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의 성공,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안

 

JTBC <청춘시대>가 오늘 1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한다. 이 소소해 보였던 작품이 어느새 슬금슬금 우리네 마음 속으로 들어와 깊은 여운을 남겼다는 걸 종영에 즈음해서야 비로소 새삼 느끼게 된다. 결국 좋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알아본다는 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 <청춘시대>였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사실 첫 시청률 1.3%(닐슨 코리아)에서 2회에 무려 0.4%까지 급락하면서 역시 신인 연기자들만을 캐스팅해 오로지 작품의 밀도 하나로 승부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여겨졌다. <청춘시대>는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이렇게 다섯 명의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물론 한예리나 박은빈은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연기자들이지만 다른 연기자들은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승연과 류화영은 아이돌 출신이 아니었나.

 

게다가 <청춘시대>가 경쟁해야 하는 금토 편성 시간대의 tvN <굿와이프>는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에 역시 오랜만에 드라마로 모습을 보인 유지태가 주인공들이었다. 드라마의 첫 시청률을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이러한 톱클래스 배우들의 출연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굿와이프>는 또한 미드 원작으로 탄탄하고 디테일한 대본이 변호사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러니 아예 <청춘시대>는 경쟁상대조차 되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0.4%부터 한 회 한 회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며 작품의 가치를 알린 <청춘시대>는 시청률도 조금씩 회복했고 이 작품의 규모로 봐서는 성공이라고 봐도 좋을 2.5% 시청률을 넘어섰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건 <청춘시대>가 그저 그런 청춘멜로물 정도일거라 가졌던 그 선입견과 편견을 작품을 통해 깨주었기 때문이다.

 

<청춘시대>는 달달한 청춘의 멜로만을 담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오히려 작금의 청춘들이 겪을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극화한 작품이었다.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성추행에 치욕까지 겪으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며 버티는 청춘이 있었고, 사고의 트라우마로 미래를 꿈꾸지 않고 그저 현재를 막 살아가는 청춘이 있었으며, 부모의 죽음을 자신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는 청춘이 있었다.

 

또한 청춘들에게는 중대사라고 할 수 있는 연애 문제에 있어서도 <청춘시대>는 풋풋하고 달달한 사랑을 그려내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았다. 나쁜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는 청춘과 그녀가 겪게 되는 데이트 폭력의 이야기는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까지 지목되는 소재였다. <청춘시대>는 청춘이라는 시기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지금의 청춘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들을 발랄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청춘 특유의 회복탄력성을 이 작품은 보여줬다. 그토록 힘겨운 현실들을 마주한 청춘들이 저마다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삶을 회복하는 모습은 그래도 버텨내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올 것이라는 작은 위안을 건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청춘시대>의 성공이 의미 있는 건 스타 캐스팅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네 드라마 풍토에서 괜찮은 선전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기 출연한 젊은 배우들의 발견은 요즘처럼 신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실력도 의욕도 넘치지만 설 자리가 없어 그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지금의 청춘들이 한데 모여 작은 성취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다.

 

캐스팅에 있어서 스펙이 아닌 이 청춘들의 실력을 믿어주었고, 막연한 판타지가 아닌 진솔한 현실들을 담아내려 했던 노력은 결국 <청춘시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가 되었다. 요즘 같은 현실에 <청춘시대>의 성공이 유독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청춘시대>가 건네는 위로, “살아라

 

내가 아저씨 딸을 죽였어... 그래서 나도 죽일 거야?” 강이나(류화영)는 오종규(최덕문) 아저씨를 찾아가 그렇게 말한다. 사고로 강물에 빠진 강이나가 오종규의 딸과 서로 가방을 붙잡으려 사투를 벌이다 결국 강이나가 살아남게 된 것. 그 깊은 강물 속에 드리워진 죽음의 기억은 강이나의 청춘에 아픈 생채기를 남긴다. 미래에 대한 계획 따위는 세우지 않고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막 사는 것. 그건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한 죄책감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오종규를 찾아가 그 트라우마와 마주 선 강이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죽을 것처럼 살아가는 삶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삶은 사실 여전히 그 강물 속에 멈춰져 있었다.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 강이나를 찾아온 오종규에게 그녀는 묻고 싶어진다. 자신이 아니라 그의 딸이 살아남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오종규는 살으라고말하고 싶다고 한다.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말고, 살아남은 것에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그냥 살라고. 살아가라고.”

