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시즌3가 되니 새삼 보이는 배우들의 성장

낭만닥터 김사부3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의 매직이 시작되는 걸까. 첫 회 공개와 동시에 12.7%(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가볍게 두 자릿수를 넘겨버렸다. 강원도의 작은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때론 긴박하게 때론 먹먹하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시작부터 쏟아지는 대중들의 관심은 이 작품이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는 걸 방증한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진 힘은 제목에도 담겨 있듯이 ‘낭만’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집약되어 있다. 왜 낭만일까. 그건 돈과 권력에 의해서 굴러가는 낭만 없는 세상에 던지는 일침이다. 그것보다 더 소중한 건 사람이고 생명이라고 외치는 것. 김사부(한석규)는 그래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낭만적인 의사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는다. 

 

시즌3 첫 회도 김사부의 바로 이 ‘낭만적인’ 면면으로 채워졌다. 탈북자들이 해경에 구조되지만, 총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는 그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걸 함장은 허가하지 않는다. 마침 남북 실무자 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점이라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김사부는 따끔하지만 시원시원한 소신을 털어놓으며 함장을 설득한다. “함장님. 함장님이나 나나 그 사람 목숨 지키자고 밤낮으로 이 짓거리 하고 있는 건데 그럼 사람부터 살리고 보는 게 우선이죠? 예? 정치적 상황이야 정치하는 양반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아닌가요?”

 

결국 ‘비공식적으로’ 함장은 이송을 허락하고, 헬기로 환자들을 이송하면서 돌담병원의 새로운 모습이 공개된다. 옛 시골병원은 그대로지만, 바로 옆자리에 신축된 외상센터 건물이 세워진 것. 그 외상센터는 첨단장비들까지 갖춘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만, 묘하게 시골병원 그대로의 돌담병원과 긴장감을 갖게 한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화려한 외관보다 중요한 건 환자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그 한 가지 소신이라는 걸 저 낡은 시골병원이 김사부와 함께 보여주지 않을까. 

 

시즌3가 되면서 유독 눈에 띠는 건 출연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2016년에 시즌1이, 2020년에 시즌2가 방영됐다. 그러니 벌써 이 드라마가 시작된 지 어언 7년째가 된 셈이다. 시즌1에서 시즌2로 오면서 유연석-서현진 대신 안효섭-이성경이 바톤을 이어받았지만, 한석규를 중심으로 진경, 임원희, 변우민, 김민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돌담병원을 지키고 있다. 그간 배우들이 저마다 여러 작품들을 통해 성장해와서인지 시즌3의 배우들은 훨씬 더 무게감 있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석규야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지만, 작년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 같은 작품으로 주목받았고, 안효섭은 <홍천기(2021)>, <사내맞선(2022>)으로 또 이성경은 <별똥별(2022)>, <사랑이라 말해요(2023)>로 주연배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민재 역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부터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022, 2023)>으로 급부상했고, 진경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부터 <퀸메이커(2023)>에 이르기까지 미친 존재감의 배우로 떠올랐다. 

 

사실 그간 성장해 이제는 원탑으로도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 배우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이 가능성 있는 배우들을 발견해낸 것이고, 그들의 성장이 다시 시즌을 거듭한 <낭만닥터 김사부>에 무게감을 얹어주게 된 것. 작품과 배우들의 시너지가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시즌3에도 이어질 낭만적인 매직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사진:SBS)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의 부모가 그려낼 장애에 대한 두 시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고래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 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는 함께 탈북자의 폭행상해 사건을 맡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에게 엄마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남다른 고래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그래서 업무 중에도 불쑥 고래 이야기가 튀어나오곤 하는 우영우.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여러 가지 상징으로 사용된다. 바다에서 살지만 포유류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지만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우영우를 상징하기도 하고,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사회에서의 편견에 갇혀 있는 우영우를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영우가 엄마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위대한 엄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끼를 버리지 않는 엄마. 하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그런 엄마. 우영우가 맡은 폭행 상해 사건의 가해자인 탈북여성은 또 다른 엄마 고래 같은 존재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어쩌다 사건에 휘말리게 됐지만, 이 엄마는 아이 때문에 5년 간이나 도망자 생활을 한다. 아이가 너무 어려 엄마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렇게 5년 간 지낸 후, 죗값을 받기 위해 자수한다. 처벌을 받는 두려움보다 아이를 잃을까 싶은 두려움이 더 큰 모성이다. 

