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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어촌편에 이서진이 섞여 만든 또 다른 기대감

 

"도련님은 일어나셨나?"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아침잠이 유독 많은 이서진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유해진은 특유의 농담을 던진다. 전날 늦게까지 웃고 떠드느라 잠을 설쳤지만, 워낙 부지런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다. 전날 몇 시에 자도 아침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들. 마치 일 개미 같은 모습이다.

 

반면 "게스트가 뭘 해요?"라며 죽굴도에 손님으로 들어와 '찐 게스트'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이서진은 마치 베짱이 같다. 유해진이 굳이 손님이 왔으니 제대로 된 어촌의 먹거리를 대접하고 싶어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차승원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미리미리 저녁거리들을 준비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이서진은 바다가 잘 보이는 세끼하우스의 마루 한 편에 기대 앉아 있다.

 

햇볕이 점점 그 자리를 침범해오고 살에 닿기 시작하자 금세 그늘이 진 '백숙정'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차승원이 그런 모습이 너무나 우스운 듯 "너무 안하는 거 아냐"라고 유머 섞인 질책을 던져도 요지부동. 그래도 무언가를 하긴 해야겠는지 눈에 밟히는 설거지를 하고 가져온 미니선풍기로 축축해져 잘 붙지 않는 장작에 불을 피우려 매운 연기에 눈이 벌개진다.

 

괜스레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있는 유해진이 맘에 걸려 그런 걸 뭐 하러 하냐는 식으로 툴툴대지만 막상 그렇게 잡아온 쏨뱅이로 매운탕을 끓여내자 맛나게도 잘 먹는다. 차승원의 말대로 이상하게 밉지 않은 캐릭터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지 못하는 이서진에게 "도련님 꿀물 타드려야지"하며 음료를 따라 주는 유해진의 얼굴은 그래서 싱글벙글이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또 마음 한 편으로는 이서진에게 어떤 정 같은 게 담긴 표정이다.

 

백숙을 일찌감치 펄펄 끓는 솥단지에 넣어 끓여놓은 후, 잠깐 벌어진 배드민턴 대결에서도 이서진의 캐릭터는 일관성이 있다. 한 편을 먹은 손호준은 결국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만 힘들 줄 알았어"하며 투덜대며 웃고, 이서진은 초등학교 때 배드민턴부였다는 이야기와는 사뭇 달리 공을 칠 의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딘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은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한 마음들을 잘 끄집어내고 표현하는 인물들이다.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 유해진의 고충을 차승원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수확 없는 날도 풍성한 저녁을 차려 내주는 차승원의 음식에 유해진은 항상 "맛있다"며 그 고마움을 드러낸다. 막내로 있지만 손호준은 두 사람을 진짜 동생처럼 끈끈하게도 따른다.

 

하지만 이런 훈훈하고 따뜻한 조합에, 물론 마음은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차도남'의 이미지를 풀풀 풍기며 표현 자체를 잘 안하는 이서진이 들어가니 어딘가 그 관계에 균형이 맞은 듯한 느낌을 준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한 끼를 차려 먹는 광경이 주는 다소 짠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소박한 풍족함 같은 게 <삼시세끼> 어촌편이 주는 정서라면, 베짱이처럼 찐 게스트의 면모를 드러내며 진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이서진과 이들이 툭탁대며 만들어내는 케미와 웃음들은 지금까지 어촌편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톡 쏘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들끼리 슬쩍 꺼내놓은 이야기로, '꽃보다 중년' 어떠냐는 제안은 그래서 솔깃해진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 시국이 지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번 죽굴도에서 한 자리에 모인 '손이 차유'가 꾸려나가는 '꽃보다 중년'이 사뭇 기대된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든 중년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 궁금하고, 무엇보다 이들의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그 조합이 괜찮아서다. 만일 진짜로 이게 이뤄진다면 그 땐 아마도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이 쏘아올린 또 다른 수확으로 기록되지 않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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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차승원·유해진과는 확연히 다른 이서진의 존재가치

 

