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길에서 찾은 우리들의 이야기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흔쾌히 인터뷰를 응해주신 6.25 전쟁 전사자 유가족인 공창순 어르신은 갑자기 선물로 뽑게 된 최신휴대폰을 영 부담스러워 하셨다. 자신이 한 게 뭐가 있냐며 손사래를 쳤다. 어떻게든 선물을 주려고 유재석과 조세호가 초콜릿이라도 달라며 ‘물물교환’ 하듯 선물을 내밀었지만 끝내 거부하셨고 결국 남편분인 김주호씨가 선물을 대신 받았다.

 

6.25 전쟁 당시 오빠 둘을 잃었다는 공창순 어르신은 그 후 지금까지 연락이 끊겨버린 오빠들을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오빠”하고 나지막이 외쳐보는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했다. 꿈 속에서 딱 한 번 봤다는 오빠. 하지만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는 공창순씨는 아들이 오빠를 똑 닮았다고 했다. 그리움이 깊어 아들까지 닮은 것인지, 아니면 아들에게서 오빠를 떠올릴 정도로 그리움이 깊은 것인지,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르신은 현충원 국군묘지를 보면 “내가 당신들 덕분에 이렇게 살아서 댕기지 않나...” 그런 마음이 생긴다고 하셨다. 그리고 군인들을 보면 괜히 자꾸 한 번 더 보게 된다며 ‘군인’이란 단어 하나에도 울컥해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군대 가서 살아가지고 제대했다면 참 너무 반가워요. 남의 집 자식이래도.” 어르신은 “아는 사람이 군대 가서 잘 하고 복무하고 왔다면 아이고- 고맙네요 고맙네요” 하셨단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동작구를 찾은 건 이 프로그램의 방영일이 6월 25일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작구에 있는 현충원을 찾아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려 했던 것. 그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지금도 유해를 발굴해 유가족의 품에 돌려보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전쟁 당시 산화했던 이름모를 전사자들의 가슴 뭉클하고 아픈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 날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러나 현충원과 6.25 전쟁 전사자의 이야기들만을 담은 건 아니었다. 이 날의 주제는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포괄적인 주제 아래 프로그램은 길거리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한 학생은 ”뭔가 하나에 미칠 수 있는 열정 같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어려서는 그렇게 하고 싶은 일에 미쳐서 빠져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면서 점점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 학생은 아버지에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와서 좋아하셨는데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금은방을 하고 계시지만 직접 시골에서 지은 마늘을 팔아 마늘 냄새가 가득한 금은방 주인아저씨는 경기가 안 좋아 주변 가게들에 손님이 없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셨고, 20년 동안 식당일을 하며 조그마한 만두집을 차린 중국 동포 모녀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애써 웃으며 들려주셨다.

 

사경을 헤매는 딸을 두고도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한 달에 하루를 쉬며 내내 일해 번 돈을 모두 고향으로 보냈던 사연이며, 그 긴 시간을 지나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딸과 지내게 된 행복에 대해 말씀하셨다. 딸은 엄마가 “건강하게 못 낳아줘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딸은 “엄마랑 다신 떨어지기 싫다”고 말했다. 좁고 작은 만두집이지만 모녀는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중국 동포 모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다시 저 현충원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 곳에 누워계신 순국선열분들이 있어 우리는 지금도 그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길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삶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일관된 스토리텔링으로 묶어주었다. 동작구에서 담은 스토리텔링은 상실이 주는 아픔과 고귀한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믿음이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해하는 대학생은 1+1 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으며 나머지 기부금 100만원을 저소득청소년 생리대 지원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우리 사회가 그래도 괜찮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현충원에서 만난 공창순 어르신이 휴대폰을 선물 받고도 애써 부담스럽다며 자신은 한 게 없다는 말씀에 프로그램 제작진은 ‘우리에게 오늘을 선물해주신 6.25 참전용사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을 전해주고,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오빠들을 그림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게 그려 영상에 담아주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는 일 자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걸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놀면 뭐하니?’, 드디어 김태호 PD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김태호 PD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첫 발이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놀면 뭐하니?>라는 제목의 이른바 ‘릴레이 카메라’다. 물론 이건 김태호 PD가 밝혔듯 일종의 테스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에 낼 수 있는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기다려 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께 잠시나마 보실 것을 드릴 겸” 시도했다는 것. 일종의 ‘팬 서비스’ 차원의 영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놀면 뭐 하니?>가 공개되고 반응은 폭발적이다. 구독자가 하루만에 10만 명을 넘어섰고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처음 만났던 첫 회는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했으며 댓글은 무려 2,100여개가 달렸다. 그만큼 김태호 PD의 새로운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영상이 특이한 건, 한 마디로 ‘무계획’이라는 점이다. 본래 <무한도전>도 무정형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지만, <놀면 뭐 하니?>는 덩그러니 카메라 한 대를 유재석에게 넘겨주고 아무런 미션 제시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히려 더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도대체 유재석이 무엇을 찍을 것이고, 또 어떤 의외의 일상들을 보여줄 것이며 나아가 누구에게 카메라를 전달할 것인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유재석은 조세호에게 카메라를 넘겼고, 조세호가 태항호에게 넘긴 카메라는 유병재, 딘딘, 유노윤호를 거쳐 약 한 달 만에 다시 김태호 PD에게 돌아왔다. 그 안에는 의외의 에피소드들이 담겼다. 방송과는 사뭇 다른 편안한 느낌의 유재석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겨졌고, 특히 조세호와 식사를 하며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유재석의 모습은 방송인이 아닌 아빠로서의 유재석을 만나게 해줬다.

