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의 기대주, '뜨거운 형제들'의 가능성

'일밤'이 새 카드로 꺼내든 '뜨거운 형제들'은 독특하다. 일단 그 제목이 특정한 아이템을 지칭하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기존 '일밤'의 코너들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단비'나 '우리 아버지' 같은 코너는 제목이 한정적이다. 따라서 그 코너가 다루는 이야기의 소재는 제목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다르다. 이 제목은 코너의 이야기 소재를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거기 등장하는 인물에 집중한다. 따라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형제들이 등장한다는 것만 정해져 있을 뿐, 그들이 어떤 소재로 어떤 미션을 할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차이는 '뜨거운 형제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사라져버린 '일밤'의 여타 프로그램과는 달리 자유롭게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만든다.

처음 미션으로 시작하고 있는 '아바타 소개팅'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겉으로 보기엔 가상현실이 일반화된 시대에 새롭게 버전업된 짝짓기 프로그램 같지만 그건 지극히 겉만 본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 소개팅에 나가는 아바타가 되고 누군가는 그 아바타를 조종하는 상황은 그 어느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지점의 재미를 끌어낸다.

소개팅이라고 하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틀 속으로 들어가면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바타를 조종하는 이는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아바타가 되는 이는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 아니라 조종하는 자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즉 부담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것은 마치 일상적으로 가상에 접속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재미는 있으면서도 부담은 적은.

그 속에서 박휘순은 시키는 대로 폭탄짓을 하고, 이기광은 잘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망가지는 모습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사이먼D는 느끼한 목소리로 랩을 구사하고, 노유민은 아직도 자신이 전성기인 양 착각하며 민망하게도 옛 아이돌 때의 춤을 춘다. 그걸 시키는 형들, 탁재훈, 김구라, 박명수, 한상진은 아우들의 소개팅 자리를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감정이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우들인 아바타와 그걸 조종하는 형들 사이에 마음이 충돌한다. 세대 간의 차이는 이 직접적인 접속의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보통의 쇼들이 보여주는 자와 그걸 보는 자로 나뉘어져 감정이입되는 대신, 이 코너는 조정하는 자, 보여주는 자, 보는 자로 삼분되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다채롭게 만든다. 우리는 나이든 탁재훈이 박휘순을 조종하는 그 마음 속에 들어갔다가, 그걸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박휘순의 입장으로 옮겨가고 또 그걸 바라보는 소개팅 상대방의 입장으로 시점이 이동된다. 이렇게 시점이 다양하게 이동하면서 그 재미 역시 다채로워진다. 즉 '아바타 소개팅'의 재미는 소개팅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보다 그 여러 시점이 주는 재미가 더 크다.

하지만 이 '아바타 소개팅'은 '뜨거운 형제들'이 가진 진면목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코너는 이 '형제들'이라는 캐릭터와 부딪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미션들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바타'적인 성격, 즉 '형제가 서로를 분신처럼 도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기본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 단서조항은 부담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코너의 특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뜨거운 형제들'이 가능성을 갖는 것은 '일밤'이 부활을 주창하며 시도했던 이른바 '공익 버라이어티'의 과도함에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공익적인 소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능의 본분은 웃음을 주는 것이다. 어쩌면 그 웃음이 예능의 가장 큰 공익이기 때문이다. '헌터스'는 프로그램화하기에는 너무 뜨거운 소재였고, '에코하우스'는 지나치게 교과서적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코너 자체는 좋았지만 다채로운 스토리를 발굴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코너였다. '단비'는 그 취지나 시도 자체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일밤'의 좋은 예능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만 역시 웃음에는 취약했다.

결국 '뜨거운 형제들'은 뜻은 좋지만 웃음은 약했던 '일밤'의 기대주가 되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이다. 예능답게 웃음에 집중하면서, 그 형식이 담은 다채로운 스토리를 통해 어느 순간에는 세대를 넘는 형제애를 담아내는 공익적인 가능성까지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형제들'이 얼마나 뜨거워질 지 아직까지 성급하게 뭐라 확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너의 뜨거움에, 추락했던 '일밤'의 회생 가능성이 달려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능의 새 판도, 땀은 웃음보다 진하다

