처럼 조곤조곤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쉽게 깨질 것 같은 유리병 같아서 듣는 이들조차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듣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어떤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이미 <원스>를 봤던 많은 관객들이 그 감동의 원천이 바로 거기 등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통해서였다는 걸 확인했듯이,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가지려는 그 진정성이 발견된다. 버스킹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을 그렇게 만든다. 길거리,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노래를 듣게 하며 그 노래에 심지어 감동을 하게 만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 그 버스킹이라는 행위 속에는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우리네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설정은 저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음식처럼 음악도 사람과 사람을 공감시키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윤도현의 긴장감 속에는 그래서 어떤 기대감이 뒤섞인다.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는 더블린의 숙소에서 연습 삼아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노래를 평가했지만 거기 함께 연주한 유희열이나 노래를 듣는 노홍철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노래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블린, <원스>, 버스킹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얹어 부르는 노래. 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녀의 노래가 어떤 힐링으로 다가온 이유다.

일찌감치 시즌2 예고한 ‘팬텀싱어’, 어떤 숙제 남겼나

프로듀서 윤종신이 술회했던 것처럼 “조기종영만 하지 말자”고 제작진이 얘기했던 프로그램이지만, JTBC 오디션 <팬텀싱어>는 일찌감치 시즌2를 예고해놓았다. <팬텀싱어>는 그 파이널 무대를 마치면서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를 통해 못을 박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그만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팬텀싱어>가 얻은 성과는 컸다. 시청률은 2%대에서 시작해 5%까지 치솟았고 프로그램은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프로그램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이었다. 이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부른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넘어 마음을 어루만졌고 입소문은 속삭임에서 함성으로 커져갔다.

파이널에 오른 12명의 면면을 보라. 이번 <팬텀싱어>의 우승을 한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의 고훈정은 뮤지컬 배우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살려 노래를 극적으로 구성하고 프로듀싱하는 팀의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했고, 성악가 김현수는 음악에 클래식한 품격을 세워주었으며, 손태진은 감미로운 바리톤의 매력을 새삼 시청자들에게 알게 해주었고, 이벼리는 연극인으로서 그저 노래가 아닌 몰입을 통한 연기를 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2등을 한 인기현상 팀은 거의 운명에 가까운 커플(?) 백인태, 유슬기는 성악 베이스로서의 이태리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었고 여기에 항상 안정감을 주는 바리톤 박상돈과 이번 <팬텀싱어>로 모창가수가 아닌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낸 원킬 곽동현이 있었다. 3등을 했지만 흉스프레소 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남성 4중창의 진수를 보여준 팀이었다. 꽃미남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고은성과 역시 뮤지컬배우로서 록커 같은 고음까지 가능한 백형훈, 남성적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바라톤 권서경, 흑소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테너의 매력을 보여주는 이동신이 그들이다. 

물론 이 12명의 파이널 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팬텀싱어>를 빛낸 얼굴들은 그 외에도 넘쳤다. 중학생이지만 놀라운 카운터 테너로 노래에 어떤 신비감까지 만들어줬던 이준환군. 뮤지컬배우로서 남다른 끼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박유겸, 꽃미남의 외모에 특유의 저음의 매력을 들려준 류지광, 괴물성량의 성악가 최용호와 미성의 짜잔형 정휘 등등 그들은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팬텀싱어>의 진정한 주역들이었다. 

<팬텀싱어>가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오디션을 통해서도 이처럼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갖고 있는 대단한 기량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대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의 기량들이 4중창으로 자신들의 장점들만을 모은 데다, 무엇보다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그 열정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뮤지컬배우, 성악가들이 합류하면서 지금껏 여타의 오디션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오디션의 성공비결이다. 특히 이태리 뮤직은 <팬텀싱어>를 통해 새롭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이미 시즌2를 예고할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기대감이 한껏 올라간 만큼 남은 아쉬움과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파이널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 겪던 음향 문제를 남겼다. 라이브 방송은 음향 보정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존 녹화방송이 들려줬던 음향만큼의 음악적 질을 선사하지 못했던 것. 그간 귀호강 프로그램으로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이러한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의 떨어지는 음향 문제는 <팬텀싱어> 시즌2의 큰 숙제로 남았다. 

또한 진행자들의 문제 역시 <팬텀싱어>의 오점으로 남았다. 전현무와 김희철은 녹화방송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희미했고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는 진행이 무대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냉엄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높은 품격의 무대들과 전현무, 김희철이라는 MC들의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었고, 특히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서 성의 없어 보이는 시상은 심지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팬텀싱어>는 놀라운 기량을 가진 출연자들의 정성스런 무대를 통해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성과만큼 남은 숙제들은 더 많아졌다. 시즌1이 남긴 숙제들을 해결하고 시즌2는 더 멋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었고 그 세계의 매력은 이미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으니.

개성과 조화, <팬텀싱어>에 대중들이 열광했던 까닭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음악예능은 끝물이라는 얘기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의 현재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예능은 나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오디션 혹은 음악예능이라는 그 형식적 틀이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탓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경쟁과 서바이벌을 전면에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이나, “나 노래 잘해!”하고 외치는 듯 노래하는 음악예능의 가창력 뽐내기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린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 틀을 깨버리고 음악의 새로운결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금 끌어 모은 오디션이자 음악예능이 있다. 바로 JTBC <팬텀싱어>.