 

조세호를 통해 연결된 태항호는 이 ‘릴레이 카메라’를 통해 깜짝 결혼 소식을 밝히게 되었고, 절친들인 이규형, 유일한, 김대곤과의 낮술 풍경도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카메라를 넘기고 도망쳐버린 유병재 때문에 카메라를 받게 된 딘딘은 유노윤호를 불러 일종의 ‘위인전’을 방불케 하는 그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았다. ‘열정의 아이콘’ 유노윤호는 배구경기장을 찾아 안 되는 스파이크를 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고, 찜질방에서 아주머니들과 친근하게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이 릴레이 카메라가 흥미로웠던 건, 단 하나의 카메라에 의외의 스타들의 일상이 리얼하게 담겼기 때문이었다. 한 대의 카메라라는 미니멀한 장치는 스타들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되어주었다는 것.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말미에 김태호 PD는 다시 유재석을 만나 이번에는 카메라 두 대를 내놓았다. 두 대의 카메라에 이번에는 어떤 영상들이 담길지 또 그건 어떤 변수들을 만들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태호 PD가 이번 유튜브에 <놀면 뭐 하니?>라는 창구를 만들고 거기에 릴레이카메라라는 영상 실험을 올려놓은 건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이제 김태호 PD가 7월부터 예정되어 있는 방송에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이 창구는 김태호 PD가 밝힌 대로 향후에도 대중들과의 소통 창구로서 방송과 계속 공조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김태호 PD가 고민했던 방송과 인터넷의 공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한 릴레이 카메라는 향후 김태호 PD가 들고 올 예능 프로그램의 색깔을 예감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무한도전> 시절에도 실험을 통한 리얼 미션은 자주 시도된 것이지만, 그보다도 더 리얼하게 실제상황을 담기 위한(이를테면 릴레이 카메라의 미니멀한 시도처럼) 노력을 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 안에 좀 더 출연자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시도 또한.
 
김태호 PD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방송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기대감이 모아진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짧은 영상들은 이제 새로 시작하는 김태호 PD의 예능 월드에 대한 예열처럼 보인다. 과연 7월부터 본격화될 김태호 PD의 프로그램은 어떤 신선한 충격을 줄까.(사진:유튜브 캡쳐)

'유퀴즈',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게 된 꽃밭. 한 편에 놓인 원두막이 이채로워 잠시 쉬어가는 유재석과 조세호. 꽃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하늘하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다. 그 길 가에서 만난 한 꽃에 물을 주고 계신 할머니. “어째서 여기가 이렇게 예쁩니까?”하고 묻자 대뜸 “사람이 예쁘니까 예쁘지”라고 답하신다. 그 말씀에서 벌써부터 어딘가 남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인천의 어느 마을. 그 마을은 특이하게도 한 가운데 커다란 꽃밭이 있고 원두막도 있다. 그 꽃밭에 “주인이 있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할머니는 “주인은 없어”라고 말씀하신다. 대신 그 곳에 어떻게 꽃밭이 되었는가하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차는 거야. 그래서 꽃을 자꾸 심다 보니까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오더라고.”

