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방송 재개 전 고려해야 할 것들

 

KBS 예능 <1박2일>이 돌아온다. 올해 초 정준영의 몰카 사건에 김준호와 차태현의 골프 논란으로 잠정 중단됐던 <1박2일>이 하반기에 돌아온다고 KBS는 공식적으로 밝혔다.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 부활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방송 시작일과 출연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정준영 사태가 워낙 충격적이었던 지라 <1박2일>이 방송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 중에는 아예 폐지하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그건 당시 사건도 사건이지만, 10여 년을 이어온 <1박2일>이 너무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어 동력 자체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로서 <1박2일>은 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상 KBS에서 <1박2일>이 벌어주는 수익이 만만찮다. 힘이 빠졌다고 해도 연간 수백억에 달하는 광고수익이 존재한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연간 매출 500억 원대에 이르러 KBS 예능국 1년 예산에 맞먹는 수익을 거둬들이기도 했었다. 그러니 <1박2일>의 방송 중단은 KBS로서는 경영적으로 봐도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박2일>은 공영방송인 KBS의 공공적 가치로서도 충분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요즘처럼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어 있고 심지어 여행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해외로 나가는 상황에, <1박2일> 같은 국내의 여행지를 찾아가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그만한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건 우리네 대중들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가진 명분과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진다. 다만 남는 문제는 올해 초에 있었던 불미스런 사건들이 만들어놓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일소할 것이며, 나아가 ‘장수 예능’이 갖는 피로감을 떨쳐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어떻게 넣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얼굴들을 어떻게 참신하게 구성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문제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사실상 한 가지로 묶여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완전히 새롭고 참신하며 호감 가는 얼굴들을 세우는 것이고, 지금까지 <1박2일>의 고정적인 패턴이 되어왔던 복불복 게임 대신 프로그램을 참신하게 만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의 이미지는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문제 중 무엇이 선결되는 문제일까. 출연자보다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먼저 고민하는 편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출연자에 맞춘 스토리텔링이란 이제 뻔한 것이 될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 스타 MC 프리미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프리미엄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스타 MC가 들어오면 늘 봐왔던 그 방식이 여지없이 전개되는 걸 시청자들은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즌4로 새로 돌아올 <1박2일>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1박2일>이 처음부터 지금껏 해왔던 스토리텔링의 두 가지 요소는 여행과 게임이다. 애초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이명한 현 tvN 본부장은 여행을 소재로 날 것의 예능 프로그램을 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너무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복불복 게임’을 넣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일종의 자극제 역할로서 게임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1박2일>은 여행보다 게임의 자극 속에 빠져 그 패턴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게임 예능은 이제 SBS <런닝맨>이 거의 전담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식상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남는 카드는 결국 여행이 된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국내여행이 어딘가 폄하된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어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릴 수 있는 스토리들이 발굴되어야 한다. 국내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의 스토리텔링.

 

필요하다면 여행과 정착을 오가는 방식도 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그저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곳에 머무르며 그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소소한 일상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국을 여행하면서도 동시에 정착하며 보여줄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도 시도할 만 하다. <1박2일>이라는 제목에 너무 억매여 1박 여행으로만 머물면 한계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여행을 근간으로 하되, 해외 중에서도 한국의 의미를 갖는 곳을 찾는 여행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글로벌한 시대에 들어선 마당에 해외라고 해서 무작정 피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해외여행이 많은 건 문제가 되겠지만, 아주 가끔씩 특별한 의미를 담는 해외여행은 국내 여행과 병치시키며 우리네 여행지 역시 해외처럼 좋다는 걸 그 자체로 보여줄 수 있다.

 

기왕에 돌아오려면 제대로 준비하고 와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게다. 초심도 좋지만 지금의 달라진 예능환경, 여행환경 등을 고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초반의 그 열정을 가져오되 지금의 환경에 맞게 유연한 자세로 새로운 여행 스토리를 찾아내려는 노력. 바로 거기에 돌아올 <1박2일>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사진:KBS)

‘골목식당’, 식당 선정의 중요성 새삼 느낀 여름 특집

 

