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화된 <정법>이 보이는 브라질에서의 야심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른바 블라인드 퀘스트라는 걸로 시작했다. ‘블라인드 퀘스트는 안대를 끼고 특정 장소에 각각 내려 GPS와 지도만으로 목표지까지 도달하는 미션이다. 낯선 아마존에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게 안대를 낀다는 것에 대해서 출연자들은 저마다 두려움을 토로했다. 세 팀으로 나눠져 다른 장소에 내린 출연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목표지까지 이동하며 아마존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줬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블라인드 퀘스트라는 미션 제목에서 드러나듯 <정글의 법칙>은 게임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이전 보르네오편에서 헝거게임을 차용한 이후 두 번째다. 프로그램 편집도 게임 화면을 연상케 했다. 각각의 출연자 설명은 마치 RPG 게임의 캐릭터 설명처럼 구성되었다. 또 목표지를 찾아가는 블라인드 퀘스트에서도 그 이동과정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장면처럼 보여주었다.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걸까.

 

이것은 <정글의 법칙>이 이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쓰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준다. 그저 정글에 들어가 생존하는 것이 이제는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글의 법칙>은 집짓고, 사냥하고, 먹방하는 것이 무한 반복된다는 비판이 부쩍 많아졌다. 제 아무리 정글로 대변되는 자연과 공존의 의미와 생존의 문제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어디를 가도 비슷한 스토리가 나온다는 건 프로그램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런닝맨> PD였던 유승호PD가 함께 <정글의 법칙>에 투입된 건 그런 목적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아마존의 생존기는 물론이고 여기에 제작진이 제안하는 게임적인 미션들을 풀어가는 과정도 관전 포인트가 된다는 점이다. 이제 <정글의 법칙>은 병만족에게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인위적인 손길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글 생존의 혹독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목표지에 도착한 병만족은 갑작스런 폭우 속에서 저마다 자신들의 역할을 하며 뚝딱 집을 지어냈다. 그리고 김병만의 제안에 따라 아예 철야를 하기로 작정하고 야밤에 사냥을 나가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 정도의 폭우 속에서 추위와 벌레의 습격을 버텨내며 하룻밤을 지새는 것만으로도 독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거기서도 한 발 더 나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것은 이미 병만족이 여러 차례 정글을 경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글에 들어가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정글에 어울리는 집을 만들고, 눈에 보이는 과일을 무조건 채취하며 빗속에서도 불씨를 지켜낸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자극이 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적응한 만큼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글의 법칙>은 그 밖에도 월드컵에 대한 야심 또한 드러냈다. 장소를 굳이 이 시점에 브라질로 정했으며, 배성재 아나운서를 신입 병만족으로 투입시켰고 프로그램도 그가 차범근 해설위원의 집에서 최후의 만찬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아마존에 도착해서도 이번 월드컵이 열릴 경기장을 찾아 SBS 월드컵 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한 것은 대중들에게 그의 친근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지난 소치 올림픽 중계에서 김성주 아나운서를 통해 드러났듯 예능에서의 친근감은 스포츠 중계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사용하고, 더 독해졌으며 거기에 이번 월드컵 중계에 대한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과연 이 야심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게임화는 재미를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제작진의 인위적인 개입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떨어뜨릴 수 있고 또 기존 <정글의 법칙>이 표방했던 정글 생존의 의미화 등을 상당부분 지워버릴 위험성도 있다. 재미는 있지만 과거 같은 정서적 지지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독해진 병만족의 모습은 그만큼 적응한 탓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응이 독한 자극으로 이어지는 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은 적정해보이지만 아마존은 조금만 잘못해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다. 이 위에서의 과한 게임화는 자칫 안전 불감증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물론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배성재 아나운서를 기용하는 등의 기획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브라질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그 안에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만들어내며, 또 배성재 아나운서의 캐릭터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확실히 과거의 행보와는 다른 야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어떤 반응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응답3> 제작 가능성과 당면한 문제들

 

