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아침 햇살 같은 박보영이 전하는 위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포도 싫다고 몇 번을 말했어? 엄마 도대체 왜 그래? 왜 이렇게 사람 숨 막히게 해? 난 나를 잃어버렸어. 아니 한 번도 나를 가진 적이 없어. 내가 누구야? 나 평생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했어요. 옷도 친구도 엄마가 골라주는 대로. 결혼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참았어. 엄마 말대로 하면 남들도 다 부러워하고 행복해질 거라고. 근데 엄마 나 왜 이렇게 아파? 응? 나 왜 이렇게 불행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오리나(정운선)의 이야기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비싼 샤인머스캣을 사갖고 와 딸에게 건네는데, 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엄마의 강권에 포도를 집으려 하던 딸은 결국 포도를 내려놓고 그간 꾹꾹 눌러왔던 속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억눌러 온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녀의 엄마 말대로라면 오리나는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어려서는 발레를 했고 늘 반장을 했으며 명문대를 졸업해 판사 남편과 결혼했다. 그런데 그녀는 아프다. 때론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그래서 클럽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바텐더를 쫓아다니다 스토커로 신고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춤을 추는 이상행동을 보이기까지 한다. 모든 걸 최고로 좋은 걸로만 하게 해줬던 엄마는 그런 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는 다 너 잘 되라고 그런 거야. 니가 나한테 어떤 딸인데...” 하지만 마흔세 살인 딸은 혼자 커피도 한 잔 못시켜먹는 사람이 됐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게 뭔지를 몰라서다. 그만큼 모든 걸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작은 일 하나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바보가 됐다고 딸은 토로한다.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 나 다 벗어 던지고 춤췄을 때가 태어나서 제일로 행복했어. 사람들이 미친년이라고 손가락질하던 그 순간이 그 때 처음으로 제대로 숨 쉬는 거 같았어. 나 엄마랑 있으면 행복하지가 않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들려준 오리나의 이야기는 드러난 증상으로 보면 심각해 보인다. 즉 누군가를 스토킹하고, 전라로 춤을 추는 그런 행동들은 충격적이다. 병원에 와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전담 간호사인 정다은(박보영)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그녀를 밀쳐 버린 후 복도로 뛰어나와 옷을 벗어던지고 복도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그러니 누가 봐도 병이라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조울증까지 갖게 된 이유는 어찌 보면 일상적이다. 자식 잘되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거나 챙기려는 부모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 경쟁을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우리네 교육 현실에서 ‘자식 사랑’이라는 핑계로 벌어지는 지나친 간섭들은 과연 그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을까. 정다은이 오랜 남사친인 유찬(장동윤)을 만나 이 환자의 사례를 ‘백조처럼 우아하게 만들어진 오리’ 이야기로 에둘러 들려줬을 때 유찬이 한 말은 이 문제의 해답을 들려준다. “남들이 아무리 백조같이 예쁘대도 지가 싫으면 그만이지 행복이 뭐 별거냐? 지 좋은 거 마음대로 하는 게 그게 행복이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처럼 다양한 정신적인 아픔을 호소하는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첫 회가 지나치게 자식의 삶에 간섭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로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딸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면 2회의 직장 상사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으로 강박증을 갖게 된 김성식(조달환)씨의 사례는 직장 내 갑질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그래서 이런 현실 때문에 병원까지 오게 된 환자들을 돌보고 병을 치유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말과 행동들은 그저 병을 고치는 차원을 넘어서 이러한 현실에 상처받은 이들 모두를 위로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 역시 그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을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되고, 그것이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 여기 등장하는 정다은(박보영)처럼 지나칠 정도로 환자에 몰입하고 세심하게 돌보는 간호사의 모습이 직업적 차원을 넘어서는 울림을 담게 된다. 

 

정다은은 오리나의 병이 그녀의 어머니와 관련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러면서도 너무나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머니를 설득한다. “저기 어머니.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요. 어머님 꼭 저희 엄마 같으세요. 저희 엄마도 그러시거든요. 막 병원에 떡 돌리라 그러고. 다 나 위해서 하는 말인 거 아는 데도 실은 좀 싫기는 했거든요.” 자신의 이야기로 에둘러 자식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들의 그런 간섭이 그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딸들도 다 알고 있다는 말로 오리나의 어머니를 위로한다.  

