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마>, 출연만 하면 논란이 되는 이상한 방송

 

장윤정 가족에 이어 이번에는 정준호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도대체 무슨 마가 끼었길래 출연자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찾아간 연예병사들에 대해서 정준호는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며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준호는 “젊은 친구들을 실수 하나로 평생 가슴 아프게 한다는 것이 연예인 입장에서 가혹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후배 아끼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건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얘기다. 남자와 혈기왕성한 나이 그리고 안마시술소의 조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다가(그렇다면 혈기왕성한 남자들은 안마시술소를 찾는 게 당연한 일인가), 여기서 언급한 ‘남자’는 일반인이 아니고 군인이다. 자신도 있다는 경험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일까. 그저 안마시술소에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물론 이것은 아마도 정준호의 후배 아끼는 마음이 과해 나온 실언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 연예병사 제도를 그저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해서 유지하는 것이 군인들을 위해서도 좋다는 소신을 얘기하다 불현듯 튀어나온 돌발 발언이었을 수 있다. 정준호의 개념 문제일 수 있겠지만, 생방송이라는 환경은 늘 이런 위험성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앵커의 역할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나왔을 때 그것을 적절히 중화해주거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잡아주는 것.

 

과연 박종진 앵커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이상한 건 박종진 앵커는 중재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용서가 참 없는 나라다. 사회적으로 용서를 해주는 게 있고, 잘못하면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 리모델링을 하고 가야 하는데 다 때려 부수는 정책인 것 같다.” 연예병사 폐지 문제에 대해서 뜬금없이 ‘용서가 없는 나라’를 운운하는 것도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은데, 아예 앵커의 입에서 ‘때려 부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면 그것은 감정을 의도적으로 싣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것이 앵커로서 과연 할 말일까.

 

장윤정 어머니와 동생을 출연시켜 마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듯 자극적인 폭로를 일삼고는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막가파식의 방송은 그래서 방통위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중징계든 뭐든 상관없이 논란을 의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논란이 될 만한 방송을 몰랐을 리도 없고 논란이 되어도 또 다른 논란거리를 찾는 건 그래서 시청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거나 혹은 화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논란이 될 만한 것들도 방송에 올리는 이 프로그램의 위험성이다. 특히 시사문제에 있어서 어떤 균형을 잡기 보다는 자극적인 일방의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논란을 의도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게다가 어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증언까지 일방적으로 방송한다는 것은 차라리 폭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정의 편집과정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완충지대가 전혀 없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언제 어떤 발언으로 일파만파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연예병사 관련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혀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하게 이야기를 던진 정준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변명을 해도 생방송이라는 특징을 그토록 방송을 많이 해온 정준호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채 폭주하는 <쾌도난마>라는 방송의 책임이 없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연자들이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이상한 방송 <쾌도난마>.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왜 장윤정 어머니는 딸을 위해 침묵하지 못할까

 

일차적인 잘못은 방송의 선정주의다. 대중들은 더 이상 장윤정의 얽히고설킨 가족사에 대해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거의 공해를 넘어 짜증 수준이다. 이미 이런 대중정서는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굳이 꺼내지 말아야할 장윤정 가족사를 꺼내 난도질을 했을 때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tvN <eNEWS-기자 대 기자: 특종의 재구성>에서 장윤정의 이모와 어머니, 남동생의 엇갈린 주장들을 다뤘다. 내용은 갈수록 가관이다.

 

'tvN e뉴스(사진출처:tvN)'

장윤정의 이모는 팬 카페에 밝힌 대로 장윤정이 어렸을 때부터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그 어머니는 화투를 쳤고 장윤정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집을 나가 사실상 장윤정 아버지가 엄마 노릇까지 했다고 말했다. 반면 장윤정의 어머니는 장윤정 결혼식 전날 3천배를 하며 오열했다고 밝혔고 남동생 장경영씨는 누나의 연인이 도경완 아나운서가 아니었다는 식의 충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진위가 무엇이든 방송은 또 한 번 장윤정의 가족을 난도질한 것이고, 대중들은 이로써 짜증 수준이 되어버린 장윤정 가족사를 또 듣게 되었다.