 

신의 한 수는 기존의 오디션과 달리 남성 4중창단을 뽑겠다는 <팬텀싱어>의 목표 그 자체에 있었다. ‘남성 4중창단이기 때문에 대중가수들은 물론이고 뮤지컬 배우, 성악가, 보컬 트레이너 등등 다양한 음악적 바탕을 가진 출연자들을 한 틀로 모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출연자들은 4중창이 갖는 음악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곽동현처럼 이미 <히든싱어>에서 원킬로 불리던 록커가 이동신 같은 성악가와 함께 부르는 ‘Caruso’, 뮤지컬 배우 고은성과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이 부르는 ‘Musica’ 또 뮤지컬 배우 고훈정과 카운터 테너 이준환이 부른 ‘Danny boy’ 같은 곡들은 모두 이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어디서도 느끼기 힘들었을 무대였다.

 

클래식과 뮤지컬 그리고 가요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또한 이탈리아 음악이라는 우리네 현 대중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가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나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이 부른 ‘Odissea’ 같은 곡들은 낯설지만 감미롭고 클래시컬한 이탈리아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팬텀싱어>가 기존의 오디션과 달랐던 건 4중창이라는 특색에 맞게 단 한 사람의 우승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4명이 한 마음으로 하모니를 낼 수 있는 팀을 뽑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각각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4명이 함께 하게 되면 각자 장점들만을 최적화해 하모니를 구성함으로서 최고의 음악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단점은 고치라고 하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주로 해왔던 방식이라면 <팬텀싱어>는 오히려 장점만을 드러내라고 하는 것이 그 새로운 방식이다. 그래서 저음이 매력인 바리톤은 그 부분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주기만 하면 된다. 굳이 고음까지를 스스로 커버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특히 우리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그것이 환기시키는 우리네 현실의 모습들 때문이기도 했다. 경쟁적인 현실, 공정한 심사 같은 것들이 그래서 오디션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 오디션에서는 고음이든 저음이든 또 노래든 춤이든 심지어 끼까지 가진 팔방미인들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팬텀싱어>는 모든 걸 다 잘해내기보다는 자신이 잘 하는 걸 최대치로 이끌어 내주고 또한 타인과의 하모니를 통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에 열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단지 무한경쟁만이 아닌 개성과 조화는 지금 우리네 사회에서 희구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틀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디션은 끝물? <팬텀싱어>는 오디션이 아니다

 

분명 노래에 점수가 매겨지고 누군가는 합격하며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러니 그 형식적 틀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JTBC <팬텀싱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큰 건 이번에는 저 조합의 중창단이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드디어 본격적으로 4중창단이 꾸려져 첫 선을 보인 <팬텀싱어>의 시청률이 4.4%(닐슨 코리아)로 반등하게 된 건 그런 이유다. 고훈정, 이준환, 이동신, 손태진이 구성한 울트라 슈퍼문팀이 꾸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 방송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전체를 잘 리드해온 고훈정이라는 리더십,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슬픔이나 경건함을 부여하는 이준환의 카운터테너 목소리에, 굵직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이동신과 감성 가득한 울림이 있는 손태진의 조합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그간의 무대를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혼자 솔로로 부르며 자기 기량을 뽐내는 그런 무대가 아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는 이준환군을 배려하기 위해 당일 날 곡 구성 자체를 전부 바꿔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를 배려한 마음들이 노래의 하모니를 통해 전달되는 장면을 보며 가사의 의미는 잘 몰라도 어떤 경건한 느낌에 바다 같은 심사위원이 눈물을 떨어뜨리는 건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팀을 꾸리게 되어 한 팀이 된 류지광, 김현수, 정휘, 최경록의 하이브리드 팀 역시 마찬가지다. 예쁜 음색을 가졌지만 다소 불안한 음정들이 있는 정휘의 경우 네 명이 함께 부르며 서로 빈 구석을 채워주자 오롯이 자신의 장점만을 잘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문세의 집으로를 리메이크해 부른 이 팀의 노래는 그 누구보다 하모니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형훈, 윤소호, 고은성, 권서경으로 구성된 빈센트 권고호 백작 팀은 역시 꽃미남 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엄청나게 몰아치는 강렬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시켰다. 유슬기, 백인태, 곽동현, 박상돈으로 구성된 인기현상 팀은 셀린 디온의 ‘I Surrender’를 절정의 고음의 향연으로 만들어냈고, 박유겸, 오세웅, 이벼리, 기세중의 8890 팀은 김경호의 아버지를 진솔한 마음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실력들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 실력을 뽐내기보다는 타인과 하모니를 이루는 그 무대들은 더 이상 심사위원들의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이런 무대에 점수를 매기냐며 힘겨워 했고 결국 4중차 오디션 끝에 떨어진 네 명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된 무대를 보며 그 안타까움에 역시 눈물을 훔쳤다.

 

<팬텀싱어>는 그래서 오디션을 뛰어넘었다. 이 오디션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오디션은 없었고 또한 평가를 위한 심사도 있을 수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각각의 서로 다른 음색들이 모였지만 그것이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과, 그 장면을 보며 관객은 물론이고 시청자 그리고 심사위원까지 한 마음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오디션의 목적이 당락을 앞세운 자극이 아니라 더 좋은 하모니의 광경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던 것. 금요일이면 이제 귀호강 시간으로 자리한 <팬텀싱어>는 제목에 걸맞게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령 같은 오디션이 되었다. 다음 금요일을 못내 기다리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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