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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환혼’이 훌쩍 뛰어넘은 무협, 멜로 그 이상의 성취 “넘치는 힘이란 건 네가 기쁜 만큼만 쓰고 말 수는 없어. 비를 바라면 홍수를 피할 수 없고 바람을 원하면 태풍을 맞아야 하듯이 감당해봐.” tvN 토일드라마 에서 무덕이(정소민)는 얼음돌 한 가운데서 환각처럼 어린 시절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 말은 지금까지 술력을 쌓아 더 강한 자가 되고픈 이 드라마가 그려내던 그 욕망들을 무화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무덕이는 “이 힘을 두고도 내 맘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어린 시절의 무덕이가 말한다. “당신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긴 합니다. 쓰지 않는 겁니다. 그 힘을 쓰지 않는 선택은 당신 뜻대로 할 수 있어요.”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얼음돌이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혼’의 멜로가 특별한 건 사제, 주종 케미를 가장해서다 “제가 무덕이를 많이 좋아합니다.” “지가 도련님을 진짜로 좋아해유.” tvN 토일드라마 에서 장욱(이재욱)과 무덕이(정소민)는 그렇게 각각 송림의 총수 박진(유준상)에게 말한다. 둘 사이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각각 물어보며 만일 답변이 틀릴 시 무덕이를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박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자 갖고 있던 음양옥을 꺼내 보이며 그렇게 말하자 박진은 실소를 터트리며 그들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은 이 장욱과 무덕이의 멜로를 그리는 특별한 방식이 들어있다. 은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을 절묘한 위기 상황과 엮어 드러낸다. 환혼인을 추적하며 장욱과 무덕이의 비밀을 캐묻는 박진 앞에서 두 사람은 피해나갈 묘수로서 서로 ..
신무협 트렌드에 올라탄 tvN 토일드라마 ‘환혼’ 우리에게도 ‘무협’이라는 장르는 익숙하다. 하지만 영상물로서 무협 판타지를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중국 콘텐츠에서 많이 시도됐던 게 사실이다. tvN 토일드라마 이 과감하게 펼쳐놓은 무협 판타지의 세계가 남다른 의미와 가치로 보이는 건 그래서다. 홍자매가 가져온 신무협의 세계 우리에게 과거의 어떤 시공간을 배경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주로 ‘사극’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즉 진짜 역사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조선시대’나 ‘고려시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담은 삶의 공간이 제시되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어떤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기대하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vN 토일드라마 은 작품의 시공간을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호국’으로 삼고 있다. 게다..
'영혼수선공',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깨는 드라마가 된다면 "선생님도 병이 있으시네요. 직업병. 사람들을 죄다 환자로 보시나 봐요. 근데 저는 아픈 거 아니에요. 그냥 성질이 더러운 거지. 호의는 고맙지만 제 성격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KBS 수목드라마 에서 한우주(정소민)는 정신과 의사 이시준(신하균)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한우주는 사귀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보고는 격분해 주차장에서 차를 부실 정도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사소한 말다툼에도 화를 참지 못해 언성을 높이기 일쑤다. 그런 그에게 이시준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한우주는 또 화가 난다. 자신을 정신병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에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
정현종에 이은 도리스 레싱, ‘이번 생은’이 품은 문학들드라마에 문학이 더해지자 그 울림이 커진다. tvN 월화드라마 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인용해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구가 어쩌다 계약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의 우연적 만남이 사실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는 걸 암시해줬던 것. 그리고 이번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가 드라마에 울림을 더했다. 윤지호가 20대에 읽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소설 속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결국 모텔을 찾게 된 주인공이 그게 들키자 바람을 피웠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
‘이번 생은 처음이라’, 처음이기에 좋은 것들‘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남세희(이민기)의 방에서 우연히 찾아낸 정현종 시인의 시집에서 윤지호(정소민)는 ‘방문객’이라는 시를 읽는다. 그 시가 말하는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나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마치 윤지호와 남세희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tvN 월화드라마 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에서 계약결혼을 한 두 사람. 그래서 공식적으론 부부지만 여전히 핸드폰에는 집주인과 세입자로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던 두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핑계 대며 은근히 남편과 아내로 그 이름을 바꾸지..
‘이번 생은’, 공대 출신들이 가진 마성의 매력 그 원천은“저는 그렇게 무서운 프로그램은 못 다뤄요. 얘는 저 같은 똥멍청이 너드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소스코드가 아녜요. 수준이 달라요.” tvN 월화드라마 에서 심원석(김민석)이 IT회사 사장인 마상구(박병은)에게 하는 이 말은 업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마상구가 짐짓 모른 체하며 연애 대상으로서 우수지(이솜)라는 인물에 대해 묻자 심원석이 던지는 답변이다. 그러면 자신은 어떠냐고 마상구가 묻자 심원석은 말한다. “형이랑 수지요? 어 그럼 뭐 바로 랜섬웨어 감염되는 수준? 완전 복구 불가능에다가 인생 망하는 느낌 조금 나는데요.” 연애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빗대 얘기하는 이들은 공대 출신들이다. 물론 모든 공대 출신들이 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
‘이번 생은 처음이라’, 현실 담은 코믹 캐릭터 열전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하던가. 좋은 작품에는 눈에 띠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고,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좋은 작품이 된다는 뜻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tvN 월화드라마 는 저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주인공인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는 물론이고 주변인물들인 우수지(이솜), 마상구(박병은), 양호랑(김가은), 심원석(김민석) 하다못해 분량이 많지 않은 윤보미(윤보미) 같은 캐릭터까지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들 캐릭터들이 이렇게 돋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남세희는 마치 ‘시리야-“하고 부르면 나올 법한 고저강약 없는 목소리로 무표정을 일관하는 캐릭터다. IT업계에서 잘 나가는 브레인인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