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겪어야할 중국의 한류 차단, 체질 강화 기회로 삼아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내 놓고 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한류가 흘러가는 물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들에서 이제 한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도깨비>가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공식적인 루트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터넷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던 그 흐름조차 막혀버렸다. 중국의 대표적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쿠(優酷)와 투더우(土豆), 아이치이(愛奇藝), 큐큐(QQ) 사이트 등에서는 <도깨비>는 물론이고 <런닝맨> 같은 인기 한류 콘텐츠도 사라졌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한 때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시각은 이제 냉정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본래 이처럼 중국에 거의 올인하는 듯한 한류의 흐름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큰 시장이 열렸고 양국의 콘텐츠 종사자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하며 협력하려는 모습이 강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미래를 위한 괜찮은 비전이 되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익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사드를 도입하고 그것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금한령을 내리는 20세기에나 어울릴 법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그 비전만을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하면 이번 사드 보복 조치는 그것이 본래 차이나 드림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중국 시장의 실체를 보게 만든 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광전총국에 의해 그 때 그 때 한류의 흐름에 제동이 걸려왔던 게 실제 벌어져온 일들이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전면적인 제재까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중국시장의 진면목을 바라봐야할 시점이다. 

일본 한류가 엄청난 기세로 번져가다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주춤하게 됐던 상황을 다시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일본 한류는 혐한 정서가 생겨나고 지금도 그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일정부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일본 한류가 주춤할 때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중국 한류에 낀 먹구름은 또 다른 시장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일본 시장으로 그 주 목표를 바꾸는 대형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동시에 한류의 신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미나 중동,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폴 등으로 한류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들이 여전하다고 해도 대중문화 교류는 끊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중국이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마치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는 식의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으로서 ‘고립’의 길을 자초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콘텐츠 생산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래서 시장이다. 당연히 중국이 막힌다면 다양한 시장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늘 해외 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땅덩이로 수출에 의존해온 것이 우리네 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과거 삼각무역에 의존했던 물질적인 상품 무역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흐름을 본다면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국내와 국외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껏 콘텐츠 산업, 특히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주로 그 플랫폼 기반이 지상파 TV나 케이블 같은 곳에 맞춰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맞춰진 콘텐츠는 사실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즉 이 인터넷 플랫폼의 개발은 향후 우리 콘텐츠가 굳이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글로벌 사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마켓에서 그것이 사고 팔리는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지속적인 한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청사진이 아닐까. 사드 보복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지금 촉구하는 건 이런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산업의 체질개선이다. 치졸한 일이지만 중국의 이런 보복조치는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에 스스로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뇌관을 심는 자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화랑’, 문제는 사전제작이 아니라 완성도다

KBS 월화드라마 <화랑>은 결국 7.9%(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경쟁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쓸쓸히 종영했다. 사실 시작부터 그리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첫 회 시청률 6.9%. 100% 사전 제작에 중국과의 동시방영 등을 내걸었던 작품인지라(물론 이건 틀어져버렸지만) 기대감이 높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들은 그리 반색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식어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혹자는 <화랑>의 추락의 이유로 사전제작이 가진 한계를 지목한다.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없는 게 아니다. 즉 문제가 초기에 발견됐을 때 100% 사전 제작 드라마는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화랑>의 경우 만일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첫 회 시청률이 6%대가 나왔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대본 수정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랑>은 안타깝게도 100%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사전 제작 드라마의 한계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사실 <화랑>의 이야기구조를 보면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느슨하게 드라마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화랑>은 안지공(최원영)의 아들 막문(이광수)이 죽자 대신 그의 친구인 무명(박서준)이 그가 되어 살아가면서 차츰 화랑으로 거듭 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신라의 골품제도라는 틀이 있고 천민 출신인 무명이 실력으로 다른 화랑들의 귀감이 된다는 이야기는 금수저 흙수저로 얘기되는 현재의 청춘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태생으로 결정되는 계급 시스템과 대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졌을까. <화랑>은 이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악역들이 제대로 서지 못했고, 그러니 이 주인공이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주제의식도 잘 드러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니 이야기는 소소해지고 틀에 박힌 멜로가 빈자리를 채웠다. 여기에 천민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본래 성골이었다는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서 시스템과 대결하는 문제의식은 퇴색해버렸다. 결국은 잘난 출생이 숨겨져 있었다는 귀결은 얼마나 허탈한 이야기인가. 

