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에릭, 차줌마의 요리와 참바다의 낚시를 겸비

 

tvN <삼시세끼> 어촌편 하면 역시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차줌마 차승원과 참바다 유해진이다. 만재도에서 유해진이 낚시를 해오면 차승원은 그 적은 재료(?)들로도 맛나게 요리를 해내놓았다. 단순하지만 그 낚시하고 한 끼 챙겨먹는 맛이 바로 <삼시세끼> 어촌편에 시청자들이 푹 빠졌던 이유다. 그래서 두 사람 없는 <삼시세끼>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딘지 아쉬움 같은 게 있었던 게 사실이다. 차승원, 유해진 없는 어촌편이라니.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하지만 새로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에릭이라는 보물이 있었다. 스스로 사전 인터뷰를 통해 낚시가 특기이자 취미라고 밝혔던 인물. 게다가 첫 방송에서 슬쩍 보여준 요리 솜씨는 차승원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낚시면 낚시, 요리면 요리 뭐든 다 되는 에릭이 있어 이번 득량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삼시세끼>는 전혀 전편의 빈 자리가 느껴질 새가 없었다.

 

물론 에릭은 낚시와 요리에 있어서 유해진과 차승원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유해진은 낚시를 잘 한다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가장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에릭은 진짜 프로 낚시꾼의 면면을 보여줬다. 파도의 방향을 보고 낚싯대를 어느 쪽으로 드리워야 하는가를 정하기도 하고, 초보 낚시꾼 윤균상의 낚싯줄이 걸려 끊어지자 척척 다시 이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릭은 낚시를 한다는 것에 들떠 있었다. 자신의 특기이자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요리에 있어서도 에릭은 극강의 섬세함을 보여줬다. 차승원의 요리가 어딘지 남성적이고 거침없는 느낌이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면면이었다. 요리를 하기 전 곰곰이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시간을 보내고,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려는 정성이 느껴졌다. 얼마 없는 게로 된장찌개를 하는 에릭은 게살을 미리 하나하나 발라내어 껍질로는 낸 국물에 따로 넣어줘 버리는 게살 없이 요리를 내놓았고, 그 흔한 감자전 하나를 만들어도 빨간 고추를 살짝 얹어 색감을 살려내는 센스를 보여줬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에릭의 요리는 완전히 계획하고 만든 자의 깔끔함이 묻어났다. 수제비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낼 때 비닐봉지에 기름을 넣고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하는 모습은 스스로는 손에 묻을까봐 라고 말했지만 빈틈없는 그의 성격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 밀가루 반죽을 가위로 척척 잘라 국물에 넣는 모습까지.

 

유해진의 낚시와 차승원의 요리를 모두 자기 스타일로 해결해내면서 에릭만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났다. 낚시를 할 때는 굉장히 남성적인 전문가의 포스가 있었지만 요리를 할 때는 심지어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지는 그는 이 두 요소들이 기묘하게 어우러져 어떤 든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물론 이 새로운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여전히 투덜대며 프로 세끼꾼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서진과 새내기로 들어와 막내로서 뭐든 열심히 하는 윤균상 역시 각각의 매력이 분명하지만 이번 편에서 그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역시 에릭이 아닐까 싶다. 그가 있어 득량도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삼시세끼> 어촌편에 대한 기대감 역시 쑥쑥 커지고 있으니.

어촌편으로 돌아오는 <삼시세끼3>, 또 기대되는 이유

 

나영석 PD의 밀당에 또 당했다. 당했지만 기분은 좋다. 마치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삼시세끼>가 어촌편3로 다시 돌아온다니 말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나영석 PD는 전에는 하지 않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일부 반응에 대해서는 상처 받는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번 고창편은 게스트를 따로 투입하지 않고 온전히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4인방의 가족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너무 밋밋하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미 <삼시세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오히려 그 편안함이 시청자들에게는 힐링으로 다가올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던 과거의 <삼시세끼>와 달리 중간 중간 빠졌다가 다시 올랐다가 하는 등락을 거듭하게 된 것도 이 고창편의 심심함이 누군가에게는 힐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 그대로 심심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을 추수까지 할 것으로 여겨졌던 <삼시세끼> 고창편이 추수 전에 마무리를 지은 것도 조금은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만일 지금의 고창편을 조금 더 이어갔다면 그리 좋은 반응들이 계속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적정한 시점에 끊어줌으로써 충분한 아쉬움을 남겼고, 여기에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영석 PD가 마치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삼시세끼> 다음 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갖게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계속 해달라는 것.

