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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전설의 재해석은 좋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우선 돼야

 

"안녕. 구미호는 처음이지?"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에서 구미호 이연(이동욱)은 남지아(조보아)가 그의 동료인 김새롬(정이서)과 표재환(김강민)에게 그를 소개하자 그런 대사로 등장한다. 현대적 어투에 농담까지 더하며 소개되는 구미호. 이것이 <구미호뎐>이 취한 전설을 현재에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구미호는 더 이상 산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도심을 활보하고 다니고 환생할 그녀를 기다리며 천형처럼 내려진 속세에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인간을 해코지하기도 하는 속세에는 있지 않아야할 존재들을 잡아 저승으로 보내는 게 그의 임무. 구미호가 그들과 싸우는 방식도 현대적이다. 슈퍼히어로물의 액션을 보는 듯한 그런 방식.

 

구미호의 이야기도 현재적으로 재해석했다. 남자 구미호는 백두대간을 지키는 산신이었고, 그와 아음(조보아)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이무기(이태리)는 그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비극적인 운명을 만든다. 아음의 몸속으로 들어간 이무기는 구미호와 대적하게 되고 끝내 아음을 죽일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무기 대신 아음이 죽음을 선택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여우는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법칙이다. 아음에게 은혜를 입은 구미호에게 아음은 자신을 죽여 달라고 요구하고 구미호는 이를 거스르지 못하고 아음을 죽이는 것. 은혜를 입은 자와 은혜를 베푼 자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는 보이지 않는 반지로 표현되었다. 이 은혜의 고리는 이랑(김범)과 사장(엄효섭) 사이에도 만들어졌다. 마을 사람들을 마구 죽였던 이랑(김범)을 이연이 차마 죽이지 못하고 칼로 상처만 냈을 때, 쓰러진 이랑을 살려낸 게 사장이었다. 그래서 이랑은 사장을 죽이지 못하고, 대신 사장의 이연을 바치라는 요구에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다양한 법칙들이 등장하고, 전설 속 존재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있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는 건 결국 구미호 이연과 이무기와의 대결이다. 본래 산신이었던 구미호의 자리를 이무기는 차지하려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남지아가 끼어있다. 이무기는 구미호의 산신 자리를 꿰차고 본래 자신의 제물이었던 남자아를 차지하려 한다. 구미호는 이를 막아내고 남지아와 얽힌 전생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진 구미호와 이무기의 대결구도와 그들 사이에 낀 남지아의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삼각멜로의 구도처럼 그려지는 면이 있다. 물론 이연과의 관계는 사랑이고, 이무기와의 관계는 강압이지만. 이야기의 대결구도나 재해석에 있어서 <구미호뎐>은 잘 짜여진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의 몰입감이나 인물에 대한 절박하고 애틋한 마음 같은 게 잘 만들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어둑시니 같은 녹즙아줌마로 재해석된 요괴가 이연과 남지아 그리고 이랑을 모두 자신들의 두려움 속에 가둬버리고 그 미로 같은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소재의 재해석이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연과 남지아의 절절한 사랑이야기에 생각만큼 몰입이 되지 않는다. 물론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 후 눈물 흘리고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것이 가슴 절절한 느낌으로 오지는 않는다.

 

차라리 이 드라마에서 마음이 가는 건 이연을 온몸을 바쳐 보좌하고 또 기유리(김용지)에 대한 순애보를 보이는 구신주(황희) 같은 인물이다. 어딘지 늘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피해를 보는 인물이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은 그가 잘 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남지아나 이연이나 둘 사이의 비극적인 전생의 관계는 있었다고 해도 구신주가 만들어내는 시청자들의 지지나 응원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어째서 캐릭터를 이렇게 단선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게 됐을까.

