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 높이 난 만큼 추락의 상처도 깊지만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은 나영석표 예능이 늘 그래왔듯이 그 기획부터 이미 대박이었다. <응답하라1988>로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4인방,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종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시청자들이라면 그 연장선으로서 <꽃보다 청춘>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고픈 마음이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이미 <응답하라1988>의 포상휴가를 떠났던 그들이 푸켓에서 나영석 PD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대중들은 반색했다. 대중들이 정확히 원하는 그 포인트를 나영석 PD 특유의 오글거리지 않는 스타일로 짚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난 그들. 이런 상황 자체를 뒤늦게 통보받고 후발대로 박보검이 합류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다 모인 그들이 마치 형제처럼 서로를 토닥이며 여행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훈훈함을 주었다.

 

그들은 한 번도 그런 여유를 만끽한 적이 없었던 청춘들처럼 들떠 있었고, 모든 것 하나하나가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 억눌렸던 청춘의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풀려났던 것이 문제였던가. 가운을 입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장면과 수영장에서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아슬아슬한 느낌을 안은 채 방영되었다. 청춘의 한 때 치기라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비매너 논란은 의외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껏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에서 자잘한 논란거리는 나왔지만 이만큼의 큰 파장은 처음이다. 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나영석 PD의 성향이지만 어딘지 이번 논란을 일으킨 장면들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늘 출연자도 제작진도 또 시청자도 즐겁고 흐뭇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논란의 장면들은 출연자와 제작진은 어떨지 몰라도 결코 시청자들이 편안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의외로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춘의 한 때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동정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늘 비호 받는 나영석 PD표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 또한 등장하기도 했다. 즉 이제는 비매너 논란이라는 사안 자체에서 벗어나 지금껏 늘 대중들에게 호의적이었던 나영석 PD표 프로그램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어쩌면 이것은 논란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결국 나영석 PD에 대한 무한지지는 그 프로그램들이 워낙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웬만한 논란이 나와도 나영석 PD가 나서서 한 마디 하면 가라앉을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꽃보다 청춘>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꽃보다 청춘>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이미 아이슬란드편에서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물론 아이슬란드라는 놀라운 풍경들이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지만 본래 <꽃보다 청춘>의 재미는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이슬란드편에서 인물들보다 주목된 건 풍광이었다. 오로라는 멋있었지만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은 새롭다기보다는 이미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이미지의 재연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었다.

 

이것은 곧바로 이어진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도 마찬가지다. 물론 <응답하라1988>로 한껏 높아진 관심 때문에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대박 아이템이 되었지만 그 인물들은 <응답하라1988>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줄 뿐 새로운 면모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의 새로운 면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류준열은 의외로 뛰어난 소통능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었고, 안재홍은 긍정적이며 여유 있는 성품을 드러냈다.

 

중요한 건 그런 면모들이 그다지 부각되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꽃보다 청춘>이라는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생겨난 피로가 아닐까. 그나마 시즌제로 어떤 휴지기를 두고 방영됐을 때는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아이슬란드편에서 바로 나미비아편으로 이어지면서 그건 반복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장소와 풍광만 달라졌을 뿐.

 

나영석 PD는 이제 새로운 아이템을 시작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시리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삼시세끼>도 아닌 또 다른 참신한 아이템만이 그의 비상을 지속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이번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의 콜라보는 시청률에서는 대박을 내주었지만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에는 큰 상처를 주었다. 그간 늘 높이 날아왔기 때문에 이번 추락의 충격은 더 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에게 이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항상 대중들의 눈높이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던 그가 아닌가.

<꽃청춘>의 로망,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란

 

마치 바보 삼형제 같다. 어딘지 모자라고 세상 물정 몰라 강가에 내놓은 아이들처럼 보여도 그들은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워하는. 돌아온 <꽃보다 청춘>에 출연하게 된 조정석, 정우, 정상훈은 평소 잘 알던 사이인 만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사실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를 어떻게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 tvN)'

조정석과 정우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함께 출연하면서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고, 조정석과 정상훈은 뮤지컬할 때 잘 알던 사이였으며, 정우와 정상훈은 엎어진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가까운 형 동생 사이였다. 평소 잘 되면 같이 여행이라도 떠나자고 했다는 그들이니 이제 그 꿈이 실현되는 순간에 들뜨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식당에 모여 몇 시간 후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멘붕 상황에서도 그들은 한없이 즐거운 얼굴이었다.