 

본래는 관광지가 아니라 황무지였고, 쓰레기 때문에 꽃밭이 생겼다는 그 말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듣는 것만 같은 이야기. 보라색 라벤더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경탄하며 들었다.

 

“여기 포도나무 심어놨더니 어떤 도둑님이 와갖고 지난해 싹 다 따갖고...” 서운함이 있을 이야기지만 너무나 천진하게 말씀하시는 그 모습에서 할머니가 생각하는 삶의 모양이 그려진다. “우리 포도 따먹은 도둑님은 배 안 아프셨는지 좀 묻고 싶습니다. 올해는 따가지 마십시오. 동네 사람 나눠먹게.” 밝게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사람에 대한 할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인터뷰 해봐야 별 볼일 없다며 손사래 치시는 68세 꽃밭 요정 하유자 할머니와 나누는 이야기. 이름이 별로 안 예쁘다며 할머니는 “아버지가 나를 가진 지 3개월 만에 돌아가셔서 유복자라서 유자라고 지었다”는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신다. 아버지가 없어 나물죽을 먹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당시 열아홉 소녀는 낯선 서울로 돈 벌러 오게 됐다고 한다. “공순이였지 말하자면.” 그러다 지금 사는 집을 사게 됐을 때 굉장히 행복했더란다.

 

그리고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 자랑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그 꽃밭은 현재 ‘도로부지’로 언제 개발이 될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8차선 도로의 부지였던 것. 도로 하나가 마을들 사이에 놓여 왕래를 끊어버릴 수 있다는 소식에 세 사람이 뭉쳐서 반대를 하기 시작한 거라고 했다. 할머니는 이 꽃밭이 앞으로도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도심 속에 ‘작은 쉼표’ 같은 공간이 아니냐며.

 

유재석은 오랜 만에 나비를 봤다고 했고, 조세호는 산새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세 분이 나서서 시작된 일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 무려 7-8년 간이나 가꾸게 된 꽃밭.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꽃 피워주고 새싹 피워주고 내가 해준 것만큼 저 꽃송이들이 커요. 내가 물 주고 사랑 준 것만큼...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여기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참 좋아요.”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냐는 질문에 하유자 할머니는 딸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내가 인자 식당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데 우리 딸이 엄청 힘들었어요. 맨날 미안해. 다 못해줘가지고.” 딸 역시 당시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저희 어머니는 가게 식당을 하셨는데 저는 초등학교 때도 말 그대로 쟁반 들고 배달을 나가야 됐었어요.” 할머니는 끝내 딸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보였다. “우리 정은이한테 내가 많이 미안해요. 어릴 때는 앞만 보고 살아서. 우리 딸한테 미안한 거 밖에 없었요. 아유 눈물 나.”

 

하지만 딸은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항상 엄마는 나한테 많은 거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괜찮다고. 괜찮다는 얘기가 제일 하고 싶어요. 엄마가 가지고 있는 거 뭐든 최선을 다해줬다고. 조금 쉬셔도 될 것 같다고. 엄마. 괜찮아. 그리고 많이 고맙고.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 못해줘서 미안해요. 엄마 사랑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되는 모녀의 애틋한 마음이라니.

 

이 날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부제로 ‘개화(開花)’라 붙였다. 인천이라는 지역이 가진 ‘개항’의 의미, ‘개화기’의 의미가 더해져 붙여진 부제처럼 보였지만, 그건 꽃밭이 된 황무지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 꽃밭을 만든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20회를 지나오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나가야할 길을 말해주는 것처럼 들렸다. 세상에 넘쳐나는 아름다운 저마다의 삶을 꽃피운 사람들을 찾아가 피워내는 일.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새 많은 이들이 찾아와 쉬어갈 수 있고 위안 받을 수 있는 꽃밭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사진:tvN)

이토록 재밌는 분들이... ‘유퀴즈’의 든든한 주인공들

 

어떻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이토록 재미있을까. 한옥 길로 유명한 종로 계동에서 촬영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첫 회에 갔었던 열쇠가게를 찾아가 다시 만난 어르신은 그 작은 가게에서 편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너무 편해 보이셨다”는 유재석의 말에 “불편한데 돈이 없으니까 편해요. 관리하려면 불편한데 없으니까 만고땡이야-”라는 유쾌한 답변으로 큰 웃음을 주셨었다.