신원호 PD는 과연 <응답하라> 시즌3를 제작할 것인가.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을 보냈던 시청자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보조작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로 인해 <응답하라> 시즌3 제작이 마치 정해진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가 나오자 대중들은 반색했다. 하지만 곧바로 신원호 PD는 이를 부인했다.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 건 맞지만 그것이 <응답하라> 시즌3일지 아닐지는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사진출처:tvN

왜 신원호 PD는 부인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PD라면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연거푸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거기에 안주하고 싶은 PD는 아마 없을 터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특성상 특정 연도를 소재로 해야 하는데 19971994만큼 확실한 이야깃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연도가 과연 있는가 하는 점도 미지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가능했던 것은 참여한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후배작가들이나 신원호 PD 당사자들이 대학시절 겪었던 실제 경험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있기 때문이다. 예능 출신 작가와 PD가 선뜻 드라마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시기에 대해 분명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다. 하지만 다른 연도는 어떨까. 이를테면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80년대의 이야기나 2002년 같은 월드컵 시즌의 이야기는 소재로는 괜찮지만 이들의 경험이 거기서 어떤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또 시즌3를 제작한다고 해도 중요한 당면과제는 이전 시즌과는 다른 느낌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시즌2촌놈들의 전성시대를 전면에 내세워 시즌1과 다른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1에 이어 시즌2로도 이어지는 향후 배우자 찾기 같은 장치는 시즌3에서 또 사용한다면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당면과제들이 남아 있어 시즌3가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예감케 하면서도 그 제작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버리기에는 아까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즌3는 아마 제작된다면 그 성취와 상관없이 마케팅적으로는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tvN, 아니 나아가 CJ라는 회사 차원에서 보면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신원호 PD도 수긍하는 입장이다. PD이기에 앞서 한 회사의 직장인으로서 그는 회사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굳이 시즌3를 거부하고 다른 작품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이중으로 오게 될 부담감도 결코 적지 않을 터다. 그러니 신원호 PD 입장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응답하라> 시즌3를 포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끌어 모으는 상황이다. 그러니 그 어떤 섣부른 단정도 오히려 그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꿈을 위해 현재의 작은 행복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신원호 PD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최근 청춘은 무조건 아파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에 대한 반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도 그의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을 읽어낼 수 있다. 이런 성향은 그가 지금껏 그 자리에 오기까지의 행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었지만 방송국에 들어와 본인이 원하지 않던 예능 PD로 시작해 성공하고 드라마 PD로서도 입지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영화판에서도 심심찮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현실적인 성향을 통해 봐도 <응답하라> 시즌3의 제작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이 될 지 아니면 다른 작품을 한 연후에 제작될 지는 알 수 없다. 또 그것이 반드시 신원호 PD가 전담해서 해야 할 작품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는 필자에게 늘 그렇듯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모든 게 열려진 상태에서의 기획회의를 마치 휴식처럼 즐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바로 그런 열린 자세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탄생했듯이.

이번엔 KBS다. KBS의 새 노조는 공정방송을 위한 위원회 설치와 임금협상 등을 놓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 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PD들의 해당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방송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말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번 주에 하이라이트를 대신 내보낼 예정이다. 또한 드라마 PD들 역시 파업에 참여한 만큼 파업이 장기화되면 드라마 방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5일 첫 방영되는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나, 주말극 '결혼해주세요'는 파업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방송가는 유난히 편성에 차질이 많았던 시기였다. 천안함 사태로 한동안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개점 폐업 상황을 맞이했다. 국민적 추도 분위기 속에서 방송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특히 '개그콘서트' 같은 경우 거의 한 달 간 방영되지 않음으로써 심지어 개그맨들이 생활고를 토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MBC 노조의 총파업은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임명된 신임 사장 김재철씨에 대한 불신임으로 일어났다. 이로써 '무한도전' 같은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을 우리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컵. SBS의 단독중계로 인해 월드컵 채널화 되어버린 SBS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은 거의 한 달 여간 결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KBS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장기 결방은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결방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 결방의 이유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예능 결방은 초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결방이 장기화되면서 왜 유독 예능만 직격탄을 맞아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은 결방시키면서 코미디 영화는 대체 편성됐던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비판받았다.