 

제 아무리 진실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해결해야 될 문제를 이처럼 방송이 다루고 있다는 것은 실로 그 선정성의 끝단을 보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 면에서 장윤정 가족사를 끝끝내 또 끄집어낸 방송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 편으로 이런 방송의 행태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장윤정 가족들의 잘못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방송이 제아무리 부추긴다고 하더라도 사실 당사자들이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가장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 장윤정의 어머니와 남동생의 행보다. 물론 <힐링캠프>로 인해 가족사가 유출되었을 때 장윤정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다른 방송채널을 통해 일종의 해명을 했던 것까지는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어쨌든 가족사가 먼저 드러나게 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방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물론 이것도 보통의 가족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하지만 장윤정 본인이 침묵하는 동안 또다시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다.

 

물론 이것은 장윤정의 이모가 팬 카페에 게재한 글에 대한 방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머니라는 사람이, 또 남동생이라는 사람이, 자식이자 누나로 장윤정을 생각했다면 결코 하지 말아야 했을 행동들이다. 어머니가 어떤 존재인가. 자식의 허물까지도 덮어주는 것이 모성이 아니던가. 심지어 모든 비난이 자신에게 쏟아진다고 하더라도 자식 혹은 가족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것이 부모와 동생의 마음일 것이다. 게다가 장윤정은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인물이 아닌가. 오해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방송을 통해 감정을 토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만일 답답한 면이 있다면 가족끼리 만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장윤정의 소속사를 찾아가 조용히 해결하면 될 일이다. 굳이 방송에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공표하는 것은 그 진위가 무엇이든 가족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온다는 것은 대중들에게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회적인 문제도 아니고 하나의 가족의 문제이며, 본인이 연예인도 아닌데 왜 굳이 방송이 필요하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장윤정이 먼저 꺼낸 10억 빚에서 비롯된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거기에 대해서는 방송에 나와 해명을 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다 차치하고라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장윤정의 어머니가 딸을 위해 침묵하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가 어떻든 장윤정은 이미 성인이고 결혼해 새 가정까지 꾸린 몸이다. 어머니로서 그저 딸의 미래를 축복해줄 수는 없는 일일까. 이것은 또한 이 사안을 다루는 방송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제 결혼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한 연예인을 그저 축하해줄 수는 없을까. 이것은 아마도 방송을 보고 있는 대중들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장윤정 가족을 난도질한 <쾌도난마>, 과연 적절했을까

 

갈수록 가관이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전혀 게이트키핑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그램의 소개란에 들어가면 ‘쾌도난마(快刀亂麻)’의 뜻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얽힌 사물이나 비꼬인 문제들을 솜씨 있게 처리한다는 뜻. 그 칼을 손에 들고 나선 인물이 박종진이다.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프로그램이 아니다. 인상 쓰게 만드는 사회적인 모순과 행태들에 대해 풋 하고 웃어버릴 수 있는 그런 솔직한 대담, 신개념 시사토크를 박종진이 이끈다.’

 

'박종진의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과연 이 프로그램은 설명처럼 헝클어진 문제를 솜씨 있게 처리했을까. 오히려 손에 든 방송이라는 칼로 한 사람의 가족사를 난도질한 것은 아니었을까. 과연 생방송으로 장윤정의 남동생과 어머니를 출연시킨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풋 하고 웃어버릴 수’ 있었을까. 먼저 시사 프로그램에서 왜 장윤정의 가족사를 소재로 삼았는가가 의문이다. 그것이 과연 그토록 시사적인 이야기였을까. 혹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서 장윤정의 가족사를 방송에 올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장윤정이 <힐링캠프>에서 인정한 것들에 대해서 그 남동생과 어머니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은 마치 막장드라마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자극적이었다. 남동생 장경영씨는 “장윤정의 억대 빚은 자신의 사업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차트로 지난 10년 간의 지출내역과 통장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윤정이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으려 했고, 사람을 시켜 죽여야 엄마와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장경영씨의 대목이나, "딸을 위해 내가 스스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장윤정 어머니의 말은 한 가족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심지어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 있는 카카오톡 내용의 공개는 실로 이 프로그램이 자극을 위해서는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조차 별 거리낌 없이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심지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장윤정과 장윤정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 사이에 놓여진 갈등은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를 떠나 그저 개인의 가족사일 뿐이다. 가족 간의 갈등에서 어떻게 누구 한 사람의 잘못만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누군가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그것은 결국 그 가족을 파탄으로 만들 뿐이다.

