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
'왜그래 풍상씨' 문영남 작가의 선택, 역발상인가 시대착오인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1. 12. 10:45
‘왜그래 풍상씨’ 돌아온 문영남 작가의 가족극, 이번에도 통할까‘가족은 힘인가, 짐인가?’ KBS 수목드라마 의 기획의도에 들어간 이 한 줄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압축해놓은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1인 가구가 보편적 삶이 되어가고 있는 가족 해체 시대에 특이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것도 트렌디한 장르물들이 주로 편성되는 수목의 시간대에. 아마도 보통의 작가가 수목극에 가족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면 결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게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다. 항상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늘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작가이고, ‘민폐캐릭터’가 항상 등장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하는 비슷한 드라마 공식을 활용하지만 그..
-
'키스먼저' 감우성, "사랑해요"보다 짠한 "사랑할까 해요"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3. 14. 09:59
‘키스 먼저’ 감우성·김선아, 종점커플에겐 위로가 사랑이다버스, 오래된 디스크맨, 김동률의 노래 그리고 같이 앉은 연인. 이런 풍경 속에서라면 누구나 새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 의 그 아련했던 첫사랑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의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이 이 풍경 속에서 주는 느낌은 어딘가 처연하다. 손무한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고 노래를 듣다 잠이 들어버린 안순진과 그를 깨우지 않고 끝내 종점까지 함께 가는 손무한에게서 삶의 피로 같은 게 느껴져서다. 수면제 없이는 잠 못 드는 안순진의 그 피로를 그저 가만히 기대게 해주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처럼, 그들도 이제 인생의 막판을 향해 가고 있다...
-
'키스', 감우성·김선아에게 스킨십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3. 7. 10:40
‘키스 먼저’, 김선아는 잊어버린 걸 감우성이 기억한다는 건‘그는 기억하고 그녀는 잊어버린 것.’ SBS 월화드라마 는 매회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런 제목의 짧은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그 이야기에는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의 이미 과거에 얽혔던 사연들이 소개된다. 둘 다 이혼을 하고난 후 흔들리는 기내에서 처음 마주하던 때와, 그 날 아무도 없는 한겨울 동물원을 찾은 순진을 무작정 따라갔던 무한과, 거기서 자살 시도를 했던 순진을 구해냈던 무한의 이야기 등이 그 에필로그에 담긴다.그 에필로그가 보여주는 짧은 이야기 속에는 무한과 순진이 왜 지금처럼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들이 제시된다. 무한은 이혼 후 세상과 거의 연결고리를 갖지 않은 채 이제 병들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과 함께 ..
-
'오 마이 금비', 이 아이 앞에 모든 어른이 유죄인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11. 25. 10:43
어른 같은 아이가 전하는 애들 같은 어른 세상 “이 숟가락 무겁다. 무거워서 좋아요. 이모랑 살 때는 즉석밥 많이 먹었거든요. 설거지거리 안 생기게 일회용 숟가락으로. 밥을 거의 다 먹으면 숟가락으로 그릇 바닥을 긁게 되잖아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플라스틱 바닥을 긁게 되면 너무 가벼워서 튕겨나가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이상해져. 먹은 밥도 날아가 버릴 것 같고.” 이제 열 살짜리 아이 금비(허정은)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이 아이는 곧 자신이 보육원에 가게 될 것이라는 걸 안다. 애써 아이를 보살피려 노력했지만 부모도 친족도 아닌 강희(박진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고작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주는 것뿐.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툭툭 치는 금비는 그 소리가 좋다고 말..
-
'직장의 신', 이 땅의 미스 김과 정규직에게 고함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4. 24. 09:41
, 능동적 비정규직과 파리 목숨 정규직... 눈물 난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미스 김(김혜수)의 도발적인 말에 장규직(오지호)는 “예의가 없다”며 발끈한다. 그러자 미스 김이 한 마디 덧붙인다. “그런 예의는 정규직들끼리 지키십시오. 저에게 회사는 일을 하고 돈 받는 곳이지 예의를 지키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게 있을까 싶지만 그녀는 이른바 능동적 비정규직이다. “IMF 이후 16년 비정규직 노동자 8백만 시대에 이제 한국인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된” 시대에 그녀는 왜 능동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집하게 됐을까. 그것은 이른바 ‘미스 김 어록’이 되어버린 명대사들을 통해 미루어 알 수 있다. ‘업무의 ..
-
'장옥정'의 부진, 김태희만의 문제일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4. 18. 09:09
의 끝없는 추락, 그 이유는 뭘까 역시 김태희의 사극 캐스팅은 무리수였나. 의 시청률이 7%대까지 추락하면서 그 원인으로 김태희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색한 표정 연기와 어려운 사극 톤에 어울리지 않는 발성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의 부진은 과연 온전히 김태희의 연기력 부족 때문일까. 물론 김태희의 연기력은 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되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극 특유의 맛을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극의 대사 톤은 현대극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일상적인 발성으로는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사극 특유의 연기 톤을 자기 특유의 색깔과 맞춰 자기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김태희의 목소리는 복색만 한복을 입었을 뿐, 현대극의 그것과 그다지 달라 ..
-
'직장의 신', 이 비현실적 계약직에 공감하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4. 4. 08:59
, 계약직의 비애 뒤집는 블랙 코미디 은 1997년 버블경제의 허상이 드러나며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 일명 계약직이라는 신인류의 탄생(?)을 보여주는 짤막한 다큐 영상으로 시작한다. 똑같이 일해도 월급은 정규직에 반에 불과하고, 언제 잘릴 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인 계약직의 문제는 삼류대를 나와 3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정주리(정유미) 같은 인물에게는 우울한 현실이다. 어떻게든 정규직의 관문을 넘어서기 위해 계약직이면서도 밤을 새워 문서를 정리하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뭐든 하려는 정주리라는 인물의 처절함은 이 땅의 비정규직들이 매일 겪는 비애일 것이다. 은 이 지독한 현실을 밑그림으로 그려 놓고 그 위에 미스 김(김혜수)이라는 판타지를 세워놓는다. 우울한 ..
-
'추노', 이 남자들이 주목되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1. 8. 09:41
드라마 속에 어른거리는 루저와 남자 언제부턴가 남자와 '루저'라는 단어가 만나면 폭발적인 반향이 일어나는 사회가 되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 여대생이 건드린 이 '루저'라는 뇌관은 그잖아도 힘겨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꾸만 위축되어가는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니었다. 김혜수와 유해진의 연애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이 단어는 다시 등장했다. 외모와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의 연애담에 대한 이야기는 이상할 정도의 열기를 띄었다. 그 기저에는 루저와 위너라는 남성들의 마음 한 구석에 담겨진 불씨가 들어 있었다. 실제 사회 속에서 우리네 남자들의 상황은 그다지 썩 좋지 않다. 남자들은 여전히 가장이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있으면서도, 여성성의 사회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