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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먼저 떠난 김주혁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들

‘제2회 최고의 가을밥상’ 특집으로 마련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은 알고 보니 ‘영원한 구탱이형’ 故 김주혁을 위한 1주기 특집이었다. 김주혁이 특히 낙지와 돼지갈비를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는 멤버들은 그 날 ‘최고의 가을밥상’ 특집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다고 했다.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저마다 김주혁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한 바닷가 카페에 마련된 ‘특별한 사진전’에서 멤버들은 사진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김주혁의 모습을 보며 먹먹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생전 김주혁의 육성. “잘 지내고 있냐 동생들”이라는 그 목소리에 울컥해졌다. 아마도 <1박2일>을 떠나고 나서 보내온 육성이었을 그 목소리가 이렇게 고인이 된 1주기에서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줄 그 누가 알았을까.

<1박2일>에 처음 김주혁이 출연했던 그 시절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회고하고 추억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시청자들이 모두 기억하는 그 모습들이 새록새록 다시금 떠올랐다. 집에 급습해 잠자는 김주혁을 깨우며 장난치던 모습과, 그렇게 떠난 첫 번째 여행에서 서먹해했던 모습, 그리고 그 유명했던 어느 시골에서 벌어진 인지도 대결에서 단 한 사람도 알아보지 못해 당했던 굴욕의 순간들... 그러면서 조금씩 <1박2일>이 익숙해지고, 멤버들과 형 동생 사이로 끈끈해지는 그 과정들이 다시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그는 김준호가 그리 웃기지도 않다 여겼던 이주일, 서영춘 선생님의 성대모사에도 자지러지듯 웃어주었고, 늘 의지했던 동생 데프콘에게 잘 해주라며 <1박2일>을 떠나서도 챙겨주려 했으며, <1박2일>의 선배격인 김종민의 아버지 빈소에 가서는 맏형답게 동생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나이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막내 정준영과도 점점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형 같은 사람이었고, 배우로서도 큰 선배인 그는 유작을 통해서도 차태현을 극장에서 펑펑 울게 만든 사람이었다.

김주혁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해주는 대목은 매일 함께 동고동락해온 멤버들은 물론이고 <1박2일>을 하며 인연을 맺게 된 어느 시골의 어머니나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게 된 후배와도 그저 지나치는 관계가 아닌 늘 기억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어느 시골에서 인연을 맺은 어머니와 사진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을 때 그 어머니가 “아들”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고, 함께 출연했던 후배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직접 전화까지 걸어 축하해줬다는 김주혁에게서 그 마음이 느껴진다. 삶이 힘들고 짧으며 어느 순간 갑자기 꺼지는 것일지라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바로 이런 따뜻한 마음이 그 후에도 계속 남아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1박2일>을 마지막으로 촬영하고 떠날 때, 늘 함께 했던 카메라맨이 눈물을 보이는 걸 보고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는 김주혁에게서 ‘아름다운 사람의 온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영화 <독전>에서 그 독한 악역을 소화해냈지만, 그 속에서도 특유의 김주혁의 면모들을 발견해내는 친구에게서 삶이 짧고 그렇게 끝나는 것이라 슬플지라도 누군가 진가를 기억해줄 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김주혁이 처음 <1박2일>에 출연해서 하차하기까지의 짧다면 짧은 그 과정은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의 생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세상에 나오게 되어 어색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그 따뜻한 온기들 속에서 웃고 울고 즐거워했던 시간들을 살아간다. 그러다 결국은 누구나 끝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것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나보면 누구나 한 순간처럼 느껴져 더더욱 아름답게 기억되는 삶이 아니던가. 먼저 간 김주혁은 마치 ‘1박2일’처럼 짧지만 영원히 기억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故김주혁 위한 '1박2일'만의 추모사

