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가대표>, 최현석의 승부보다 멋진 예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한국시리즈라면 <쿡가대표>는 국가대항전이다. 물론 한 예능 프로그램의 요리 대결을 갖고 국가대항전이라고까지 말하는 건 과잉일 것이다. 하지만 <쿡가대표>는 다름 아닌 스포츠를 요리대결에 접목시키고 있고, 그것도 국가대항전이 갖는 긴장감과 예측불허의 다이내믹한 전개를 재미의 주요 요소로 채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쿡가대표(사진출처:JTBC)'

대결이 들어가기 전 서로의 각오와 전략(?)을 얘기하는 모습은 그래서 의외로 비장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해설을 하는 김성주, 안정환, 강호동을 빼고 출전(?)하는 요리사들은 웃음기 쏙 뺀 긴장감을 드러낸다. 한일전, 게다가 원정경기(?)라는 특성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걸 상기시킨다.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실제 국가대항전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실제 스포츠 경기 같은 프로그램의 구성들은 마치 진짜 한일 원정경기를 보는 것만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셰프들이 벌이는 요리 대결은 마치 전쟁 같다. 시간의 한정이라는 긴박감은 축구 경기가 가진 그 박진감을 만들어낸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칼과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익혀지는 재료들 그리고 끓는 물과 기름에 의해 삶아지고 튀겨지는 재료들은 주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요리하는 그들이 마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드리볼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컷 수를 빠르게 나눠 속도감을 높인 연출과 그 위에 덧붙여지는 진짜 스포츠 중계 같은 김성주의 목소리는 1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쿡가대표>는 이처럼 스포츠 국가대항전의 많은 재미요소들을 요리 대결로 끌어왔다. 하지만 대결요소만 볼거리로 집어넣은 건 아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요리들이 만들어질 때의 그 놀라움과 상대방이라고 해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요리에 대한 열정을 보게 되는 순간이 주는 경외감 같은 것이 이 프로그램에는 깔려 있다.

 

전후반 11 상황에서 연장전에 대결을 벌인 최현석 셰프와 상대편 모토가와 셰프의 요리는 이연복 대가가 말하는 것처럼 승패를 떠나 모두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졌다. 모토가와 셰프는 그 짧은 시간에 4개의 불을 다 활용하면서 닭을 활용한 북경오리요리를 선보였다. 반면 최현석 셰프는 닭고기 사이에 푸아그라를 끼워 넣어 만든 치킨 샌드를 만들었다.

 

허세 셰프로까지 불리던 최현석 셰프에게서 웃음기나 허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때론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채 요리하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모토가와 셰프 역시 여유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주방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일전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식의 승패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가까이서 그들의 요리에 대한 진정성을 들여다보게 되자 승패는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결과는 41로 최현석 셰프의 승리. 하지만 최현석 셰프는 결코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함께 요리를 한 모토가와 셰프에 대한 예의였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는 이겼는데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말했다. 모토가와 역시 최현석의 요리를 맛본 후, “이 요리에 진다면 승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승부보다 멋진 예의가 빛난 한 장면이다.

 

사실 요리를 갖고 대결을 한다는 발상은 자칫 잘못하면 비판받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요리는 누구를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실력을 뽐내기 위해 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다만 대결이라는 형식을 통해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요리에 대한 열정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되는 묘미가 더 중요할 뿐. 아마도 이런 순간이야말로 스포츠경기의 방식을 요리 대결로 가져와 흥미진진해진 <쿡가대표>라는 프로그램이 진정 가치 있어지는 때가 아닐까.

<쿡가대표>의 강호동, 완벽한 조합에 빠진 한 조각

 

JTBC <쿡가대표><냉장고를 부탁해>의 글로벌 버전 같은 느낌이다. JTBC<비정상회담>의 성공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확장시켰던 것처럼, <쿡가대표><냉장고를 부탁해>를 국가 대항전으로 확장시켰다.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15분 요리 대결을 선보이며 대결했던 셰프들은 이제 국가 대항전 속에서 한 팀이 되어 타국의 요리사들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쿡가대표(사진출처:JTBC)'

우리 팀의 장점은 15분 요리 대결을 여러 차례 하면서 갖게 된 경험일 것이지만 타국의 요리사들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다. 홍콩에서 벌어진 첫 대결에서 주방이 낯선 최현석 셰프는 당황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크레페의 농도를 맞추지 못해 다시 반죽을 하기도 했고, 자신이 놓은 밀가루가 어딨는지 찾지 못해 당황해하기도 했다. 반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로 살린 홍콩 요리사는 여유롭게 두 가지 요리를 선보이며 첫 대결에서의 승리를 가져갔다.

