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담아낸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위한 헌사

 

어쩌다 보니 유명해졌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마련한 '어쩌다' 특집은 어느 날 갑자기 화제의 인물이 된 이들을 초대했다. '운명'과 '우연' 사이에서 어떤 걸 더 믿느냐는 이날의 공식 질문에서 여기 출연한 인물들은 '우연'을 더 믿을 수밖에 없는 '어쩌다' 유명해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유명해진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가를 만나서 찬찬히 들어보니 그걸 우연이라 말하긴 어려웠다. 이들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 인물로 등장한 자기님은 독특한 졸업사진으로 SNS에서 화제가 된 정상훈 교사였다. 마치 아기처럼 학생에게 안겨 찍고, 고목나무에 매미 붙어 있듯이 학생에게 착 달라붙어 찍고, 심지어 신부 여장을 하고 찍은 졸업사진들. 보기만 해도 빵 터질 수밖에 없는 사진들 속에 정상훈 교사가 있었다. 또 수학여행이나 축제 장기자랑에서 춤을 춰 학생들의 환호성을 받는 선생님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처음부터 그런 선생님을 좋게만 보지는 않았지만(물론 나중에는 달라졌다고 한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3 학생들을 오래 맡다보니 학생들이 가장 즐거울 수 있는 졸업사진 찍는 시간에 좀 더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게 해주고 싶었다는 것. 축제를 위해 춤을 연습하기도 한다는 선생님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미 준비된 분이었다. 졸업생들이 찾아올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는 선생님은 언제든 연락하라며 졸업한 학생들이 자신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SS501 'U R MAN', 바다 'MAD', 제국의 아이들 'Mazeltov' 등 다수의 수능금지곡을 작곡한 한상원 작곡가 역시 그 결과가 모든 작곡가들의 바람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기고픈 곡을 써온 것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수능금지곡이 아닌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곡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촬영장을 흥으로 가득 채워버린 이른바 'BTS 여고생'으로 불리는 조회 수 700만의 주인공 김정현양은 그가 그렇게 유명해진 것이 마침 그 때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틀어주신 선생님과 거기 맞춰 춤을 추게 된 자신을 찍어 올려준 친구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느껴지는 건 김정현양이 늘 긍정적이고 열정 넘치게 모든 일들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1학년 1,2학기를 모두 4.5만점으로 과톱을 하고 있다는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인싸가 된 건 바로 그 열정적인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출연한 조규태, 조민기 부자의 사연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안중근 의사 공판 속기록을 일본 경매에서 낙찰 받았다는 조규태씨는 그 투자가치를 보고 아들에게 물려 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도 아들도 이런 중요한 사료가 자신의 집 금고에 들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에 국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기증 방법을 몰라 청와대에 택배로 보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청와대 초청을 받기도 했었다고 했다.

 

남다른 아들 사랑이 느껴지는 아버지는 소장 중인 문화재 20여 점을 추가 기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끔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제가 뭐 애국자도 아니고 그냥 국민의 한 사람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친일파 후손들이 있잖아요. 왜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런 권력을 누려야 되고 호의호식을 해야되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는 사람인데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안 그렇잖아요. 다 어려우시잖아요." 유재석은 아버지의 이런 일이 돈으로는 매길 수 없는 일들을 아들에게 유산으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 유명해진 사람들을 주제로 삼아 마련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지만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저 '어쩌다'는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은 먼 미래를 계획하려 한 건 아니지만 대신 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그것이 결실이 되어 어느 날 툭 그들 앞에 떨어졌을 뿐. 그래서 이 날 방송은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분들을 위한 헌사처럼 보였다. 그런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에 대한.(사진:tvN)