 

그리고 고창편 마지막회에 짧은 예고편에 나영석 PD의 몰래카메라가 등장하며 <삼시세끼> 어촌편3로 돌아올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어촌편의 주역들이었던 차승원과 유해진이 고창이라는 내륙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삼시세끼> 어촌편3의 기획이었다. 반대로 이서진이 바다로 가는 것. 하지만 고창편에서 힘겨움을 토로했던 나영석 PD의 이야기 덕분에 이렇게 빨리 <삼시세끼> 어촌편3가 이서진을 세워 돌아온다는 것은 좀 더 놀라운 반전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영민한 선택은 이서진과 함께 하는 인물들로 에릭과 윤균상을 채워 넣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에릭은 그 출연만으로도 여심들을 움직이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여기에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닥터스>를 통해 역시 확고한 팬덤을 갖고 있는 윤균상이 막내로 합류한다니.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삼시세끼>에 윤균상에 대한 러브콜을 공개적으로 했던 건 다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제 <삼시세끼>는 브랜드가 되었다. 뭐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에서조차 두 자릿 수 시청률은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중요해진 건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만큼 브랜드의 관리다. 고창편에서 어촌편3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나영석 PD의 놀라운 브랜드 관리 능력이 드러난다. 마치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듯이 할 듯 안할 듯 기대를 뺐다가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그 페이스 조절이 실로 탁월하다 느껴진다.

 

이로써 그게 말이 돼?”하고 투덜대며 배 운전에 도전하는 이서진의 새로운 면면과 에릭, 윤균상이라는 새로운 얼굴들이 다시 합류한 어촌편3는 그 어느 시즌보다 더 기대되는 <삼시세끼>가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는 프로그램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브랜드 관리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삼시세끼>, 유해진 합류 전과 후 뭐가 달랐나

 

차승원은 어딘가 어색해했다. 당연할 것이다. 얼굴만 봐도 척척 그 속내를 알아채고 같은 나이 또래에 함께 배우 생활을 해온 그 경험치를 공유해온 친구, 유해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맞아주는 손호준과 새롭게 가족이 된 남주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지만 툭 던지는 아재개그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며 차승원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물론 차승원 역시 새로 합류한 남주혁을 세심히 살피고 챙겨주었다. 배우 이전에 모델 대선배인 차승원이 남주혁에게는 못내 어려운 선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남주혁이 우유를 만지작대면 그걸 좋아하나보다 하며 사주고, 그의 입맛을 배려해 떡볶이 떡을 사와 닭복음탕에 넣어주었다. 어려워할 그에게 불 잘 지핀다며 칭찬을 해주고 뭔가를 시킬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배려의 모습은 훈훈하긴 하지만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는 그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었다. <삼시세끼>가 애초에 정선에서 이서진과 옥택연을 출연시킨 건, 그들이 이미 <참 좋은 시절> 같은 드라마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어색한 만남의 과정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시작부터 투덜대고 못하는 밥이나마 챙겨 먹으며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별다른 사적 관계가 없는 남주혁의 출연에 유해진의 부재는 차승원으로서는 이번 <삼시세끼>가 만만찮게 다가왔을 것이다. 유해진 같은 존재가 있어 같은 또래끼리 치고 박고해야 편안해질 텐데, 두 명의 후배들 위에서 선배로 시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차승원은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차승원은 새 삼시세끼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요리에 들어갔다. 텃밭에서 야채를 가져와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 그렇게 뚝딱 한 끼를 해먹고는 바로 저녁엔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그들은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돌아와 닭볶음탕을 해먹는다. 그렇게 어찌 보면 이 첫 날의 모습은 마치 차승원이 요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다소 어색한 분위기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유해진이 이 마을로 슬슬 걸어 들어오면서 깨져나갔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재개그를 툭툭 던지는 유해진은 바로 어제 만재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동네 이장님댁에 가서 차승원을 놀래키기 위한 이장 분장을 하면서도 너무 잘 그 동네에 어우러졌다. 물론 뒤태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유해진이라는 걸 척 알아맞히는 차승원 때문에 몰래카메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된 완전체는 이제야 비로소 <삼시세끼>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골 길을 함께 걸어가며 유해진과 차승원은 비로소 특유의 아재스럽지만 푸근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개그들을 늘어놓는다. 후배인 남주혁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선배들을 친구처럼 대하라며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그 모습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빠져들게 했다. 카메라가 부감으로 빠져나가며 비추는 네 사람의 즐거운 모습은 그래서 고창의 어느 마을과 조금씩 어우러져가는 이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 것일까. 그것은 그에게서 배어나오는 시골스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남주혁은 아무래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모델 같은 도회적 느낌을 준다면, 유해진은 진짜 시골 이장님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그것은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이러니 <삼시세끼>에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케줄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하루의 격차를 두고 유해진 합류 전과 후로 <삼시세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만큼 유해진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 있을까. 유해진의 합류로 본격화된 완전체의 고창에서의 시골 살이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결혼계약>의 판타지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은 촌스럽다. 어찌 보면 과거 7,8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신파적인 인물 강혜수(유이)가 주인공이다. 어찌하다 보니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그녀는 딸 은성(신린아)과 함께 꿋꿋이 살아간다. 하지만 도무지 갚을 수 없는 빚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해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한지훈(이서진)의 제안은 유혹적이다.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거짓 결혼을 하고 이식을 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것.

