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다른 그녀’, 독보적인 코믹 연기로 떠오르는 배우 윤병희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보통 검사와 함께 등장하는 수사관 역할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배역이 대부분이다.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주병덕(윤병희) 수사관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계지웅(최진혁) 검사와 사건 수사를 돕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그가 이미진(정은지) 앞에서 이렇다할 고백조차 잘 못하는 연애 숙맥이라는 걸 알고는 얼토당토 않은 연애 코칭을 하는 모습으로도 웃음을 준다. 

 

놀라운 건 이 배우의 존재감이다. 주병덕이라는 코믹한 수사관 캐릭터를 완전히 씹어먹은 듯, 그의 연기는 윤병희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기 색깔을 채워 넣었다. 그래서 계지웅을 보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진과도 또 그가 50대로 변신한 임순(이정은)과도 나아가 임순의 정체를 알고 호감을 표현하는 고원(백서후)과도 기막힌 케미를 선보인다. 

 

구내식당에서 계지웅과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임순과 고원이 꽁냥꽁냥하는 모습을 보고는 먹던 음식이 목에 걸려 캑캑대는 모습이나, 고원에게 임순과의 관계에 대해 조언이랍시고 하면서 혼자 폭주해 술에 취해 계지웅을 힘들 게 하는 모습에서는 그 코믹한 캐릭터를 200% 자기 색깔로 연기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을 여지없이 웃게 만드는 그의 공력을 느끼게 한다. 

 

또 임순과 계지웅과 함께 연쇄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백철규(정재성) 원장의 병원을 잠입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윤병희 특유의 과장된 코믹 연기가 보는 맛을 만든다. 자동문 앞에서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막상 들어간 후에는 그 안에 들어온 간호사를 피하고 또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코믹하게 연출되는데 윤병희는 이또한 찰떡 같은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평범하고 그다지 표정이 묻어나지 않는 얼굴이지만, 과장 연기를 할 때는 얼굴 전체 근육을 활용하는 듯한 역동적인(?) 표정 연기가 반전을 만들어내는 윤병희의 코믹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에 범죄스릴러라는 이질적인 장르가 더해져 있는 이 작품에는 웃음을 주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건 이질적인 장르의 기조를 코믹 연기를 통해 적절히 리얼리티를 뭉갬으로써 지나치게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게 하지 않는 역할이다. 

 

이 작품에는 잔혹한 토막살인이 벌어지는 범죄스릴러가 더해져 있다. 백철규 원장과 연결된 모종의 사건이라고 여겨지는데, 계지웅 검사의 실종된 엄마나 역시 실종된 이미진의 고모인 실제 임순과 그 사건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사건을 수사하며 관계가 만들어진 계지웅과 이미진의 달달한 로맨스가 드라마의 중심축이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수사하며 접하게 되는 범죄스릴러 또한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범죄스릴러의 분위기로 흘러가게 되면 로맨스가 약해진다. 설레는 감정보다는 두려운 감정이 더 생겨난다. 그걸 주병덕 같은 그 중간을 이어주는(멜로든 스릴러든) 캐릭터가 균형잡힌 코미디로 풀어내주는 건 그래서 이 작품에서 특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병희의 코믹 연기가 도드라지고 또 작품에서도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건 공교롭게도 현재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 등장하는 장현우(권율) 검사와 그와 함께 하는 수사관인 오계장(박철민) 캐릭터와의 관계와 역할이,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계지웅검사와 주병덕 수사관의 관계와 평행이론처럼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실 박철민 역시 이러한 코믹 캐릭터 연기로 정평이 나 있던 배우다. 윤병희가 그 계보를 잇는 독보적인 코믹 연기의 대가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낮의 이정은과 밤의 정은지 이 조합 기대되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정은지가 이정은이 됐다?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이러한 발칙한 상상력으로 시작한다. 20대에서 50대로의 급노화. 그런데 밤이 되면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20대지만 갑자기 낮동안 50대의 몸을 갖게 된 이 인물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도 못 알아보는 외형의 변화가 불러오는 충격 자체가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만들어내지만, 20대 이미진(정은지)이 8년째 열심히 공부했지만 공무원 시험에서 연거푸 불합격했다는 사실은 이 코미디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청춘들의 무거운 취업 현실이 드리워져 있다. 동명이인을 딸로 착각해 합격인 줄 착각하는 부모님 앞에서 뭐라 말도 못하고, 심지어 취업 사기까지 당한 이미진은 그 절망 끝에서 갑자기 낮이 되면 50대로 변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 

 

희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정작 불행의 연속을 당하는 이미진은 눈물의 연속이지만,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이것을 발랄한 연출로 코믹하게 그려낸다. 20대의 이미진과 50대의 임순(이정은)을 오가는 미치고 달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사업에 지원한다. 그런데 면접관이 하는 말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원자들 중에 제일 젊으세요.” 50대로 급노화한 사실에 절망하던 이미진이지만 시니어들만 모인 자리에 임순이라는 이름으로 나서자 가장 젊은 사람이 된 것. 

