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혁오와 <마리텔>의 김영만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에서 정형돈은 함께 파트너가 된 밴드 혁오를 스타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밴드 혁오를 만나러 간 정형돈은 왜 방송에서 말을 잘 하지 못했냐며 편안하게 하라고 그들의 등을 두드린다. 하지만 정형돈은 밴드 혁오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소통하기 힘들다는 걸 발견한다. “도대체 너희들 정체가 뭐냐고 묻자 혁오요라는 당연하고 단순하지만 엉뚱한 답변이 돌아온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가요제 특집의 첫 방송에서 유재석은 혁오의 보컬 오혁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10여 년 인터뷰 중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고, 박명수는 왜 말을 안 하냐며 게스트에게 버럭 호통을 치기도 했다. 밴드 혁오는 그러나 진심으로 어색해했다. 예능 아니 TV와는 어울리지 않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바로 그런 어색하고 어눌한 혁오의 답변은 그들에 답답해하고 힘겨워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리액션과 함께 오히려 주목받았다.

 

그리고 참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방송으로 보면 가장 적응을 못하는 인물들처럼 보이는 밴드 혁오가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그들은 단 한 번 출연으로 자신들의 노래를 차트에 역주행시켰다. 그들의 노래 와리가리위잉위잉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음악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음원차트 10위권에 랭크되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역시 <무한도전>의 힘이다. 혁오의 노래는 결코 쉽지 않다. 아니 그간 귀를 즉각적으로 사로잡는 후크가 있는 노래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단 듣다보면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그러려면 일단 여러 번 들어봐야 한다. <무한도전>은 그 마중물 역할을 해줬을 뿐이다. 혁오의 노래는 본래 매력적이지만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그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다.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유재석 그리고 박명수를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그들의 매력이 드러났던 것처럼.

 

혁오의 음악 스타일은 지금의 2,30대 젊은 세대들의 감성을 상당부분 닮아있다. 음악은 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련되어 있지만 그 노래의 감성은 밖으로 감정을 터트리거나 폭발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읊조리면서 조곤조곤 자신들의 이야기를 건넨다. 가사도 어딘가 우울하고 소외되었지만 거기에 담담함을 드러내는 그런 이야기들이 주로 실려 있다.

 

그것은 마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감정과 태도들을 그대로 담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좌절시키는 세상에 대한 능동적인 포기와 대신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쌓아놓은 일종의 안전 막 같은 그들만의 세계가 거기서는 느껴진다. 혁오는 지금의 청춘들, ‘그들이 사는 세상을 표징하는 듯한 모습이다.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이 혁오를 보여주던 그 날 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는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출연했다. 김영만은 방송에 나오자마자 그 때는 코딱지 만했던 아이들많이 컸다며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순식간에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MBC <뽀뽀뽀>KBS <TV유치원 하나 둘 셋>을 보고 자랐던 청춘들이라면 그가 말하는 그 때는 종이접기를 따라하는 게 어려웠어도 이제는 커서 잘할 거예요라는 말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김영만은 그 존재자체만으로도 당대의 종이접기를 따라했던 코딱지 만했던 그들을 열광시켰다. 댓글 창은 온전히 그에 대한 상찬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김영만은 역시 단 한 번의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간계 1위를 기록했고, 이미 지상파 본방이 되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만들었다.

 

김영만의 말처럼 이제는 커서 잘할 수 있는그들이지만 어쩌면 현실은 냉혹했었는지도 모른다. 혁오가 그렇듯이 충분히 기량과 실력을 갖춘 그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나. 삼포니 사포니 오포니 하며 세상은 그들에게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 그들에게 김영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위로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또한 종이접기 세대와 부침을 함께 했던 김영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초등학교만 가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대에 종이접기는 지난 세대의 향수로 점점 기억되어간다. 오랜만에 방송에 나와 흥분된 목소리로 과거 그와 함께 했던 세대들을 만나는 김영만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그의 눈물은 단지 인간계 1위를 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 했던 세대들을 다시 만나 소통한다는 그 사실이 그를 먹먹하게 했을 것이다.

 

<무한도전>의 혁오 세대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김영만에 열광하는 세대와 겹쳐지는 면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 실력을 갖춘 어른이 되었지만 어딘가 현실에 좌절된 상처들과 아픔이 느껴진다. 그 현실에 치여 자신들만의 문화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읊조리고, 때로는 저 아잇적 시절의 문화 속으로 푹 빠져든다.