21.0975km. 꼴찌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이경규와 이윤석을 보던 김성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얼굴을 본 이경규 역시 눈물을 흘렸다. 애초에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대회 참가 자체가 무리라고 했던 이윤석은 수차례 멈추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을 넘어섰다. "뭐 하나 끝까지 한 게 없다"는 자책감에 "이번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이윤석은 말했다. 전편에 마라톤을 준비하며 큰 웃음을 주었던 '남자의 자격-마라톤 도전'편은 후편에 웃음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 그저 진정성이 깃든 값진 땀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쇼는 웃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예능의 새로운 판도로서 땀이 주는 진실된 이야기가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1박2일'은 거문도 등대로 가기 위해 손수 스텝과 출연진들이 무려 8톤에 달하는 무거운 장비를 나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차마고도'를 패러디한 '예능고도'라는 자막이 붙은 그 장면 속에서 출연진들은 '이건 말도 안돼'를 연발하며 진실된 땀을 흘렸다. 이것은 그간 '1박2일'이 개척해온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이 주말 밤을 장악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출연진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전하는 진한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새롭게 김영희 PD 체제로 선보인 '일밤'의 '단비' 역시 땀 냄새 나는 예능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단비'는 아프리카 잠비아까지 무려 25시간을 날아가 현지 주민들을 위해 모래를 파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 코너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이곳에 우물을 파서 희망을 나눠준다는 컨셉트를 갖고 있다.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출연진들은 고생스런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경기를 갖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출연진 중 맏형에 해당하는 이하늘은 거의 하루의 일정이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날 정도로 야구 연습을 했고, 이것은 다른 출연진들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며 경기에 임하는 '천하무적 야구단'은 별다른 예능적인 설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들의 땀 냄새가 시청자들에게까지 물씬 전해진 탓이다.

이것은 아이돌 걸 그룹 버전의 예능으로 자리한 '청춘불패'도 예외는 없다. 무대 위에서는 섹시함과 귀여움의 대명사로 깜찍한 춤과 노래를 선사하던 그들이지만, '청춘불패'에 오면 삽자루 들고 땅을 파거나 엄청난 양의 김장을 담그고, 소똥을 치우는 일을 하기가 다반사다. 그 열심히 일하는 모습 때문일까.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대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걸 그룹들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여진다. 유치리라는 작은 마을에 화려한 이미지로 포장되어있던 아이돌들이 그 껍질을 하나하나 벗고 동화되고 친화되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예능 프로그램의 새 트렌드로 어떤 의도된 몸짓이나 말보다, 진실된 땀이 자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진정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는 것은 이제 해묵은 식상한 리얼 논쟁에 해당하지만, 그 담겨진 이야기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새로운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예능이 생고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그 속에 진정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통할 때, 우리는 감동이 있는 웃음을 만나게 된다.

'일밤'의 부활, 폐허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결국 특단의 조치를 감행했다. 현재 하고 있는 '오빠밴드'와 '노다지', 두 프로그램 모두를 폐지하기로 한 것. 물론 '오빠밴드'는 폐지를 반대하는 팬층의 목소리가 만만찮기 때문에 실제로 폐지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나올 게 나왔다는 반응들이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시청률 3%를 밑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동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이 막강하다고 해도 말이다.

먼저 '일밤'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그 안이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밤'은 전신인 '일요일 밤에 대행진'에서부터 현재까지 무려 2백여 개가 넘는 코너를 선보였던 일요일 예능의 명실공히 최강자였다. 공개코미디와 콩트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던 80년대 후반 이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쇼를 정착시키며 새로운 예능의 다양한 실험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예능에 불어온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경향을 '일밤'은 재빠르게 간파해내질 못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효시가 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중복되는 콘셉트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창조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형식들을 창출해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일요일 침공은 '일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부랴부랴 이에 맞서는 버라이어티쇼들을 내놓았지만 이미 구축된 아성 앞에서는 저마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대망'은 큰 희망을 갖고 내놓은 제목이 무색하게 '크게 망하기' 시작한 '일밤'의 전조가 되었고, 이어 '퀴즈 프린스', '공포영화제작소', '힘내라 힘', '몸몸몸' 등이 거의 몇 주를 버티지 못하고 생겼다가 사라졌다.

문제는 그 형식들의 식상함 혹은 지나친 낯설음이다. 어떤 것은 너무 낯설어 그 웃음 포인트에 적응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강력한 경쟁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어떤 것은 너무 식상해(이미 경쟁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들이니까!)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잦은 프로그램의 교체는 더더욱 시청률 하락을 부추겼다. 고정팬을 만들고 그 위에 차츰 팬층을 부가시켜야 하는데 될 만하면 사라지고 심지어 어느 정도 성공한 형식은 타 시간대로 독립편성되어 내보내니 '일밤'은 산고만 치르다 지쳐버린 산모꼴이 되어버렸다. '우리 결혼했어요'나 '세바퀴'는 그 참신한 실험적 형식이 '일밤'의 새로운 얼굴로 충분한 자질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저 살길을 찾아가버린 자식이 되었다.