만일 이게 드라마라면 이런 막장도 없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 특집으로 다시 찾은 이대 백반집. 이 프로그램이 처음 찾아간 골목이 바로 그 곳이고, 거기서 특히 백종원이 마음을 썼던 집이 바로 그 집이다. 하지만 고집 센 주인아주머니와 음식대결까지 벌여가면서 솔루션을 줬던 백종원은 다시 찾은 그 집의 ‘참상’을 보고 분노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불시에 백종원이 찾아가자 이대 백반집 아주머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넉살 좋게 변명을 늘어놓는 아주머니는 이미 백종원이 찾기 전 몰래 그 곳 상황을 비밀요원(?)들이 찾아가 촬영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맛이 없다는 손님에게 “백종원 음식이 원래 짜고 맵고 하다”며 자신들이 그래서 더 낫게 바꿨다고 말하는 사장 내외의 모습. 게다가 해준 적도 없는 닭백숙과 김치찌개 레시피를 백종원으로부터 받았다 거짓말까지 하며 장사하는 모습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었다.

 

그 사실도 모른 채 거짓말을 늘어놓는 백반집 아주머니가 찾은 손님들의 음식을 할 동안, 백종원은 냉장고를 들여다보고는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 잔뜩 쌓여 있는 뚝배기들. 미리 양념들을 담아놓은 그 뚝배기들은 과거 백종원이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던 일들을 이들이 버젓이 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게 쌓여있는 뚝배기가 무려 57개. 하루에 다 소진된다고 백반집 아주머니는 애써 변명했지만 그건 사실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렇게 남겨진 재고가 다음날 누군가에게 팔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백종원은 “마음이 다쳤다”고 말했다. 왜 그렇지 않을까. 자신이 특히 신경을 쓰고 마음을 썼던 가게가 그런 진심은 몰라주고 기본도 지키지 않은 채 자기 이름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백종원의 분노를 옆에서 지켜보던 백반집 아저씨는 결국 백종원에게 “잘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백종원도 지금껏 방송에서 단 한 번도 보인 바 없던 눈물을 흘렸다. 그건 아마 속상함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백반집 아주머니는 엉뚱한 농담을 늘어놓았다. 매출이 늘어 빚을 갚고 살도 쪘다는 것. 백종원이 어떤 심경일지 안다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매출이 어떻게 해서 늘게 되었던 건가. 그건 그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고, 백종원이라는 이름값에 방송의 힘을 빌어서 얻은 결과가 아닌가. 결국 이들은 백종원과 방송을 이용해 거짓장사를 한 것이고, 손님들을 피해를 입은 것이며 나아가 백종원이 말하듯 힘들어도 이 방송을 보며 어떤 희망을 가지려하는 사람들의 꿈마저 꺾어버린 것이다.

 

이번 여름 특집은 ‘재점검’이라고는 했지만 포상의 의미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 프로그램이 가게 선정을 하는 일이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는 걸 보여줬다. 이대 백반집은 물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고 백종원도 그렇게 하라 신신당부하며 여름 특집을 마무리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포방터 시장의 늘 손님 생각을 우선으로 하는 돈가스집이나 개과천선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홍탁집 같은 가게들은 충분히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주는 곳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의미 없는 방송 낭비에 재능 낭비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이 받은 수혜를 생각해보면 누구나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게다. 더 성실히 노력하면서도 힘겹게 버텨내는 다른 가게들이 있다는 걸 제작진은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이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이야기 중에는 패턴화된 부분이 생겼다. 이른바 뒷목 잡는 빌런이 등장하고, 분노하는 백종원과 그럼에도 솔루션을 줘 개과천선하는 가게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패턴화된 이야기는 자칫 막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 자극은 물론 시청률을 올리지만, 지나친 막장의 반복은 아예 시청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 팔아 장사하는 이대 백반집. 이래도 될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으로 한 ‘재점검’은 일종의 ‘보너스’ 성격이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같은 경우, 진짜로 지금도 잘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러 왔지만 사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사장님의 면면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백종원은 그래서 홍탁집 사장님의 건강까지 걱정했고, 헬스클럽을 끊어서 인증샷을 보내라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백종원은 이번 재점검을 통해 여름 장사를 위한 솔루션을 추가해주기도 했다. 닭곰탕이 아무래도 여름에는 더워서 찾는 분들이 줄었다는 홍탁집에 백종원은 여름 메뉴로 초계탕 레시피를 전수해줬다. 시청자들도 개과천선해 열심히 살아가는 홍탁집 사장님을 응원하는 터라, 백종원의 새 레시피 전수가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었다.

