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2’, 성공적인 시즌제 드라마의 틀이 보인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끝난 것 같은 몰입감이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가 또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총 12부작. 보통 16부작에서 20부작인 우리네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통상적인 양으로는 짧다. 하지만 이렇게 줄여놓으니 드라마의 압축도가 도드라진다. 워낙 한번 보면 빠져들 듯 볼 수밖에 없는 긴박감을 그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삼는 드라마인지라, 시쳇말로 ‘시간 순삭’한 그 느낌은 이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보이스2>는 엔딩에 이르러 실로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시즌3 예고를 내놓았다. 아예 시즌3의 부제가 ‘공범들의 도시’라고 붙여진 걸 보면 이미 작업이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세한 소리까지 듣는 골든타임팀의 수장 강권주(이하나)가 아이의 구해달라는 소리를 따라간 곳에 녹음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뒤로 시한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엔딩. 

사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이런 엔딩은 무수한 뒷말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엔딩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시즌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엔딩은 말 그대로 드라마 전체를 끝맺음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열린 결말이나 새드엔딩 같은 충격적인 끝마무리가 유독 비난을 많이 받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보이스2>가 강권주가 폭탄과 함께 폭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은 것은 다른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지향하겠다는 뜻이고, 그래서 시즌3에 대한 확실한 ‘떡밥’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엔딩이나 충격엔딩은 그래서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만든다. 애초 12부작의 짧은 틀을 만들었던 것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드 같은 경우 이러한 시즌제의 흐름은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시즌1의 충격적 엔딩은 다음 시즌의 유입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보이스2>는 12부작으로 짧게 만든 대신, 범죄 스릴러가 그 특성상 늘 해오던 구성방식을 살짝 벗어났다. 즉 범죄 스릴러는 한 가지 사건만으로 전체 분량을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간 중간 여러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보여주고, 전체를 꿰뚫는 중심 사건을 다루기 마련이다. <보이스> 시즌1은 그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2회에 한 사건 정도가 등장하고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물론 <보이스2>도 전반부에는 각각의 몇 개의 독립적인 사건들을 배치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를 넘어가면서 도강우(이진욱)와 희대의 살인마 방제수(권율)가 대결구도를 이루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나갔다. 전체적으로 <보이스2>가 하나의 강렬한 사건을 다뤘다고 여겨지게 되는 건 한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이제 시즌제를 표방하면서 시즌2가 해왔던 방식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사건들을 그저 병렬적으로 해결해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중대한 사건을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줄어든 회차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압축적인 힘을 부여한다. 

<보이스>의 본격적인 시즌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하다는 점과 강권주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해냈다는 점 덕분이다. 확실한 대표성을 지니는 캐릭터와 다양한 범죄스릴러의 소재들이 있다는 건 <보이스>가 가진 시즌제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성공적인 시즌제의 틀이 보이는 <보이스>가 지금의 우리네 드라마 제작에 있어 시사 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제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대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덕지덕지 군더더기를 붙여 괜히 시간만 늘리는 드라마보다는 <보이스> 같은 압축적인 이야기의 힘을 추구하는 시즌제 드라마가 이제는 본격적인 우리네 드라마의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자리할 그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사진:OCN)

‘더 마스터’, 음악장르는 달라도 저마다 감동을 준다는 건

클래식과 국악, 재즈, 뮤지컬, 대중가요, 밴드음악. 어찌 보면 우리는 이런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과 그 음악들이 서는 무대가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면 느껴지는 건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는 진중함 같은 것이었고, 국악 공연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마당 같은 널찍한 공간에 둘러 앉아 그 절창의 목소리에 빠져드는 관객의 모습이었다. 또 재즈라면 어딘가 바 한 구석에 앉아 있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뮤지컬이라면 감동적인 공연무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이런 다른 느낌은 대중가요나 밴드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tvN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은 이렇게 전혀 다른 무대를 떠올리는 음악 장르들이 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게 가능하고, 또 그렇게 다른 장르들이라고 해도 똑같은 관객들이 저마다의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는 그저 그럴 듯한 수사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도전적으로 시도하는 음악의 새로운 가치지향을 드러내준다.

매회 하나의 주제를 갖고 6명의 각 장르 마스터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무대를 보여주는 <더 마스터>는 첫 회 첫 무대부터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클래식의 마스터 임선혜가 들려주는 ‘울게 하소서’는 이미 일반 대중들도 잘 알고 있는 곡이지만 자유자재로 구사되는 고음과 특히 한 음 한 음 낼 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음색을 통해 클래식의 묘미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임선혜는 ‘사랑’을 주제로 한 2회에서 패티김의 ‘이별’을 담백하게 불러 클래식도 충분히 친숙한 장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국악 마스터인 장문희는 2회에서 ‘하늘이여’라는 곡을 통해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해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국악 특유의 한이 서린 그 목소리가 가진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무대였다. 최백호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러 특유의 쓸쓸한 목소리에 관객의 귀를 집중시켰다. 대중가요가 갖는 대중적인 정서를 최백호다운 무대로 보여줬던 것.

<더 마스터> 2회에서 그랜드 마스터가 된 최정원은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소화해냈다. 실제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은 이 곡을 대사까지 담아 &#47583; 연기하듯 해석해낸 것. 뮤지컬이 가진 장르적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였다. 

밴드 마스터인 이승환이 부른 자신의 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발라드지만 록 코러스와 하모니를 만들어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했고, 재즈 마스터 윤희정의 ‘서울의 달’은 폭풍 성량을 가진 그 목소리에 재즈 특유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줌으로써 재즈가 가진 자유로움을 잘 표현해냈다. 

