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숭 제로 시청자와 밀당하는 정유미라는 배우

 

배우 정유미의 발견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새로 시작한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KBS드라마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솔직 과감한 연애담을 다루고 있다. 극중 여주인공 한여름(정유미)이 오래도록 연인 사이였던 강태하(문정혁)와 헤어지고 남하진(성준)과 연인이 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다시 강태하와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애의 발견(사진출처:KBS)'

얼핏 보면 두 남자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고 갈등하는 여자의 이야기. 대체로 이런 이야기라면 여주인공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가 쉽지 않다. 이 남자 저 남자 왔다 갔다 하면서 마치 간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정유미가 연기하는 한여름이라는 여자의 양다리는 밉기보다는 공감되는 구석이 더 많다.

 

오래 사귀었지만 늘 자기 일이 먼저인 남자 강태하를 기다리기만 해왔던 그녀가 그에게 이별을 선고하는 대목은 별다른 설명 없이 짧은 에피소드로 처리되지만 그다지 큰 이물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또 그런 그녀가 소개팅에서 우연히 만난 남하진과 그 첫날 키스를 하는 에피소드도 의외로 자연스럽다.

 

어머니의 강권에 못 이겨 선을 보러 나간 남하진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옛 연인 강태하를 만나게 된 한여름이 두 남자를 앞뒤로 두고 누구에게 던지는 지 모호하게 심경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상황의 우스꽝스러움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절절함과 명랑함의 공존. 이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연애의 발견> 첫 회는 온전히 정유미라는 배우의 밀고 당기는 힘으로 그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녀는 한없이 귀여운 연애의 쑥맥으로 등장해 연애 10년 차 권태기를 느끼는 인물로까지 단번에 변신하더니 어느새 남자 앞에서 여우 짓을 해가며 밀당을 하는 연애고수의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그러면서도 엉뚱하게 옛 연인과 엮이게 되는 허당의 면모는 그대로다.

 

한여름이라는 인물의 양다리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이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에 솔직한 면이 그 심리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건 정유미라는 배우의 만만찮은 공력이 묻어난 결과다. 그녀는 3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묵묵히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상관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내면서 생겨난 연기의 자연스러움이 이런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캐릭터에게조차 몰입하게 하는 힘을 부여하는 것.

 

그녀는 꽤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그 양에 비해 그녀의 존재감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배역에 충실한 연기자로서의 그녀의 자질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기는 연기자가 주목되는 것보다는 배역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그 진정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연애의 발견>에서는 온전히 정유미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될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시청자를 쥐였다 놨다 하는 그 연기 밀당은 그녀가 아니라면 해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룸메이트>, 어차피 홈 쉐어 아니라면 관계의 진정성으로

 

SBS <룸메이트>는 애초에 홈 쉐어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싱글 라이프가 늘고 있는 요즘, 새로운 주거문화로서의 홈 쉐어를 연예인들 버전으로 보여주는 것. 하지만 대중들을 상대하는 연예인들에게 홈 쉐어 콘셉트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룸메이트>는 확인시켜 주었다.

 

'룸메이트(사진출처:SBS)'

홈 쉐어라면 함께 살면서 생기기 마련인 훨씬 더 리얼한 관계들의 갈등이나 화해과정을 다룰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공동주거에서 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작은 행동 하나도 자칫 잘못하면 악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이들의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떤 경우에는 제작진이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즉 인물들 간의 갈등이 생겨나고 그것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고 해도 그걸 내보내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출연자도 제작진도 모두 민감해진 상황에서 리얼한 공동주거의 이야기나 인물들의 진짜 일상을 보여주긴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 갑자기 터져버린 박봄 마약 논란은 <룸메이트>에 찬물을 끼얹었다. 제작진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모두 편집하고 빼버리자니 아직까지 공식적인 법적 판단이 없고, 그렇다고 유지하자니 시청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결국 제작진은 하차 선언을 공식화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촬영에서 빠지는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애초의 기획의도를 살리기는 어렵게 되었다. 해외로 나간 홈 쉐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홈 쉐어의 개념보다는 그저 여행의 개념이 더 강하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 어떤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홈 쉐어가 가진 일상의 개념은 여행을 통해 더 멀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이 와중에도 <룸메이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조세호와 송가연을 통해 보여지는 면면들이다. 조세호의 경우, <룸메이트>의 웃음 담당이지만 또한 돌발적인 의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만에서 벌어진 깜짝 팬 미팅은 예상 외의 새로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조세호가 주목되는 건, 그가 가진 일관된 관계에 대한 진정성이다. 처음 나나와의 관계는 마치 설정처럼 보였지만 차츰 이것이 일관되게 반복되면서 거기에 조세호의 진심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연애 감정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하지만 조세호와 나나의 친밀도는 마치 가족처럼 더 편안해진 느낌이다. 대만에서 함께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스스럼없이 가까워진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세호와 나나의 관계가 조세호의 일방적인 호감일 지라도 그 남녀 간 관계의 진정성을 드러내준다면, 송가연과 이소라의 관계는 마치 언니 동생 같은 자매 관계의 진심을 드러내준다. 로드 FC 대회를 앞두고 살벌한 연습을 반복하는 체육관을 찾아온 이소라는 심각한 얼굴로 송가연의 지옥훈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진짜 안쓰러운 마음을 보여주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송가연에게 위로를 해주기보다는 연습도중 그녀가 잘 못해냈던 빠져나오는 기술을 잘 해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것이 그녀의 진짜 마음이라는 걸 말해준다.