주인공인 선우가 이렇게 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드라마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삼맥종(박형식)은 어미이지만 이상하게도 아들을 왕으로 즉위시키지 않고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왕비 지소(김지수)로 인해 전혀 캐릭터가 전면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왕이면서도 왕임을 밝히지 못하는 그 설정 때문에 늘 뒤편에 숨어 있게 됐던 것. 이런 캐릭터는 마지막에 진짜 자신이 왕이라는 게 밝혀지는 그 순간 잠깐 주목되지만 그 과정들에는 대부분 묻히게 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문제는 사전제작으로 인해 수정을 할 수 없었다는 점도 컸지만, 애초에 만들어진 작품이 너무 안이했다는 걸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설정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게 구성됐고, 드라마의 전개과정은 너무 느슨했으며 애초의 주제의식도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사실 이건 사전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드라마가 가진 완성도 부족의 문제라고 해도 될만한 사항이다. 

연달아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라, 마치 그 사전제작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전제작 시스템은 어쨌든 과거 쪽대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제작 환경이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사전제작을 제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들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그 자체가 리스크일 수 있다. 그러니 그럴수록 더 많은 사전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대본, 그리고 촬영 후 갖는 1차 편집본 등등 단계별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면 사전제작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쓸쓸한 종영은 그래서 사전제작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완성도 부족이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화랑’과 ‘미씽나인’, 어째서 소외됐을까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 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애초에 기대작이었던 작품은 의외의 실망감을 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은 갑자기 주목받는다. 어째서 이런 배반과 반전이 생겨난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월화드라마는 애초에 KBS <화랑>이 확실한 주도권을 가질 것처럼 여겨진 바 있다. 100% 사전 제작되어 중국 한류를 넘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을 미소년들이나 아이돌처럼 해석하기도 하고, 당대의 골품제도를 현재의 금수저 흙수저라는 청춘들의 현실로 그려낸 것도 기대를 자아내게 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미지근해지고 있다.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가 자꾸만 멜로 쪽으로 기울고 무엇보다 드라마 전체를 꿰뚫는 간절한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화랑>이 주춤하는 동안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펄펄 날아 시청률 수위를 차지해버렸다. 

여기에 같은 시간대 새로 시작한 MBC <역적>이 호평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화랑>에 대한 화제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피고인>과 <역적>의 대결처럼 보이는 월화드라마의 구도 속에서 <화랑>은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 것. 

이런 흐름은 수목드라마 경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의 독주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KBS <김과장>이 시청률을 앞지르는 놀라운 반전을 기록했다. 물론 <사임당>이 계속 이 흐름에 끌려갈지는 알 수 없다. 향후에도 <김과장>과 <사임당>의 대결구도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MBC <미씽나인>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다. 애초에 MBC는 <미씽나인>이라는 본격 생존 장르물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네 드라마로서는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서 그 자체로도 어떤 가치가 있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인도 생존기라는 낯선 이야기가 마니아적인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목되었다. 여기에 <사임당>과 <김과장>의 대결구도라는 악재까지 끼어들게 된 것이다. 

요즘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 걸 발견하곤 한다. 과거에는 드라마가 첫 회에 어느 정도 시청률을 내면 그 흐름이 유지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첫 회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경향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제 아무리 재밌고 기대를 하게 했던 작품도 몇 회가 지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유명 배우가 캐스팅 됐건, 엄청난 제작비를 투여했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관건이 되는 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임당>을 이긴 <김과장>이나 <화랑>을 눌러버린 <피고인>이나 <역적>을 보면 확실히 지금의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만큼 보는 눈이 높아져 있다는 것. 