MBC의 파업에도 많은 시청자들은 비판보다는 지지의 뜻을 밝혔다.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프로그램은 진정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 위에서 시청자들은 MBC의 파업에 그다지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한편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로 인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결방에 대해서 시청자와 제작진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는 이것을 '테러'라고 지칭하면서 SBS의 '엿가락 편성'을 강하게 비판했고, 많은 이들은 이에 공감을 표했다.

MBC의 파업에 많은 시청자들이 지지의 뜻을 밝힌 것처럼 이번 KBS 노조 파업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이번 대선을 통해서도 민심이 드러난 것처럼,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행보들에 대해 대중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올 상반기 방송사의 편성표는 사상유례가 없는 파행으로 점철된 인상이다.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이 30%를 넘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수목드라마들에 대한 애초 기대감으로 보면 의외의 결과다. '나쁜 남자'는 '선덕여왕'에서 비담으로 특유의 까칠한 아우라를 선보였던 김남길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로드 넘버 원'은 전쟁이라는 다이내믹한 소재에 100% 사전제작드라마, 게다가 소지섭, 김하늘의 출연작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금 현재 '나쁜 남자'와 '로드 넘버 원'은 한 자리 수 시청률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먼저 이들 드라마들이 가진 주요 타깃 시청층을 그 첫 번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제빵왕 김탁구'는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로서 4,5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에게 익숙하다. 통속극으로서의 익숙한 소재들과 코드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시선을 끌었고, 막장에 가까운 자극적인 내용들은 그러나 빠른 전개를 통해 식상함을 넘어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통속극의 익숙함이 아니라 이 익숙함 위에 얹어놓은 김탁구의 성장드라마다. 전반부의 강한 통속적인 이야기로 기성세대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면 이제 성인이 된 '제빵왕 김탁구'는 성장드라마의 대결구도로 비교적 젊은 세대들의 시선까지 붙잡고 있다.

반면 세련된 영상미와 절제된 스토리로 한 파괴된 남자의 외로운 복수를 담아내고 있는 '나쁜 남자'는 안타깝게도 월드컵 방송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거의 한 달여 간의 결방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떨어뜨렸고, 그것은 복수극과 멜로가 적절히 섞여진 '나쁜 남자'로서는 가장 큰 악재라고 할 수 있다. 나쁜 남자라는 트렌디한 캐릭터를 내세운 점이나, 일드를 보는 것 같은 잘 짜여진 대본, 게다가 현대사회가 가진 속물근성을 끄집어내고 조롱하는 그 속 시원한 메시지까지 이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도 월드컵 편성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한편 '로드 넘버 원'은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했던 작품. 이것은 한국전쟁이라는 소재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남아있는 반공세대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 작품을 시작 전부터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드라마로서는 한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재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만들었다. 하지만 제작진들 역시 이런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듯하다. 초반 2회분을 전쟁 자체보다는 멜로에 집중했고, 그러자 전쟁드라마의 기대감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감정선이 얹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빠르게 진행된 멜로의 속도도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3회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전투신과 중간 중간 삽입되는 인물들의 아픈 이야기들은 '로드 넘버 원'이 가진 진면목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강제징집을 하는 국군과 징집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짧게 인서트로 삽입되는 그 인물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가진 휴머니즘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과, 그 속에서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잘 표현된 것. 하지만 전쟁이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한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수목 드라마 세 작품이 가진 성향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중들은 절망적인 과거보다는 희망적인 미래를 보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절망적인 경험 때문에 현재까지 파괴된 삶을 살아가는 '나쁜 남자'도, 또 한국전쟁이라는 잊지 말아야할 우리네 트라우마보다도, 아무리 막장인 삶 속에서도 그걸 이겨내고 성장하려는 탁구(윤시윤)에 더 몰입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제빵왕 김탁구'의 독주는 물론 작품 내적인 힘, 즉 통속극에 성장극을 엮은 그 힘이 가장 큰 이유이고, 월드컵이라는 변수와 전쟁 소재가 가진 민감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희망적인 메시지도 분명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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