경쟁 프로그램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물론 형식 상의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소재, 즉 여행이라는 소재를 갖는 버라이어티쇼라는 점은 '일밤'에게 더 큰 짐을 지운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대중들에게 이 시간대가 여행 버라이어티를 보는 시간대라는 인식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일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고 여행 버라이어티를 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또 따라한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결국 후발주자라는 인상만 남길 뿐이니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병진, 이경규로 이어지는 '일밤'만의 대표 MC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1박2일'의 강호동, '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에 대항할만한 MC가 '일밤'에는 없다. 결국 프로그램 형식도 선점하지 못했고, 내놓는 것마다 식상한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 주말 저녁 시간대를 여행 버라이어티의 시간으로 만들어낸 강력한 경쟁 프로그램들 앞에서 이렇다 할 대표 MC가 없는 '일밤'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 셈이다. '오빠밴드'와 '노다지'의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오빠밴드'는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였지만, 헝그리 정신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이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물론 그들도 힘겹게 촬영에 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쟁 프로그램들이 보이는 야생에 가까운 생고생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성장이 다 되어있는 멤버들(게다가 대부분 가수라는 점)은 이 성장 버라이어티의 어떤 한계점을 만들어낸다.

'일밤'의 침몰 그 원인은 경쟁 프로그램의 선전 때문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거의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건물에 몇 개 기둥 새로 세우는 것으로는 힘만 부칠 뿐, 무너지는 건물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예 이럴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를 다 무너뜨리고 그 폐허 위에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일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밤'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조차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밤'은 즐거워야할 그 일요일 밤이 고통의 시간으로 되어버린 현재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예능 시청률의 격전지가 된 주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던 시기, 주말은 시청률의 무덤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주말이면(금요일 저녁부터) 야외로 나가는 대중들의 새로운 문화는 주말 시청률을 반 토막 내곤 했다. 특히 봄에 찾아오는 상춘객들의 급증이나 여름 바캉스 시즌에,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독한 불황의 여파일까. 아니면 점점 여가로 정착되어가는 영상문화의 영향일까. 이제 주말은 계절을 불문하고 시청률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먼저 드라마 시청률 경쟁의 불을 댕긴 것은 시청률 47%라는 괴력을 보인 ‘찬란한 유산’이다. 주말 드라마들이 주로 고정적인 시청층에 소구하는 가족드라마를 내세우며 평균적으로 20%대에 머물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보면 ‘찬란한 유산’이 남긴 유산은 실로 찬란하다고 할 수 있다. 47%라는 수치는 좋은 작품에 그만한 시청자층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찬란한 유산’은 가족드라마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니시리즈적인 특징을 끌어안는 것으로 오히려 시청률 상승에 기폭제를 만들었다. 이것은 주말드라마하면 가족드라마라는 공식의 균열을 의미한다. ‘친구’나 ‘탐나는도다’ 같은 지금까지 주말에는 보기 어려웠던 드라마들이 주말에 포진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찬란한 유산’의 종영 후 전체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선덕여왕’으로 그 바톤을 월화로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주말은 드라마 시청률의 밭이라고 할 수 있다.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찬란한 유산’의 후속으로 들어온 ‘스타일’은 3회 만에 20% 시청률에 도달하고 있다. SBS 주말극장 ‘사랑은 아무나하나’ 역시 15% 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는 떨어진 시청률에도 12%대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20위 권에 들어있는 주말드라마가 총 네 편으로 전체 순위에 있는 아홉 편 중 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의 주말 시청률 경쟁은 점점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격전지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전체 예능프로그램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KBS의 ‘해피선데이’가 따르고 있다.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그 다음이고,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는 한 때 이 경쟁의 대열에 있었지만 현재는 주춤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이 일요일에 집중되던 시청률 경쟁은 이제 토요일로 번져갈 조짐이다. 토요일 예능의 절대 강자인 ‘무한도전’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 상승을 맛보고 있으며, 토요일 저녁으로 자리를 옮긴 MBC의 ‘세바퀴’ 역시 16%대의 시청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KBS의 ‘천하무적 토요일’은 아직 9%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지만 잠재력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한때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위협하던 ‘스타킹’은 조작과 표절 시비로 가라앉고 있지만 절치부심 재기의 발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MBC가 ‘무한도전’ 앞자리에 ‘스친소’를 폐지하고 대신 ‘우리 결혼했어요’를 포진시킨 점이다. 타 프로그램과의 경쟁 때문에 약화되긴 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간대 변경은 어쩌면 토요 예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할 지도 모른다.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경쟁은 이로써 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주간의 시청률 성적표를 말해주는 주중시청률 표를 들여다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20위권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무려 9편에 이른다. 만일 주말의 의미를 금요일 저녁부터 계산한다면 ‘절친노트2’를 포함해 전체 주중시청률 20위 권에 든 프로그램의 반이 주말에 포진한 셈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주말이 시청률의 무덤이 될 것이라 예측되었던 것과는 달리, 주말은 오히려 시청률의 밭이 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그만큼 경쟁적이고 피곤해진 주중의 사회 풍경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주말의 TV는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진 지친 현대인들의 여가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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