 

“중앙청 창살 쇠창살...” 같은 어르신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걸 척척 해내고, 엄청난 유연성에 영어, 중국어 능력까지 겸비한 임순은 면접관들을 사로잡는다. 20대 취준생으로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자존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처음으로 합격 통지서를 받고는 너무나 기뻐한다. 20대에는 하지 못했던 취업을 50대에 하게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기막힌 현실에 대한 페이소스를 담아내며 웃음을 준다. 

 

20대의 마인드와 능력들을 갖고 있으면서 50대의 몸으로 활동하는 건 이미진에게는 너무나 절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8년간 취준생으로 살아오며 그 흔한 여행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을까. 게다가 누군가와의 연애 또한 해봤을 리가 만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상황을 뒤집어 20대의 마인드에 50대의 몸을 가진 상황이 주는 절망만큼 의외로 얻을 수 있는 희망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이 들었어도(외모가) 마인드는 20대라 꼰대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살아가고, 50대의 몸 나이라고 해도 여전한 20대의 열정을 보여주려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표현을 실제로 살아간다고나 할까.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정반대로 50대를 경험하며 다시 밤이 되면 20대로 돌아가는 이미진이 이 경험을 통해 의외로 얻게 되는 일도 적지 않을게다. 아마도 멜로 상황이 만들어질 계지웅(최진혁) 검사와의 로맨스에도 이미진이 가진 이 비밀(?)은 절절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이처럼 20대의 이미진과 50대의 임순을 오가게 된 한 인물의 판타지 설정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의 충돌과 화해를 그려낼 작정이다. 발랄한 코미디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지만 어느 순간 달달해지다 먹먹해질 것 같은 기대감을 주는 작품이다. 20대와 50대를 오가는 인물인만큼, 2인1역을 해내야 하는 정은지와 이정은의 어깨가 무겁지만, 두 배우의 연기 콜라보는 환상적이다. 

 

진짜 코미디 연기는 진지함 속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는데, 정은지도 이정은도 그저 과장된 웃음을 주기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진지한 연기를 통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그 웃음 뒤에 남는 페이소스는 바로 이러한 진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낮의 이정은과 밤의 정은지를 오가는 이 인물이 피워낼 달달하면서도 먹먹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사진:JTBC)

'좀비탐정', 최진혁보다 더 좀비 같은 인간군상이라니

 

이른바 서구에서 시작된 '좀비 장르'에서 좀비들은 '박멸의 대상'이다. 코로나19처럼 단 하나의 좀비가 존재해도 순식간에 세상은 좀비 떼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니 마지막 하나까지 제거해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KBS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의 좀비 김무영(최진혁)은 그런 좀비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 죽었다 살아나 좀비가 되었지만 스스로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먹는 좀비의 본능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인간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왜 죽게 됐는가를 궁금해 한다.

 

반면 생존을 위해 맡은 사건의뢰에서 단식원에 들어간 강고은(박선영)의 딸 김윤주(권영은)를 구해내기 위해 그 곳에 들어간 김무영은 그 곳에서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일들을 알게 된다. 겉보기엔 단식원이지만 사실은 사이비 종교단체인 그 곳에서는 신도들을 끌어들여 돈을 갈취해가고 있었다.

 

김무영이 목격하고 경악한 사이비 종교단체의 광적인 집회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담으려는 블랙코미디적 풍자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 신도들은 말 그대로 좀비 떼들 같다. 이성을 잃은 채 사이비 종교 앞에 무릎 꿇고 광적으로 흥분하는 풍경이라니. 그 좀비 떼들 같은 인간 군상을 보며 진짜 좀비 김무영이 경악하는 장면은 그래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발각된 김무영이 도망치고, 그를 뒤쫓는 무리들 역시 좀비 떼와 벌이는 추격전을 연상케 한다. 인간이 도망치고 좀비 떼가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좀비가 도망치고 인간 떼들이 추격하는 광경은 <좀비탐정>이 일부러 역전시켜 놓은 좀비와 인간의 관계가 가진 의도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좀비탐정>은 그래서 약자가 되어버린 좀비의 시선으로 살벌한 인간세상의 비정함을 담아내려 한다. 이 좀비의 시선으로 보면 다이어트에 집착해 단식원에 들어가는 일들이 이상하게 보이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 세상의 차가움이 낯설게 느껴진다. 곱창집 앞에서 곱창을 얻어먹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춤을 추는 김무영의 몸짓은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는 세상이다. 그가 쓰고 있는 이름의 장본인인 김무영 탐정은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살해됐다. 그리고 그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좀비탐정은 너무나 배가 고파 눈이 돌아버린 후 자칫 자신이 사람들을 해할까를 걱정한다.