게스트로 왔지만 게스트라기보다는 본래 주인 같은 그런 느낌이다.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의 마지막 게스트로 등장한 이서진은 그가 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원조(?)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게스트가 하긴 뭘 해요?" 너무 아무 것도 안하는 것 아니냐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농담에 그렇게 대꾸하는 이서진은 새삼 그것이 <삼시세끼>의 본래 기획의도였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7년 짬바'로 소개된 이서진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배를 타고 죽굴도로 들어오면서부터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투덜대며 "괜히 왔다"고 말하는 그는 어차피 세 끼 먹으면 되는 거니 빨리 먹고 빠져나와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실 방송에서 보면 죽굴도에서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일상은 너무나 부럽기까지 한 힐링으로 다가오지만, 실상은 배를 타고 가야하고 어쨌든 동네가게 하나 없는 그 곳에서 삼시 세 끼를 해먹으며 버텨야 하는 다소 고단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워낙 부지런하고 또 낙천적이기까지 한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이기 때문에 이들은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는 날에도 어딘지 풍족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번 죽굴도에서는 수확까지 꽤 좋았다. 첫날부터 거대한 전복을 잡았고, 5년 만에 참돔을 낚은 데다, 대왕문어, 쏨뱅이 같은 풍족한 물고기들이 세 끼 밥상 위에 올라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풍족함 뒤에는 쉴 새 없이 요리를 고민하는 차승원과 바다에 나가 입질 없는 낚시에 노심초사하는 유해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충실한 보조로 쉴 틈이 없는 손호준이 있었다.

 

이서진이 가져온 휴대용 선풍기가 풍로에 연통을 붙여 만든 '강력햐'를 대체하는 광경은 그가 얼마나 이들과는 다른 캐릭터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력햐' 역시 손으로 돌려 불을 피우는 것이지만, 이서진은 그 대신 휴대용 선풍기를 찾아냈고 그것도 들고 있기 귀찮아 벽돌로 고정시켜 놓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귀찮은 건 딱 질색으로 여기는 그의 성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은 또 하는 젠틀함과 더해져 만들어낸 노련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삼시세끼>가 지금처럼 시즌을 거듭하고 어촌편에 산촌편까지 연달아 성공하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이서진이라는 귀차니스트 캐릭터의 공이 컸다. 그간 나영석 PD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토록 많은 미션들을 내주고 출연자들을 애써 움직이게 했던 것과는 달리, <삼시세끼>는 애초부터 그 정반대를 추구하던 예능이었다. 뭘 자꾸 하는 예능이 아니라 되도록 뭘 하지 않는 예능이 그것이었다. 거기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투덜대는 귀차니스트 이서진은 맞춤이었다. 그 귀찮음 때문에 세 끼를 차려 먹는 일도 그토록 재미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죽굴도에 들어온 이서진은 확실히 남다른 그만의 매력을 끄집어냈다. 유학 갔다 막 고향으로 온 휴대용 선풍기라는 신문물(?)을 들여온 도시남자의 면면은 풍로를 돌리고 있던 시골사람 같은 유해진과 대비되어 웃음을 주었고, 불을 피우는데 있어서도 한쪽에 불이 잘 붙지 않자 손호준에게 "포기해"라며 그걸 포기하고 대신 붙어있는 불을 활용하는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설거지 할 때조차 늘 앉는 자리와 동선이 정해져 있어 자리를 바꿔야 한다고 손호준은 말했지만, 이서진은 간단하게 밥상 같은 도구를 옮겨 줌으로써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줬다. 귀차니스트로서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려 하던 데서 나오는 <삼시세끼> 7년 짬바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죽굴도에 이서진이 게스트로 합류하면서 나영석 PD는 새삼 <삼시세끼>의 농촌편, 어촌편 그리고 산촌편이 하는 정상회담 같다고 말했다. 이서진이 마침 산촌편 대표인 염정아로부터 가져가서 같이 먹으라고 육포를 보내왔다는 걸 말해줘서였다. 그러고 보니 같은 <삼시세끼>라도 농촌편, 어촌편 그리고 산촌편이 조금씩 다른 재미와 스토리가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건 결국 출연자들의 개성에 따라 달라진 재미들이었다.