 

흥미로운 건 <쿡가대표>가 가진 출연진들의 조화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부터 확장해 나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여기 참여한 이연복, 최현석, 샘킴, 이원일의 조합은 완벽하다. 요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을 잘 알고 있어 프로그램이 어디서 흥미로워지는지 그 포인트를 정확히 살려낸다. 연장자이자 우리 팀의 대표인 이연복 셰프는 상대팀 대표와 악수를 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최현석 셰프는 그 와중에도 허세를 보이다가 또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을 쥐락펴락한다. 샘킴의 온화한 미소는 프로그램에 부드러움을 더해주고 이원일은 자신이 막내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국가대항전에 맞게 톤이 한층 올라간 김성주의 해설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여기에 그와 오래도록 호흡을 맞춰온 안정환과의 조합이 빛을 발한다. 김성주가 해설로 토스하면 안정환은 역시 스트라이커답게 그것을 웃음의 골로 연결시킬 줄 안다. 딸기 소스로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홍콩측 요리사에게 딸기 아가씨라고 슬쩍 건드리기도 하고, 최현석이 크레페를 만들다 실수하는 장면에서는 공을 받았는데 밟고 넘어진 격이라고 해설을 단다.

 

국가대항전이니 생길 수밖에 없는 언어장벽을 해결해주기 위해 투입된 헨리의 역할도 명확하다. 미모의 홍콩 레스토랑 대표에게 다가가 관심을 표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판정단들이 선택을 하는 순간에도 적절한 멘트와 농담으로 긴장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헨리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의 출연자가 통역으로 자리해 있다는 건 통역사가 들어와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강호동의 위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초에 <쿡가대표>라는 프로그램이 소개될 때만 해도 마치 강호동의 프로그램처럼 얘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쿡가대표> 첫 회에서 강호동이 한 역할이란 처음 출연자로 소개될 때 이연복 셰프의 식당에서 안정환과 요리 대결을 벌이는 장면뿐이었다. 홍콩에 가서는 아예 분량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도 다른 출연자들이 모두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다져진 팀워크가 있고 그래서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한 반면, 강호동은 상대적으로 그 역할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먹는 역할도 아니고 요리를 하는 역할도 아니며 그렇다고 중계를 해야 될 역할도 아니다. 그러니 마치 게스트가 된 것처럼 간간히 몇 마디 던져 넣는 것이 고작일 수밖에.

 

어째서 강호동 같은 괜찮은 예능 선수를 데려다놓고도 그 역할이 불분명하게 되어버린 걸까. 과연 강호동은 이 탄탄한 조합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낼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제작진이 강호동의 어떤 특별한 위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빠져 있는 이 마지막 한 조각을 잘 맞춰 넣는 것은 어쩌면 <쿡가대표>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나물에 그 밥, 유사 콘셉트 베끼기 논란까지

 

아무리 대세라지만 이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건 아닐까. 셰프들이 방송의 블루칩을 자리하면서 너무 많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SBS <백종원의 3대천왕>, <셰프끼리> 등등 방영되는 프로그램 수만도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많아진 쿡방, 먹방에 따라 셰프들의 방송 출연도 너무 많아졌다. 쿡방이 아니라도 셰프들은 이제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은 출연자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채널만 돌리면 쿡방 혹은 먹방을 보게 되고 당연히 같은 셰프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게 요즘 방송의 일상이 되었다.

 


'셰프끼리(사진출처:SBS)'

물론 셰프들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쿡방의 원조격인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를테면 <냉장고를 부탁해>나 백종원 신드롬을 일으킨 <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리고 <집밥 백선생>이 그렇고, 좀 더 진지한 음식에 대한 정보 프로그램으로 자리한 <수요미식회>도 독특한 자기 색깔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스타로 등극한 백종원이나 최현석 셰프가 갖가지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셰프들도 너무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소비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는 쉽게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의 시청률이 애초의 예상과 달리 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건 어쩌면 이렇게 너무 많아진 쿡방 혹은 먹방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한때 7.1%(닐슨 코리아)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계속해서 조금씩 떨어지더니 이제는 5%까지 추락했다. 경쟁 프로그램인 MBC <나 혼자 산다> 시청률이 5.5%까지 떨어졌다가 이국주와 황치열이 나오면서 9%까지 반등한 것과는 사뭇 엇갈린 행보다.

 

허세 셰프로 쿡방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최현석 셰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지금 현재 셰프들의 방송 출연이 얼마나 많아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수요미식회>, <올리브쇼2015>, <한식대첩3(종영)>, <인간의 조건3>, <셰프끼리> 심지어 추석 특집으로 마련되었던 <어머니가 누구니>까지 출연했다.

 

그런데 셰프들의 출연이 비슷비슷한 조합을 이루면서 프로그램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큰 문제다. 최현석 셰프와 함께 새롭게 대세 셰프로 등장한 오세득은 백종원의 자리를 채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빼놓고 보면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쇼2015>, <셰프끼리>, <인간의 조건3(게스트로 출연)> 등등 최현석 셰프와 거의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오세득 셰프는 또 그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마치 부장님과 사원처럼 콤비를 이룬 이찬오 셰프와 짝을 이뤄가고 있다.

