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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남녀2’,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검사와 의사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가 본격적인 백범(정재영) 검시관과 닥터K로 불리는 장철(노민우)의 대결에 들어섰다. 도지한 검사(오만석)의 후배 박영수의 죽음은 그가 죽기 직전 조사했던 성진그룹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허무하게 뱀에 물려 사망한 사체로 발견되었고, 검시 결과 그 죽음에 외부의 흔적이 없다는 걸 백범이 확인했지만, 정황은 성진그룹과 거래해온 갈대철(이도국)의 사주를 받은 장철이 이 사건을 꾸민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건 이 대결구도가 가진 특이성이다. 백범과 닥터K의 대결은 똑같이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들의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백범은 검시관으로서 사체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려하는 인물이지만, 닥터K는 정반대로 그 의학지식을 통해 살인사건마저 은폐하려는 인물이다.

 

백범이 이런 의학지식을 가진 이가 살인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막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닥터K의 살인과 은폐는 백전노장 베테랑 검시관인 백범도 오리무중에 빠뜨렸다. 그가 독성수의학에는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나, 사체 검시할 때 냄새를 맡아보는 습관 같은 걸 꿰뚫고 있는 닥터K는 일부러 뱀독을 이용한 완전범죄를 저질렀고 또한 사체에 술을 먹여 검시에서도 냄새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사체를 두고 벌어지는 백범과 닥터K의 대결이 ‘진실과 은폐’라는 팽팽한 구도로 펼쳐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백범과 닥터K처럼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법남녀2>에는 두 부류의 서로 다른 검사들이 등장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도지한(오만석) 검사나 은솔(정유미) 검사가 있지만, 성진그룹에 결탁해 권력의 시종이 되어온 노한신(안석환)이나 갈대철 같은 검사도 있다.

 

결국 <검법남녀2>의 대결구도는 이런 같은 직업이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이들에게서 만들어진다. 보통 지금까지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대결구도는 생명과 죽음 사이에 만들어지거나, 살인자와 검시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검법남녀2>는 생명을 의탁하게 되는 의사가 지킬 앤 하이드처럼 살인자로 변신하면서 생겨난다. 이는 검사도 마찬가지다. 정의를 구현해야할 이들이 변심하자 그 권력은 무시무시한 흉기가 되어버린다.

 

<검법남녀2>가 보여주는 대결구도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가진 위협요소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있다는 대중정서가 반영된 결과처럼 보인다. 나라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안으로부터 생겨난다고 했던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그 권력을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했을 때 생겨나는 현실의 위기. <검법남녀2>는 의사와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을 갖고는 있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의 대결구도로 위기에 대한 대처가 안팎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걸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2’ 정재영, 뻔한 정황 뒤집는 괴짜 법의관의 매력

 

“소설 쓰지 마.”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에서 백범(정재영) 법의관은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들어온 사체에 얽힌 드러난 정황들은 어쩐지 뻔해 보인다. 그러니 그 사체 부검을 하는 백범에게 이를 밖에서 바라보는 검사 은솔(정유미)이 나름의 추측성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백범은 퉁명스럽게 화를 내듯 “소설 쓰지 말라”고 질책한다. 검시를 할 때마다 퉁퉁대는 모습에 강동식(박준규) 수사계장 같은 인물은 왜 백범이 “늘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툴툴댄다. 그런데 모든 정황이 사건을 단순하게 성급한 결론으로 몰고 나갈 때 백범이 툭 던지는 이 퉁명스러운 말은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그것이 반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검법남녀2>가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방법이다. 먼저 특이한 사건이 나타나고, 거기서 생겨난 사체가 들어와 부검 절차를 밟는다. 부검을 하는 와중에 이런 저런 수사를 통해 추측들이 생겨나지만 검시 과정에서 나온 사체가 몸으로 ‘말하는’ 증거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그런 방식.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부부가 각자 다른 공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특이한 사건이 흥미로워지는 건, 누가 먼저 죽었느냐 따라 재산 상속이 어디로 갈 것인지가 갈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를 두고 아내 측인 차주희 유족과 남편 측인 장호구 유족이 대립하게 되는 상황. 만일 장호구가 먼저 죽었다면 그 상속이 죽기 전 아내로 넘어가 그 유족들이 100억 가량의 유산을 받게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응급실 기록은 차주희가 23분 늦게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결국 법의관들이 나서서 정확한 사망시각을 알아내기 위한 부검이 각각 치러졌다. 그 과정에서 은솔 검사는 차주희 유족이 사망시각을 조작하기 위해 응급실 의사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미 사망한 차주희 씨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더 조치를 취하며 시간을 끌었다는 것.