 

사실 <청춘시대>에서 강이나라는 캐릭터나 그녀가 겪은 강에서의 사고는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에 살아가는 다섯 명의 청춘들이지만, 강이나만 대학생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스스로 남자들의 스폰서를 받는 쉬운(?) 삶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다른 청춘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그 바깥에 나와 있는 그녀가 나머지 네 명의 청춘들이 겪는 일과 사랑의 고충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강이나와 오종규의 이야기는 그녀가 왜 <청춘시대>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드러내준다. 살아남을 것을 죄로 느끼며 살아가는 강이나에게 그건 죄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대목은 사실 지금의 청춘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개의 가방에 매달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떨쳐내야 하는 상황. 이 강이나가 겪은 트라우마는 지금의 청춘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잔혹한 현실이 거기에는 어른거린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잔혹한 현실을 살고 있는 윤진명(한예리)과 강이나라는 청춘의 공유점이 엿보인다. 윤진명 역시 살아남은 청춘이다. 동생은 식물인간으로 죽지 못해 살아있고, 빚더미에 기울어버린 가세는 그녀가 알바에서 알바로 뛰어다니며 연애 따위는 사치로 여길 만큼 자신에게 혹독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고 나 좋아하지 마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마치 죄인 같다.

 

생존, 견딤, 죄책감 같은 단어들이 <청춘시대>의 청춘들에게는 어른거린다. 물론 청춘의 풋풋함을 살아가는 은재(박혜수) 같은 인물도 있지만 그녀 역시 어딘가 집안 문제에 비밀스런 아픔 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 예은(한승연)은 도저히 헤어질 수 없을 것만 같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더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아픔을 온몸으로 버텨내는 중이다.

 

이들은 모두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은 그들이 자초한 일들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버텨내고는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극단적으로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살아가지만, 그건 알고 보면 그들의 죄가 아니다. 살아남은 게, 아니 그저 살아가는 게 어떻게 죄가 된단 말인가.

 

<청춘시대>는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픈 건 청춘의 본질이 아니라 누군가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강이나에게 살라고말해주는 오종규의 한 마디는 그래서 깊은 감동을 준다. 그는 강이나와 사투를 벌여 죽은 딸로 인해 고통을 겪었지만 어느새 강이나를 딸처럼 이해하고 다독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혹독한 현실을 만들어낸 이들은 저 편에 숨겨져 있고 대신 피해자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류화영의 <청춘시대>, 어째서 공감될까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에서 강이나(류화영)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서 그녀는 다른 청춘들과는 삶 자체가 다르다. 일단 대학생이 아니고 그래서인지 연애와 일에 있어서도 다른 청춘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녀는 좋게 표현하면 연애를 일로서 하고 있고(스폰서를 받는다), 나쁘게 표현하면 그녀 스스로도 말하듯 몸을 팔아 살아간다. 그러니 청춘의 연애가 갖는 아픔이나 상처 같은 것이 있을 리 없고, 또 미래의 일자리를 위한 고군분투도 없다. 다만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그녀가 벨 에포크에서 일종의 왕따를 겪게 되는 건 대학생이 아니라는 걸 숨겼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쁜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예은(한승연)에게는 그녀의 자유로운 남성 관계(?)를 일종의 더러움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녀는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강이나를 더럽다고 말함으로써 힘겨운 자신은 깨끗한 사랑을 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 결국 술에 취한 강이나가 같이 사는 친구들에 대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되고 그것이 그녀가 다시 벨 에포크에서 살게 되는 이유가 되지만 그녀가 이질적인 존재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예은과 강이나의 문제는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예은의 그 나쁜 남자친구가 강이나에게까지 유혹의 손길을 뻗치자 그녀는 절망하며 강이나를 더러운 창녀로 몰아세운다. 예은은 강이나가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못되게 굴지만, 결국 힘겨워 엇나가는 예은을 보호해주는 건 강이나다. ‘강언니로 불리는 강이나라는 캐릭터는 이 가녀린 청춘들 속에서 일종의 해결사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연애만이 아니다. 일에 있어서도 강이나는 청춘의 현실에 일종의 냉소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알바를 세 개나 하며 현실에 찌들어 살아가는 윤진명(한예리)에게 강이나는 왜 그렇게 어렵게 사냐쉽게 사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자체가 자신을 무너뜨리는 일처럼 여기는 윤진명은 강이나의 삶이 잘못 됐다고 부정하지만, 매니저가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녀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이나는 이처럼 <청춘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연애와 일에 걸쳐져 있으면서 때로는 해결사 역할을 때로는 현실에 대한 냉소를 보내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 벨 에포크의 청춘들 사이에서 방외자 혹은 왕따 같은 존재이지만 그들을 걱정하고 때로는 문제를 해결해주려 노력하며 그들을 둘러싼 현실에 온 몸으로 냉소를 던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강이나를 연기하는 류화영이라는 배우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과거 왕따 사건으로 티아라에서 방출된 화영이란 이름의 가수가 이제는 어엿한 배우의 자리로서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적어도 <청춘시대>에서 그녀는 류화영이 아니면 다른 누가 가능했을까 싶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강이나라는 캐릭터는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한 때 시련을 겪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강이나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젊은 배우답지 않은 다채로운 얼굴들을 보여주고 있다. 섹시한 이미지에서 통쾌한 걸 크러시의 느낌은 물론이고 과거의 아픔을 트라우마처럼 갖고 있는 처연한 느낌까지 그 한 캐릭터를 통해 소화해내고 있는 것. 그녀에게 <청춘시대>는 그래서 남다른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티아라의 화영에서 이제 배우 류화영으로 돌아온.