 

살아있지만 죽은 존재가 바로 '좀비'다. 그런데 <좀비탐정>의 김무영은 죽었지만 살아 있는 존재다. 반면 이 드라마 속에는 사이비 교단 속 인간군상들처럼 진짜 살아는 있지만 죽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과연 누가 진짜 좀비인가. 이 드라마가 빵빵 터지는 블랙코미디 풍자에 담아낸 날선 질문이다.(사진:KBS)

'좀비탐정', 코미디지만 웃을 때마다 느껴지는 짠내의 정체

 

이렇게 웃기는 좀비가 다 있나. 아마도 KBS 새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을 본 시청자라면 그간 좀비 장르들과는 너무나 다른 좀비에 적이 당황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K-좀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네 좀비 장르물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현재, <좀비탐정>의 좀비(최진혁)는 무섭다기보다는 우습다.

 

어떻게 누군가에 의해 죽게 됐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깨어난 좀비는 <부산행>이나 <#살아있다> 그리고 <킹덤> 등에 등장하는 좀비들처럼 활기차지가(?) 않다. 빨리 가려고 해도 느릿느릿 몸이 굼뜨고, 돌을 던지려 해도 힘이 없다. 배가 너무나 고파 결국 혼절하는 상황에 이르러야 눈이 빨개지고 깨어나 보면 자신도 모르게 죽어있는 동물들을 발견한다.

 

이러니 요즘 좀비라면 달리는 건 기본이요, 떼로 몰려다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을 돋게 만드는 그런 좀비와는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좀비는 자신의 존재와는 어울리지 않게 인간에 대한 식욕(?)을 절제하려 한다. 물론 인간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다시지만 그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라 여긴다. 능력도 인간 이하인데다 어울리지 않는 윤리관(?)까지 갖고 있으니 좀비는 이 살풍경한 인간세상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좀비가 인간처럼 행동하기 위해 일 년 간 발음교정과 젓가락질 그리고 걷는 연습을 피나게 하는 모습은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 특히 발음교정 훈련을 통해 말하는 게 익숙해진 좀비가 랩을 하는 장면은 최진혁의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한 연기가 더해져 큰 웃음을 준다.

 

우연히 한 탐정의 살해 장면을 목격하고, 마을로 내려가 그의 탐정 사무실에서 생활하게 된 좀비가 만나게 되는 우리네 세상의 풍경들. 버텨내기 위해서 아이들의 코 묻은 돈까지 벌려 애쓰는 좀비의 모습은 우습지만 짠한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인간을 위협하던 좀비가 이제는 인간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존재가 된 것. 흔한 좀비 장르 속 좀비와 인간의 관계를 역전시켜 좀비보다 더 무서운 살풍경한 인간 세상을 그려보겠다는 게 이 블랙코미디가 취한 흥미로운 자세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갖는 위기감은 만만찮다. KBS 드라마가 주말드라마를 빼고는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역시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이런 플랫폼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토종 OTT 웨이브나, 이제 OTT의 등장으로 트렌드가 지나가고 있는 IPTV도 마찬가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 KBS와 더불어 웨이브 그리고 SK브로드밴드가 공동으로 제작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과연 <좀비탐정>은 침체되어 있는 KBS 드라마를 살려낼 수 있을까. 이 드라마 속 좀비의 고군분투가 마치 있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KBS 드라마를 닮았다. 물론 예능 드라마라는 틀 위에 좀비 장르와 블랙코미디, 수사물, 어쩌면 멜로까지 퓨전으로 엮어 놓은데다 B급 코드를 담은 작품이라 KBS라는 다소 보수적인 채널에 어울릴까 싶은 면은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시청률은 3%(닐슨 코리아)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적어도 <좀비탐정>의 색다른 시도의 가치만큼은 평가받아 마땅하겠지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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