 

귀차니스트의 매력이 빛나는 이서진의 농촌편이 있었다면, 열심히 노력하지만 때론 수확이 없는 날도 나름 웃으며 풍족함을 보여주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어촌편이 있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돌아가던 염정아의 산촌편이 있었다. 캐릭터마다 저마다 주는 재미가 달랐지만, 그 중에서도 이서진은 확실히 <삼시세끼>가 가진 본래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싶은 그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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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밤’ 나영석 PD의 숏폼 실험, 무엇이 달랐을까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실험은 무엇이 달랐을까.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반이 넘는 그런 분량을 이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숏폼 형태로 6개의 코너를 16분에서 20분 정도 분량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각각의 코너는 ‘내 친구네 레시피’, ‘신기한 과학나라’, ‘당신을 응원합니당’, ‘신기한 미술나라’. ‘체험 삶의 공장’으로 연계성이 전혀 없는 그저 각각의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스토리텔링도 좀더 짧으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내 친구네 레시피’에서 홍진경이 김영철을 만나 그 모친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먹고 레시피를 전하는 그 과정은 코너가 짧다는 사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말 많기로 유명한 김영철에게 말을 더 많이 하면 어머님의 분량이 없어진다며 바로 집으로 향하고, 그 집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놔 목소리가 얽히는 과정들이 코믹하게 전개됐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나 이승기가 출연한 ‘체험 삶의 공장’도 마찬가지다. 분량이 짧아서 많은 구구절절한 도입부는 툭 잘라버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뉴욕에 대뜸 나영석 PD와 도착해 어딜 갈 거냐고 묻고 뜬금없이 “뉴욕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는 이서진을 따라 중국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엉뚱한 전개가 웃음을 줬다. 짧지만 최근 KBS에서 방영되었던 정해인이 뉴욕을 걷는 <걸어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재밌고 임팩트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목적성이 분명한데다 엉뚱함까지 있어서인데 이렇게 되는 데는 짧아야 하는 분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체험 삶의 공장’도 사실 긴 분량으로 하면 다소 부수적인 내용들이나 토크가 채워져야 하겠지만 분량이 17분 내외 정도라 이승기가 꼬막을 채취하고 공장으로 옮겨 삶아 가공한 꼬막들을 선별해 포장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승기도 반갑지만 그 현장에서 만난 사장님과 사모님의 남다른 친화력이 구수한 재미를 만든다. 자기 분량보다 그들의 분량이 더 많을 거라는 이승기가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갖는 부분 역시 분량 이야기로 웃음을 주었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6개의 코너가 들어갈 수 있게 되자 성격이 다른 코너들도 병치되었다.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가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김상욱 교수와 양정무 교수가 각각 전하는 전문적인 정보가 주는 재미에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이 절묘한 교양과 예능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한편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박지윤 아나운서와 한준희 축구 해설가가 진행하는 코너로 꿈의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아니라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찾아가 그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로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공감을 만들었다. 이 날 출연한 초등부 유도선수인 최민지 선수와 강민구 선수는 경기가 두려워서 또 경기에서 져서 우는 일이 더 많은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그 매력에 빠뜨렸다. 결국 둘 다 경기에서 졌지만 ‘잘했다’ 응원해주는 선배들과 코치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이처럼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짧은 분량을 가진 6개의 코너로 나영석 PD는 그 형식적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예능 방식을 넘어서려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숏폼 형식이 나오게 된 건 최근 유튜브가 대중적인 영상 소비 방식으로 자리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짧지만 선별적인 영상들을 찾아보는 것처럼, 이를 tvN이라는 플랫폼에 맞게 시도하고 있는 것.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여러 모로 MBC가 주말시간을 채워왔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즉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열었던 버라이어티쇼를 지금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변형했다고나 할까.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쇼가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고 그 분량을 유튜브 시대에 맞는 숏폼 형식으로 채워 넣은 것. 첫 시작이라 아직 낯설긴 하지만 분명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실험인 것만은 분명하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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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의 묵직한 질문, 당신은 사냥감의 삶을 살아가는가

“너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니? 남조선은 하나의 커다란 사냥터고, 너는 그냥 사육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OCN 드라마 <트랩>에서 한 조선족 출신 청부살인자는 자신을 붙잡아둔 형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외부인’인 그의 시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한국이라는 지옥도의 풍경일 게다. 


