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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왜 독해질수록 살아날까

 

장희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 그것은 바로 먹지 않으려는 사약을 억지로 입에다 우겨넣는 장면이다. 하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에서의 장옥정(김태희)은 그런 최후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조선시대의 패션 디자이너인데다 이순(유아인)과의 달달한 로맨스가 전면에 펼쳐지지 않았던가.

 

'장옥정 사랑에 살다'(사진출처:SBS)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나 보다. 순둥이에 늘 당하기만 할 것 같던 그녀는 단 몇 회만에 독이 잔뜩 오른 모습으로의 대변신을 보여주었다. 장옥정이 영원히 용종을 잉태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극약을 대비 김씨(김선경)가 궁녀들을 시켜 억지로 입에 넣는 장면은 그래서 본래 장희빈 하면 떠오르던 바로 그 명장면(?)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본래 장희빈의 귀환이다.

 

예쁘고 착하기만한 장희빈? 의도는 알겠지만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고 또 대중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 굳이 장희빈을 장옥정으로 부르고, 숙종을 이순이라 부르는 건 그만큼 이 사극이 역사와의 간극을 두겠다는 의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즉 이 사극은 역사의 기록에 남겨진 장희빈과 숙종을 그리는 게 아니라, 기록 바깥에 존재하는 사적인 인물로서의 장옥정과 이순의 애틋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역사에 기록된 장희빈이 벌인 일련의 사건들마저 왜곡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장희빈을 장옥정으로 바꾸면서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그녀가 벌인 일들에 어떤 사적인 근거를 마련해주는 정도다. 그래서 장희빈의 독한 행동들이 왜 나왔는가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준다면(그것이 이순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것으로 장옥정이란 인물의 재해석은 충분할 것이다.

 

그래서 <장옥정>은 그녀가 독하게 변하게 되는 극적인 계기를 마련한다. 궁 밖으로 내친 것도 모자라 그녀를 집에 가둔 채 불을 질러버린 인현왕후(홍수현)의 부친 민유중(이효정)은 그녀가 독해지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계기는 그녀의 당숙인 장현 역관(성동일)이 제공한다.

 

“이제 깨달았느냐.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못했을 때의 들끓는 욕망을, 원하는 것을 빼앗겼을 때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넌 주상의 총애를 받고도 길거리에 내던져졌고 민유중의 여식은 주상의 총애 없이도 명문가에서 태어났다는 것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감히 네가 바라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저 자리에 있지 않느냐?”

 

장 역관이 장옥정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은 태생적으로 이미 정해져 버린 삶에 대한 도발이이다. 누구는 명문가에 태어나 사랑 없이도 왕의 여인이 되는데, 정작 왕의 사랑을 받는 자신은 궁에서 밖으로 내쳐져 정인 옆에도 갈 수 없는 현실. 조선이라는 신분사회가 가진 간극을 장 역관은 그녀에게 펼쳐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태생적이고 운명적인 삶에 대한 도발은 다분히 작금의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청춘들의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결국 장옥정은 독해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장옥정이 이순의 사랑을 갈구하며 뭐든 다 저지르기로 마음먹는 그 순간, 장희빈이라는 캐릭터가 본래 갖고 있던 대중적인 힘이 생겨난다. 장희빈이라는 캐릭터가 과거 정통사극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반복되면서도 대중들의 마음을 끄는 것(여성 캐릭터로서는 거의 유일무이하다)은 그녀가 단지 악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어찌 보면 조선을 다루는 사극에서 신분과 계급의 금기를 뛰어넘고 도발하는 거의 유일한 능동적인 여성이다.

 

과거 정통사극에서는 그래서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한편으로는 악녀로서 비난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운명적으로 정해진 꽉 막힌 신분제 사회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통쾌함이 있었다는 것. 마치 가부장적인 시월드에서 시어머니에 대들고 맞서는 며느리처럼 장희빈은 당대의 양가적인 감정을 끌어안는 캐릭터였던 셈이다. 어쩌면 사극 속 장희빈의 악행을 보며 시어머니는 분노하고 며느리는 통쾌해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옥정>은 이 이중적 시선에서 ‘악녀’로서의 시각을 떼어낸 셈이다. 그녀는 여전히 독하지만 악녀는 아니다. 오히려 운명을 뛰어넘으려, 또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신세대 여성이다. 그러니 그토록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던 김태희가 ‘언제 연기 이렇게 잘했나’ 칭찬받고, 바닥을 치던 시청률이 반등하는 것은 이 본래 장희빈이 갖고 있는 캐릭터의 색깔이 살아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사극 속의 신세대 장옥정은 악녀라는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이니 이제 시청자들에게 남은 일은 그녀의 도발을 즐기는 것뿐이다. 물론 그 결과는 역사가 기록한대로 비극일 수밖에 없겠지만, 조선 같은 신분사회에서 한바탕 제 목소리를 내고 사라진 한 여성의 삶이 어찌 새롭고 귀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제 사랑 앞에 한없이 말랑해지고 그 사랑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한없이 독해지는 장옥정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Posted by 더키앙