 

이 사실이 밝혀지며 차주희 유족들은 검사 앞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장호구 유족들이 득의의 미소를 지을 때 백범이 등장해 이 사건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시에서 나온 어떤 증거가 차주희가 타살됐다는 걸 말해줄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사체 검시는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차주희를 검시하는 과정들은 블러처리 되었지만 장기를 꺼내 갈라보고 뇌를 꺼내는 것도 모자라 안구까지 적출해 검사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갖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는 건 백범이라는 검시관의 감정이 배제된 모습이다. 그는 오로지 사체가 말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이성적인 판단만을 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의 무덤덤함과 냉랭함 그리고 때로는 퉁명스러움이 오히려 검시과정에 대한 불편함을 상쇄해주는 것.

 

게다가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준다. 그는 사회적 통념 같은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사체의 이야기에만 집중함으로써 진실을 향해 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늘 화가 나 있는 듯 보이고, 퉁명스러운 백범이란 검시관이 이 드라마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매력의 실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 다 좋았는데 멜로가 옥에 티였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종영했다.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의 해피엔딩을 맞았고 새로운 출발을 그 엔딩에 담았다. 주인공 백범(정재영)이 죽은 줄 알았던 과거 사랑했던 약혼녀(한소희)와 10년 만에 마주하고 그 마지막을 보내주는 장면은 역시 법의학을 다룬 <검법남녀>다웠다. 의사가 환자의 사망을 선고하듯 사인을 얘기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법의관으로서 소명을 다해온 그렇게 집착적으로 일에만 빠져왔던 마음 속 상처를 드디어 떠나보내는 장면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검법남녀>는 그것이 엔딩의 끝이 아니었다. 갑질을 일삼던 재벌2세가 궁지에 몰리자 차를 몰고 가다 사망한 것처럼 꾸며진 현장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사체를 검시실로 가져와 백범이 다시 검시를 시작하는 그 장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자막이 더해졌다. 시즌2를 예고한 것이다. 

사실 지금은 드라마에 있어서도 시즌제에 대한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검법남녀> 같은 다양한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병렬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드라마의 경우, 시즌제는 그 어떤 작품보다 용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증적인 자료들을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다는 건 <검법남녀>가 이만한 성과를 낸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니 <검법남녀>의 시즌2는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시즌2를 만약 한다면 시즌1에서 보여줬던 약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학이 가진 과학수사의 장르물로서의 묘미는 계속 이어서 더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시즌1에서 옥에 티처럼 들어간 멜로 부분은 차라리 빼는 편이 나을 듯 싶기 때문이다. 

주인공 백범이 그려낸 멜로가 그렇다. 너무 뻔하게도 그 멜로는 아버지의 결혼 반대라는 틀에 박힌 장애요소를 끼워 넣었다. 백범의 약혼녀가 백범의 아버지가 헤어지라는 말에 엉뚱한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인 강용(고세원)이 그 약혼녀가 잉태한 뱃속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하는 대목은 사실 설득력이 별로 없다. 너무 오래된 멜로의 틀을 가져왔고 현실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멜로 부분은 백범이라는 캐릭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다뤄질 부분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장르물로서 가진 좋은 소재들과 긴장감 넘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검법남녀>가 가진 옥에 티가 바로 멜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검법남녀>는 이러한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것을 덮어버릴 만큼 사건 전개는 빈틈이 없었다. 그러니 시즌2로 돌아온다면 굳이 멜로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는 편이 낫지 않을까. 굳이 제목에 ‘남녀’를 붙인 데서도 찾아지게 되는 모든 드라마들이 여전히 갖는 멜로에 대한 강박. 