<트랩>은 그 제목처럼 덫에 대한 이야기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냥꾼이 있고 사냥감이 있으며 미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이며 미끼는 또 누구인가. 처음 드라마는 그 사냥감이 바로 국민앵커로까지 불리는 유명 언론인이자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강우현(이서진)인 것처럼 보여준다. 어느 날 산장에 가족이 함께 갔다가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것. 아이는 사체로 발견되고 아내는 실종되었으며 강우현 또한 온 몸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구조된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그 사건은 강우현의 진술 내용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말대로 그가 피해자라는 걸 믿게 만들어놓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것이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드러내준다. 강우현은 사이코패스였고, 대한민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내 신연수(서영희)마저 이용하다 결국 죽였으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이까지 죽이며 자작극을 벌였던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권력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커다란 사냥터로 만들고 보통 사람들을 사육시키며 필요에 따라 사냥감이 되는 걸 그저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강우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 같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한 사이코패스다. 놀라운 건 이 인물은 저 친일파의 자손을 위시해 공고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조폭과 정치인과 경제인 의사 그리고 법조인들보다 더 영악하다는 점이다. 

권력의 카르텔의 얼굴마담 격으로 세워졌던 기업인 홍원태(오륭)를 왜 강우현으로 교체해야만 하느냐는 친일파 3세(이시훈)의 질문에 카르텔의 머리격인 김의원(변희봉)은 그가 이미 그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이 단 한 건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덫으로 몰아넣었죠. 정의, 신뢰, 동정, 연민이란 우리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주 교묘한 미끼로 말이죠. 그만한 사냥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강우현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나선 TV토론에서 정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파일러 윤서영의 절규어린 이야기를 그대로 이용하며 그 뱀의 혀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되는 거냐구요 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현실을 개탄했던 윤서영의 그런 질문을 교묘하게 강우현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는 소재로 이용하는 것. 그는 말한다.

“제 정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작전정당이냐구요? 작전 필요하면 하겠습니다. 언론인 출신이 사실과 진실을 호도한다구요? 네 저 언론인 출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입니다. 전 앞으로도 제 일에 모든 감정을 쏟아서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분노, 좌절, 슬픔, 고통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의 TV 토론을 보던 친일파 재벌은 “새 시대 백년반도의 왕이 나왔구나!”하고 강우현의 언변을 경탄한다. 

<트랩>의 엔딩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다. 물론 고동국(성동일) 형사가 저 권력의 사냥꾼들과 강우현을 대결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을 제거하며 강우현은 ‘트랩’이라는 탄저균에 중독시켜 해독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복수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봐온 커다란 사냥터가 된 우리네 사회의 진면목이 주는 씁쓸함과 끔찍함을 지워내지는 못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중대한 질문 하나를 화두처럼 갖게 됐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사냥감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도처에 숨어 있는 권력의 사냥꾼들이 헌팅그라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미끼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늘 힘들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기 보다는 그냥 원래 사는 게 그렇다며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 던져주는 거짓 희망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제 혀를 잘라 뱀의 혀로 만들어 놓고 끔찍하게 웃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거짓말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그 답을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다고. 먹고 자고 그저 버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믿으면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버티고 견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어쩌면 저들은 거짓희망을 얘기하면서 평범한 서민들은 늘 그렇게 사냥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트랩>의 강우현의 실체가 더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그래서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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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이서진은 ‘예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이서진 하면 먼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작품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서진은 2003년 방영됐던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후 지금껏 연기를 쉰 적은 없었다. 2007년 <이산>, 2011년 <계백> 같은 대작 사극에 출연했었고, 2014년에는 <참 좋은 시절>로 KBS 주말극에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결혼계약>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특별기획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지난해 그가 출연했던 영화 <완벽한 타인>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진 하면 예능이 먼저 떠오르게 된 건 이른바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며 출연해왔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과거 <1박2일>에서 나영석 PD와 맺은 인연이 이어져,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시리즈로 이서진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유의 툴툴대면서도 할 건 또 제대로 다 하는 그의 캐릭터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늘 미소 짓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완벽한 타인>에 이어 OCN 주말드라마 <트랩>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타인>이야 코미디물인데다가 원 톱이 아니라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것이니 이서진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본격 스릴러 장르물인 <트랩>은 다르다. 이 7부작 무비드라마에서 이서진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국민앵커로 불리며 사직한 후에도 대중과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강우현이 바로 이서진이 해내야 하는 역할. 드라마는 그가 아내 신연수(서영희)와 아들 강시우(오한결)와 함께 어느 산장에 가게 되면서 의문의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 사냥’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채 병원에 실려 온 강우현은 자신이 산에서 겪었던 일들을 힘겹게 털어놓지만 동시에 그 충격으로 인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강우현이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공수특전여단에서 장교로 복무한 인물. 강우현을 덫에 빠뜨린 산장지기 마스터 윤(윤경호)을 오히려 공격하며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의 만만찮은 반격이 이어질 거라는 걸 예감케 했다. 실제로 그는 아내와 아들을 붙잡고 있는 사냥꾼들과 석궁과 총 그리고 맨주먹으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랩>이 제목에 담아놓은 ‘덫’은 산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냥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듯 보인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주변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그를 둘러싼 숨겨진 거대한 덫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최대투자자인 홍원태(오륭)가 그렇고, 비서지만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김시현(이주빈)이 그렇다. 심지어 아내 신연수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느낌을 준다. 국민 앵커라는 위치가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이는 위협요소들이 강우현을 둘러싼 덫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어딘지 부드럽고 신뢰가 가는 인물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덫에 걸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의 변신을 이서진은 연기해야 한다. 투박하게 이어지는 액션과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절박함 같은 감정들은 결코 쉬운 연기라 보긴 어렵지만 이서진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연기 도전이어야 우리가 늘 이서진하면 떠올리던 예능의 잔상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서진에게 어찌 보면 예능의 덫(?)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과연 이서진은 이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1999년 데뷔한 이서진이 예능과 연기 사이의 시험대에 올랐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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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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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와 함께 성장한 이서진, 흐뭇함이 느껴지는 건