 

그런데 우영우의 엄마 고래 이야기는 탈북여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꺼내진 것이지만, 실상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우영우는 버려졌다. 그런데 그는 왜 엄마로부터 버려졌을까. 이 부분은 드라마가 차후에 조금씩 사연을 풀어놓을 것이지만, 어쩌면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장애에 대한 시선과 이를 갖고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이를 도외시하고 있는 사회의 엇나간 편견 같은 것들을 담은 것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단서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를 통해 찾아진다. 엄마는 버렸지만 아버지는 많은 걸 희생해가며 우영우를 끝까지 지키고 키웠다. 재혼을 한다거나 하는, 자신을 위한 삶보다 딸을 위한 삶을 선택하고 그의 재능을 알아내고 관심 있어 하는 법 공부를 시켜 변호사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한 사람의 희생이 장애를 가진 이의 가능성을 살려냈다. 

 

그런데 엄마는 왜 버렸을까. 아직 그 엄마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구조로 봤을 때 우영우의 엄마는 법무법인 한바다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태산의 대표 태수미(진경)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건 아직까지 추정이지만 이런 추론은 라이벌 관계를 가진 두 회사의 이름으로도 어느 정도 유추된다. 우영우라는 고래를 받아준 건 ‘한바다’다. 태수미가 대표로 있는 회사 ‘태산’은 고래가 살 수 없는 곳이다. 위로만 올라가려 해서 더 이상 고래를 받아줄 수 없는 곳. 

 

만일 태수미가 우영우의 엄마이고, 남다른 야망으로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버렸다면 그 상황은 장애에 대해 사회가 갖는 편견이 드리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사회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들을 마치 없는 것처럼 치부하지 않던가. 

 

모성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이건 좀 더 확장해서 장애를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끌어안는가에 대한 화두처럼 보인다. 단순하게 보면 장애가 있어도 끝까지 옆에서 지켜준 우광호와 끝내 버린 엄마를 대척점으로 세워 어떤 선택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길로 갈 것인가를 묻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바다의 정명석(강기영), 한선영(백지원), 이준호(강태오), 최수연(하윤경)처럼 장애가 있어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버리고 떠나버린 우영우의 엄마 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우영우가 꺼낸 엄마 고래 이야기가 특히 슬픈 건 그래서다. 그는 그래도 몇 프로 안 되는 서번트 증후군이고, 그래서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해 잘 살아내고 있는 인물이며 나아가 이건 드라마로서 어느 정도 판타지가 더해진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존재’라는 상처가 거기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슬프면서도 이 인물을 보듬고 싶고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오게 하고픈 마음이 일었을 게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지워져온 그 삶이 “저는 우영우입니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라고 당당히 소개될 수 있게.(사진:ENA)

‘낭만닥터 김사부2’, 도대체 의사란 어떤 존재여야 할까

 

“외상응급 축소 및 잠정적 폐쇄라고요? 그럼 그 많은 외상환자들은 전부다 어디로 갑니까? 매주 평균 3,40건의 크고 작은 외상환자들이 돌담병원을 찾고 있어요. 그 중에 생사를 오가는 사람만 절반이 넘는데 그 사람들 전부다 길바닥에서 죽으란 뜻인가요? 여기서 가장 가까운 외상센터까지 한 시간 오십 분 길이라도 막히면 두세 시간은 훌쩍 넘기는 거리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오명심(진경) 수간호사는 시스템 개선을 명목으로 외상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박민국(김주헌) 신임 돌담병원 원장 앞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그런 오명심에게 박민국은 ‘돌담병원의 적자’를 이야기했다. 이 상태라면 몇 개월도 못 버티고 문 닫을 수 있다는 것. 그러자 오명심은 차라리 폐업을 하라며 말했다.

 

“차라리 문을 닫으세요 그럼. 생사가 걸린 골든타임 안에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갖고 달려온 곳이 바로 여기 돌담병원이에요. 근데 돈이 안돼서 적자 때문에 그 사람들을 외면하라고요? 그럴 바엔 뭐 하러 시스템이고 나발이고를 개선합니까 피곤하게. 깨끗하게 문 닫으세요. 의사가 그리고 병원이 환자보다 이윤추구가 먼저라면 볼 장 다 본 거 아닙니까? 폐업이 답이죠.”