지금은 본격적인 장르물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대다. <시그널>이나 <비밀의 숲> 같은 작품을 떠올려 보라. 멜로는 어떤 면에서는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우리 사회의 많은 병변들을 검시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소재를 담아내는 것이 <검법남녀> 시즌2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만일 시즌2로 돌아오게 된다면.(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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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남녀’, 오만석 투입이 만들어낸 톡톡한 효과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4.5%로 시작해 9%까지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애초 예상과 달리 지상파3사 드라마 중 1위 기록이다. 워낙 흥미진진한 법의학의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그 소재를 드라마틱한 사건들 속에서 잘 풀어낸 결과다. 무엇보다 백범이라는 법의관을 까칠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구현해낸 정재영의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렇게 잘 나가는 드라마에 갑자기 오만석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이는 ‘긴급수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검법남녀>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보면 어디에도 오만석의 자리는 애초에 없었다. 그러니 필요에 의해 긴급 투입된 상황이다. 어째서 오만석이 출연하게 된 걸까.

가장 큰 건 백범이라는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법의관과 함께 수사를 해가면서도 각을 세울 수 있는 인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애초 이 역할은 강현 검사(박은석)의 몫이었다. 과거 자신의 형이 백범에 의해 살해됐다는 심증을 갖고 오래도록 뒤를 캐왔던 인물이다. 검찰의 조사관이 비슷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자 그는 백범을 긴급 체포해 수사한다. 

강현 검사는 백범을 살인범으로 몰고 가며 사건 수사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 결국 그것이 모두 잘못된 심증이었다는 게 밝혀지고 강현은 자신이 검사 자격이 없다며 옷을 벗는다. 사실상 하차의 성격을 갖는 행보지만, 그렇다고 박은석의 출연이 그것으로 끝난 건 아니었다. 그 후 강현은 자신의 형의 죽음이 얽힌 과거사건을 추적한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백범의 연인 한소희가 식물인간 상태로 10년 째 백범의 아버지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강현이 검찰에 사표를 내고 새롭게 투입된 도지완 검사(오만석)는 백범과 시작부터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은근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살해된 사체의 손을 묶은 끈을 풀려고 하자 그러면 안될 것 같다며 각을 세운 것. 그런데 도지완 검사는 강현과는 사뭇 달랐다. 백범과 의견을 달리하지만 수사에 있어서 살인범을 잡기 위해서는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벌어진 살인사건이 30년 전 우성연쇄살인사건과 연관 있다는 걸 주장하며 거기에 포인트를 맞춰 수사하는 도지완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체로부터 증거를 찾아내려 하는 백범은 방향성은 달라도 범인을 잡겠다는 그 의지 하나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은 강현이 과거 사건에만 집착해 현재의 사건 수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다른 건 캐릭터만이 아니다. 이를 소화해내는 연기도 사뭇 다르다. 강현 역할의 박은석이 핏대를 세우고 소리를 지르며 백범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오만석은 다소 느물느물하지만 웃으면서도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만만찮은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액면대로 말한다면 <검법남녀>는 캐스팅이 전반적으로 약했던 게 사실이다. 정재영이 드라마를 혼자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을 줬던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카운터 파트로서 오만석의 투입은 드라마에 적절한 긴장감과 균형을 만들어주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 검시된 사체가 말하는 우리 사회 현실들

전교 1등 하던 고등학생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것.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법의관 백범(정재영)이 사체를 검시한다.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팀은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자살 몇 시간 전 옥상에 함께 올라간 4명의 아이들을 의심하지만, 백범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함부로 “소설 쓰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다룬 한 고등학생의 죽음은 법의학을 통해 그 원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미드 CSI류의 장르물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법남녀>는 토착적인 우리네 정서의 느낌을 준다. 살벌한 살인사건이나 치밀한 연쇄살인 같은 걸 밝혀내는 미드와는 달리 훨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고등학생의 죽음은 애초에 타살이 아닌가 의심되었지만, 사체 속에 남겨진 음식물의 소화시간을 분석해냄으로써 사망시간에 그 아이가 혼자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결국 자살로 판정된 것. 하지만 백범의 라이벌이자 죽은 아이의 아버지인 마도남(송영규)은 이를 인정할 수가 없다. 사망 당일 아이가 돈을 아껴 주문한 프라모델이 도착한 사실 때문이다. 자살할 정도로 비관했다면 그런 주문을 할 리가 만무라는 것. 