 

물론 잘 나가는 셰프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자신들만의 매력을 방송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야 그리 잘못된 일이 없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조합으로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을 함께 나오는 모습은 프로그램의 변별력을 사라지게 만들고, 또 그들끼리 방송을 독식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과도하게 소비되는 쿡방과 먹방의 속도를 더 빨리하게 만들어 원조격인 프로그램들마저 금세 식상하게 만들어놓는다는 점이다.

 

셰프들이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비슷한 콘셉트의 방송들이 여러 방송사에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보다는 이미 스타가 된 셰프들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결코 시청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방송 전체를 두고 볼 때도 과도한 쏠림 현상으로 제살 깎아먹기가 될 위험성이 있다. 셰프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방송을 자제할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기보다는 된다는 것에 우 몰려 비슷한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안이한 제작방식이 먼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나로 쏠리다보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왜 모를까.



<냉장고를 부탁해>, 특별했던 이선균과 샘킴의 조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샘킴 셰프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막연히 <파스타>의 버럭 셰프를 연기했던 이선균을 떠올린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최현욱 셰프의 모델이 바로 샘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샘킴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최현욱 셰프의 그 버럭이 아니다. 늘 조용조용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심지어 소심함까지 보이는 샘킴은 순둥이캐릭터로 불린다. 즉 파스타 장인으로서의 샘킴을 모델로 했다는 것이지 그의 성격을 캐릭터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래서 처음 샘킴을 프로그램에서 보는 시청자들은 그에게서 기대했던 <파스타>의 버럭과는 너무나 다른 유한 모습에 반색할 수밖에 없다. 수줍게 웃으며 묵묵히 요리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예능과는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예능감 쪽 뺀 요리사로서의 진중하고 섬세한 모습의 진정성은 오히려 시청자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허세 최현석 셰프가 단박에 입맛을 확 사로잡는 자극적인 맛의 캐릭터라면 샘킴은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변함없는 맛의 캐릭터다.

 

그러니 샘킴이라는 이름의 이미지를 먼저 만들었던 이선균이 게스트로 나오고 그의 냉장고를 털어 그를 위한 요리를 샘킴이 해주는 그 콜라보레이션은 그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만들 수밖에 없다. 너무나 친하기 때문에 이선균은 마치 <파스타>의 최현욱 셰프가 돌아온 것 같은 버럭 오더를 날리고, 그것을 샘킴이 마치 후배 요리사나 된 듯 예 셰프를 외치며 만드는 상황. 이 상황은 게스트로 나온 이선균은 물론이고 샘킴이라는 캐릭터가 모두 살아나는 장면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물론 셰프들이 마치 기록경기를 하는 듯 냉장고의 평범한 재료들로 현란하게 요리를 내놓는 것이 메인 요리가 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출연하는 셰프들끼리, 또 셰프와 게스트, 셰프와 진행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와 케미들이 만들어내는 사이드 디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비슷한 형식이 매번 반복되면서도 그것이 별로 물리지 않는 맛을 계속 낼 수 있는 건 바로 이선균과 샘킴 같은 관계들의 조합이 의외의 맛을 내기 때문이다.

 

어깨 너머로 셰프들의 요리를 봐오며 이제는 셰프 못잖은 요리를 내놓는 김풍과 그가 사부로 모시는 이연복 대가의 관계를 떠올려 보라. 마치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처럼 누군가 노래를 부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벌떡 일어나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는 김풍은 요리에 있어서도 다른 셰프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셰프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걸 상쇄시켜주는 건 이연복 대가 같은 인물과 사제지간 같은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세 최현석 셰프가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오세득 셰프와 크롱셰프 이찬오의 사이에 앉아서 두 셰프를 서로 비교하며 내놓은 멘트들은 이 세 캐릭터들의 관계와 다른 매력들을 부각시킨다. 감성 돋는 이찬오 셰프와 어딘지 무뚝뚝한 매력의 오세득 셰프. 두 사람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아재개그의 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셰프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들의 대결구도나 툭탁거림은 그 자체로 친근함의 표시로 다가온다.

 

어디 요리가 한 가지 재료만으로 맛이 날까. 결국 요리의 맛이란 여러 재료들이 저마다의 맛을 내고 그것이 하나로 섞여 조화를 이룸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요리가 여러 번 만들어져도 식상하지 않고 늘 새로운 맛을 내는 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출연자들이라는 재료들의 조화와 케미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샘킴과 이선균의 재미있고 훈훈한 콜라보는 바로 이런 <냉장고를 부탁해>만의 묘미를 잘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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