 

“딸들도 알아요. 엄마가 누구보다 나 사랑하는 거. 어머님이 사랑하니까, 걱정하니까, 그러셨다는 거. 저도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편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엄마가 제일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내가 뭘 하든 잘할 거라고 믿고 지켜봐 줄 때요. 어머님도 오리나님 한번 믿어 보시면 안 될까요?” 밝고 따뜻하고 세심한 정다은이라는 인물이 건네는 위로와 설득은 이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와 닿는다. 12부작 속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다친 마음들을 그녀가 토닥여줄 때, 시청자들 또한 치유 받는 듯한 기분에 빠져드는 이유다. (사진:넷플릭스)

'써치', 비무장지대 좀비 시도 참신했지만 남는 아쉬움들

 

비무장지대라는 전 세계 유일한 공간을 가져와 그 속에서 탄생한 괴생명체와의 사투를 다룬 OCN 드라마틱 시네마 <써치>는 이제 마지막 10회만을 남겨 놓고 있다. 좀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장르의 특징들을 가져온 '유사 좀비'로서 괴생명체는 그 탄생 자체가 남북한의 분단 상황이 빚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남측으로 귀순하려는 북한의 핵 전문가가 갖고 내려오던 물질에 의해 탄생한 괴생명체가 군부대는 물론이고 민간인 마을까지 공격해 들어오는 상황은 여러모로 우리네 분단의 비극을 은유하는 면이 있어서다.

 

결국 괴생명체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고, 그 중 하나는 1997년에 있었던 비무장지대에서의 총격사건 이후 월북한 것으로 되어 있던 용동진(장동윤) 병장의 아버지 조민국(연우진)이었다. 조민국이 월북으로 처리되면서 용동진의 어머니 용희라(김호정)는 아들을 동생의 자녀로 입적했다. 성장한 용동진이 군대에서 말년 병장이 됐을 때 비무장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특임대에 들어가게 됐고 그 곳에서 그는 드디어 괴생명체가 되어 있는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1997년에 있었던 총격사건이 사실은 이혁(유성주) 국방위원장이자 대권을 꿈꾸는 국회의원에 의해 자행된 것이었고 당시 조민국을 쏜 이도 바로 이혁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된 당시를 찍은 영상에 의해 밝혀졌다. 궁지에 몰린 이혁은 그것이 정치적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비무장지대로 들어와 괴생명체를 탄생하게 만든 그 '물질'을 찾아내 악용하려 한다.

 

아직 엔딩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특이한 물질의 존재와 이로써 또 다른 괴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고 이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써치>가 시즌2를 만들어도 충분히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걸 드러낸다. 또한 남북한 분단상황의 비극을 그 저변에 깔아 놓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단순한 유사 좀비 장르의 틀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걸 말해준다. 무엇보다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에서 군인들과 괴생명체가 벌이는 대결은 그 자체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이 드라마만의 강점이 아닌가.

 

하지만 시즌2로 돌아오게 된다면 시즌1에 남는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는 건 작위적인 설정이다. 즉 이 드라마는 특임대에 들어오게 된 용동진, 손예림(정수정) 그리고 이준성(이현욱)에 이들이 마주하게 된 괴생명체가 된 조민국까지 모두 1997년의 총격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용동진은 당시 사망한 조민국의 아들이고, 손예림은 당시 남측으로 귀순하려 내려오다 사망하게 된 여인이 안고 있던 아기이며, 이준성은 당시 사건을 일으킨 이혁의 아들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우연이 가능할 수 있을까.

 

또한 군대를 소재로 가져왔기 때문에 좀 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해 보인다. 물론 다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상명하복의 군대체계나 비무장지대에 대한 리얼리티 정도는 살려줄 필요가 있다. 특히 삼엄한 군병력들이 통제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너무 쉽게 일반인도 들락날락하는 상황들은 이야기를 위한 설정이라고 해도 그만한 개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약점들이 보였지만 <써치>는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유사 좀비 장르를 비무장지대라는 특수한 우리네 상황으로 재해석한 것만으로도 그렇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하게 변주되는 시즌제 드라마가 될 수 있다. 약점들을 충분히 보완해낼 수 있다면, 더 흥미로운 시즌2가 가능할 수 있다 여겨지는 그런 드라마가.(사진:OCN)

'써치' 장동윤·정수정, 어른들이 만든 비극을 자식들이 겪는다는 건

 

비무장지대(DMZ)에서 출몰한 괴생명체. 인간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총에 맞아도 잘 죽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며 괴력을 보이는 이 괴생명체는 인간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OCN 토일드라마 '써치'는 마치 유사 좀비 장르처럼 보인다. 비무장지대에 나타나 수색하는 군인들과 군견을 공격하던 괴생명체가 이제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마을을 습격한다. 가축들을 공격하던 괴생명체는 군인들을 공격하고 나아가 마을 사람들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좀비 장르의 틀이다. 야수성을 가진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습격으로 인해 공포에 휩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써치'에는 이러한 유사좀비 장르와는 다른 확실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다름 아닌 비무장지대라는 점이다. 전 세계에 유일한 공간.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으로 나뉘어 있는 한반도 상황을 끄집어내고 그것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가진 은유를 만들어낸다. 1997년에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졌던 총격전이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비극의 시작점이다. 북에서 남으로 아이를 안고 귀순하려 했던 한 여인을 두고 남북한 군인들이 대치할 때, 그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한 군인에 의해 시작된 총격전. 그 곳에서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살아남아 영웅 대접을 받으며 국회의원이자 국방위원장이 된 이혁(유성주)이 바로 그 때 총을 먼저 쏜 인물이다. 그리고 역시 그 총격전의 생존자였던 한대식(최덕문)은 국군사령관이 됐지만 그 때의 트라우마를 여전히 겪고 있다.