백범 역시 타살은 아니지만 학생의 죽음에 남는 의문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찾아낸 사인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각성제 과용에 의한 환각 증상이었다. 검시된 아이의 몸에서 갖가지 약 성분들이 과다검출된 것. 전교 1등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기간에 잠을 깨는 각성제를 과다 복용한 학생은 “오늘은 자라”는 엄마의 말을 환각과 환청으로 들으며 아파트 옥상에서 침대에 뛰어들 듯 뛰어내렸다. 

법의학은 ‘사체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런데 <검법남녀>는 그 사체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려준다. 결국 이 고등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건 무엇일까. 그 사체 가득 채워져 있던 독 같은 각성제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 그건 입시경쟁이 학생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현실이다. 심지어 그 부모가 ‘공부 잘하는 약’이라며 불법 유입된 약을 사다 주는 현실이라니.

그래서 <검법남녀>가 다루는 사건과 그 사건에 등장하는 사체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드러난다. 첫 번째 사건으로 다뤄진 한 여성의 사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가정폭력’의 비극을 담았다.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한 여성의 사망. 결국 그 죽음은 이 여성이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자작극으로 판명난다. 

고인의 냉동정자를 통해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며 그 유산을 주장하는 한 여인의 사건은, 유산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친족 간의 갈등을 담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던 이야기는 결국 그 여인이 유산을 노리고 벌인 범죄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인의 유산을 두고 종종 벌어지곤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체를 검시하고 그걸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법의학이라는 소재가 가진 힘이 남다르다는 점은 <검법남녀>가 애초의 예상과 달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은 힘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만이었다면 어딘가 부족했을 게다. <검법남녀>는 백범이라는 법의관이 검시하는 사체에 우리네 현실의 문제들을 담았다. 이 드라마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미드 장르물과 달리 토착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소설보다 팩트, ‘검법남녀’ 정재영의 묵직한 존재감

좋은 인물 하나는 작품 전체를 살려낼 수도 있다고 했던가.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에서 “소설 쓰지 마”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백범(정재영)이 바로 그런 캐릭터다. 검사인 은솔(정유미)이 사건을 접하고 정황에 따라 추정을 하곤 할 때 백범은 그걸 ‘소설’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오로지 팩트만이 진실을 얘기한다고 믿는 법의관. 어찌 보면 직업적으로 당연한 태도라 생각되지만, 이 캐릭터는 <검법남녀>라는 드라마가 성공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냉철하게 오로지 팩트로만 판정해 진실에 다다른다는 그 캐릭터의 매력.

이를테면 백범의 라이벌인 법의조사과장 마도남(송영규)의 아들이 사체로 발견되고 자살보다는 타살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증거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은솔은 그것이 늘 전교 1등자리를 빼앗겼던 친구들의 소행으로 단정 짓는다. 그리고 이것은 시청자들의 심증이기도 하다. 5명의 아이들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고 내려올 땐 4명의 아이들만 내려왔으며 몇 시간 뒤 그 한 명의 아이가 아파트 아래에서 사체로 발견됐다는 건 누가 봐도 4명의 아이들이 저지른 타살을 의심하게 만든다.

여기에 4명의 아이들 중 전교 2등을 하던 아이의 아빠가 굴지의 로펌의 대표변호사라는 사실이 더해지고, 그 힘을 빌어 은솔의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아이의 엄마가 등장하면서 그 심증은 점점 굳어진다. 이 사건에서 은솔이 그러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똑같이 학내 성적을 두고 벌어지는 아이들 간의 갈등과 왕따 그리고 힘 있는 부모의 개입 같은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추정들에 대해 백범은 쉽게 단정을 내리지 않는다. 그건 ‘소설’일뿐이라고 일축하고 사체가 얘기하는 팩트들을 모아 진실에 접근해간다. 사체 검시를 통해 사망 당일 하얀 음식물만이 있다는 걸 확인한 백범은 그 날 마도남의 아들이 급식을 먹지 않았고 대신 백설기와 우유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그 음식을 먹고 음식물의 이동시간을 체크하면서 사망 추정시간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다음 회 예고편으로 살짝 등장한 것이지만 결국 아이의 사망은 타살이 아닌 자살로 판정된다. 물론 자살의 동기로서 아이들이 저지른 왕따사건이 있을 거라 여겨지지만.

