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같은 트렌드, 관성으로 가는 주말예능

 

일요일 저녁 TV를 켜면 마치 시간이 과거로 되돌려진 느낌이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2012<나는 가수다>가 이소라를 첫 무대에 세워 바람이 분다를 들려줬던 그 시절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SBS <판타스틱듀오>는 그 콘셉트를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바꾸었고, MBC <복면가왕>은 편견을 깨는 복면 콘셉트로 변화를 주었다. 물론 그 변화는 기존의 주말을 장식했던 음악 예능과의 차별점을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차별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유사점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창력 대결은 어쩔 수 없이 그 정점이었던 <나는 가수다>를 따라간다. 노래 부르는 가수와 그 놀라운 가창력에 호들갑을 떨며 소름 돋았어라고 말하는 청중 혹은 패널들이 존재한다.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무려 9연승을 하고 10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그 복면 너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보여줬던 그는 지금 복면을 썼을 뿐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가창력의 무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9연승, 10연승 같은 수치들이 <복면가왕>의 관전 포인트로 바뀌어갈수록 복면을 씌움으로써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의 매력들을 추구하던 <복면가왕> 본연의 이야기는 점점 퇴색해져 간다. <나는 가수다>가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다양성이 아닌 목청 대결로까지 치달았던 그 서바이벌 콘셉트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이 대결의 대오에 SBS <판타스틱 듀오>가 뛰어들었다. 일반인과 프로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음악 자체보다 그 소통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주면서 참신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조금 지나자 전형적인 가창력 대결의 틀로 흘러간다. 이선희가 꾸린 듀엣 무대에 다른 가수들의 듀엣들이 도전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복면가왕>의 대결 구도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형식과 구성을 바꾸었지만 그 지향점이 가창력 절정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차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주말 저녁 TV를 트는 시청자들은 그 차별점을 굳이 찾아낼 정도로 집중하진 않는다. 대신 음악이라는 소재가 같고 결국 여기를 틀어도 저기를 틀어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는 모습이 나오는 걸 보고는 그게 그거인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이 능동적을 찾아보는 주말 예능으로서 자리하기가 쉽지 않다.

 

KBS <12>SBS <런닝맨>은 주말 예능의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12>은 시즌3를 거치며 무려 9년차에 접어들었다. <런닝맨> 역시 6년을 거치며 최근 300회 특집을 했다. 오래도록 한 길을 달려온 공적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패턴 안에서 도돌이표를 하는 듯한 프로그램의 반복은 때론 식상하게 다가온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그 본질이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틀로 귀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12>은 여행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재미 부분은 대부분 게임이다. 최근 들어 윤시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지만 <12>은 곧바로 복불복 게임의 반복 속으로 들어갔다. <런닝맨>은 아예 대놓고 게임 버라이어티를 추구해온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 역시 너무 비슷비슷한 게임들의 반복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300회 특집으로 한 것이 ‘7 vs 300’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시도해온 다양한 게임들의 양을 긍정하게 하면서도 그 단순한 게임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들 또한 상기하게 해준다.

 

한때 대중들의 시선을 한 몫에 차지했던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과 군대예능 <진짜사나이>는 이제 그 트렌드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콘셉트를 집어넣으려고 인물을 바꿔보기도 하고 조합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트렌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때는 그래도 지상파 3사의 예능 성적표를 가름하던 주말 예능이었다. 주말 예능에서 수위에 오르면 마치 지상파 3사 대결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지상파 주말 예능은 이른바 되는 콘셉트만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음악예능이고 게임예능이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해 반복하고 있는 게 육아예능이고 군 소재 예능인 셈이다. 이래서는 이탈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오기가 힘겨워진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왜 여전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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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에서 하나도 더 나가지 못한 지상파 음악 경연 예능들

 

너무 비슷해서 때로는 그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음악경연 프로그램들 이야기다. MBC가 금요일에 방영하고 있는 <듀엣가요제>, SBS가 수요일 밤과 일요일 저녁에 각각 방영하고 있는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를 보다보면 어디선가 봤던 가수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하는 박정현, 거미, 윤도현, 김조한 등은 누가 봐도 과거 MBC에서 했던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들이다. 사실상 <나는 가수다>가 재발굴 했던 가수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판타스틱듀오> 첫 회에 무대에 오른 임창정, 이선희, 김범수 역시 <히든싱어><나는 가수다>가 이미 재조명했던 가수들이다. <듀엣가요제>에 출연했던 솔지, 민경훈, 루나, 강균성 같은 가수들은 <복면가왕>이 주목시켰던 가수들이다.