 

무엇이 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과 마주하지 못하게 했을까.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윗세대들이 잘못 만들어낸 현실 속에서 어떤 기회조차 쉬 주어지지 않았던 탓이 크다. 혁오와 김영만에 대한 열광은 그래서 마음 한 편으로는 흐뭇하고 뿌듯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먹먹한 아픔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무한도전>이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 그것을 바깥으로 끄집어내주었다는 점일 게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렇게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건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JTBC 가는 유재석, tvN 가는 강호동

 

유재석이 FN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1인 기획사로 잘 해오고 있던 그가 왜 기획사와 손을 잡았을까. 혹자는 이것이 순전히 돈의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을 들여다보면 그가 왜 1인 기획사를 유지하지 않고 좀 더 큰 기획사와 계약을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사진출처:SBS)'

한때 그와 쌍벽을 이뤘던 강호동은 일찌감치 SM C&C와 전속계약을 했다. ‘보다 체계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다시 예능으로 복귀하면서 그 연착륙을 하기 위해 기획사의 지원이 절실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틀에서 바라보면 일찌감치 시작된 방송 콘텐츠 산업의 변화가 더 중요했을 것이다.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던 콘텐츠 비즈니스는 언젠가부터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SM C&C가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콘텐츠 프로듀싱 사업으로 확장을 꿈꾼 건 그래서다. 방송사들은 과거 몇몇 스타 MC들을 섭외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성패를 다퉜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 속에서 강호동과 유재석이 쌍두마차를 끌었던 건 당시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스타 MC들만 쥐고 있으면 지상파들은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시청률을 거둬가곤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복귀한 강호동은 투입되는 프로그램마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것은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은 기존 프로그램들인 <무한도전><런닝맨> 정도에서 지속적인 힘을 발휘했지만 그 역시 <나는 남자다> 같은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스타 MC를 쥔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장악하던 시대는 그렇게 조금씩 지나갔다.

 

지금은 방송사로 대변되는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 여기서 새로이 떠오르는 이들은 스타 MC가 아니라 제작진이다. 나영석 PD나 김태호 PD 같은 제작진은 이제 콘텐츠 중심의 시대에 주역으로 떠오른다. <삼시세끼>가 성공한 것은 출연자들 때문이 아니다. 똑같은 아이템을 다른 PD에게 맡겼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무한도전>에서 김태호 PD를 빼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성공시킨 건 몇몇 스타 출연자들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박진경, 이재석 같은 젊고 감각적인 PD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JTBC<썰전>에서부터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일련의 예능들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플랫폼의 힘 때문이 아니라 맨 파워였다. 맨 파워는 거꾸로 플랫폼에 힘을 실어주었다.

 

유재석이 FNC와 전속계약 체결을 하기 몇 달 전 JTBC에서 프로그램을 할 거라는 소식은 그가 지금의 예능 판세를 정확히 읽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지금은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콘텐츠를 잘 만드는 맨 파워가 있다면 플랫폼, 즉 방송사는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중요한 일이 아니다. 유재석은 JTBC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거기 소속된 유능한 PD들과 그들의 콘텐츠 제작능력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나영석 PD가 강호동, 이승기는 물론이고 과거 <12>의 얼굴들이었던 인물들을 끌어 모아 <신서유기>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과거처럼 강호동을 끌어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라며 내려온 오더를 PD들이 수행하던 지상파의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나영석 PD가 중심에 있고 그가 기획하는 콘텐츠 속에 강호동과 이승기를 끌어 모은 형국이다. 콘텐츠가 우선이고 그걸 제작하는 PD가 중심이다. <12>이 과거 지상파의 플랫폼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 영향력이 있다) 프로그램이었다면, <신서유기>는 이제 플랫폼과 상관없이 콘텐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건 유재석도 강호동도 이제는 지상파에만 스스로 묶어놓았던 족쇄를 풀었다는 점이다. 지상파건 비지상파건 상관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비지상파쪽으로 모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이미 지상파에서 유능한 제작능력을 보였던 PD들은 상당부분 JTBCtvN으로 옮겨갔다. 이명한 PD를 주축으로 나영석, 신원호, 신효정, 고민구 같은 PD들이 tvN으로 옮겨 맹활약하고 있고, 김시규 PD를 중심으로 여운혁 PD, 임정아 같은 PD들이 JTBC 예능의 승승장구를 이끌고 있다.

 

결국 콘텐츠 중심주의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맨 파워다. 지상파는 이미 상당한 맨 파워를 비지상파쪽에 빼앗긴 상태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비지상파로 행보를 넓히고 있는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이런 맥락에서 유재석의 FNC 전속 계약의 의미를 재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 MC 중심으로 흘러가던 시절에야 1인 기획사를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흐름에서는 혼자 서 있는 건 외로울 수밖에 없다. 강호동이 얘기했듯이 좀 더 체계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해진다.

 

콘텐츠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협업이 필요하다. 또 콘텐츠가 지향하는 건 국내만이 아니다. 유재석의 전속 계약은 그래서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나누던 플랫폼 시대에 누리던 스타 MC들의 지위가 이제는 콘텐츠 속에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만일 지금처럼 지상파가 콘텐츠를 리드해나가지 못한다면 제작진은 물론이고 출연자까지 더 많은 엑소더스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노래만큼 중요한 케미, <무도> 가요제의 힘

 