 

또 백종원은 성내동 분식집에도 신 메뉴인 비빔국수 레시피를 알려줬다. 비빔국수를 먹어 본 김성주와 정인선은 그 맛에 감탄했다. 백종원은 “내가 불편하면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분식집 사장님은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지만 재점검을 통해 초심을 다잡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을 찾아가는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상으로 올라온 이대 백반집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음식이 짜다거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악평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백종원은 1년 반 동안 6번 정도의 점검을 했다며 그 참담한 결과를 알려줬다. 양이 들쑥날쑥하고 소스가 줄었고 대량으로 조리한 후 퍼주고 있다는 등의 보고서 내용은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대 백반집의 맛을 점검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찾은 요원(?)들은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두부찌개가 “너무 맵다”는 이야기를 하자 사장은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해명을 늘어놓았다. “백대표 음식 많이 안 먹어봤지? 백대표 음식이 맛이 다 강하다. 다 약간 맵고 짜고 달다. 지금은 원래 알려준 것보다 더 맛있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거짓말까지 했다. 새로운 레시피로 추가된 김치찌개와 백숙이 “백종원이 자문해줘서 개발한 것”이라고 했고, 모든 레시피가 백종원이 가르쳐준 것이라 다르게 하면 “금방 전화 온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미 초심과 멀어져 애초의 맛을 내지 못하는 음식들을 내놓고 있었지만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계속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는 이유가 된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방터 시장 같은 경우는 아예 없던 상권이 살아나기도 하지 않았던가. 백종원의 공도 크고 방송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종의 혜택을 받는 입장이라면 애초 왜 그들이 그런 수혜를 입을 수 있었던가를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그 대의를 위해서라도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은 초심을 버리고도 심지어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백종원으로서는 참담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것은 시청자들도 허탈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음 주 예고편에 슬쩍 들어가 있는 “저도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백종원의 목소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사진:SBS)

1000회 맞은 ‘개콘’, 전유성의 조언 곱씹어야하는 이유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프로그램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는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1000회를 맞는 KBS <개그콘서트>를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유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1000회를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개그콘서트>에 대한 기자들의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결국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나온 날카로운 현실인식이었다.

 

원종재 PD는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아” 제작진이나 개그맨들 모두 힘들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왜 추락하고 있는가에 대한 현실을 토로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 현실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해 웃음의 코드도 달라지고 있고, 인권의식이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대부분의 개그코드를 차지하던 여성, 외모 비하, 가학, 피학 등등의 소재들을 사용할 수 없으며, 능력 있는 개그맨들과 연출자들의 이탈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그런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기자들을 포함한 시청자들 모두 내고 있는 한 목소리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과거 <개그콘서트>가 잘 될 때는 코너 하나하나가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가득 채워진 바 있고, 그 개그맨들도 유행어로 스타가 되는 일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 코너가 어디서 웃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유튜브의 짧지만 강력한 현장형 코믹 짤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한 마디로 ‘노잼’이라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최근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며 제약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KBS라는 공영방송의 위치는 tvN <코미디 빅리그>가 상대적으로 수위 높은 개그 코드를 자유롭게 선보이면서도 별다른 논란을 맞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만든다. 작은 대사 하나나 캐릭터 하나에도 예민한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 일쑤다. 그러니 어떤 개그를 짜면서 재미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런 논란의 여지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제약을 잘못됐다 보긴 어렵다. 그건 어쩌면 지금껏 잘못 해온 코미디의 코드들을 이제야 바로잡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나오는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이를 뛰어넘는 부분에서 새로운 개그의 코드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가가 의문일 정도로 매주 분량 채우기에 급급한 느낌이 아닌가.

 

<개그콘서트>는 딸린 식구들이 많고, 그 개그맨들이 어떤 면에서는 우리네 예능의 중요한 자원들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폐지를 얘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방치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다. 전유성의 말이 아프지만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

 

매주 코너들을 준비해 내놓는 이 꽉 짜인 일정 속에서 <개그콘서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현재의 문제들을 제대로 직시하고 새로운 동력을 찾아낼 수 있는 휴지기를 가지는 일은 어쩌면 향후 더 오래도록 <개그콘서트>가 시즌을 거듭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그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 1인 미디어 시대에 무대개그 형식이 과연 지금도 어울리는가를 고민해야 하고, 인권감수성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는 시대에 바람직한 웃음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숙고해야할 시점이다. 이런 고민과 숙고를 위한 준비과정이 지금의 <개그콘서트>에는 절실하다. 단지 1000회에 과거 레전드 코너들을 소환해 “그 때는 좋았지”하는 향수에 젖어 있다가는 진짜 고사할 수 있으니.(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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