<청춘시대>, 풋풋하면서도 먹먹한 이 느낌은 뭘까

 

이 청춘은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런 삶을 버텨내며 살아가게 된 걸까.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JTBC <청춘시대>의 윤진명(한예리)에게 청춘의 꽃길 따위는 없다. 알바에서 알바로 새벽까지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는 듯한 하루하루. 엄마가 호흡기에 의지해 살고 있는 동생의 안부조차 묻지 않는다고 하자 그녀는 누가 죽은 사람의 안부를 묻냐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그녀에겐 자신의 삶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행복은 누구나 꿈꿀 권리가 있다지만 그녀에게 행복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그런 그녀에게 무례하다. 절박한 그녀의 손을 잡아주기보다는 그 절박함을 미끼로 함부로 명령하고 함부로 폭력을 행사한다. 물론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권력의 힘으로 제 멋대로 상대방에게 손을 뻗치는 행동들은 추행이자 폭력이 분명하다. 레스토랑 매니저라는 알량한 권력을 가진 자(민성욱)는 마치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 접근해 일자리를 제안하며 은근슬쩍 그녀를 추행하려 한다.

 

생각해보면 나랑 그렇게 다른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겁먹고. 마치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정신을 차린 윤진명은 그렇게 말하며 매니저로부터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매니저가 던지는 덜 절박하구나라는 말은 가난하고 어떻게든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위치에 놓여진 청춘들을 대하는 현실의 냉혹함을 잘 보여준다.

 

사랑 따윈 사치처럼 되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윤진명은 정말 기적처럼 다가온 박재완(윤박)을 밀어낸다.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반복할수록 윤진명의 마음 속에 박재완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가가 드러난다. 그녀는 그저 보통사람들처럼 박재완을 사랑하고 싶지만 그녀를 둘러싼 현실의 무게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청춘시대>에는 선배인 윤종열(신현수)과 유은재(박혜수)가 만들어가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물론 그녀 역시 죽은 아빠와 관련해 어딘가 숨겨진 아픔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자신이 죽였다는 혼잣말과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득 문득 차가워지는 그녀에게서 무언가 비밀스런 과거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유은재의 사랑은 우리가 청춘에 기대하는 그 첫사랑의 면면들이 묻어난다.

 

그런가 하면 처절한 현실을 부정하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강이나(류화영) 같은 청춘도 있다. 대학생이라 속이고 제 몸을 팔아 스폰서 받는 편한(?) 삶을 선택한 그녀. 스스로 쉬운 삶이고 자신을 창녀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삶일까. 그녀가 그런 삶을 선택하게 된 데는 과거 죽을 뻔 했던 사고에서 그녀의 말대로 운이 좋아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에 지켜야할 것을 지키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다.

 

셰어하우스에 모인 다섯 명의 청춘들의 제각기 다른 현실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청춘시대>는 청춘을 한 가지 얼굴로만 내밀지 않는다. 그들이 대하고 있는 청춘이란 윤진명이나 강이나처럼 혹독하기도 하지만 유은재처럼 달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상황 속에서 때론 갈등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토닥이고 안아준다. 박재완을 애써 밀어내고 돌아와 그 아픔에 오열하는 윤진명을 송지원(박은빈)이 꼭 끌어안아주는 것처럼.

 

이것은 <청춘시대>가 가진 현실을 다루는 좋은 균형감각이다. <청춘시대>는 청춘이라는 그 지점이 가진 낯설음과 설렘을 내포하지만 그것을 두려움과 처절함으로까지 만들어내는 현실을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보통의 청춘 멜로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무게감과 진중함이 유쾌한 청춘들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게 된 건 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작금의 청춘들을 섬세하게 드라마가 들여다보고 그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현실의 무게 때문에 힘겨워 하고 있지만 그들이 서로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모습은 <청춘시대>가 진짜 그리고 있는 청춘의 판타지다. 남녀 간의 달달하고 강렬한 사랑만큼 지금의 청춘들에게 필요해진 것이 위로가 됐다는 건 어쩐지 슬픈 일이다. <청춘시대>의 셰어하우스에 함께 살아가는 다섯 청춘들의 이야기가 풋풋하면서도 먹먹해지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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