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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안보현이 보여주는 모지리 악역의 진가

 

어디서 이런 ‘악역 복덩이’가 들어왔을까. 드라마의 실질적인 동력을 악역이 끌고 간다고 봤을 때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장근원 역할을 연기하는 안보현은 고공비행하는 이 드라마의 힘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악역 연기에는 뒷목 잡게 만드는 갑질 허세에 심지어 연민이 갈 정도의 지질함, 게다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제대로 무너지고 깨지는 처참함까지 발견된다. 놀라운 악역 연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악역이라면 드라마가 안 될 턱이 없을 정도로.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박서준)와 단밤 식구들이 상대해야 하는 최대 빌런은 장대희(유재명)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키우는 인물은 장대희의 장남 장근원(안보현)이 맞다. 생각해보라. 이 드라마에서 박새로이가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그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 누구인지. 그는 바로 장근원이다. 장근원은 같은 반 친구 이호진(이다윗)을 괴롭혔고, 박새로이는 그걸 막기 위해 주먹을 들었다가 바로 퇴학당했다.

 

박새로이의 아버지를 뺑소니쳐 죽게 만든 인물도 장근원이다. 그래서 그를 향해 주먹을 날린 죄로 박새로이는 감옥에까지 들어간다. 전형적인 재벌2세로 갖가지 사고를 치지만 장대희는 돈과 권력으로 이를 덮어준다. 박새로이는 궁극적으로는 장대희가 평생을 일궈놓은 장가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지만 그건 결코 쉽게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장대희가 서 있는 곳과 박새로이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자칫 박새로이가 끝없이 무너지는 답답함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답답하지 않고 속 시원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장근원이라는 찌질한 모지리 악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악역은 여러모로 특별한 면들을 갖고 있다. 갖가지 갑질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하는 짓마다 모지리라 그것이 오히려 박새로이에게 큰 도움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장대희는 끝없이 장근원의 모지리 짓에 발목을 잡힌다.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장근원이 ‘단밤’의 숨겨진 식구, ‘장가의 X맨’이라 부르기도 한다.

 

조이서(김다미)의 유도심문에 걸려들어 장근원이 과거 자신의 뺑소니 사실을 털어놓게 된 장면이 큰 화제와 사이다가 됐던 것도 이 캐릭터가 가진 힘 덕분이다. “내가 진짜 살다 살다가 너같은 모지리는 처음 본다.”며 “버러지 같은 새끼”라고 조이서가 일갈할 때, 장근원의 바보 같은 표정에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이는 모습은 이 장면의 통쾌함을 배가시킨다. 장근원은 악역 중에서도 ‘두드려 맞는’ 통쾌함까지 선사하는 악역이다.

 

이 역할을 200% 소화하고 있는 안보현이라는 배우가 이제 겨우 4년 차의 연기 경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는 2016년 영화 <히야>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연기를 시작했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극중 유시진(송중기) 대위가 이끄는 알파팀 특전사 중사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그 때의 ‘번듯한’ 모습을 보면 <이태원 클라쓰>의 장근원 역할을 연기하는 안보현이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다.

 

올백에 수트 차림으로 초점 풀린 눈과 비열함이 묻어나는 입매로 얄미운 갑질 연기를 보여주면서 아버지 장대희 앞에서는 벌벌 떠는 지질함으로 연민까지 자아내게 만든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고육지책으로 버림받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안보현의 악역 연기는 극점을 보여준다.

악역이 분노 유발을 넘어서 불쌍하게까지 느껴지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이 캐릭터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낸 안보현의 잠재력이기도 하다. 악역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역할에서도 이 배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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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귀신아>, 인물의 매력 없이 이야기는 의미 없다

 

tvN <싸우자 귀신아>는 어째서 갈수록 힘이 빠질까. 이야기의 흥미로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귀신 보는 남자와 귀신의 썸이란 설정 또한 독특하다. 게다가 매 회 귀신과 육박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도 볼거리다. 귀신 보는 남자와 귀신이 짝을 이뤄 귀신을 물리치고, 둘 사이에 밀고 당기는 청춘 멜로도 있으며, 또 귀신보다 더 소름끼치는 인물의 미스테리하고 공포스러운 행적이 깔려 있어 그와의 일전 또한 기대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싸우자 귀신아>는 이상하게도 끌리지는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싸우자 귀신아(사진출처:tvN)'

첫 회 시청률 4.055%(닐슨 코리아)로 시작하며 잔뜩 기대감을 줬던 <싸우자 귀신아>는 지금 3.4%로 떨어졌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싸우자 귀신아>의 경우 시청자들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요소들이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을 떠올려 보라. 평이해 보이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였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남자 주인공의 설정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다음 회를 꼭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싸우자 귀신아>는 그 흐름이 너무 평이하다. 즉 매회 귀신이 출몰하고 퇴마를 하며 두 사람의 밀당이 반복된다. 박봉팔(옥택연)이 대학 선배인 임서연(백서이)을 짝사랑하고, 그런 박봉팔을 귀신 김현지(박소현)가 따라다니며 질투하며 그들 사이에 어딘지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혜성(권율)이 끼어 있는 멜로 구도는 그것이 귀신이 엮여있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해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멜로 구도 역시 평이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다. 이상하게도 박봉팔이나 김현지에게서 그다지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박봉팔이란 인물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지 좀스러워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인물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아픔이 느껴지는 캐릭터도 아니고 타인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귀신을 보고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가진 캐릭터의 특징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 끌 수가 없다.

 

김현지 역시 마찬가지다. 상큼 발랄한 귀신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좋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만큼 끌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로서 동 세대의 여성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그리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귀신이니 취업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그런 캐릭터도 아니다.

 

오히려 <싸우자 귀신아>에서 살아있는 캐릭터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는 어설픈 미스테리 동아리 회장 최천상(강기영)과 부회장인 김인랑(이다윗)이다. 이 두 사람은 선배지만 박봉팔 앞에서는 마치 후배처럼 소심해지고, 귀신을 추적하지만 막상 귀신 앞에서는 오금을 저리며, 어딘지 불쌍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나는 감초 콤비로 드라마에 톡톡한 매력을 부가하고 있다.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연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옥택연이나 김소현은 무난하게 연기를 해내며 성장하는 연기자들인 건 맞지만 아직 둘 다 주연으로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주인공은 어쨌든 드라마의 끌림을 만들어내는 매력을 그 캐릭터의 면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옥택연과 김소현의 연기는 그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건 캐릭터 문제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는 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스토리보다 더 중요한 건 캐릭터의 매력이다. 스토리가 참신하지 못하다고 해도 캐릭터가 참신하면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아무리 기상천외해도 캐릭터가 참신하지 못하면 드라마가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싸우자 귀신아>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캐릭터의 매력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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