매회 관객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를 선정해 그랜드마스터를 뽑지만 그건 그래서 전혀 순위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장르들의 저마다 다른 색깔들 중 그 날의 무대에서 인상 깊었던 한 무대를 선정하는 것 뿐. 무엇보다 이 다양한 장르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은 <더 마스터>가 이미 성취한 음악 다양성의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흔히 음악하면 저마다 떠올리는 한두 가지의 장르들. 그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마스터>는 저마다의 장르가 얼마나 색다른 음악의 매력을 드러내주는가를 감동적인 무대를 통해 설득시키고 있다.

애매모호한 봉합, ‘완벽한 아내’가 외면 받는 까닭

3.5%.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5회 만에 최저시청률을 기록했다. 3회에 5.1%로 살짝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주저앉고 있는 것. 경쟁작인 SBS <피고인>이 워낙 펄펄 날고 있다고 해도 이러한 <완벽한 아내>의 추락이 외적인 요인에만 비롯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고 있는 걸까. 

'완벽한 아내(사진출처:KBS)'

<완벽한 아내>는 그 장르적 경계가 애매하다. 물론 도입부분에 들어간 죽은 정나미(임세미)를 심재복(고소영)이 발견하는 장면은 제목과 달리 심리스릴러 같은 느낌을 줬지만, 곧 이어진 심재복이 로펌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인턴 채용이 되지 않고 밀려나는 이야기는 평범한 워킹맘의 성장담처럼 여겨지게 했다. 하지만 심재복의 남편 구정희의 정나미와의 불륜사실이 드러나며 불륜드라마의 틀을 가져가더니 이은희(조여정)라는 미스터리한 여인의 등장으로 다시금 심리스릴러의 느낌이 덧붙여졌다. 

물론 이러한 애매한 장르적 경계를 장점으로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워킹맘 성장스토리나 불륜 소재의 가족극에 심리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섞어 긴장감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봉합된 장르들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일관되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주인공인 심재복이라는 워킹맘의 처지에 시청자들이 깊은 공감을 가질만한 인상적인 시퀀스가 있었는가나, 그녀와 살짝 멜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강봉구(성준)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빠뜨릴만큼 강력했는가 하는 점들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입에 들어갔던 정나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만들어내는 호기심이 시청자들을 못내 궁금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라도. 

하지만 4회가 진행되면서 <완벽한 아내>가 끌고 온 힘은 이은희라는 미스터리한 여인이 만들어내는 궁금증이 대부분이었다. 그녀가 왜 심재복과 그 가족을 자신의 집안으로 끌어 들였는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5회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살짝 밝혀진다. 그녀의 남편이 첫사랑이었던 심재복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고통스러웠다는 것. 그래서 의도적으로 심재복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설정이나 의외성 같은 것만 두고 보면 <완벽한 아내>는 이제야 조금 극적 긴장감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이 무려 5회 동안이나 진행되어서야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건 이 드라마의 전개가 너무나 느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런 전개 속에서 심재복이나 이은희 강봉구 그리고 구정희 같은 주요인물들의 매력이 저마다 풀풀 풀어져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느린 이야기전개에 매력적인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은 시청자들이 도대체 어디에 집중해야 될 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완벽한 아내>가 여러 장르들의 봉합을 시도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려한 건 나쁘지 않은 기획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이질적인 것들의 봉합은 더 촘촘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제각각 흩어져 오히려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확인시켜준다. 제목처럼 좀더 완벽하고 촘촘할 수는 없었을까.

잘 나가던 <낭만닥터>, 과도한 비현실이 복병

 

낭만이 과했던 걸까.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의학드라마에 낭만을 들고 나온 건 이 드라마가 일정 부분 비현실을 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 속에 자리한 돌담병원이라는 병원이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전설적인 외과의 김사부(한석규)라는 존재 역시 비현실적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그 비현실이 낭만이라고 긍정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실의 병원들이 갖고 있는 자본화되어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 그 부조리한 상황을 이 비현실이 에둘러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저런 게 어딨어하면서도 저래야 맞는데하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그 비현실도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응급실에 조폭이 들어와 수술 중인 환자를 죽이려고 의사에게 낫을 들이대는 장면은 너무 과한 느낌이다. 그리고 예고편이 잠깐 등장한 경찰특공대가 병원으로 총을 들도 들이닥치는 장면 역시 너무 과하다. 의학드라마에서 멜로나 판타지가 섞이는 정도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스릴러가 되고 액션으로 비화하는 장르의 널뛰기는 시청자들에게 몰입보다는 혼돈을 줄 수 있다.

 

그러한 비현실이나 판타지가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맥락과 맞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것이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누가 봐도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메스를 들고 수술하고 있는 와중에 의사의 목에 낫을 들이대고 환자 수술을 멈추라고 말하는 장면은 대단히 자극적이다. 그런 자극적인 장면에서 끝을 맺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다음 회로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

 

사실 이런 비현실의 과도함이 낳는 불안감은 첫 회에서부터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선배 의사와 새내기 의사로 만난 윤서정(서현진)과 강동주(유연석)이 맥락 없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그랬고, 갑작스런 차 사고에 의해 윤서정과 만남을 갖고 있던 문선생(태인호)이 사망하며 그로 인해 좌절한 윤서정이 등산을 하다 낙상해 손을 다치게 되고 그 때 마침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김사부가 그녀를 발견하는 그 우연의 연속들이 그랬다.

 

너무 빠른 속도감과 전개는 첫 회에 모든 걸 승부 걸 수밖에 없는 요즘 드라마들의 처지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런 사건 전개가 반복되거나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자주 등장하는 건 드라마 자체의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진 비현실로 현실을 얘기한다는 그 좋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때때로 지나치게 과해지는 비현실이라는 걸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의 우화를 그려내고 있다고 해도 그 메시지의 지향점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비현실이 낭만으로 긍정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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