선악구도의 재현은 대중들을 공감시키지 못한다

"마마 대응책이라뇨? 지금 그걸 누가 마련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마마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마마께서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뿐입니다. 그게 정치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궁지에 몰린 장희빈(김소연)은 남인의 수장, 오태석(정동환)을 불러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하지만 그의 반응은 싸늘하다. "권력이 있는 것이 옳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이 그른 것"이라는 장희빈 자신의 말대로 된 것이다. 힘이 없어진 그녀는 이제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써야 할 위기에 처했다.

장희빈의 권력에 대한 인식은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을 떠올리게 한다.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것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다만 권력관계가 만들어내는 힘의 불균형이 있을 뿐이다. 사실 권력에 대한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권력을 어떤 실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권력을 쥐는 사람의 심성, 의지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견고한 시스템 속에서 달라지는 것은 그 권력관계 속에 들어가는 인물들뿐이다.

'동이'에서 장희빈이 초반부에 동이(한효주)의 도움을 받아 중전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그녀는 마치 선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중전에 오르자 입장은 달라졌다. 권력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권력을 쥔 것이 아니라 다른 권력관계 속에서 입장이 달라진 것뿐이다. 따라서 권력을 얘기하면서 흔히 권력을 쥔 자는 악이고 권력에 이끌리는 자는 선이란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아마도 동이 역시 그 상층부의 권력관계 속으로 들어가면 장희빈처럼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동이'의 장희빈이 '선덕여왕'의 미실만큼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이 사극의 구도가 지나치게 선악구도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동이는 무조건적인 선이고 장희빈은 악이다. 권력이 없는 동이와 권력자인 장희빈의 대결구도, 그래서 장희빈을 무너뜨리고 그 권력을 동이가 쥐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그려진다. 여기에 사극은 장희빈이 저지르는 일련의 일들을 부도덕한 처사로 몰아간다. 즉 게임의 법칙, 정정당당함을 잃은 장희빈은 악이 되는 것이다.

장희빈의 몰락은 그래서 권선징악적인 이 사극의 목표처럼 보인다. 바로 이 단순한 구도는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장희빈이 "권력이 있는 것이 옳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이 그른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 사극의 권력에 대한 인식는 선악구도의 그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식이 그런 것과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뉘앙스는 다르다. 이 사극은 지금껏 선악구도(운명적으로 선인 동이와 그 반대인 장희빈)를 전면에 내세웠다. 장희빈의 오빠인 장희재(김유석)는 뼛속까지 악역이고 서인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심운택(김동윤)은 늘 선이다. 그들은 결국 권력을 향해 달려간 두 인물일 뿐이지만.

'선덕여왕'의 미실이 악역이면서도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이 사극이 선악구도를 그리기보다는 보다 권력의 관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미실은 덕만(이요원)과 대립관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멘토 같은 역할을 했다. 그들은 권력의 법칙을 잘 이해했고 그래서 미실이 최후를 맞이할 때 덕만 또한 슬픔을 느끼게 되었다. 덕만이 여왕의 자리로 등극한 이후에 심지어 미실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부재를 깊이 느낄 만큼, 사극은 선악구도의 차원을 넘어서 정치관계의 다이내믹함(끝없이 변화하는 힘의 움직임)을 잘 잡아냈다. 반면 '동이'의 대립구도는 지나치게 선악구도에 집착함으로써 오히려 이 권력의 시스템이 그 구도 아래 가려지는 상황을 맞이한다. 과연 이 사극처럼 동이가 장희빈을 내쫓고 나면 시스템은 달라질까. 해피엔딩은 올 것인가.

장희빈은 그래서 미실만큼 매력이 없다. 이건 연기의 문제가 아니다. 캐릭터가 가진 매력의 문제다. 역사에서 정치의 상층부로 올라갔던 여성의 성장과 몰락의 과정에서 장희빈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주는 반면, 미실이 꽤나 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장희빈하면 우리는 그 배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억지로 사약을 받는 그 체통도 우아함도 잃은 한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주변적인 관심들은 어쩌면 이 공고한 시스템을 가리고 이 모든 것들이 선악의 문제라고 강변하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선악구도의 변화는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한때 이 악녀로 그려졌던 장희빈에게 열광하던 시대가 가고, 이제 그 단순함에 별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권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동이' 27회의 스토리는 무엇이었을까. 장희빈(이소연)이 동이(한효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가 돌아와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자작극을 벌인 것? 그래서 향후 폐비(박하선)에게 누명을 씌워 아예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 만일 이것이 '동이'가 한 회분 사건이라면 이 스토리는 과거 흔하디 흔한 장희빈 이야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동이'는 스스로 기획의도에서 밝힌 듯이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생모가 될 동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27회 한 회 동안 동이가 겪은 사건은 무엇일까.