산악열차로 한참을 올라가서도 또 꼭대기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tvN <꽃보다 할배>가 찾은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산. 다른 할배들이 전망대에 일찌감치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이서진은 몸이 불편한 백일섭과 함께 걷는다. 조금 걷다가 숨이 차오르면 앉아 쉬다가 다시 걷는 그 느릿느릿한 걸음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다른 할배들이 지나간 그 자리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오른다. 

이서진은 그 곳의 걸어야할 오르막길을 알고는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백일섭 때문이었다. 그는 백일섭이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인터뷰에서 백일섭은 “왜 안 올라가나, 올라가야지. 속도는 안 맞더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그 느린 속도에 보폭을 맞춰 걸었다. 자신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숙소로 돌아와 술 한 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처음 하던 때랑 지금 자신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다른 할배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고 경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해 느린 백일섭 때문에 힘든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야 알아서 잘 즐기시지만 그렇지 못한 백일섭 선생님과 보조를 맞추며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는 것. 

확실히 이서진은 달라졌다. 5년 전 <꽃보다 할배>를 처음 할 때만 해도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배들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멘붕이 되는 이서진의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 이서진 옆에서 나영석 PD가 은근히 긁어대며 놀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런데 이번 여행을 보니 그가 나영석 PD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며 얼마나 성장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호언장담하며 ‘요리왕 서진이’를 얘기하다가 막상 <삼시세끼>로 판이 벌려지자 밥 세 끼 해먹는데 하루를 온전히 다 보내며 “이런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투덜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가 <윤식당>을 거치며 ‘경영 귀재’에 칵테일 만드는 바텐더로 업그레이드 되더니 요리면 요리 서비스면 서비스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일꾼’의 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숙소를 잡고 숙소까지 교통편을 찾아 이용하고 도착해서는 직접 저녁을 한식으로 챙겨 만들어내고, 그 곳에서의 여행 루트까지 짜낸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건 그의 노하우(?)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성숙됐고 성장했다. 한 때 귀차니즘의 캐릭터였던 이서진에게 일어난 흐뭇한 변화다. 

그래서일까. 이번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해졌다. 그건 물론 이제 몸이 조금씩 불편해져가는 연세에도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배려의 모습을 보이는 ‘진정한 어른들’의 마음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을 경험하며 성장해온 이서진의 변화를 보게 돼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변화 과정을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사람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공유한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마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의 비의를 슬쩍 들여다본 그런 느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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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짐꾼 이서진 없다면 ‘꽃보다 할배’ 가능했을까

“미쳤지? 미쳤어.” 이서진이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나영석 PD가 짓궂게 몰아댄다. 이동하는데 특히 힘겨운 <꽃보다 할배>였다. 지하철 타는 곳을 잘못 찾아가 되돌아 나와야 했고, 내리는 곳을 잘못 알아 다시 급하게 타야 했으며,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돌아가야 했으니 나영석 PD의 짓궂은 한 마디는 무안해할 이서진을 위한 질책이었을 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서진은 그제서야 머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상황을 넘겼다. 어르신들은 질책을 하기보다는 허허 웃으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밌다”고 해주셨다.