 

한 가족의 내밀한 갈등을 서로 부추기고 끄집어내 그 끝장을 보는 행태를 우리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를 통해 보곤 한다. 심지어 드라마 같은 허구에도 대중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그것이 결국 가족의 파탄을 바라보게 만드는 가학성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진실을 다뤄야 할 시사 프로그램이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될 누군가의 가족사를 난도질하는 것이 막장드라마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이 프로그램은 장윤정 또한 출연시키려고 했다며 편파방송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굳이 가족 간의 싸움을 생방송 무대에 올리려 했다는 그 선정성이다. “전화주면 언제든 출연시키겠다”는 말에 대중들이 분노하는 건 그 때문이다. 특히 방송 마무리에 박종진 진행자가 던진 멘트는 이 프로그램의 기막힌 성격을 드러내준다. “오늘 어머님하고 동생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장윤정 씨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이 말은 애초부터 방송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 절차 자체가 없었다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과연 이게 방송이 할 일인가.

 

사실이 아니면 방송을 내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설혹 사실이라고 해도 방송 프로그램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윤리적으로 방송에 적합한가를 고민했어야 한다. 뭐든 시선을 잡아끌어 화제가 될 수 있으면 일단 던지고 보는 방송 행태는 카더라 통신과 전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런 막장드라마식의 방송으로 왜 대중들이 피로를 느껴야 하는가. <쾌도난마>는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한 개인의 가족사에까지 칼을 휘두르는 막장드라마를 재연해 보여주었다.

장윤정, 굳이 아픈 가족사를 공개해야만 했나

 

몇 주간 장윤정이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빠지질 않는다. <힐링캠프>에 출연하기 전부터 여의도 증권가 찌라시로 유출된 사전 인터뷰 내용은 한바탕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자신이 10년 간 번 돈을 어머니와 남동생이 모두 날려버렸다는 이 자극적인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온통 그녀가 출연하기로 예정된 <힐링캠프>에 집중시켰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장윤정은 예상 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고, 오히려 뿔뿔이 흩어지게 된 가족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고, 이제 앞으로 결혼해 가족을 꾸리게 될 도경완 아나운서와의 핑크빛 러브스토리와 도경완 아나운서의 월급으로 살 거라는 소박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사전에 터진 논란에 비하면 너무나 깔끔한 방송이었다. <힐링캠프>의 힘이 그 정도로 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장윤정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돈을 몽땅 날리고 빚까지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흩어지는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은 장윤정이 효녀이며 그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한다는 걸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또 행사 여왕으로서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던 돈 이미지도 이제는 소박한 한 여인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힐링캠프>가 방영된 후 케이블 채널에서는 장윤정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남동생과 어머니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모 회사를 운영하는 남동생은 “미니홈피에 어머니와 함께 자살하라는 악플들로 가득 차 있다”며, 누나의 돈을 자신이 사업으로 날려먹었다는 이야기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 역시 인터뷰를 통해 33년 간 키운 딸이 비수를 꽂았다고 말했다.

 

장윤정 측에서는 여기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은 남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비난 여론만 더 커지고 있다. 무언가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가 있다는 추정들과 그로 인해 각종 루머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장윤정의 개인 가족사일 뿐이다. 거기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장윤정과 가족 간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들은 이제 피로감마저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의문이 드는 점은 이미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포된 상황에서 장윤정이 <힐링캠프> 출연을 강행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유포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윤정만 혼자 나와 “그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밝히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또 장윤정이 시종일관 가족을 보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윤정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것은 가족 간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안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들어가 있다. 장윤정이 피해자이면서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가해자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결과가 보여주듯이 장윤정이 방송에서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 한쪽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송은 그 자체로 다른 쪽에게는 공격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화살의 표적이 되고 있는 남동생과 어머니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장윤정이 피해자이고 남동생과 어머니가 잘못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정 반대로 남동생과 어머니 말처럼 이것이 전적으로 잘못 전달된 오해일 수도 있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당사자들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가족 간에 생긴 마찰이란 때로는 양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 때도 많지 않은가.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은 결과적으로 가족들 간의 문제이고 그 안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어느 한 쪽이 피해자가 되고 어느 한 쪽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이야기를 집중시키게 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다. 한쪽이 진심을 토로한다는 미명 하에 쏟아낸 아픈 가족사가 다른 한쪽에게는 대중들의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로 남는 건 그토록 가족 걱정을 하는 효녀인 장윤정이 왜 굳이 아픈 가족사를 공개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가족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진정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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