<검법남녀>의 특별한 점은 사건 속에서 단지 시청자들이 보고픈 걸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학내 왕따 문제와 자살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된 힘 있는 부모의 아이가 등장하는 사건에서 시청자들은 은연 중에 가해자로 추정되는 아이의 단죄를 욕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백범이 등장해 이를 가로막는다. 막연한 추정이 아닌 사체가 말해주는 팩트를 들고서. 

<검법남녀>가 흥미진진해지는 건 사건이 추정에 의한 소설들(?)로 인해 한 방향만으로 흘러갈 때 이를 뒤집는 반전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다. 그리고 그 반전은 다름 아닌 사체가 자신의 몸으로 남긴 메시지를 통해서 이뤄진다. 백범은 그 어떤 정황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체의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마치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믿을 수 있는 팩트를 전해준다는 것처럼.

법의학은 사체가 말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이라고 했던가. 사체들에는 저마다의 아픈 사연들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죽은 후라도 그 마지막 메시지를 성실하게 읽어내는 백범 같은 법의관의 존재는 그 냉정함 속에 인간적인 면모를 갖기 마련이다.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어쩌면 그 냉정함이야말로 진실에 근접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고, 나아가 그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사체에 대한 예우라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 <검법남녀>의 이례적인 성공은 사건전개의 쫄깃함과 반전에 더해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담아내는 백범이라는 캐릭터와 이를 제대로 연기해내고 있는 정재영의 존재감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 정재영과 정유미의 쿨&핫 케미가 만든 매력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첫 회는 시청률 4.5%로 지상파 3사 드라마 중 꼴찌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6.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2위인 SBS <기름진 멜로>의 6.8% 시청률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SBS <기름진 멜로> 역시 5%대에서 6%대로 올라섰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 <우리가 만난 기적>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0%대로 떨어진 만큼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판도는 향후 어떤 변화가 생겨날지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검법남녀>다. 최근 들어 MBC 드라마가 월화수목을 통틀어 3%대를 넘지 못했고 심지어 월화에 편성됐던 <위대한 유혹자> 같은 경우 1%대를 전전했던 걸 떠올려보면 <검법남녀>가 이틀 만에 6%대를 회복한 건 놀라운 반전이다. 지난 10년 간 벌어졌던 MBC의 퇴행이 최근 사장이 바뀌며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아 드라마의 경우는 연말이나 되어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거라 예측됐던 게 사실이다. 도대체 <검법남녀>의 무엇이 이런 반전을 만들어낸 걸까.

가장 큰 것은 <검법남녀>가 지금의 드라마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위대한 유혹자>나 <손 꼭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같은 작품은 그 작품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소재적으로 시청자들의 손이 선뜻 가지 않는 작품이다. 어딘지 지금의 트렌드와는 잘 맞지 않는 옛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검법남녀>가 취하고 있는 검사와 법의관이 등장해 사건을 추리해가는 CSI류의 장르물은 그래도 트렌디한 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사실 이제는 장르물 역시 너무 많아져 그저 그런 법정극이나 형사물로는 이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법남녀>가 상승세를 기록한 건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이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인 법의관 백범(정재영)과 신입검사 은솔(정유미)의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다.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한 여성의 사망을 두고 벌어지는 법정 싸움에서 은솔은 신입검사로서 냉정을 유지하기보다는 분노를 드러내며 ‘촉’을 더 믿는 그런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누가 봐도 범인인 남편을 어떻게든 증거를 찾아 살인죄로 구속시키려 한다. 사건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청자들로서는 바로 이런 은솔의 분노에 공감하며 몰입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가 증거를 찾아 ‘법꾸라지’인 범인을 잡아넣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분노는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주기보다는 오히려 가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이 부분을 채워주는 인물이 바로 법의관 백범이다. 법의학은 죽은 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고 했던가. 그는 감정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법의학자로서 사체가 말해주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은솔의 분노에 좀체 이 과학적 판단은 쉽게 동조해주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은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여성이 자살을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자작극이었다는 걸로 결론이 난다. 쉬운 카타르시스를 전하기보다는 법의학과 법 정서 사이에 놓여져 있는 긴장감을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 것. 바로 이 점은 <검법남녀>라는 법의학을 담은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 대목이다. 섣부른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밝힌다는 보다 진지한 이 직업의 진정성을 담으려 했다는 것.