그런 이서진이 ‘고장났다’고 제작진들이 말했지만,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을 통해서 보니 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한 차례 실수를 해서 어르신들을 힘겹게 했으니 자신은 더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중앙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사는 것 하나만 봐도 이서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한 차례 해봤던 경험이라 혼자서라면 쉽게 했을 테지만 그만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못내 그를 긴장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서지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간신히 표를 끊는 긴박감을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여정은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또 다른 어르신들을 든든히 챙겨주는 조력자로서 이서진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래도 막내로 더 어린 사람이 와서 이서진을 도와야 하는데 자신마저 부담을 지워준 것 같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다른 어르신들이야 이서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가를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김용건은 처음 겪는 일이라 그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또다시 이서진의 고행(?)이 시작됐다. 숙소까지 가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대모험’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는 말에 반색하는 백일섭이었지만, 택시 타는 곳을 잘못 나와 다시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도 콜택시로 예약을 해야 택시를 잡을 수 있어 연실 전화를 하며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혼자라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어르신들 모두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두 대의 택시를 간신히 잡아 숙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하게 했지만, 이제 또 예약한 아파트먼트의 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 찾아간 그 곳에서 예약한 아파트먼트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주소조차 택시를 내린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이서진은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한 아파트먼트는 포기하고 겨우겨우 찾아간 다른 아파트먼트. 다행히도 그 곳의 숙소는 꽤 넓고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여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어르신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편안한 숙소를 찾아내고 그 곳까지 가는 이 모든 일들이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이제 보니 나영석 PD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웃으며 일처리를 척척 해낸 프로 짐꾼 이서진 덕분이었다. 이서진이 호텔 키를 받으러 갔을 때 어르신들이 “이서진 없으면 이 여행 안돼”라고 했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이 아니라서 이서진의 용돈(?)을 받아 어르신들이 각자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도, 이서진의 부재가 가져온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없으니 식사 주문 하나 하는 것도 영 쉽지가 않았던 것. ‘젊은 짐꾼’ 하나 더 붙여서 이서진도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어르신들이 이야기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진은 늘 툴툴대고 조금 엉뚱하게 되어버린 일 앞에서도 “내 잘못 아냐”라고 얘기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과의 여정에서 사실 굉장히 힘겨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꽃보다 할배>가 쉽지 않은 여정에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힘이 아닐까. 실로 어르신들 말대로 이서진이 없다면 이런 여행도, 이 프로그램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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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 어르신들의 즐거운 여행 어째서 감동일까

이순재는 ‘직진 순재’답게 늘 맨 앞에 서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어르신들의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서진이 따른다. 그 뒤로 신구와 박근형, 김용건이 걷고 맨 뒤에 백일섭이 뒤따른다.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이 걷는 속도는 다르다. 어르신들이라 저마다의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는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500미터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의미 깊게 담아낸다. 심지어 드론촬영으로 공중에서 내려다 본 풍경까지 더한다. 그렇게까지 담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걷는 속도로 걷지만 그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그 안에서 오가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이순재는 맨 앞을 걸어가면서도 뒤 따르는 동생들(?)이 잘 따르고 있나 궁금하다. 이서진은 더더욱 조바심이 생긴다. 걷는 속도에 따라 일행이 나눠져서 통솔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무엇보다 맨 뒤에 오는 백일섭이 신경 쓰인다. 중간을 걷는 신구와 박근형은 앞서가는 이순재를 따라가면서도 뒤에 오는 백일섭을 돌아본다. 김용건은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멈춰서 백일섭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한다. 서로의 걷는 속도는 달라도 그들은 서로를 마음으로 챙긴다.

베를린에서 동서독 통일의 현장을 둘러보는 일은 걷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백일섭은 자전거 투어를 할 거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것이 진짜 즐거워서이기도 하겠지만 걷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걸 다른 일행들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엿보인다. 박물관 앞에서도 들어가지 않고 그 앞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시간을 보낸다. 

