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어쩌다 이미지 세탁 방송처럼 보이게 됐나

 

우려하던 상황이 결국 벌어졌다. <백년손님-자기야(이하 백년손님)>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로 논란을 겪은 함익병의 방송분량을 편집 없이 내보냈다. 이런 징조는 이미 이날 오전 지난 회 재방송분에서도 함익병 분량이 그대로 나가면서 어느 정도는 예측된 일이었다. 물론 많은 이들은 예고편에 함익병이 등장하지 않아 본방에서는 빠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했던 게 사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백년손님 자기야(사진출처:SBS)'

사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방송 그 자체가 문제될 게 없다고 여길 수도 있을 터다. 방송에서 생긴 불미스런 사건도 아니고 함익병 개인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놓은 말 몇 마디가 만들어낸 논란이니 말이다. 그러니 <백년손님>측은 인터뷰는 인터뷰이고 방송은 방송일 뿐이라는 입장을 가질 수도 있을 게다. 또한 발언이 비상식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야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개인적인 생각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매체와의 공공연한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건 다른 문제다. 게다가 그는 이미 방송인이나 마찬가지다. 방송인이라면 혼자 몸이 아니다. 자신의 발언은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한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들끓는 논란으로 인해 <백년손님>의 게시판은 이미 논쟁의 장이 되어 버렸다.

 

잘 먹고 살 수 있다면 독재도 나쁘지 않다는 식의 발언이나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은 권리의 4분의 3만 행사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파격을 넘어 파괴적이다. 왜 잘 나가던 함익병이 이런 발언을 매체를 통해 내놨는가에 대한 추측들도 쏟아져 나온다. 다분히 그의 파괴적인 발언들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일까. 항간에는 함익병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만일 함익병이 방송으로 얻은 이미지를 통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면 의도치 않게 방송은 그에게 이용당한 꼴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은 과장된 예측일 것이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 대중들의 마음에 공분을 터트리는 발언을 굳이 해야 했을까. 그것도 국민사위라고 불릴 정도로 긍정적인 방송의 모습을 통해 그를 지지해왔던 여성들을 무참히 배반하는 이야기를?

 

제 아무리 방송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백년손님>이 함익병의 방송분량을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백년손님>을 일종의 이미지 세탁방송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집 없이 방영된 <백년손님>에서 함익병은 장모와 함께 댄스타임을 갖기도 했고 고장 난 옷장을 손보기도 했다. 이 장면만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여성의 권리 운운하는 발언을 했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함익병 논란을 정면 돌파 하려는 <백년손님>의 용감함은 자칫 프로그램 전체를 이미지 세탁 방송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미 다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방송이 내보내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방송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발언을 통해 확인된 이미지가 이처럼 다른 인물을 고집하는 것은 방송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함익병 논란은 그 사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리얼리티 프로그램 트렌드에서 계속 생겨날 수 있는 일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제 아무리 일반인이라고 해도 방송에 노출되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방송인이라는 책임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 고정적인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그의 일상에서의 행동이나 말 한 마디가 그대로 해당 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스9>, 손석희가 하니 뉴스도 다르네

 

손석희라는 이름 석자의 위력이 이렇게 컸던가. 그가 앵커로 나선 <뉴스9>은 확실히 달랐다. 17일 방송된 <뉴스9>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문제로 점점 불안감이 높아지는 수산물 아이템으로 구성된 묶음 뉴스는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news9(사진출처:JTBC)'