<검법남녀>는 뜨거운 신입검사 은솔과 냉정한 법의관 백범의 상반된 캐릭터가 서로의 빈 구석을 채워주는 그 상보적 관계로 기대감은 높이고 있다. 물론 냉정한 척 하지만 자신의 법의학적 판단에 의해 범인을 살인죄가 아닌 특수폭행으로 기소하게 된 후, 마치 숨겨진 분노를 풀어내기 위해 사격을 하는 백범은 그 속에 숨겨진 뜨거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은솔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어떤 동조의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사실상 ‘저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MBC 드라마가 최근 겪고 있는 난항은 쉽게 풀릴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어서일까. <검법남녀>가 만들어내는 이런 심상찮은 상승세는 미세먼지 가득한 MBC 드라마의 공기를 잠시나마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준 단비처럼 느껴진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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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심지어 원작과 정반대의 영화라니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현직 연예부 기자인 이혜린 기자의 동명의 자전적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이 소설은 열정같은 소리를 해대며 사실은 갖가지 기레기짓으로 제 밥그릇을 챙기는 스포츠지 연예부 기자의 현실을 폭로하고 비판하며 작가 스스로는 반성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런 원작의 메시지는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정반대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그 주제의식이란 다름 아닌 대중들이 흔히 기레기라고 부르는 이들도 나름대로의 애환과 직업의식은 있고, 그것 역시 밥줄이 달린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거론하고 있듯이 이 작품은 여러 모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이야기구조와 유사하다. 인턴기자로 입사한 도라희(박보영)<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앤 헤서웨이)처럼 보이고 그녀를 압박하는 하재관 부장(정재영)은 미란다(메릴 스트립) 편집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은 뒤로 갈수록 <미생>의 인물들로 바뀌어간다. 즉 도라희는 장그래(임시완)처럼 보이고 하재관은 오과장(이성민)처럼 보이는 것.

 

하재관이란 인물에 대한 동정적 시선을 만들어 언론 현실의 문제를 밥줄의 문제로 슬쩍 덮어버리자 영화는 진지한 문제제기보다는 발랄한 코미디를 따라간다. 그리고 사실 악이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는 해도 누군가의 사생활을 캐고 그것을 자극적으로 만들어내며 나아가 찌라시를 활용하기까지 하는 그 언론 자체와 그걸 만들어내는 자본의 경쟁논리에 있지만, 영화는 엉뚱하게도 한 기획사의 대표를 악의 축으로 세워놓는다.

 

이렇게 되자 내부의 문제는 가려지고 대신 외부의 강력한 적과 싸워나가는 기자정신(?) 이야기로 포장된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제목이 가진 시니컬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주인공이 마치 CSI처럼 밤새워 정황들을 모아 기사를 작성하는 열정이 부각된다. 그리고 그 열정은 원작과는 너무나 다른 정식 기자증이라는 훈훈한 결과로 이어진다. 내부 고발의 이야기가 힘겨워도 살만하고, 더러워도 그것이 먹고 살기 위함이라는 포장으로 채워지면서 원작의 메시지는 완벽하게 뒤집어진다.