‘김비서’, 로맨틱 코미디보다 궁금해진 미스터리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영준(박서준)에게 캬라멜 선물을 받은 김미소(박민영)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 캬라멜은 이영준이 그날 회사에서 김미소에게 하나 남은 걸 빼앗아 먹은 것 때문에 그가 사온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건 김미소에게는 과거 자신이 유괴되었을 때 함께 있었던 오빠에게 받은 것과 같은 것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점점 김미소의 행동보다 이영준의 행동이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은 본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살짝 감춰두는 일종의 트릭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지금은 ‘이부회장이 왜 그럴까’라고 제목을 붙여도 될 법한 전개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영준과 김미소 그리고 이영준의 형인 이성연(이태환) 사이에 벌어졌던 어린 시절 유괴사건의 미스터리가 점점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명 작가인 이성연이 그 때 유괴됐던 김미소를 챙겨줬던 오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째 심증은 그 오빠가 이영준이라는 쪽으로 기운다. 이영준의 발목에 끈에 묶여 생긴 흉터가 중요한 증거다. 정작 당시 유괴되었다 주장하는 이성연의 발목은 아무런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주변인물들의 주장들은 이성연이 바로 그 때 유괴되었던 당사자라고 말하고 있다. 김미소가 기억하는 이름이 ‘성연’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모친이 당시 실종된 아이가 이영준이 아닌 이성연이라는 걸 증언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다른 증거들은 이영준이 그 때 김미소를 챙겨줬던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만 감으면 귀신같은 환영이 나타나 키스를 하지 못하는 이영준의 트라우마나, 거미를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그가 잘 알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아마도 이 심증은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주인공인 이영준이 김미소와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그 운명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이영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그 때 유괴 사건을 함께 겪은 인물이 이영준이었다면, 그가 김미소를 자신의 비서로 9년 간이나 곁에 두었다는 사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그저 우연적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어쩌면 이영준이 김미소를 알아보고 했던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미소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영준이 그 때의 그 오빠라면 그저 비서로서만이 아니라 9년 간이나 그의 옆에서 남모르게 그를 챙기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제 이 즈음에서는 이영준이라는 부회장이 왜 저렇게 김비서에게 목을 맬까 하는 질문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조금 이상하다 여겨졌고, 같이 동고동락해왔던 비서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편함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오래도록 쌓여온 그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기 시작한다. 

트라우마에 갇혀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오히려 깨고 들어오는 건 김미소다. 눈을 감지 못해 키스를 못하는 이영준에게 오히려 다가가 먼저 키스를 해주는 김미소는 결국 그의 트라우마를 깨준다. 그래서 이 키스는 멜로드라마에서 흔하디흔한 남녀 사이의 진전을 보여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힘겨웠던 과거와 마주서게 해주는 계기이며 나아가 오래도록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진실과 진심을 드러내게 될 시작점이 될 것이니.(사진:tvN)

<공항>, 우연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공간의 마법

 

온 우주가 엮어주는 인연?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우연의 만남이 반복되는 걸까. KBS <공항 가는 길>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이어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최수아의 딸 효은(김환희)과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가 유학중 홈스테이 룸메이트로 지낸 데서부터 시작한다. 애니가 사고로 죽자 딸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러 가는 길에 최수아와 서도우는 만나고 마침 애니의 유품이 든 가방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기다리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항 가는 길(사진출처:KBS)'

애니의 죽음은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그것은 딸을 둔 부모로서의 공감대이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그 공감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절친인 송미진(최여진)이 오래 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는 걸 알게 되고 모든 일들이 뒤틀어지게 되면서 최수아는 더 이상 서도우와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자신의 일탈 때문에 모든 것들이 잘못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결국 최수아는 딸을 데리고 무작정 떠난 제주도에서 다시금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최수아와 서도우의 끊어져보였던 인연은 다시금 제주도에서 이어진다. 그것은 최수아가 막연히 꿈꾸던 공간이 바로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조용한 바람과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들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제주도의 한 마을이었고, 마침 돌아가신 서도우의 모친이 자신의 매듭 작품이 전시됐으면 하는 공간으로 이야기한 곳이 바로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우연 밑에는 필연이 감춰져 있다. 즉 최수아와 서도우가 만나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최수아가 했던 제주도의 어느 바람 많지만 조용한 곳의 이야기는 어쩌면 서도우가 어머니의 유언으로 그녀의 작품 전시 공간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렸을 풍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사람은 저 마다 겪게 된 절망감(최수아는 남편과 친구 문제로 서도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라는 공간을 떠올렸고 찾아왔을 수 있다.

 

물론 이건 추정이지만 이야기는 독자들의 추정을 하나의 개연성으로 삼기도 한다. <공항 가는 길>에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만남이 그저 우연의 남발이 아니라 어딘지 신비로운 인연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런 만남은 사실 굉장히 확률이 낮은 것이지만, 공항이나 제주도 같은 특정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매개로 하고 거기에 개인적인 욕망과 그들이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했던 이야기들 같은 것들이 얹어지면 의외로 가능성이 있는 만남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것은 공간의 마법이다. 우리는 공간을 그저 물리적인 위치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공간이 머금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만들어낸다. 굉장히 우연히 아는 사람을 어떤 공간에서 마주쳤을 때 어떤 경우에는 두 사람이 똑같이 떠올리는 어떤 공통의 기억이 그들의 발길을 그 곳으로 이끌었을 수 있다.