“나 힘들까봐. 형이 나 보러 와줬었는데, 난 형이 힘든데 지금 옆에 갈 수도 없는 게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빨리 가고 싶네요. 형한테.” 정준영은 먼저 가버린 고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KBS <1박2일>에서 까불이였던 김준호는 카메라 앞에서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꾹꾹 진심을 담아 그 마음을 전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다시 돌아보면 그제서야 더 소중해지는 일들이 있다.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김주혁에 대한 <1박2일>이 가진 회한이 그러했을 게다. <1박2일>에서 하차한 그가 마지막 촬영을 하고 돌아가는 날의 풍경은 다시 보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애써 웃으며 그간 함께 고생했던 동생들과 제작진, 스텝들에게 하나하나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돌아서는 그 모습에 당시 그를 떠나보내는 이들은 눈물을 보였다.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그가 말했듯 언제든 한 번 놀러올 수도 있는 그 짧은 이별에서조차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김주혁은 그렇게 영영 먼 길을 떠났고 긴 이별을 고했다. 그와 <1박2일>을 함께 해왔던 많은 동료들이 느낄 아픔과 회한과 그리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그는 어색함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함께 2년여 간 ‘1박2일’의 시간들을 반복해서 보내면서 그는 어느새 모든 이들의 맏형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싫다던 노래를 부르고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가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면서 그는 결코 <1박2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가 <1박2일>에서 시청자들에게 준 건 따뜻함이었다. 배우로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졌던 이가 망가짐으로서 주는 웃음 속에는 그 따뜻함이 존재한다. 고생하는 동생들과 스텝들, 제작진들 앞에서 그가 스스럼없이 자신을 무너뜨린 건 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배려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되돌려본 <1박2일> 속에서의 김주혁의 모습은 우리네 삶에서 사람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서울특집’에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한없는 그리움을 눈물로 보여주던 그가 느낀 그 감정은, 아마도 지금 고인이 된 그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마음 그대로가 아닐까. 사람의 가치란 그렇게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는 ‘1박2일’의 여행이 아닌 더 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났어도 그는 우리에게 남았다. 명동성당 앞에 서서 사진을 찍은 그의 아버지가 그 곳에 가면 여전히 살아나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그가 지나갔던 많은 ‘1박2일’ 동안의 공간들 속에서 그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 따뜻했던 미소를 영원히.

Posted by 더키앙

<스케치북>이 보여준 음악이 가진 또 다른 역할, 위로

 

그들은 모두 검은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노래를 불렀다. 관객의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객이 아예 없기 때문이었다. 악기 또한 피아노나 현악기 몇 개만을 사용했다. 자극보다는 편안한 위로와 진심을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화려함과 자극을 떼어내자 오롯이 가사 한 줄 한 줄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6주 만에 돌아온 <유희열의 스케치북>. ‘작은 위로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그건 큰 감동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사진출처:KBS)'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절제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반주 없이 시작된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 가슴을 울렸다. 김범수의 절절한 목소리에 집중된 노래는 가사가 주는 힘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불려진 2NE1‘Come back home’ 역시 추모의 의미가 더해지자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해외 공연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위로가 되고 싶다며 한 달음에 달려온 2NE1의 그 진심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김윤아가 특유의 읊조리듯 절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야상곡도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자 그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흐느끼는 것처럼 들렸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동생을 위해 만든 노래라는 ‘Going home’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그 가사는 힘겨운 현실에 위로와 작은 축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제이 레빗이 부른 조용필의 친구여는 먼저 간 그들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을 담았다. 기타 선율과 멜로디언 위에 살짝 얹어진 노래는 한 소절 한 소절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며 마치 구름이 흘러가듯 헛되고 속절없는 삶의 무상함 속에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히 표현했다.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2NE1그리워해요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는 이 노래는 마치 떠나는 혹은 떠나간 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위로처럼 읽혔다. 윤종신, 조정치, 김동률 등 뮤지션들이 위로받는 가수 Kyo(이규호)가 부르는 영원한 길이나 뭉뚱그리다는 중성적인 이미지에서 나오는 나직한 미성으로 듣는 이들에게도 역시 위로를 전해 주었다. 피아노 한 대에 의지한 채 담담히 눈을 감고 부르는 제이레빗의 웃으며 넘길래나 김범수의 지나간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이 가진 또 다른 역할과 힘을 보여주었다.

 

가수들 역시 자신들이 힘겨울 때 위로받았던 노래를 소개했다. 김윤아는 신디 로퍼의 ‘Two colors’를 김범수는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2NE1의 민지는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을 또 제이 레빗은 영화 <모던타임즈>의 수록곡인 ‘Smile’을 소개했다. 위로받았던 노래가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 그것이 노래의 또 다른 힘이 아닐까.

 

김범수는 작은 위로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에 기꺼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제가 지금 해야 될 일은 노래로 여러분들을 위로해야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약은 사람의 몸을 고칠 수 있지만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고칠 수 있어라고 했다는 루시드 폴의 말을 인용했다. 새삼 가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그 마지막은 가사 없이 피아노와 현악으로만 채워진 유희열의 추모곡 엄마의 바다로 채워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작은 위로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보여준 건 음악의 또 다른 힘이었다. 무려 6주 간이나 결방된 이 프로그램이 말해주는 것은 음악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다. 음악은 흥을 돋우는 것만큼 한을 위로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추모와 애도의 뜻을 담은 작은 위로는 그래서 그 편견을 깨는 시간이기도 했다. 힘겨운 삶과 현실을 보듬어주는 것. 그것 또한 음악의 얼굴임을.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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