 

이러한 훈훈한 성장담에 박보영 캐스팅은 아마도 최적이었을 것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순수한 이미지의 연기자가 바로 박보영이 아닌가. 그러니 여기 등장하는 기자들의 말 그대로 먹고 살자고 하는 일들이 그녀가 인턴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상당부분 용인되게 만드는 힘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기자라고 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도 박보영이 하고 있으니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것은 정재영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꽉 막힌 것처럼 버럭대는 캐릭터지만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 정이 느껴지고 때로는 그 버럭 댐이 오히려 우스꽝스럽게까지 보이게 만드는 역할에 정재영 만한 연기자가 있을까. 부하직원을 끔찍이 챙기고, 기러기 아빠로서 살아가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하재관이 그래서 심지어 구악처럼 보이기보다는 한 명의 가장이자 피해자처럼 보이게 된 건 정재영이라는 연기자의 이미지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어째서 이처럼 지옥 같은 경험을 담았던 원작이 훈훈한 직장생활 성공기로 변신하게 됐던 걸까. 물론 그것은 장르적으로 경쾌한 코미디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 여겨졌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원작을 뒤집어 그저 웃고 넘기기엔 어딘지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는 리메이크가 아닐 수 없다. 그것 역시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각색되고 포장된 것일 테니 말이다. 만일 연예부 기자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영화보다는 차라리 원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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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의 진상필, 진상이 상필이 되기까지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배워야하는 걸까. KBS <어셈블리>에서 진상필(정재영)은 집권당인 국민당의 백도현(장현성)에 의해 보궐선거에 기획 공천되어 당선된 초보 국회의원이다. 조선소 용접공으로 살아오다 정리 해고되어 복직투쟁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이 되었지만 본래 국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상필은 이 바닥에서 정치 베테랑으로 잔뼈가 굵어온 최인경(송윤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의 전략을 통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진상필은 그녀를 자신의 선임보좌관으로 끌어들인다.

 


'어셈블리(사진출처:KBS)'

국회의원이지만 현실을 모르는 진상필은 마치 돈키호테 같다. 국민당은 의원들에게는 노란자위 분과인 예산위에 배치시켜 허수아비로 그를 활용하려 하지만 몰라서 무식한 이 의원은 거꾸로 국민당의 뒷통수를 친다. 국민당이 내놓은 추경 예산안을 결국은 국민의 빚이라며 반대하고 나선다. 그 과정에서 최인경은 그녀답지 않게 마음이 흔들린다. 본래 백도현의 지시에 따라 진상필을 허수아비로 세워야하는 것이지만, 의외로 이 바보 같고 우직스런 믿음을 보여주는 의원의 뜻에 동참하게 되는 것.

 

<어셈블리>는 진상필이라는 정치 무식자가 조금씩 정치를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그에게 최인경은 정치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그녀에게서 실질적인 정치 현실을 배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가끔씩 역전된다. 즉 최인경 역시 정치에 욕망을 가진 인물로 정치 바닥에서 조금씩 성장해왔지만, 그러면서 점점 잃어가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진상필이 갖고 있는 순수한 믿음 같은 것이다. 정치라면 오로지 국민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그 믿음.

 

실로 이 정치판은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밥 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국민당의 원조보수이자 반청파(반청와대파)의 거두인 박춘섭(박영규)정치란 머릿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에게 정치는 주고받는 거래와 같다. 추경예산을 추인하는 과정에서 국민당의 친청파(친청와대파)인 백도현과 거래를 한다. 추경 예산안을 밀어주는 대가로 자신 쪽 반청파 의원들이 얻어갈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인물. 같은 여당이지만 반대쪽에 서 있는 백도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언뜻 젊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 역시 계파 정치의 거래와 대결의 한쪽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민당과 영 어울리지 않는 진상필이 거기 들어오게 된 것도 결국은 이 박춘섭과 백도현의 거래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돈키호테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진상필이 의외의 심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을 얘기하는 대표에게 무슨 여기가 봉숭아학당이냐고 일침을 날린다.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서도 굽히지 않던 진상필이지만 그는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대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그는 백도현을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진상필의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뭐 하나 정치 현실을 모르고 순수한 열정만을 내세우던 그가 한 발짝 현실로 다가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성장은 불안한 것이기도 하다. 누구는 처음부터 계파정치에 빠지고 싶었겠는가. 대의를 얘기하며 하나하나 타협하다보니 결국은 그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애초의 초심이나 순수 따위는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진상필의 이런 행보는 성장이면서 퇴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현실적으로 성장이지만 본래 갖고 있는 순수성으로 보면 퇴보인 것.