 

조세호와 송가연이 보여주는 것처럼 <룸메이트>는 좀 더 관계의 진정성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진짜 리얼한 홈 쉐어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쨌든 방송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모습만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최선의 차선책이 될 것이다. 만일 그 관계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룸메이트>는 어쩌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12>, 지나친 콩트는 야생을 스튜디오로 만든다

 

KBS <12>에 출연한 박태호 예능국장은 “<12>은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말하는 진정성과 초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야생이고 여행이며 리얼리티일 것이다. 어디든 무작정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이나 의외로 터진 사건이 점점 커지는 국면들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이 <12>의 진정성이자 초심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번 강릉, 동해로 떠난 <12>은 그 진정성과 초심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여행이 됐다. 지나친 콩트 설정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등장했고, 그러면서 여행은 부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좌석 복불복을 할 때까지만 해도 <12>은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태호 예능국장이 그 빈 자리에 앉아 멤버들에게 불편함의 끝을 선사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점점 콩트로 흘러갔다.

 

물론 재미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특히 박태호 예능국장은 베테랑다운 임기웅변으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며 큰 웃음을 만들었다. 과거 자신이 당했던 까나리카노를 멤버들에게 먹게 만드는 몰래카메라 설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출연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화장실 가는 것조차 한꺼번에 우 몰려가게 만드는 장관도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재미가 있다고 그것이 <12>의 진정성을 살려주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재미가 얼마나 진짜냐는 것이다. 예능국장과 출연자들이 기차에서 그것도 같은 자리에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의도된 만남일 수밖에 없다. ? 일종의 상사와 직원 같은 계급구조를 갖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콩트 코미디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런 기차 같은 공간에서의 불편한 동반자콘셉트의 콩트는 이미 과거 <유머일번지> 시절부터 콩트 코미디에 단골로 나왔던 소재다.

 

물론 그것으로 끝났다면 가끔 한두 번씩 나오는 의도된 상황극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다. <12>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장까지 프로그램에 나와 아낌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그것이 상황극이라고 해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후로 계속 이어지는 콩트의 연속은 <12>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박태호 국장이 준 용돈으로 잠깐 역에서 내린 출연자들이 국제분식에서 바가지를 쓰는 장면은 아예 그 공간을 스튜디오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급조된 포장마차에 <12> 국제심판(?) 권기종이 주인이 되어 출연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돈을 내지 않으려 하자 갑자기 조폭(역할을 하는 사람)이 등장해 돈을 갈취하는 장면은 너무 인위적이라 그것이 <12>인지 <개그콘서트>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해변에 도착해서도 콩트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미녀와 추녀를 비교하는 전형적인 <개그콘서트>형 콩트다. 현장에서 즉석에 섭외된 일반인들과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미녀와의 데이트를 상으로 내세우는 건 실로 엉뚱한 설정이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을 상으로 세운다는 것이 <12> 같은 가족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특히 여성 일반인 참여자에게는 더더욱 의미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은 누가 봐도 섭외의 흔적이 역력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런 포즈를 취할 정도면 이미 의도된 상황극 속에 들어와 있었다는 얘기이고, 마침 이들과 비교점을 세우는 오나미나 김혜선 역시 한 편의 콩트 설정으로 투입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갑자기 뜬금없이 주어진 2시간 휴식에 출연자들이 몸단장을 하는 모습이 보여지더니 해변가에 놀러온 미녀들에게 천거된 출연자들이 한여름 낮의 꿈을 연출하고, 반면 천거 받지 못한 출연자들이 오나미와 김혜선과 함께 지옥을 경험하는 장면들이 병치된다.