 

<구미호뎐>은 소재나 이야기 구성, 재해석 같은 것들이 잘 이뤄진 드라마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이 잘 부여되어 있다 보기가 어렵다. 이 정도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라면, 시청자들이 이연과 남지아의 얼굴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져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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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이 찾아 극대화시킨 제시와 김종민의 매력

 

'환장 케미', '저 세상 텐션'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조합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추석 특집으로 마련한 건 거창할 것 없이 다소 조악해 보이는 세트 하나에 명절 음식을 몇 개 놔두고 '환불원정대'와 매니저 그리고 지미 유(유재석)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뿐이다. 하지만 마치 어린이들처럼 티격태격 유치한 말싸움을 하고, 롤링페이퍼와 퀴즈대결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빵빵 터지는 추석 특집이 이 조합만으로 가능했으니.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한 마디 던질 때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케미와 텐션의 중심에 선 건 김지섭(김종민)과 은비(제시)다. '말 귀를 잘 못 알아듣는' 캐릭터로 "예?"하는 리액션과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에 늘 웃는 얼굴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김지섭은 '웃상' 매니저로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여전히 관계가 어색하다는 천옥(이효리)이 "뭘 봐?" 하며 쏘아댈 때마다 당황하고 다소 무서워하며 웃는 얼굴로 피하는 김지섭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콩트 상황극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천옥이 친해지려고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의 김지섭은 '환불원정대' 특유의 센 언니들의 공격을 웃으며 잘도 받아내는 역할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극대화시켜준다.

 

이런 캐릭터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텐데, 여기에 그와 어딘가 비슷하게 닮은 듯한 은비라는 저 세상 텐션 캐릭터가 더해지니 환장의 케미가 터진다. 뜬금없이 김지섭에게 이름을 묻고 "소지섭이야? 꿈 깨요오!"라고 천진하게 던지는 말은 이를 당황한 듯 받아주는 김지섭의 리액션이 더해져 웃음을 준다. 롤링페이퍼를 한다는 말에 "어 머리 잘 돌려야 되네-"라고 말하는 은비 특유의 말투는 모두를 따라하게 만들 정도다.

 

아마도 추석 특집에 퀴즈대결을 넣은 건 김지섭과 은비의 빵빵 터지는 캐릭터의 매력을 끄집어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섯 글자로 된 그룹명 5팀 말하기 같은 문제를 이해시키는 데만 한참이 걸리는 그 과정 속에서 모든 출연자들은 포복절도할 수밖에 없었다.

 

김지섭과 은비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못 알아듣는 캐릭터'의 매력적인 분위기는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똑같이 전이되며 마치 어린이들 같은 유치하지만 유쾌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들을 끄집어낸다. 추석에 전 부치는 고충을 이야기하는 천옥의 공감 가득한 도발 멘트에도 만옥(엄정화)이 "나도 시댁에 가서 전 부치고 싶다"며 어린 아이처럼 말하게 된 것도 이런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에 "개판이네"라는 말 한 마디로 큰 웃음을 준 실비(화사) 역시.

 

물론 <놀면 뭐하니?>에 나와 김지섭과 은비로 불리기 전에도 김종민과 제시는 자신들만의 캐릭터가 분명했다. '천재 아니면 바보'로 불린 김종민과 '센 언니'의 대명사처럼 존재감을 가졌던 제시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들이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면서 지미 유 같은 인물을 통해 그 캐릭터가 더 극대화된 느낌이다. 이들이 주는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알아서 콕콕 집어내는 지미 유의 촉과 이를 방송으로 찰떡같이 편집해내는 제작진들의 힘이 더해진 덕이다.

 

이제 캐릭터는 충분히 자리를 잡았다. 남은 건 이들이 모였던 본래 목적인 '환불원정대'의 본격적인 음악 활동이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이들의 신곡 녹음은 아마도 저 세상 텐션으로 웃음 주던 캐릭터들이 가수로서는 완전히 다른 반전 매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캐릭터가 만든 호감 위에 음악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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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안전한 행복? 이상해도 괜찮아

 

안은영(정유미)에게만 보이는 또 한 겹의 세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세계는 이상하고 기이하다. 그 세계에는 욕망의 기운들이 젤리의 형태로 흔적을 남긴다. 그 기운들은 때로는 너무나 커져서 거대한 괴물이 되어 모두를 집어삼키려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옴처럼 여기저기 돋아나 온 학교를 뒤덮기도 한다.

 

목련고등학교 보건교사인 안은영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젤리들을 퇴치함으로써 학교를 보호하는 숨은 히어로다. 그의 무기는 남다른 기운이 담긴 장난감 칼과 플라스틱 총. 그래서 학교를 집어삼킬 듯 거대한 아가리를 벌린 채 학생들을 빨아들이는 괴물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는 안은영의 모습은 이상하고 기이해 보인다.