 

진상필을 보좌하는 최인경은 그래서 어쩌면 거꾸로 그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치 현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최인경이 잃고 있던 그 국민을 향한 열정을 진상필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

 

<어셈블리>가 그저 정치를 주마간산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진상필과 최인경의 관계다. 겉으로 보면 진상필이 최인경에게 배우는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꾸로 최인경이 진상필을 통해 배우는 것 역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현실과 이상의 상보적인 관계는 어쩌면 우리가 정치에 진저리를 치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사실은 잘 들여다보지 않으려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진상필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밑으로 들어온 김규환(택연)은 국회를 인간쓰레기들 사는 쓰레기장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대중들에게는 그리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사실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모습을 과연 우리네 대중들이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그걸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 안의 생리를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진상필과 최인경이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하는 관계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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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본격 정치드라마의 기대와 우려 사이

 

이제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니 그것을 갖고 드라마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어갈 것인가를 한 회만으로 짐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셈블리>라는 드라마의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이 드라마가 정치를 그저 그런 소재의 하나로 다루거나 혹은 정치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불편을 전제하고 실상은 들여다보지 않는 그런 드라마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본격 정치드라마의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어셈블리(사진출처:KBS)'

부당해고를 당하고 투사처럼 길거리에서 싸우다 정치판으로 들어오게 된 진상필(정재영)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다. 그는 도대체 정치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마도 그는 우리네 서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막연한 혐오와 회의의 시선으로 정치판을 바라보는 서민의 입장만을 담는 편향(?)을 보여주진 않는다. 대신 그 반대편에 있는 진짜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정치꾼들부터 정치를 하나의 권력으로 치부하며 그 안에 입성하려는 욕망을 가진 인물들 그리고 그 언저리에서 진짜 정치를 꿈꾸는 최인경(송윤아) 같은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그러니 이 막연한 혐오와 회의를 가졌던 진상필이 정치판으로 들어와 어떤 변화와 성장을 하게 될 것인가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이자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된다.

 

결국 <어셈블리>가 이렇게 본격 정치드라마를 전면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정치에 대해 일종의 포기 선언을 하고 있는 대중들에게는 꽤나 도발적인 일이 된다. 그것은 여전히 정치는 고루하고 식상하며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져가는 권력 게임의 하나라고 여기는 서민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셈블리> 같은 드라마는 존재할 의미를 얻는다. 그렇게 볼썽사나운 저들의 세상이라 치부하며 멀리서 침을 뱉는 태도로는 서민들이 원하는 그 정치를 회복하기가 더더욱 요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그 이전투구의 안에서 어떻게 좀 더 나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게 정치다. <어셈블리>는 멀리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욕하며 바뀌지 않는 세상을 얘기하던 우리들에게 그 안을 좀 더 들여다보라는 전언을 담고 있다. 그래야 바뀔 수 있다며.

 

<어셈블리>가 주는 우려는 결국 일반 대중들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그 혐오감이나 불편함과 거의 같은 데서 생겨나는 일일 것이다. 즉 정치라는 소재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방 시청률 5.2%(닐슨 코리아)는 바로 이 우려를 그대로 드러낸다. 정치와 섞인 사회극이나 복수극 혹은 정치와 덧붙여진 멜로 같은 드라마라면 또 모를 것이다. 하지만 본격 정치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셈블리>에 거는 기대감 역시 적지 않다. 그것은 이제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틀에 박힌 재벌 이야기와 멜로들의 홍수 속에서 그나마 이 드라마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정치에 대한 부담감을 만일 이 드라마가 어느 정도 넘어설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은 대단한 성과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완전한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적절한 판타지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정치 현실을 실제로 경험했던 정현민 작가에 대한 신뢰와 정재영이나 송윤아 같은 연기자들에 대한 믿음은 많은 우려들을 기대로 바꾸어준다. 과연 <어셈블리>는 지금 대중들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포기의 시선을 뒤집을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실로 이 드라마의 가치는 그 어느 것보다 빛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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