 

청춘의 여행이 그러하듯이 대책 없음은 그 여행의 곤란함이 아니라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미리 숙소를 잡아 놓는다는 것이 2인용 방을 잡아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떠듬떠듬 안 되는 영어로 사정을 하는 조정석을 정상훈은 형답게 농담을 툭툭 던져 웃게 만들었다. 영어 실력이 영 없어 스스로를 돌대가리라고 표현한 이 세 사람은 핫도그를 하나 시켜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돈을 냈지만 정작 주방에 주문을 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친절한 핫도그집 직원이 있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먹는 핫도그 한 개에 감탄하는 그들이었다.

 

무려 하루를 꼬박 넘겨 도착한 숙소에서는 그토록 조정석이 걱정했던 2인용 방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주인이 취소된 3인용 방을 내준 것. 방을 잡고 슈퍼에 음식 재료를 사러가는 그들은 그 한 밤 중에도 거리를 뛰어가며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레시피 따위는 무시한다는 식으로 뚝딱 만들어낸 음식을 기가 막히다며 맛있게 먹고, 다음날 렌터카를 빌려 무작정 어디든 달려보는 그들에게 걱정 따위는 없어 보였다.

 

사실 액면으로 보면 이들의 여행은 결코 편안할 수는 없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난 지 몇 시간만에 비행기를 탄 데다 숙소도 정해지지 않아 난항을 겪었고, 영어가 신통치 않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이 무려 세 끼를 핫도그를 먹었다는 사실은 먹는 것도 그리 풍족하지는 못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뒤늦게 영어회화 앱을 찾아 돌려 핫도그 세 개 주세요라고 하자 핫도그 월드가 번역되어 나오는 소리에 웃을 수 있으니 이 모든 어려움은 그들에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아이슬란드라는 곳은 북극에 가까운 차갑게 얼어붙은 땅이다. 그런데 그 차가운 곳이 그 곳을 살아낸 이들에 의해 온기가 넘치고 그럼으로써 그 어느 곳보다 낭만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차가운 눈보라 속을 대책 없이 달려 나가는 세 사람이 문득 두려움을 느끼다가도 서로를 의지하고 달리는 걸 멈추지 않으며 심지어 그 낯선 두려움을 즐길 수 있는 그 모습은 그래서 아이슬란드라는 땅에 내려진 따뜻한 온기와 낭만적인 사람냄새를 그대로 닮았다.

 

결국 인간이 위대한 것은 혹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서로 살을 부비며 즐겁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그 혹독한 환경조차 낭만으로 바꿀 수 있는 힘. 아이슬란드로 떠난 <꽃보다 청춘>은 아마도 우리에게 그런 로망을 던져주고 있을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현실에서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충분히 훈훈해진다는 것. 차가운 겨울이 겨울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꽃보다 청춘>은 바보 삼형제의 대책없는 동화 같은 여행을 통해 그걸 보여주고 있다



방송도 교과서도 편집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까닭

 

인터넷으로 방영된 편집되기 전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지 못한 터라 이은결이 했다는 그 국정교과서 풍자 마술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사에 나온 내용을 보면 이 마술이 직접적으로 국정교과서를 표적으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꽤 의미심장했다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영국의 역사학자 케이스 젠킨스가 쓴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라는 책을 들고 나와 방송작가에게 책의 페이지를 임의로 고르게 한 후 책을 덮는다. 그 때 옆에 있던 보조 마술사 두 명이 책을 펼쳤다 덮었다 하면서 그 와중에 작가가 고른 페이지를 찢으려 한다. 이은결은 이들을 제지하며 이런 거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단 말이야라고 말한다. 나중에 다시 책을 확인한 작가는 자신이 골랐던 페이지가 찢겨져 보조마술사들의 오리가 낳은 알 속에 구겨진 모습으로 들어있는 걸 알게 된다.

 

이 편집된 방송분량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풍자로 해석했다. 따라서 이런 편집이 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식 논평했고 국정교과서 풍자로 이은결의 마술이 편집된 것이라면 이제 정부는 시청자들이 보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의 국정화에도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MBC는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MBC이은결 씨의 마술이 담긴 해당 영상은 책의 페이지를 알아맞히는 것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는 장면이었고 따라서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해석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영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MBC의 공식입장에도 애매한 점이 있다. ‘역사책이 아닌 이라고 표현된 점은 아무래도 이 마술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풍자로 비춰지는 걸 저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MBC도 이 마술이 국정교과서 풍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단호하게 부정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즉 공식입장의 내용은 국정교과서 풍자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해석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몰아가는 것에 유감을 표한 것이다. MBC의 입장대로 그 마술을 굳이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또 거꾸로의 논리도 타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왜 그 마술을 국정교과서 풍자로 보면 안 되는가. 그렇게 보면 큰 일 날 일이라도 있는가.