 

또 그렇게 퇴치한 괴물이 산산이 조각나 하트 젤리가 되어 비처럼 떨어지는 장면이나, 남다른 기운을 가진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에게 기 충전을 받기 위해 손을 잡는 모습은 다소 유아적인 상상 같은 느낌마저 준다. 홍인표와 안은영이 힘을 합쳐 젤리 괴물들과 싸우는 그 모습들은 유아적이지만, 괴물이 등장하는 학교와 그 학교의 억압에 의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학생들의 모습은 공포와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게 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교훈을 가진 이 학교에서 홍인표의 할아버지인 이 학교의 설립자 동상은 기괴할 정도로 과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아침마다 교장을 따라서 겨드랑이를 두드리며 몸이 건강해진다는 체조 같은 걸 한다. 웃으라는 교장의 말에 따라 학생들은 웃고 있지만 결코 그 웃음을 짓는 학생들이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젤리괴물들은 바로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억압된 욕망에 의해 탄생한다. 학교는 '안전한 행복'을 이야기하고, 평범한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안은영의 눈에는 더 많은 젤리들이 커져간다. 그 젤리를 터트려 하트 젤리 비를 떨어뜨린다는 그 상상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담는다. 억압된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 괴물을 만들게 아니라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다소 유아적인 것처럼 보이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상상력은 그 자체로 사회와 학교에 대한 의미심장한 풍자를 담아낸다. 뭐든 다 상상하고 이상하더라도 표현했던 그 어린 시절로부터 멀리 떠나와 어느 순간 억압된 시선으로 재미없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 어른이라면 그 젤리가 주는 낯선 풍경이 의외의 통쾌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 이상한 안은영이라는 캐릭터를 제 옷 입은 듯 천연덕스럽게 잘 연기해낸 정유미와, 도발적인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인 정세랑 작가 그리고 이 낯선 세계를 기이하지만 아름답게 연출해낸 이경미 감독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별 생각 없이 '병맛' 유머를 즐기듯 보다가 어느 순간 저 세계가 저격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의 억압들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작품.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뒤집어 하나의 세계를 독창적인 스타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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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캐릭터, 아이템의 비결

 

"앨범 낼 거 같은데? 트로트 앨범." "그러니까 저쪽이 가수 아니야?" "너무 잘 어울린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그리고 실비(화사)의 프로필 및 단체사진을 찍는 와중에, 지미 유(유재석)와 매니저로 뽑힌 김지섭(김종민)과 정봉원(정재형)의 신박기획이 단체 사진을 찍자 그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환불원정대의 그 말대로 신박기획 3인방은 그대로 트로트 그룹을 짜서 활동해도 될 만큼 캐릭터가 확실하다.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키는 호랑이 무늬 셔츠를 통일해 입은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때 붙는 자막이 그래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신입 트로트 그룹 신박입니다.' 혹시 환불원정대 다음은 신박일까.

 

물론 <무한도전> 시절부터 말 한 마디 툭 던진 것이 엄청나게 일을 크게 만들던 경험을 해왔지만, <놀면 뭐하니?> 역시 프로그램 과정 중에 나온 몇 마디가 실제 빅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유재석이 유르페우스라는 부캐로 하프에 도전하게 된 건 유희열이 던진 한 마디 때문이었고, 라섹이라는 부캐로 라면집을 하게 됐던 것도 라면은 좀 끓일 줄 안다고 유산슬로 활동할 때 했던 말이 빌미가 됐다.

 

환불원정대도 싹쓰리 활동 중 이효리가 걸그룹을 거론하며 엄정화, 제시, 화사를 지목했던 게 현실이 됐다. 그러니 환불원정대에서 별 생각 없이 이렇게 툭툭 던져지는 멘트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환불원정대 때문에 만들어진 '신박기획'은 그 캐릭터나 조합만을 봐도 이번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트로트 그룹에 도전하든 아니면 연예기획사로서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든 이 조합을 활용하는 건 향후에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보면 싹쓰리 때와는 사뭇 다른 콩트 코미디적인 캐릭터와 상황극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싹쓰리는 캐릭터는 있었지만 말 그대로 음악을 준비하고 앨범을 내는 과정에 집중했고, 환불원정대는 10월 10일 음원 발표를 못 박았지만 음악만큼 이들의 캐릭터 상황극의 재미 또한 극대화했다.