 

물론 여기 등장한 비키니 미녀들이 처음부터 섭외된 연예인 지망생이었는지 아니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 섭외된 일반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쪽이든 이 웃음에 <12>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12>은 여름휴가 시즌인 여행의 시기에 하필 이런 콩트 설정의 특집을 만들었을까. 차라리 여행을 못가 방에 콕 박혀 보내는 <무한도전>식의 콩트라면 이해가 가지만 굳이 동해까지 가서 스튜디오 예능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웃음이라고 다 같은 웃음이 아니다. <12>이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다 같지 않은 웃음의 진정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콩트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이 아니라 진짜 현장에서 뜻밖에 터지는 웃음이 있었기 때문에 <12>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개그콘서트><개그콘서트> 나름의 웃음의 의미가 있지만 <개그콘서트>를 보며 기대하는 웃음과 <12>을 보며 기대하는 웃음은 다르기 마련이다. 지나친 콩트는 야생마저 스튜디오로 만들어버린다. <12><개그콘서트>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12>은 박태호 국장이 말하는 그 진정성과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사실과 진정성, 손석희 <뉴스9>의 경쟁력

 

사실과 진정성의 힘은 컸다. JTBC <뉴스9>의 시청률이 5%를 돌파하면서 MBC <뉴스데스크(5.6%)>SBS <8뉴스(6%)>에 육박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조금씩 상승하던 수치가 지상파 뉴스를 압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 시청률보다 고무적인 건 JTBC <뉴스9>과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보고 믿을 건 JTBC와 손석희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손석희의 <뉴스9>은 어떻게 이런 지지를 얻게 되었을까.

 

'뉴스9(사진출처:JTBC)'

역시 가장 큰 것은 사실 보도의 힘이다. 세월호 보도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이 실제와는 너무 다르다는 불만을 표시했을 때, 그 가족과 인터뷰를 통해 그 내용을 내보낸 것도 <뉴스9>이었다. 실종된 단원고 2학년 학생의 학부모 김중열씨를 인터뷰했고, 뭐든 구조를 위해서 해볼 건 다 해봐야 한다며 다이빙 벨 투입을 얘기했던 이종인 대표를 인터뷰했으며, 팽목항에 직접 내려가 현장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는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언딘이 초기구조에서 시간을 지체했다는 내용을 민간 잠수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내보내기도 했다.

 

사실 기자들이 자료 화면과 함께 몇 마디 멘트를 넣어 뉴스를 전하는 건 일반적인 뉴스의 형태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 있어서 시청자들은 그 보도의 신뢰에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기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 JTBC <뉴스9>에 훨씬 더 신뢰가 느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진도 팽목항에 직접 내려가 현장에서 뉴스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JTBC 뉴스 관계자에 의하면 팽목항에서의 뉴스 진행은 본래 3일 정도만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뉴스9> 진행을 위해 70여 명의 인력이 대거 투입되다 보니 그 이상을 현장에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내려가 보니 너무 많은 알려지지 않은 사안들이 산적해 있었다는 것. 계속 쏟아져 나오는 놀라운 팩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이틀을 더 연장해 5일 간을 현장에서 진행하게 됐다는 것.

 

대중들이 진정 알기를 원하는 사실 보도의 힘은 희생자 가족들이 이번 참사의 분명한 원인 규명을 위해 당시 상황을 담은 고인들의 휴대폰 동영상을 <뉴스9>쪽에 제공한 것에서 나타난다. 이 동영상을 통해 그간 선장의 증언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희생자 가족이 보내온 동영상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 그대로 보도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정지화면으로 편집해 내보내게 됐던 것. 이것 역시 다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사실 보도보다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손석희 앵커와 <뉴스9>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었다. 화제가 된 팽목항에서의 손석희 앵커의 변함없는 옷25일 당일 갑자기 결정되어 진도로 가게 되면서 옷을 챙겨가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했다. 팽목항 야외는 뉴스 보도를 위한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마련되지도 않았다. 똑같은 옷에 변변한 스튜디오도 없는 팽목항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서 담담히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의 모습은 뉴스가 외관이 아니라 그 진심어린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뉴스를 전하는 <뉴스9>의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타 지상파 매체가 좀 더 큰 배에 타고 있어 흔들림이 적은 배 위에 뉴스를 전하는 모습과 <뉴스9>의 기자가 탄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흔들리는 배 위에서 뉴스를 전하는 모습은 사뭇 대비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방송사 여건의 문제이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열악한 상황은 진짜 사실을 전하려는 그 진심어린 태도를 오히려 보여주었다.

 

인터넷 뉴스까지 포함해 지금 현재 뉴스를 전하는 매체들은 엄청난 숫자로 늘어났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뉴스들도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양의 뉴스는 무엇이 진짜인지를 오히려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사실보도와 진정성이다. 손석희의 <뉴스9>이 보여준 건 그 사실보도와 진정성의 힘이었다. 이 어찌 보면 뉴스 진행자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에 이토록 대중들이 박수를 보내는 건, 그간 뉴스 보도가 얼마나 대중들의 신뢰를 잃고 있었던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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