안타깝게도 <화랑>과 <미씽나인>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타 방송사들의 대결구도 속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아니라는 건 지금의 시청자들의 조변석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제든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끌어 오기만 한다면 반전은 가능하다. 물론 한 번 꺾인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남궁민의 ‘김과장’이 이영애의 ‘사임당’보다 호평 받는 까닭

이쯤 되면 중국 발 사전제작드라마의 저주라고 해도 될 듯싶다. <태양의 후예> 이후 쏟아져 나온 중국을 겨냥한 100% 사전제작드라마들이 잇따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운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예상 외로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임당, 빛의 일기(사진출처:SBS)'

여기에는 몇 가지 그럴만한 내적, 외적 이유들이 얽혀 있다. 그 내적 이유는 이 드라마가 이미 일찌감치 사전제작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동시방영을 준비하면서 너무 방영시기를 늦추게 됐다는 외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한한령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예정됐던 작년 말 <사임당>이 방영되었다면 상황은 지금처럼 전개되지만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임당>이 취하고 있는 현재와 과거가 넘나드는 타임리프 설정은 작년 말만 해도 참신한 코드로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과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등 연달아 타임리프 판타지를 접한 시청자들로서는 “또?”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는 설정이 이제는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 

게다가 <사임당>의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은 그 내적 개연성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즉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역사적 인물인 사임당과 현재의 워킹맘 서지윤(이영애)이 중첩 되어야 하는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이유가 그리 강렬하게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사임당>이 하려는 이야기가 ‘여성’, 그것도 워킹맘에 대한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금강산도’가 화두처럼 던져지는 건 산에 오르는 것조차 금지되던 시대에 열심히 산을 오르며 그 산세를 화폭에 담으려 노력하는 사임당의 면면을 통해서 당대의 성적 차별의 벽을 넘어 예술의 세계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워킹맘 사임당을 그려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현재의 서지윤이라는 인물과 중첩됨으로써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반복되는 차별의 역사를 드러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중대하고 거창한 의도들이 가진 무게감은 오히려 <사임당>을 너무 짓누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3회의 이야기는 그래서 사임당이 말하는 “왜 여인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이리도 많답니까?”라는 그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 이외에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들이나 재미요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을 하고 있는 이영애지만 이 드라마 3회 동안 그만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가가 의문시되는 건 드라마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그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사임당>이 이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기대감이 적었던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한 마디로 펄펄 날고 있다. <사임당>의 소문에 밀려 1,2회를 7%대에서 시작한 <김과장>은 3회에서 12.8%(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내며 추락한 <사임당>의 시청률 13%의 목전까지 다가섰다. <사임당>이 대작으로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것과 달리, <김과장>은 말 그대로 입소문에 의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 향후 판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사임당>이 타임리프 같은 판타지에 여성, 예술 같은 의도의 무게감에 짓눌리고 있을 때, <김과장>은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처럼 소시민적인 인물 김과장(남궁민)의 유쾌한 풍자 블랙코미디를 그려냈다. 경리과장으로 한탕 해먹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오게 된 김과장이 어쩌다 보니 부조리와 비리에 물든 회사와 한바탕 싸우게 되는 소시민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가벼워 보이고 실제로도 과장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코미디지만 그렇게 웃고 나면 의외로 묵직한 메시지 같은 것들이 남는 드라마. 

애초에 그 누가 <사임당>과 <김과장>이 대결구도를 그려낼 것인가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시청자들은 어째 <사임당>으로 지난 2004년 <대장금>이 종영된 후 1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영애보다 <김과장>으로 제대로 망가지는 서민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남궁민에 더 열광하는 듯하다. 역시 드라마는 작품의 내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방영되는 시기의 현실적 상황들과 어떻게 어우러지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상황이 역전된 <사임당>과 <김과장>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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