 

지미 유는 싹쓰리의 유두래곤과는 너무나 다른 하나의 색다른 캐릭터가 됐고, 신박기획에 합류한 김지섭과 정봉원 역시 '웃상'과 '울상'으로 웃기는 캐릭터로 세워졌다. 이제 이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만 해도 빵빵 터질 만큼 캐릭터는 확실해졌다. 물론 이들 캐릭터가 이렇게 세워지게 된 건 환불원정대의 센 언니들 캐릭터들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보면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그려가는 <놀면 뭐하니?>의 세계가 갈수록 풍부해지고 흥미진진해지는 것이 바로 이들의 놀라울 정도로 쏟아내는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템 덕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센 언니들 앞에서 맞서는(?) 캐릭터로 지미 유가 서 있다면 그들을 맞춰주는 캐릭터들로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김지섭과 정봉원이 있다.

 

여기에 이번 환불원정대의 타이틀곡으로 결정된 'Don't touch me'를 작곡한 블랙 아이드 필승 라도가 주지훈을 닮았다며 곧바로 '툭지훈(주지훈이 툭 치고 간 것 같이 닮았다는 의미)'이라는 캐릭터로 세워진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단 몇 분 간의 방송 분량 속이지만 환불원정대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어딘가 검거된 범인처럼 금세 캐릭터로 세워진 툭지훈은 '신박기획'이 혹여나 향후 어떤 활동을 할 때 또 다시 참여해도 충분할 인상을 남겼다.

 

<놀면 뭐하니?>는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캐릭터 창출이다. 프로젝트를 하나 할 때마다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그 각각의 캐릭터들의 색깔에 맞는 신박한 아이템들까지 의외로 생겨나면서 이 유니버스는 풍요로워진다. <놀면 뭐하니?>의 세계가 <무한도전>보다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이 열린 유니버스에 갈수록 많아지는 캐릭터들의 향연 덕분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놀면 뭐하니?>의 유니버스 속으로 들어와 색다른 캐릭터(부캐)를 입게 될까. 끝없이 이어지는 기대감과 화수분 같은 재미는 바로 이런 독보적인 세계관 덕분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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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나? '놀면'이 만들면 찐 캐릭터가 되는 건

 

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던가. 물론 그간 KBS 예능 <1박2일>에서 그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리액션과 답변으로 바보인가 천재인가를 알 수 없는 그 캐릭터가 늘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고 훈훈한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의 김종민은 그 웃음의 밀도 자체가 달랐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만으로도 빵빵 터졌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놀면 뭐하니?>는 새로 시작한 '환불원정대'의 매니저 면접을 하면서 유재석에게 쓰던 방식을 그대로 썼다. 당사자들에게 매니저 면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그 장소로 오게 한 것. 갑자기 매니저 면접을 받게 된 양세찬, 조세호는 지난주 그래서 유재석이 자신들을 모른 체 하며 '지미 유'라고 소개하고 다짜고짜 면접을 하는 그 상황극 속에 들어와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런데 매니저 면접을 하다 갑자기 이번 회에서는 이상민을 초대해 제작자로서 조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상민은 어떤 매니저가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매니저'가 제작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기상천외한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추천한 인물이 바로 김종민이다. 이상민은 빨리 그를 잡으라는 조언을 남긴 채 떠났다.

 

바로 이렇게 일종의 '밑밥(?)'을 깔아 둬서일까. 2차 매니저 면접을 하기 위해 온 김종민은 지미 유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졌다.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황당한 표정으로 "예?"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모습은, 이상민이 조언했던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편견이나 무언가를 잘 보이려는 모습 그런 것들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순수함으로 무장한 김종민은 매니저 면접으로 그를 불렀다는 질문에도 "왜요?"라고 말하고, 어떤 일 하다 오셨냐는 질문에도 더듬대며 "집에 있다 왔다"고 말하고는 그것이 '매니저의 덕목'이라고 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예?"를 반복하는 김종민의 모습에 지미 유는 면접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음소거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으니.