 

이렇게 어디선가 이미 주목됐던 가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비슷한 레퍼토리의 곡들을 반복하게 된 까닭은 분명 있다. 결국 가창력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동일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수들을 찾다보니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국내에서 가창력 하나만으로 확고한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들은 한정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사정은 있으나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대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하고는 있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 그리고 <듀엣가요제>가 모두 똑같이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역시 이들 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창력을 뽐내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서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악의 묘미가 마치 가창력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대중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음악은 고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음도 있고, 또 가사도 있으며 최근에는 그저 듣는 수동적인 재미가 아닌 창작의 재미에 더 대중들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 역시 가창력대결을 보여주던 시대는 일찍이 지나가 버렸다. 가창력이 아닌 음악적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참가자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건 최근 들어 싱어 송 라이터들이 유독 많이 나오고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힙합 오디션이 그나마 대중들에게 뜨거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 역시 이 장르가 결국 개인의 마음을 담은 창작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정서가 달라지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상파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최근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은 하나 같이 옛날 <나는 가수다>적 시절에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다는 건 시청률 지표 역시 말해준다. <듀엣가요제>7.6%(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6%대로 주저앉았고,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때는 10.4%를 기록했지만 정규로 편성되고 나서는 4,5%에 머물러 있다. <판타스틱 듀오>도 파일럿에서는 8.4%를 기록했지만 주말 예능 시간대에 정규 편성되면서 6%대로 뚝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데 이러한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속속 편성되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명절의 파일럿 경쟁이다. 지금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명절에 파일럿으로 들어와 그 시험대에 오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명절 파일럿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다 모여 크게 집중하지 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반짝했다고 해서 정규로 들어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게 최근 이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 역시 명절에 파일럿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 즉 파일럿이라고 해도 정규로 들어왔을 때 역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만한 참신함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절 파일럿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만을 더 이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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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를 통해 보인 '위탄2'의 진심

'위대한 탄생2'(사진출처:MBC)

"그런데 경주야 생방송은 안 되겠어. 섭섭하지?"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에서 이선희 멘토는 멘티인 김경주와 더 이상 생방송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김경주의 눈물을 닦아주며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선희. 그런 그녀에게 김경주는 품에서 편지를 꺼내준다. 이선희가 멘티들에게 각각 보내줬던 진심을 담은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의자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김경주를 꼭 안아주며 눈물 흘리는 이선희의 모습에서 '멘토'라는 단어의 의미가 되살아난다. 그 장면 위로 김경주의 인터뷰한 목소리가 오버랩되었다. "한 달 동안 가슴이 꽉 찬 거 같아요."

김경주는 최종 미션 무대에 서기 전에 이런 얘기를 했다. "헤어지는 거 정말 싫어요. 떨어지면 생방에 못가서 아쉬운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언니 오빠들이 없어서예요." 같은 이선희 멘토의 멘티였던 배수정도 이 멤버들을 "정말 가족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배수정을 '큰언니 큰누나'로 부른다고 했다. 이선희가 이들을 무대에 올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얼굴은 흡사 엄마가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는 그 표정이다. 최종 미션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도 그녀는 각각의 멘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김경주에게는 호흡과 비브라토를 강조했고, 구자명에게는 담백하게 부르기를, 장이정에게는 조금 오버하면서 불러도 된다고, 또 배수정에게는 강약 조절을 잘 해주기를 부탁했다.

멘티들의 가족들을 모두 초대하고, 소속사 식구들로 이승기와 이서진을 초대한 자리에 앉아, 멘티들과 호흡을 맞춘 연주자와의 무대를 바라보는 이선희는 그 자리에서조차 심사가 아니라 멘토링을 하고 있었다. 멘티의 노래에 때론 깊은 공감을 표하고 때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그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얼굴과 표정과 마음에서 언뜻 '위탄2'의 진심이 느껴졌다. 멘토링이란 바로 이런 것이고, 이것이 '위탄2'가 진정 차별화하려 했던 그 진정성이 아니었던가. 이선희 멘토의 최종 미션 무대는 그래서 가족 모임 같은 훈훈함을 만들었다. 멘티들은 형제 남매 같았고, 이선희와 멘티들, 이선희와 소속사 가족들, 또 멘티들의 기족들, 게다가 멘티와 함께 무대를 꾸민 연주자들까지 가족 아닌 사람이 없었다.

'위탄2'는 멘토 스쿨로 들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심사에서는 독설도 마다않던 윤일상 멘토의 따뜻한 면모가 멘토 스쿨에서 드러났고, 이승환 멘토의 아이 같은 천진함 뒤에 숨겨진 완벽주의가 보였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윤상 멘토는 멘토 스쿨을 통해 섬세하고 사려 깊은 지적으로 멘티들의 변화를 만들어냈고, 이선희 멘토는 마치 엄마 같은 가족적인 멘토링의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위탄2'가 보여주는 따뜻한 멘토링을 보며 심지어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이 하나의 판타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혹독한 트레이닝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 무대에 서는 경쟁자들을 위한 것(그들이 우승하기  위한)이라고 제시되지만 여기에는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사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방송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탄2'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오디션의 다른 지점은 바로 멘토링이 주는 따뜻함에 있다. 트레이너와 경쟁자라는 차가운 관계가 아니라 멘토와 멘티라는 관계가 주는 훈훈함. 그래서 만들어지는 경쟁을 초월한 관계들의 스토리. 오디션 프로그램의 사심을 넘어서는 진짜 관계들의 진심. 이것이 '위탄2'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선희는 멘토 스쿨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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