궐 밖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이(한효주)가 의주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도성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동이는 무수리가 되어 궁으로 들어온다. 폐비의 누명을 벗겨줄 증좌를 왕에게 직접 건네기 위함이다. 한 회분의 스토리로 치자면 지나치게 단순하고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왜 동이가 꼭 스스로 궁으로 들어가 그것도 숙종(지진희)에게 직접 증좌를 건네려는 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장희재(김유석)와 오윤(최철호) 같은 인물들이 동이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동이는 왜 다른 인물을 통해 증좌를 대신 왕에게 건네려 하지 않는가. 또 궁에 들어왔다면 감찰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을 동이는 왜 찾아가지 않는가.

서용기(정진영)와 차천수(배수빈)는 왜 갑자기 동이가 찾을 수 없게 사라졌는가. 우연히 도성 저자에서 보게된 주식(이희도)과 영달(이광수)의 뒤를 좇는 인물들은 왜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 그들이 주식과 영달을 미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이'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많은 의문을 남긴다. 논리적으로 비약도 많고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물론 모든 사극이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짜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사극은 좀 더 인물의 감정라인을 통해 논리적인 허점을 메워야 한다. 즉 동이가 왕을 직접 만나려 한다면 시청자들에게 동이의 왕을 만나려는 그 애틋한 마음을 감정이입시켜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동이'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지금 '동이'는 스토리가 잘 보이질 않는다. 물론 기본적인 스토리는 있지만 아이디어가 없다는 이야기다. 동이가 활에 맞고 거의 사경을 헤매다가 의주의 한 상인에 의해 살아남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또 그 상인이 동이를 붙잡아 두려하고 마침 나타난 장희재에 의해 위기에 처했을 때 또 갑자기 심운택(김동윤)이 나타나 그녀를 돕는 이야기도 새롭지 않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들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동이가 왕의 행차를 멀찍이서 바라보며 애끓는 토로를 하는 장면이거나, 심운택의 캐릭터다. 즉 이야기보다는 외적인 것들에 더 치중해 있다는 것이다.

'동이'가 초반부에 그나마 촘촘했던 스토리에서 차츰 와해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연출이다. 사실 동이가 도성으로 돌아와 궁으로 들어간다는 이 한 회 분의 간단한 스토리를 그나마 긴박하게 만드는 것은 연출의 힘 덕분이다. 동이가 돌아오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왕의 심경이나 장희빈의 심경을 배치하면서 그 단순함을 조금씩 비껴가게 만들고, 결정적으로 엔딩 부분에서 마치 숙종이 동이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놀라는 장면 같은 것이 삽입되는 것은 연출을 통해 지속적인 시선을 잡아끌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하지만 사극이 연출의 힘만으로 굴러갈 수는 없다. '동이'의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예상을 깨는 의외성이 없을 때, 이 사극은 그저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왕실암투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며 성장하는 동이의 심심한 이야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쉽게 멜로라인으로 회귀하려는 욕망은 이 사극이 처한 가장 큰 위기다. 숙종과 동이의 멜로는 이 사극에서 중요한 것이지만, 거기에만 매몰될 때 이 사극은 아무런 새로운 재미를 발견해내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심지어 차천수라는 인물까지 동이의 오라버니에서 남자로 변하려는 모습은 그래서 위험하다.

'동이'는 지금 스토리 실종상태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결구도 그 이상을 보여주는 동이만의 스토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동이의 캐릭터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동이만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또 동이의 약점은 무엇일까. 이런 부분들이 다시 세워지고 그 위로 이야기가 다시 구축될 때 '동이'는 잃었던 스토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동이'가 그저 숙종과의 멜로드라마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더키앙

 '동이'만의 차별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청률 23%. 그 전후에서 '동이'는 멈춰서 있다. 사극으로 보면 높은 시청률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낮은 시청률도 아니다. 그저 틀어놓고 시청하면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기대를 조금 갖고 보게 되면 조금 시시한 느낌도 든다. 주인공 동이(한효주)가 인현왕후(박하선)와 장희빈(이소연) 사이에서 사지로 내몰리며 그 누구도 풀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을 마치 '별순검'의 한 장면처럼(물론 아주 소프트하게) 풀어내는 과정은 꽤 긴박감이 넘친다.