어르신들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베를린의 같은 곳을 가도 그 여행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이순재가 박물관 구석구석을 다 다니며 ‘알쓸신잡’ 뺨치는 지적 호기심을 드러낸다면, 신구는 그 곳의 숨결을 읽어내려 한다. 박근형이 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한다면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를 이서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순재는 학구파, 신구는 감성파, 박근형은 낭만파,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선생님들 구경하시는 거 계획 짜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저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또 자기 색깔이 확실하지만 어르신들은 부딪치는 면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기 속도를 먼저 체크하고 타인의 여행 방식을 배려한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이순재와 신구를 일찌감치 나온 김용건과 박근형이 들어가지도 않은 백일섭과 함께 농담을 하며 기다린다. 심지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서진이 지하철에서 탑승구를 못 찾아 헤매고 내릴 역을 지나와 돌아가도 오히려 그런 일이 처음이라 “신난다”고 말하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신구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대뜸 같이 나선 김용건이 쉽게 찾아지지 않자 계속 농담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신구를 편하게 하기 위한 농담이다. 간신히 버스 시간에 맞춰 돌아오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더라구”하며 그래서 싸게 했다고 농담을 던지는 김용건은, 피곤할 수 있는 여행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날 아침 백일섭이 중대발표라도 하듯 30분 일찍 자기가 먼저 출발하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함 같은 것마저 느껴진다. 서로의 속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래서일까.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꽃보다 할배>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뭉클함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여행 중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어르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하나에서도 남다른 마음이 느껴진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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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기만 해도 훈훈한 ‘꽃할배’, 김용건이 있어 즐겁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지난 2015년 3월 그리스여행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2013년 7월 첫 방송된 후 매년 방영됐었기 때문에 이 3년 간의 공백은 아쉬움이 컸다. 더 이상 <꽃보다 할배>가 시즌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 배낭여행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아파 걷는 것도 영 불편했던 백일섭 같은 어르신에게는 더더욱. 

다행스럽게도 그 3년의 공백 동안 수술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백일섭은 돌아왔고, 워낙 건강했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다만 짐꾼으로 늘 함께 해왔던 이서진이 이제 자기도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다고 말하는 게 우스우면서도 조금 짠해질 뿐.

그런데 이번 <꽃보다 할배>에는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막내’가 투입됐다. 그 막내는 다름 아닌 연예계에 대표적인 신사로 알려진 김용건이다. 이미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용건이지만, <꽃보다 할배>는 그에게 더더욱 각별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가는 형들이(?) 모두 젊은 날부터 동고동락해온 분들이기 때문이다. 

김용건의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신사다운 모습은 공항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 형들을 기다리고, 한분씩 올 때마다 커피를 직접 사다 주는 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심지어 이서진에게도 커피를 사다주는 김용건에게서는, 젊은 세대들과도 나이 차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백일섭은 김용건과 50년 지기 선배였다. 방송을 같이 하면서 친구처럼 자신을 챙겨줬다고 한다. 그래서 첫 만남부터 그들은 아무런 이물감도 없이 어우러졌다. 이서진은 지난 여행에서 늘 걷는 게 불편해 뒤처지곤 했던 백일섭이 이번 여행에서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용건이 함께 하게 되면서 이서진은 훨씬 든든해졌다. 김용건이 알아서 백일섭을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도 되고 못가면 다음 생에 가면 된다”고 말하는 백일섭이 숙소를 찾아갈 때 뒤처지게 되자 김용건이 이 대목에서 “마이웨이를 깔아줘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방송으로서도 백일섭을 챙기는가를 잘 보여줬다. 이서진은 솔직히 예전에는 백일섭의 뒤처짐이 다른 어르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도 나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알게 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어쩌면 유쾌한 기분과 웃음이야말로 힘겨울 수 있는 여행도 즐겁게 만드는 청량제가 아닐까. “싱거운 소리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 ‘건건이’로 불린다는 김용건은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다. 예고편에서 슬쩍 나온 것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쳐온 이서진에게 “지나온 거야? 그럼 후진하라고 해”라고 말하는 대목에게서는, 힘든 상황도 유쾌한 농담으로 한바탕 웃고 넘어가게 해주는 김용건의 진가가 보였다. 함께 다시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꽃보다 할배>. 막내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이 여행은 더더욱 유쾌해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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