 

당시에도 “출연료 없냐”고 물어보고 선물이라고 냄비를 받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어르신은 다시 뽑은 선물로 유재석 브로마이드가 나오자 극구 사양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 웃음이 특별히 유쾌하게 느껴지는 건 어르신의 소탈함이 주는 웃음이기 때문이다. 이런 웃음은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분들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길을 걷다 건물 벽면 가득 채워진 사진에 눈이 띄어 찾아간 가게. 방송이 영 어색하신지 다소 낯을 가리시는 듯 보이는 아저씨는 의외로 ‘작은 반전’이 있는 토크를 하셔 유재석과 조세호를 배꼽 잡게 만들었다. 마침 촬영일이 어버이날이라 어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씀드렸냐고 묻자 “욕만 먹었어요. 어제 술 먹어서...”라며 갑자기 ‘술 먹는 이야기’를 자신이 꺼내놓고는 “왜 술먹는 이야기를 하냐”고 버럭 하신다. 방송을 찍으면서도 약간 귀찮아하시는 그 모습과, 퀴즈 안하겠다고 하면서 금세 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모습에 웃음이 피어난다. 퀴즈 틀리고 나서 “맞을까봐 일부러 틀린 거”라고 말하는 이상한 언변에 또 웃음이 터진다. 선물 필요 없다며 “해봐야지”하고 뽑은 노트북에 좋아하시는 아저씨의 모습. 시청자들도 기분 좋아진다.

 

점심 먹기 위해 찾은 쭈꾸미집은 맛있는 먹방과 더불어 사장님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남편 사별하고 생계를 위해 하게 된 가게. 그렇게 16년을 해오셨던 사장님은 성당 성가대를 하고 계시다고 하셨고, 그래서 즉석에서 요구한 노래에도 구성진 노래실력을 보여주셨다. 늘 밝게 웃는 얼굴에 즐겁게 사시려 노력하시는 사장님은 그러나 어버이날 자식들 생각에 금세 눈가가 촉촉이 젖으셨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즐겁게 사시려는 모습 뒤편에는 분명 일찍 돌아가신 남편의 빈자리가 있지 않았을까. 그 삶이 묻어나 있어 그 이야기는 담담해도 먹먹하게 느껴졌다.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둘이 같이 여행가서 수다 떨고 싶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행복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지나다가 찾은 타로점집에서 만난 김성주를 닮은 사장님은 타로점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잘 될 지에 대한 덕담(?)을 해주고, 유재석에게는 앞으로 20년 간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조세호에게는 연애운이 있지만 겸손하라는 말로 웃음을 줬다. 특이 이 타로점집에서의 백미는 자신이 문제를 맞힐 것인가를 점으로 쳐보는 장면이었다. 악마카드를 뽑아 “못 맞춘다”고 점괘를 얘기함으로써 맞히면 점괘가 신빙성이 없는 게 되버리고, 못 맞히면 돈을 못받게 되는 딜레마를 토로하는 사장님이 주는 웃음이라니.

 

마지막에 만난 삼청동 갤러리 과장님은 지난해 방송에 나와 독특한 언변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었다. 골목길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 곳에 사시는 과장님이 잘 아는 할머니와 즉석에서 이뤄지는 툭탁대는 이야기들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빵빵 터졌다. 결국 지난해 풀지 못했던 퀴즈를 풀어 100만원을 받자, 할머니가 반반 나누자고 하고 이를 거부하는 과장님의 모습 또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사실 이토록 재밌는 분들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될 줄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막연히 ‘사람여행’이라고 했지만, 그 보통사람들이 이토록 큰 웃음을 주고, 때론 먹먹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까지 예상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의 이야기 하나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연예인보다 더 재밌는 살아있는 이야기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가진 든든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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