 

스스로의 단점이 이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말하는 김종민은 웃음을 주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호감을 줬다. 나라의 수도를 잘 안다고 자신했지만 네 문제 중 세 문제를 모두 틀리고 나자 금세 "잘 모른다"고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지미 유는 "신선함"을 느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원한 적이 있다는 프로필에 '무대 위의 고충'을 묻자, "무대 위의 고충요?"라고 되묻는 것만으로도 김종민은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중요한 건 그것이 설정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찐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결국 지미 유는 그에 대한 평가로 "김종민 이 사람은 찐이다"라고 썼다. 사실 김종민의 이런 캐릭터가 완전히 처음인 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왔던 모습을 매니저 면접이라는 상황 속에서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그의 캐릭터를 매니저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이상민의 이야기를 더해줌으로써 제대로 끌어올렸다. 조금 답답해 보이는 그의 어눌한 말투가 모두 웃음으로 바뀌게 된 이유였다.

 

이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가 그 많은 캐릭터 놀이들을 그토록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캐릭터도 앞뒤 스토리텔링을 달리하거나 유재석의 쥐락펴락하는 유도에 의해 보다 빵빵 터지는 캐릭터로 부각시키는 것. 환불원정대의 매니저로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김종민을 단 몇 분 만에 기대하게 만든 그 힘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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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재석이 끄집어낸 환불원정대의 4인4색 케미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싹쓰리가 가고 환불원정대가 왔다. 유재석은 멤버가 아닌 제작자 지미유라는 새로운 부캐로 환불원정대 멤버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1차 회동을 통해 드러난 건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환불원정대'라는 이름과는 사뭇 달리 환불을 잘 하지 못하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엄정화는 환불 요구는커녕 부족한 반찬도 더 달라고 하지 못해 그냥 안 먹는 스타일이었고, 화사는 사이즈가 안 맞거나 하면 환불하기보다는 한숨 한 번 쉬고 포기하는 마는 스타일이었고 제시는 귀찮아서 환불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이 꼭 환불 때문에 붙은 건 아니다. 그만큼 세 보인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 하지만 이들은 겉보기에는 강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여리다고 말하고 있었다.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는 다를 수 있겠지만, '환불원정대'를 소환시킨 이효리의 싹쓰리에서와는 다른 모습은 그들이 만만찮은 기운(?)의 인물들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유재석이 모니터를 통해 그 첫 회동을 보면서 말했듯, 이효리는 꽤 고분고분하고 크게 마음껏 웃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무엇 하나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지만 그 첫 회동에서 이미 이들의 캐릭터들은 분명해보였다. 엄정화는 맏언니로서 든든하게 서 있는 팀의 상징적인 인물이면서 "이게 내 마지막 무대일 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짠함을 더하는 캐릭터였고, 제시는 이효리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 화사는 그 센 언니들 속에서도 혼자 '먹방'을 할 정도로 담대한 막내였고, 이효리는 어쩌다 환불원정대의 분위기를 조율하고 맞춰야 하는 인물로 싹쓰리 린다G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

 

유재석은 지미유라는 제작자 부캐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 대화 속에서 유재석 특유의 캐릭터 살리기는 돋보인다. 먼저 지미유라는 제작자 부캐 자체가 그렇다. 싹쓰리의 유두래곤과는 사뭇 달라진 조금은 강단 있고 고집 있는(?) 캐릭터의 면모를 끄집어낸 지미유는 여러모로 '환불원정대'라는 다소 센 조합을 살리기 위한 캐릭터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보다는 밀리더라도 팽팽하게 대결해보는(?) 캐릭터여야 환불원정대의 센 면모들이 매력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미유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갖고 온 유재석의 진가는 환불원정대 멤버를 만나는 과정에서 그들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끄집어내줬다는 점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화사에게 둥굴레차 한 잔을 대접하면서 그걸 계속 마시는 모습에서조차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었고, 250만원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다는 제안을 던졌을 때는 "아끼다 똥 된다"는 화사의 거침없는 멘트를 이끌어냈다. 환불원정대의 막내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이 캐릭터는 나이 서열을 훌쩍 뛰어넘는 색다른 막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제시와 만난 지미유는 "컴온-"을 연발하며 영어와 우리말을 오가는 토크를 주도해냈고, 그러자 제시 특유의 어색한 우리말 구사가 주는 의외의 재미 포인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계약서에 요구조건을 쓰는 과정에서 마치 학습지 선생처럼 도와주는 모습으로 거침없는 제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어린이 같은 순수한 면들을 끄집어냈다.