그런데 하나의 미션이 끝나고 나면 어딘지 허전하다. 미션과 미션 해결 그리고 국면전환은 꽤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뒤통수를 치는 기발함 같은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23%에 멈춰서 있는 '동이'의 시청률은 이해가 된다. '동이'는 지금 미션 사극의 전형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과거라면 이 전형은 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시청자들은 사극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지만 '동이'가 그걸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왜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까.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사극으로 만들어졌다. 장희빈의 그 독한 눈빛과 그런 독한 장희빈에 의해 당하는 인현왕후. 그리고 결국 밝혀지는 진실. 사약을 받고도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모습,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입을 억지로 벌려 사약을 들이붓는 장면은 이제 장희빈이라는 콘텐츠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만큼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결구도는 사극의 소재로서 강하다. '동이'가 새로운 사극이 되려면 그 이상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동이'는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벌이는 왕실암투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미 미션이라는 틀이나, 여성의 성장, 그리고 추리 형식은 이른바 퓨전 사극의 기본기가 되고 있는 상황, 따라서 동이가 매번 미션을 부여받고 그 미션을 해결함으로서 조금씩 성장하며 감찰궁녀로서 사건을 추리하는 모습은 그다지 차별점이 되지 못한다. '대장금'이 특별했던 것은 여성 성장 미션 사극의 출발점이고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기본기를 요리와 의술로 엮어냈다는 점이다. 어떤 요리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 의학지식 등을 통해 해결되는 과정은 '대장금'만의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산'에서는 정조의 궁에서 살아남기라는 독특한 시선이 존재했고, 무엇보다 도화서의 이야기가 이 사극의 기본기와 잘 엮어져 차별점을 만들었다. '동이'에도 초반부에는 이런 차별점이 있었다. 이른바 '음변(音變)사건'이 그것이다. 사건을 음으로 엮었고 그 음이 왜 변했는가를 찾아가는 동이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동이'만의 차별성이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 동이가 감찰궁녀가 된 후로 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버렸다. 주식(이희도)과 영달(이광수)은 바로 이 장악원이라는 이 사극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지금은 장악원과는 상관없이 그저 '자나 깨나 동이 걱정'하고 사극의 상황을 쉽게 설명해주는 코믹한 연사 역할에 머물러 있다.

사극의 미션 속에 들어있기 마련인 추리적인 요소는 드라마라는 특성상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어려워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중간에 보게 되는 시청자나 집중해서 보지 않는 시청자들은 소외될 수 있다. 따라서 사극의 추리는 그 복잡함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특별한 시각이나 소재에서 찾아야 한다. '대장금'의 추리에 음식이 있었고, '이산'에는 그림이 있었다면, '동이'는 음악이 그 추리 요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초반부 음변사건 이후로 '동이'만의 새로운 추리 요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확실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동이'는 블랙홀 같은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이야기로 회귀하는 느낌을 준다. 동이만의 매력이나 특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이'만이 차별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은 깨방정 숙종(지진희)과 동이의 로맨스다. 분명 사극은 멜로만의 힘으로는 움직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깨방정 숙종과 동이의 로맨스는 권위의 해체라는 점에서 멜로의 틀 이상의 현재적 의미를 확보한다. 하지만 '동이'가 현재적 의미에 천착하는 사극이라는 특징을 확보하려면 다른 에피소드들도 좀 더 현재성을 강조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찰부의 에피소드들은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를 좀 더 깊게 다뤘다면 꽤 현재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면 오히려 현재에서 그것을 찾는 방법도 방법일 수 있다.

이 '사극의 현재성'이라는 문제는 동이라는 캐릭터에서도 그다지 부각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 동이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풍산'이라는 캐릭터를 얻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그저 착한 캐릭터다. 물론 착한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우리 편'이라는 의식을 만들지만 그것이 현재의 시청자들의 감성에 부합하는 캐릭터인지는 의문이다.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이요원) 그 이상으로 주목받은 캐릭터가 미실(고현정)이었고, 이 미실이 욕망에 충실한 현대적 캐릭터라는 점은 '동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좀더 앞으로 쭉쭉 뻗지 못하는 '동이'의 지지부진은 아직까지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결구도 그 이상을 뛰어넘는 차별성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의 기획의도에 들어있던 음악이라는 요소를 극의 추리적인 요소에 녹여내고,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좀더 현재적인 관점을 담아내며, 동이라는 캐릭터의 성장 속에 단지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어떤 목적의식이나 욕망을 갖게 된다면 '동이'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전개양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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