 

흥미로운 건 현재 비무장지대에 갑자기 출몰한 괴생명체를 잡기 위해 꾸려진 특임대의 군인들이 그 때 총격전 속에 있던 인물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특임대의 브레인인 손예림(정수정) 중위는 그 때 북에서 귀순하려 했던 여인의 아이이고, 용동진(장동윤) 병장은 그 총격전에서 죽은 한 군인의 아들이다. 특임대 팀장 송민규(윤박)는 한대식이 심어 놓은 인물이고, 부팀장 이준성(이현욱)은 이혁의 아들이다.

 

그렇다면 괴생명체는 도대체 누구일까. 1997년도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총격전에서 살아남아 어떤 이유(아마도 이건 첫 회에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던 한 군인이 들고 있던 가방과 연관되어 있을 듯 싶다)로 괴생명체가 된 것이라면, 이 작전에 투입된 특임대 중 누군가와 괴생명체가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연히 발견되어 용동진 병장의 손에 들어간 당시 총격전 상황이 촬영된 캠코더는 그래서 향후 괴생명체와의 대결과 더불어 조금씩 드러나게 될 1997년 총격전의 진실을 끄집어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동진 병장은 과연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됐는가에 대한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써치'가 단순한 유사좀비 장르의 틀을 넘어서게 해주는 건 바로 이런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어른들과 그 후세들이 엮어진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것은 남북한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비극을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어른들이 만든 비극을 고스란히 후세들이 겪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래서 '써치'라는 제목에 담겨 있는 이들이 찾는 대상은 괴생명체만이 아니다. 그것을 탄생시킨 과거의 비밀을 찾는 것이고, 그 비밀이 은유하는 우리네 한반도 상황의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사진:OCN)

'써치',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 없어도 충분한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가 없어도 충분히 괜찮을 법한 드라마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만으로도 이제 장르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더 열광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써치>가 딱 그렇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좀비 장르의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괴생명체라는 소재에 비무장지대라는 우리식의 차별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어서다. 민간인들이 들어가지 않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탄생한 괴생명체와 군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은 그래서 영화 <프레데터>의 공포감을 유발하고, 여기에 겹쳐진 남북한 대치국면은 상황을 더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출몰하던 괴생명체가 DMZ내 민간인이 거주하는 천공리 마을에 출몰하고, 야간수색에 군인들이 나가 빈틈을 타고 심지어 군부대까지 들어와 습격하는 괴생명체가 주는 공포감과 몰입감이 만만찮다. 말년 병장 용동진(장동윤)이 군견병으로서 항상 동고동락했던 군견을 잃게 되고 조금씩 괴생명체에 대한 감정을 얹어가고, 괴생명체를 제거하기 위해 꾸려진 특임대의 송민규(윤박) 팀장과 이준성(이현욱) 부팀장의 속내도 갈수록 궁금해진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서로를 주시하고 각각 누군가의 지휘라인을 따르고 있다. 그들 뒤에 존재하는 이혁(유성주) 국방위원장과 한 대식(최덕문) 국군사령관이 과거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남북 간의 총격전 속에서 벌인 비밀스런 사건은 이 괴생명체의 탄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그것은 남북 간 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한반도에서 부당한 권력이 탄생되기도 했던 우리네 불행했던 과거사를 떠올리게 한다.

 

군대 소재를 다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게 나올 수도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손예림(정수정) 중위는 특임대의 브레인으로 괴생명체와의 대결에 있어서 과학적인 접근을 한다. 공수병의 징후를 갖고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괴생명체를 물로 유인하는 작전을 시도하게 한다거나, 세포 검사를 통해 괴생명체의 정체를 파악해 그 약점을 노리려는 접근방식이 그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기념관에서 해설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만만찮은 전투력(?)을 숨기고 있는 듯한 김다정(문정희)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처럼 <써치>는 다양하게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좀비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 존재로서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는 괴력을 가진 괴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고, 그런 괴생명체 때문에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남북 간의 관계 변화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또 이 실체를 숨기려는 자들과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 간의 치열한 대결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군대 소재의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그랬을까. 굳이 용동진과 손예림을 예전에 사귀었다 소원해진 연인으로 세워 놓은 건 드라마의 흐름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본격 장르물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으로 가득 채워 넣어도 충분했을 이야기에 갑자기 멜로가 들어가서 생겨나는 느슨함은 <써치>의 아쉬운 지점이다.

 

좋은 소재와 장르적 퓨전을 잘 엮어낸 데다 비무장지대라는 우리네 특수한 상황이 주는 차별점까지 가진 <써치>다. 이 정도면 괜한 우려에 멜로를 기웃거릴 필요 없이 본격 장르물의 팽팽한 스토리를 정주행 해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괜한 멜로보다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의 전우애가 <써치>에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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