 

<공항 가는 길>에서 최수아와 서도우가 주로 공항에서 만나게 되는 건 그 공간이 주는 상징(일탈의 설렘과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곳이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공감대로 이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것은 굉장히 확률이 낮은 일이지만, 그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그들의 발길을 어느 한 공간(그것도 두 사람의 추억이 있는)으로 향하게 하고 그래서 거기서 우연히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일은 그래도 가능할 것 같은 일이다.

 

<공항 가는 길>의 이 공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만남과 헤어짐은 그래서 여타의 멜로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만남과 헤어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하늘 위에서 공간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헤어진 사람들이 그들이 나누었던 어떤 작은 이야기나 기억 같은 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는 그 과정들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관조적 관점은 우리가 인연이라고 부르는 관계의 신비함을 드러내면서 어떤 위로와 위안을 준다. 마음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만날 사람은 그 공유된 기억을 통해 발길이 이끌린 어떤 공간에서 결국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가는 길>의 질문, 인연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어머님께 팥죽 드린 사람이 수아씨 맞아요?” 마지막 가는 길에 팥죽 한 그릇이 먹고 싶었나보다. 서도우(이상윤)의 모친인 매듭 장인 고은희(예수정)는 마침 그 고택에 왔던 최수아(김하늘)에게 사달라고 한 팥죽 한 그릇을 맛나게 먹었다. 아마도 자신의 끝을 그녀는 예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잘 모르는 최수아에게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전해달라고까지 부탁했겠지.

 

'공항가는길(사진출처:KBS)'

고은희와 최수아가 이렇게 인연으로 엮어지는 과정은 신기할 정도로 작은 우연과 필연들이 겹쳐져 있다. 고은희의 아들인 서도우가 자신의 핸드폰에 최수아의 이름이 효은엄마라 적혀 있는 걸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서도우는 자신의 이름은 뭐라고 적혀 있냐고 최수아에게 물었고, 그녀는 공항에서 만나 공항이라 적혀 있다고 말했다. 서도우는 그녀의 이름 역시 두 사람이 다시 만날 그런 공간으로 적었다며 그 곳에서 우연히만나자고 한다.

 

하지만 한강이라 적은 서도우와 고택이라 여긴 최수아는 서로 엇갈리게 된다. 서도우는 어머니의 집(고택)에 간 김에 툇마루에서 쉬었다 가라 하고, 그렇게 그녀가 그 곳에 앉아 쉬고 있을 때 바람 때문인지 문이 스르르 열리며 안에 있던 고은희와 다시 마주친다. 그래서 그녀가 가는 마지막 길에 팥죽 한 그릇을 사다 주는 인연이 만들어진 것.

 

그러고 보면 그 발단은 서도우의 아내인 김혜원(장혜진)이 그의 핸드폰에서 효은엄마라는 이름을 보게 되고 그걸 서도우에게 의심스럽게 물었던 것이 이 모든 일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전개방식은 <공항 가는 길>이 전하려는 인연에 대한 메시지를 그 자체로 잘 드러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인연이란 작은 실타래들의 씨줄과 날줄이 마치 필연과 우연으로 엮어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 기적 같고 운명 같은 인연이 만들어내는 과정이 우리네 삶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이런 인연의 실타래는 서도우와 최수아가 만나는 과정에서도 벌어진다. 그 중간 매듭을 이어준 건 다름 아닌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 집이 그립고 거기 사는 가족들이 그리웠지만 무슨 일인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돌아오지 못했던 애니. 할머니의 매듭 앞에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할 정도로 집을 그리워했지만 교통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던 애니. 사고 직전 최수아와 공항에서 부딪치며 애니가 떨어뜨린 작은 구슬은 마치 애니의 분신처럼 최수아와 서도우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다.

 

애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 연민 죄책감 같은 감정들이 매듭이 되어 서도우와 최수아는 공항에서 만나 가까워지고 같을 또래의 딸을 둔 마음은 두 사람 사이에 공감대의 끈을 묶어준다. <공항 가는 길>이 스스로도 질문하고 있듯, ‘이런 애매한 관계는 언제 어디서든 불쑥 고개를 내밀어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이 그저 불륜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이 드라마가 그 만남의 과정이 너무나 소소한 사건들의 중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들이라는 걸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항 가는 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인연이란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부부 사이의 인연일 수도 있고, 부모 자식 사이의 인연일 수도 있으며,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진 일탈의 인연일 수도 있다. 소재가 불륜이지만 우리가 기꺼이 <공항 가는 길>에 빠져버린 건 바로 이 드라마의 초점이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기적 같은 순간들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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