먼저 손석희는 일본을 연결해 후쿠시마 현장을 직접 취재한 영상으로 그 방사능의 위험성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유령도시로 변한 그 곳의 새로운 주인들로 등장한 야생동물들은 실로 충격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항구에서 조업을 서두르는 어부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뉴스는 실로 입체적이었다. 손석희가 진두지휘하는 스튜디오에서 일본의 특파원이 연결되고 그 특파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취재 현장과 토쿄에서의 여론 취재를 각각 소개함으로써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다각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이어진 것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손석희 특유의 집요함이 돋보였다. 국민들이 실감하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사이에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는가를 손석희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보여주었다. 기준치를 언급하며 수입금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윤진숙 장관에게 손석희는 꽤 많은 방사능 수치가 보고되고 있는 도쿄나 홋카이도 역시 수입금지 지역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결국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의 우려를 이유로 제시하는 윤 장관에게 손석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사안인데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흔히 장관을 모셔놓고 적당한 질문과 답으로 넘어가는 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나 의혹이 있는 점 등을 피해가지 않고 직접 던지는 그런 인터뷰. 이런 자세야 말로 국민들을 대변하는 투명한 매체 역할로서의 앵커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식의 다양한 시각을 담는 입체적인 접근법은 다른 묶음 뉴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관련한 사안도 <뉴스9>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입장에서 청와대의 너무 잦은 인선에 대한 잡음의 문제를 거론하는 측면에서 다뤘고, 나아가 현재 공무원 인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행정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작용까지를 꼬집는 식으로 훨씬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뉴스9>이 형식적으로 바꾼 가장 큰 것은 앞 부분에 묶음식의 기획뉴스들을 배치하고 스트레이트성 뉴스를 뒤로 놓은 점이다. 그리고 이 기획뉴스를 스튜디오와 현장, 인터뷰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묶어 훨씬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석희 특유의 날카로운 지적과 민감한 사안도 에둘러가지 않는 질문이다. 이것은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더해주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고 좀 더 지켜봐야 <뉴스9>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 보여주고 있는 손석희의 새로운 뉴스 실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저녁 8시, 9시면 여기저기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곤 있지만 믿을 수 없어서, 또 너무 나열식으로 아무런 초점을 잡아주지 않아 오히려 복잡하고 혼동만 줘서 뉴스를 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그런 뉴스들 속에서 손석희의 뉴스는 확실히 뉴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모쪼록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그래서 그 변화가 다른 뉴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장윤정, 굳이 아픈 가족사를 공개해야만 했나

 

몇 주간 장윤정이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빠지질 않는다. <힐링캠프>에 출연하기 전부터 여의도 증권가 찌라시로 유출된 사전 인터뷰 내용은 한바탕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자신이 10년 간 번 돈을 어머니와 남동생이 모두 날려버렸다는 이 자극적인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온통 그녀가 출연하기로 예정된 <힐링캠프>에 집중시켰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장윤정은 예상 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고, 오히려 뿔뿔이 흩어지게 된 가족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고, 이제 앞으로 결혼해 가족을 꾸리게 될 도경완 아나운서와의 핑크빛 러브스토리와 도경완 아나운서의 월급으로 살 거라는 소박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사전에 터진 논란에 비하면 너무나 깔끔한 방송이었다. <힐링캠프>의 힘이 그 정도로 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장윤정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돈을 몽땅 날리고 빚까지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흩어지는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은 장윤정이 효녀이며 그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한다는 걸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또 행사 여왕으로서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던 돈 이미지도 이제는 소박한 한 여인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힐링캠프>가 방영된 후 케이블 채널에서는 장윤정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남동생과 어머니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모 회사를 운영하는 남동생은 “미니홈피에 어머니와 함께 자살하라는 악플들로 가득 차 있다”며, 누나의 돈을 자신이 사업으로 날려먹었다는 이야기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 역시 인터뷰를 통해 33년 간 키운 딸이 비수를 꽂았다고 말했다.

 

장윤정 측에서는 여기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은 남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비난 여론만 더 커지고 있다. 무언가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가 있다는 추정들과 그로 인해 각종 루머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장윤정의 개인 가족사일 뿐이다. 거기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장윤정과 가족 간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들은 이제 피로감마저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의문이 드는 점은 이미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포된 상황에서 장윤정이 <힐링캠프> 출연을 강행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유포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윤정만 혼자 나와 “그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밝히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또 장윤정이 시종일관 가족을 보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윤정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것은 가족 간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안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들어가 있다. 장윤정이 피해자이면서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가해자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결과가 보여주듯이 장윤정이 방송에서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 한쪽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송은 그 자체로 다른 쪽에게는 공격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화살의 표적이 되고 있는 남동생과 어머니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장윤정이 피해자이고 남동생과 어머니가 잘못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정 반대로 남동생과 어머니 말처럼 이것이 전적으로 잘못 전달된 오해일 수도 있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당사자들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가족 간에 생긴 마찰이란 때로는 양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 때도 많지 않은가.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은 결과적으로 가족들 간의 문제이고 그 안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어느 한 쪽이 피해자가 되고 어느 한 쪽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이야기를 집중시키게 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다. 한쪽이 진심을 토로한다는 미명 하에 쏟아낸 아픈 가족사가 다른 한쪽에게는 대중들의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로 남는 건 그토록 가족 걱정을 하는 효녀인 장윤정이 왜 굳이 아픈 가족사를 공개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가족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진정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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