 

MBC는 편집의 이유에 대해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편집문제를 제기한 시청자들은 거꾸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 편집된 부분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장면을 통편집한 것이 의아해서 문제제기를 했을 수 있다.

 

 

결국 이것은 방송이 결국 누구의 것인가의 문제일 수 있다. 물론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의 프로그램이니 그 편집권은 MBC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 권한이 주어졌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편집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사 그걸 원하는 시청자가 소수라 편집했고 그래서 그들의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해도 그것 또한 수용해야 하는 게 방송사가 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그래서 사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이은결 방송 분량 편집 그 자체는 그리 중요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편집에 의해 나타나는 반응들과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대중들의 우려, 그리고 나아가 편집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

 

흥미로운 건 이 사안에서 우리는 세 가지 종류의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이은결의 마술 속에 등장하는 특정 페이지를 사라지게 하는편집이다. 두 번째는 이 교과서 국정화를 풍자했다고 얘기되는 장면의 통편집이다. 세 번째는 이 사안의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는 국정교과서가 갖고 있는 편집의 이미지다.

 

안타깝게도 인터넷 방송에서는 분명히 나왔던 그 역사책을 갖고 하는 이은결의 마술 분량을 많은 이들은 보지 못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풍자를 어떤 방식으로 담은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자 오히려 이야기가 분분해진다. 왜 그걸 편집했냐는 말들이 나온다. 하나로 국정화하며 편집될 수 있는 어떤 것들은 결국 이번 <마리텔> 사안이 보여주는 것처럼 오히려 많은 말들과 대결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이것은 방송 프로그램이든 교과서든 편집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백종원의 만능간장, 세상에 만능이 있겠냐마는

 

백종원은 왜 굳이 만능간장을 다시 들고 나왔을까. tvN <집밥 백선생>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레시피는 아마도 만능간장이었을 것이다. 간장에 설탕, 그리고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어 끓여 만들어놓는 이 만능간장은 이름 그대로 만능이었다. 두부에 넣고 졸이면 두부조림, 가지에 넣고 졸이기만 하면 가지조림이 되는 이 만능간장은 마치 백종원이라는 인물을 표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간편하고도 쉽고 그러면서도 효과적인 맛을 내는 비법을 알려주는 백종원.

 


'집밥 백선생(사진출처: tvN)'

그런 그가 만능간장을 다시 들고 나온 이유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를 하기 위함이다. 그는 이 만능간장이 몸서리치게 짜다는 시청자 의견에 자못 충격을 받았던 듯 했다. 그래서 간장이 문제인가 해서 시중에 나오는 간장 10개를 사다가 전부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별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요령의 문제이거나 정말 짠 것을 싫어하는 분의 의견일 수 있다는 걸 몸소 확인해보려 했던 것.

 

사실 간장이 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음식의 간이라는 것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만능간장이라고 만들어놔도 그 양을 자신에 맞게 조절해가며 써야 제각각 다른 입맛에 맞출 수 있게 된다. 즉 백종원이 <집밥 백선생>에서 했던 양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종원은 이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자주 거론한 바 있다. 즉 자신이 하는 레시피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대충의 가이드라인일 뿐 그 간 조절이나 양 조절은 각자 자신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능간장이 몸서리치게 짜다는 의견이 나오는 건 아마도 그 이름에 붙은 만능이라는 수식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뭐든 쉽게 척척 요리로 만들어주는 만능간장. 그러니 어떻게 넣어도 맛을 낼 거라 오인될 수 있지 않았을까.

 

백종원은 만능간장의 간은 각각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맞춰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즉석요리의 세계를 보여줬다. 가지, 양배추, 숙주, 쑥갓, 샐러리, 피망, 고사리, 멸치, 감자에 잡채까지. 만능간장을 활용해서 뚝딱 만들어내는 간단한 레시피는 요리가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보여줬다.

 

맛에 있어서 절대적 기준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편한 레시피를 보여주고 거기에 만능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요리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요리무식자로 주방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운 이들에게 아마도 이 만능이라는 수식어는 조금은 요리에 대한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감자조림이라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내던 요리무식자 윤상이 만능간장을 이용해 그럴싸한 감자조림을 내놓는 모습은 저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준다. <집밥 백선생>이 요리무식자 네 명을 세워두고 쿡방을 하는 이유다. 그들을 안도하게 하고 또 요리를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이들도 요리를 즐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만능이 어디 있겠나. 만능간장의 만능은 그래서 간장 그 자체가 아니라 보다 쉽게 요리를 알려주고, 또 무언가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문제점이 뭐였는가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 마음이 아닐까. 요리 결코 어렵지 않고, 나아가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는 것. 만능간장의 레시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