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TV 앞의 여론, <작정하고 본방사수>

 

미쳤네. 저 여자.” 어린이집 폭행 교사의 뉴스를 보던 김기용씨는 그 충격적인 CCTV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곽희경씨는 저거 저거 정신 나갔네. 저게 선생이야?”하고 되물었고, 이학규 할아버지는 저게 진짜인가? 진짜?”라며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김부선의 딸 이미소가 엄마 내가 저러면 어떻게 할 거야?”하고 묻자 김부선은 마치 자기 일이나 된다는 듯이 내가 저거 죽여. 내가 죽여버려.”라고 말했다.

 

'작정하고 본방사수(사진출처:KBS)'

장동민의 아버지인 장광순씨는 우리 손자를 그랬다면 나는 때린 손모가지를 딱 부러뜨려야지.”라고 했고, 어린이집 교사 10년차인 박은주씨는 보호자가 어떻게 아동을 학대하냐? 직장 다니는 어머니들을 얼마나 답답할까. 잘하는 교사들도 많은데.. 저런 일 터지면 맥 빠진다니까.”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KBS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한 풍경. 마침 흘러나온 어린이집 폭행 교사 뉴스에 쏟아진 반응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분노한 얼굴들이었다. 김치를 안 먹는다며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뉴스와 아이들의 무릎 꿇은 모습에 김부선은 저 봐봐. 아기들 다 무릎 꿇고 앉았어. 때리니까. 얼마나 많이 때렸으면하고 혀를 찼고, 변호사인 박설아씨는 저기 있는 애들 다 정신과 치료 받아야 돼라고 말하며 되게 웃긴 게 저기가 보건복지부에서 95점 받았대. 평가에서.”라고 어이없어 했다.

 

장동민은 격앙된 목소리로 법을 넘어서야 돼. 이건 국민투표해서 공개적으로 때려죽일까 말려죽일까 김치만 먹여 죽일까 김칫독에 묻을까 이런 걸 투표해야 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김부선은 더 웃긴 건 관할 구청이야. 저런 걸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했고, 마침 어린이집에서 현장 간담회를 여는 장면이 나오자 성진욱 변호사는 저런 때만 보여주려고 어린이집에서 간담회열고. 아주 쇼하고 있네 진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부선은 나는 저 사람들이 더 역겨워. 정치인들이. 저 사람들이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못 해냈기 때문에 이렇게 힘없는 사람들이 사서 고생당하는 거야. 꼭 국민들이 들고 있어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거야.”라고 말했고, 그러자 딸인 이미소는 외양간 고치는 척만 하지.”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린이집 폭행 교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담아낸 장면은 <작정하고 본방사수>라는 프로그램이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사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여론을 운운하지만 그 여론의 실체를 직접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작정하고 본방사수>TV를 본다는 그 간단한 방식 하나로 손쉽게 여론을 뽑아낸다. 젊은 1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지역과 세대와 성별을 아울러 TV 앞에 앉혀 놓고 그 반응을 관찰한다는 것은 가감없이 드러나는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자극적이라 못 보겠다고 하면서도 시선을 놓지 못하는 시청자들이나, 걸 그룹에게 빤스만 입고 나와 춤춘다선정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걸 보며 환호를 보내는 사내들의 모습이 동시에 보여진다. <작정하고 본방사수>TV를 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리액션을 담아내기 때문에 발언 수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자사나 타사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또한 신랄한 편이다. 지난 2회에 <12>을 보는 두 명의 외국인의 반응은 실로 따끔한 면이 있었다. 엉덩이에 젓가락을 끼워 줄로 잡아당겨 부러뜨리는 게임을 오래도록 방영하자 한 외국인이 왜 계속 남자 엉덩이만 봐야 되냐며 자신은 그들이 갖던 여행지인 여수가 보고 싶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의 막장 전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신랄한 비판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백야가 친모를 찾아와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장면에서 친모가 딸인지 모르고 무차별 구타를 하는 모습에 모두가 혀를 찼고, 그렇게 두 사람이 온전히 한 회 분량을 채운 것에 대해 막장 중의 막장이라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정하고 본방사수>TV 비평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방송사마다 옴부즈만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자사의 프로그램 비평이 행해지고는 하지만 그것을 다양한 계층과 성별 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건 새로운 일이다. 또한 비평가의 목소리가가 아니라 시청자 개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TV는 이제 세상을 보는 창이 되어 있다. 그 창을 향해 내는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목소리가 주목되는 이유다. 거기서 우리는 민심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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