 


'결혼계약(사진출처:MBC)'

돈 때문에 거짓 결혼에 장기 이식까지. 요즘 같은 세상에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그 설정만 보면 너무 전형적인 신파극의 여주인공인지라 새로움이라던가 트렌디한 면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캐릭터의 전형성은 이야기 역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쉽게 짐작하게 만든다. 즉 어찌 어찌해 계약을 통해 거짓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차츰 이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살아가는 한지훈이라는 인물이 조금씩 강혜수와 그녀의 딸 은성에게 사랑과 정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들이 자신의 장기 이식을 위해 거짓 결혼까지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오미란(이휘향)이 자살할 결심을 하고 다행히도 그녀를 강혜수가 살려내고 설득하는 장면 역시 전형적인 신파의 한 대목 그대로다. “구차하게 살아도 사는 게 좋다는 혜수의 말에 오미란은 마음을 돌린다. 혜수의 처지와 오미란의 처지는 어떤 면에서는 통하는 구석이 생겨난다.

 

돈 밖에 모르는 것처럼 살아가는 한지훈이 강혜수와 은성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겉으로 보기엔 장기이식을 전제로 하는 결혼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차츰 거기에서 그의 무심한 듯 드러나는 진심이 보이는 건 역시 공식적인 관전 포인트다. 동정할 수밖에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과 그녀와 계약으로 만나지만 차츰 계약 그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남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멜로. 이만큼 전형적이고 나아가 촌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드라마가 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이야기의 설정부터 전개까지 다 알고 있는 뻔한 드라마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특별히 막장적인 자극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혜수라는 인물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그녀가 그 수렁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더 사랑받기를 원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복수극의 또 다른 형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복수극들 역시 그 공식은 정해져 있다. 치가 떨리는 악역(요즘은 갑질 재벌2세가 대세다)이 등장하고 그에 의해 처절하게 당하는 주인공이 끝내 그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 권선징악이 그것이다. <결혼계약> 역시 다르지 않다. 복수극의 악역을 이 드라마는 자본이 만들어내는 돈 세상이 맡는다. 결국 이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가 원하는 권선징악이란 돈이 아닌 사람에게 무릎 꿇고 계약이 아닌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닌가.

 

<결혼계약>이라는 촌스럽고 뻔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래서 드라마 바깥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왜 사람들이 이런 뻔한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걸까. 실제로 돈이면 다 된다는 그 현실에 얼마나 마음을 다쳤으면 뻔한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그것을 뒤집는 판타지를 간절히 원하게 된 걸까. 이것이 <결혼계약>이라는 드라마의 뻔해도 결코 약하지 않은 판타지의 정체가 아닐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