 

오명심과 박민국의 대결구도는 그저 드라마를 위한 극적 갈등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건 현재 우리네 외상센터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서다. 응급을 요하는 외상 환자들은 골든타임이 생명이나 다름없지만, 병원은 이들을 받는 것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적자를 호소한다. 결국 등장하는 문제는 의사와 병원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병원이 살아야 의사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건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폐업이라는 말에 장기태(임원희) 행정실장은 오명심에게 발끈한다. 즉 의사나 간호사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수도 있지만 병원에는 그들 이외에도 자신 같은 많은 인력이 있다는 것. 폐업은 결국 그들의 생업이 끊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낭만닥터 김사부2>가 오명심과 박민국의 대결구도로 드러내려는 건 이 환자의 생명과 병원의 경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의사의 문제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답은 무엇일까. <낭만닥터 김사부2>는 그 답으로서 드라마 말미에 들어간 버스전복 사고를 하나의 화두로 던져 넣는다. 팔에 통증을 느끼는 김사부(한석규)가 다른 병원을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탄 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벌어진 것. 김사부는 그 사고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돌담병원에 전화해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를 급히 오라고 불렀고 자신은 다친 임산부를 구조하기 위해 애썼다.

 

사고로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어 막힌 도로에서 보다 빨리 사고현장에 가기 위해 뛰기 시작하는 서우진과 차은재. 마침 그 곳에 도착한 박민국은 김사부가 사고현장에서 환자들을 응급처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역시 그 현장을 외면하지 못했다. 시스템 개선이니 병원 경영이니 하며 외상응급환자들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막상 눈앞에 보이는 환자를 외면하지는 못한 것.

 

<낭만닥터 김사부2>는 의사란 어떤 존재여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그 답이 당장 눈앞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도 다쳤고 팔의 통증을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의사, 일 분 일 초가 급한 현장에 빨리 가기 위해 차에서 내려 달리는 의사들, 그리고 경영이니 시스템 개선이니 운운했지만 당장 눈앞의 환자를 외면하지 못하는 의사. 환자 앞에서야 비로소 의사의 존재는 증명되는 것이라고.(사진:SBS)

<낭만닥터>도 피해가지 않는 멜로의 족쇄

 

사랑해요.”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유연석)가 윤서정(서현진)에게 불쑥 그렇게 말하자 윤서정은 오글거림을 못 참겠다는 듯 그러지 마라하고 정색한다. 타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공과 사는 구분하자는 윤서정. 그래서 병원사람들이 눈치를 챈 것 같다며 두 사람은 짐짓 대판 싸우는 모습을 가짜로 연출하기도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물론 드라마 첫 회부터 강동주의 마음이 윤서정에게 있었다는 건 다소 급작스럽게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그러니 이런 달달한 상황이 언젠가 시작될 거라는 건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달달해진 <낭만닥터 김사부>에 남는 아쉬움은 뭘까.

 

그건 아무래도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성 같은 것들이 이 달달한 멜로에 의해 희석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목이 지시하고 있듯이 김사부(한석규)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의사의 다소 낭만적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귀기울여야할 이야기들을 그 기획의 의도로 갖고 있다. 그간 김사부가 던진 한 마디 한 마디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었으니.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병원이라는 현실의 축소판 같은 공간을 통해 기득권 세력들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발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벌어진 위기 상황을 통해 제대로 된 콘트롤 타워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걸 거듭 강조했다. 요즘 같은 답답한 시국에 이런 이야기들은 그 울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낭만닥터 김사부>도 역시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피해갈 수 없는가 보다. 그것이 이야기상 개연성이 없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멜로보다는 좀 더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건 왜일까. 사적인 멜로가 주는 달달함이 지독한 현실을 접하고 있는 작금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강동주와 윤서정의 달달한 멜로 전개가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느슨해졌다. 긴박하게 굴러가던 돌담병원의 응급실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물론 강동주와 도인범(양세종)이 수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보다 강동주와 윤서정의 멜로 상황과 그걸 눈치 채고는 눈을 찡긋 해주는 오명심(진경)이나 기묘한 눈빛을 던지는 장기태(임원희)의 다소 코믹스런 장면들이 더 많이 채워졌다.

 

이렇게 되면서 바로 드러나는 건 김사부의 분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김사부는 신회장(주현)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는 심장수술을 접으려고 하고 그러다 결국 신회장 스스로가 수술 강행을 결정함으로써 상황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강동주와 윤서정 멜로의 급 전개는 김사부를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게 했다.

 

물론 이건 잠시 쉬어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몰아치며 긴박감 넘치는 사건들을 통해 통쾌한 김사부의 일침을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느슨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멜로는 당연히 존재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 이 드라마가 지향하려는 방향성을 매회 잊지 않고 밀고 나가는 힘이 중요하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주제의식과 조금은 쉬어가는 달달한 멜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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