<무한도전> 가요제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었다. 첫 회였던 2007 <무한도전> 강변북로가요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아 스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객석을 채우는 초라한 가요제였다. 하지만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는 대성황이었다. 거기에는 듀엣 가요제 콘셉트가 한 몫을 차지했다. 이후 가수들을 참여시켜 <무한도전> MC들과 팀을 이루는 형식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2015 <무한도전> 가요제 역시 그 짜여진 팀만으로도 이미 꿀잼을 예고하게 되는 건 이 가요제의 힘이 바로 그 조합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밴드 혁오의 선택을 받기도 했지만 유재석이 박진영과 한 팀을 이뤘다는 사실은 이 팀이 보여줄 댄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았다. 박진영이 춤을 짜고 보여주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유재석은 춤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금껏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유재석은 박진영이라는 댄스의 물을 만난 물고기일 밖에. 벌써부터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흥분될 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드래곤과 태양이 이미 마음 속에 함께 할 멤버로 생각했다는 광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꿈을 이룬 인물이 되었다. 입만 열면 “YG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춤만 추면 지드래곤의 춤을 흉내 내던 광희가 아닌가. 물론 노래와 춤 실력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만큼 보여줄 열정은 이들 사이의 남다른 케미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잠깐 보여진 것처럼 박명수와 아이유는 엇박자의 조합이다. 박명수가 나이가 많다면 아이유는 어리고, 박명수가 디지털 댄스 뮤직을 추구한다면 아이유는 아날로그적이고 어쿠스틱한 음악을 추구한다. 어찌 보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처럼 선택하기 힘든 차이점을 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조화의 조화를 기대하는 팀이 바로 이들이다. 아이유가 짬짜면을 시키는 장면이 의미시장하게 다가올 정도로. 과연 박명수는 아이유에 의해 지금과는 색다른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단연 주목받는 이들은 밴드 혁오다. 하지만 방송이 익숙하지 않고 숫기도 없어 가만 놔두면 방송분량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 독특한 음악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밴드의 함정이다. 하지만 여기에 정형돈이라는 가요제만 하면 펄펄 날고 함께 한 이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인물이 가세했다는 건 이 기묘한 조합에 흥미를 갖게 되는 이유다. 정형돈은 또 어떻게 이 과묵하고 숫기 없는 밴드들의 존재감을 살려놓을 수 있을까.

 

자이언티는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의외의 예능감을 선보였다. 트렌디한 작곡과 일상어로 만들어내는 가사를 통해 보여왔던 음악적인 실력이야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자이언티다. 그러니 음악 이외에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잘 보여질 수 있는 기회가 이번 가요제인 셈이다. 그 조합으로서 흥이 넘치는 하하가 함께 한다는 것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남은 정준하와 윤상. 사실 어찌어찌 밀려 마지막에 남게 되어 이뤄진 팀이기 때문에 다른 팀들에 비해 기대가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준하 특유의 가창 실력과 무엇보다 작곡에 있어 무수한 인물들을 키워냈던 윤상의 능력은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게 만든다. 기대감이 적기 때문에 의외의 무대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무한도전> 가요제는 조합이 함께 노래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핵심이다. 이 과정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이 쌓여 마지막 무대에서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것. 이미 조합만으로도 이 가요제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무도>가 혁오밴드를 단번에 주목시킨 방법

 

혁오밴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물론 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라면 다를 것이다. 확실한 자신들만의 질감과 우울한 듯 경쾌하기도 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음악은 척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특히 보컬 오혁의 목소리는 그 읊조림에서부터 순식간에 절규로까지 바뀌며 귀를 집중하게 만든다. 아이유가 팬이라고 한 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런데 이 혁오밴드의 노래를 듣는 것과 이들을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무한도전>10년을 달려오면서 아마추어의 시대를 훌쩍 지나쳐버렸다. 지금은 뭐든 척척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의 프로페셔널이 되어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예능감은 마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혁오밴드는 그런 것 자체가 없다. 아니 방송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질문을 던졌을 때 몇 초 이상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건 NG가 된다. 만일 생방송이라면 방송사고.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은 유재석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 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또 던지는 이야기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엉뚱한 답변(물론 웃기려는 예능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을 내놓았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이건 방송이 불가한 것이었을 게다. 편집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에 한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상 편집되어 나갈 방송분이 없게 된다면 그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이 오혁의 모습을 오히려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먼저 유재석은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한 표정을 리액션으로 보여줬고, 실제로 인터뷰하기 가장 힘든 인물로 오혁을 꼽았다. 빨리빨리 답변을 주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제작진은 오혁의 캐릭터에 마음의 소리콘셉트를 덧붙였다. 오혁이 머뭇머뭇 대는 그 순간에 마음의 소리를 통해 성우가 대신 답변을 해주는 장면은 실로 <무한도전>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박명수는 자신의 버럭 캐릭터로 오혁에게 면박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그 캐릭터를 더 공고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 버럭 끝에는 유재석이 원래 저런 분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던져 박명수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덧붙여졌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박진영, 아이유, 자이언티, 윤상, GD&태양까지 누구 하나 쟁쟁하지 않은 참가자가 없었다. 그 안에 혁오밴드처럼 음악적으로도 또 캐릭터적으로도 독특한 인물이 들어 있다는 건 <무한도전> 가요제에 보다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성을 드러내준다. 방송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캐릭터화시켜 보여준 <무한도전>은 그 짧은 몇몇 장면만으로도 혁오밴드라는 존재를 단박에 주목시켰다. 실로 베테랑다운 저력이 아닐 수 없다. 말이 어색한 출연자에게 마음의 소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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