 

엄정화를 만난 지미유는 레전드로서의 그가 해왔던 활동들을 되짚으며 함께 잠깐 그 때의 노래와 안무를 보여주기도 했다. 유재석에게 이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엄정화에게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지금도 할 수 있다는 열정이 엿보였다. 맏언니지만 의외로 귀여운 소녀감성을 보여주는 엄정화가 다른 멤버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노력하겠다는 그 의지도 묻어났다.

 

하지만 역시 유재석의 캐릭터를 끄집어내는 그 능력이 돋보인 건 싹쓰리 린다G에서 아직까지는 이름이 없어 '아무개'라 스스로를 밝힌 이효리와의 면담이었다. 지미유와 아무개로서 마주한 두 사람은 같이 활동했었던 걸 애써 숨기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웃음을 줬다. 여기서 이효리는 앞으로 환불원정대 속 자신의 부캐가 미혼이며 남자친구와 제주도에서 산다는 설정을 꺼내놓았고, 갑자기 지미유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아직 환불원정대가 어떤 노래를 갖고 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먼저 유재석이 지미유라는 부캐로 이들을 만나 면담을 나누는 과정은 사실상 그들의 부캐를 끄집어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부캐들이 향후 <놀면 뭐하니?>가 보여줄 환불원정대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고, 그것은 또한 이들이 발표한 노래의 스토리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어딘지 거침없고 파격적인 환불원정대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만들지만, 여기 투입된 지미유는 그 캐릭터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내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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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김응수가 줄 웃음, 분노, 짠함까지 기대되는 이유

 

갑질하던 꼰대가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면?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사실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상상만으로 벌이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건 과연 복수로만 끝이 날까.

 

라면업계 1위 기업인 옹골에서 갖가지 갑질을 해가며 승승장구한 이만식(김응수). 그는 꼰대 중의 상꼰대다. 마침 인턴으로 들어온 가열찬(박해진)은 이만식에게 딱 걸린 고문관으로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옹골에 레시피를 빼앗긴 한 국밥집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걸 목격하고, 의도적인 이만식의 갑질에 휘둘리던 가열찬은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이만식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워라밸을 추구해 회식도 업무시간에 하고, 팀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팀원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만식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고는 가열찬이 일하는 부서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꼰대인턴>은 '역할 바꾸기'라는 전형적인 코미디 코드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우리네 취업이나 회사생활의 현실을 더해 좀 더 화력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과 동시에 갑질하는 상사들의 모습까지 극화해 과장되지만 짠한 코미디 상황으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꼰대 이만식을 팀원으로 두게 된 가열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그토록 꼰대가 되지 않겠다 선을 그으며 자신은 다른 상사가 되겠다 했던 그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만식에 대한 복수 같은 욕망이 그의 소신을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 만일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위치에서 갑질을 시작한다면 그 역시 이만식과 다를 게 없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꼰대인턴>은 뒤집어 놓은 역할 때문에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이른바 꼰대의 탄생이 개별적 인간됨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하 지위가 나뉘는 조직 체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응수와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옷을 입었다. 꼰대 역할을 이렇게 코믹하고 과장되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연기해낼 연기자로 김응수만한 배우가 있을까. 또 박해진은 늘 아쉽게 느껴졌던 인간미가 이 가열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제대로 담겨지고 있다. 짠내 나는 인턴에서 잘 나가는 부장의 변신도 자연스럽고, 그 위치에서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게 되어 갖게 되는 황당함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색깔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꼰대 짓을 해왔던 그는 인턴으로서 을이 겪는 상황들을 어떻게 느낄까. '늙은 장그래'라는 인물 설명에 들어간 표현대로, 김응수가 이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짠하면서도 뒷목 잡는 뻔뻔함과 코믹함까지 곁들여 풀어낼지 실로 기대된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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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캐스팅', 액션 최강희, 웃음 김지영, 짠내 유인영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마침 경쟁작이 없는 좋은 대진 운(?)을 타고 났지만, 그렇다고 운에만 기댄 드라마는 아니다. 대본의 짜임새는 허술해도, 나름의 볼거리와 마음을 잡아끄는 유인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캐릭터의 매력이다.

 

드라마업계에서는 불문율처럼 자리한 이야기가 '캐릭터가 살면 드라마가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이야기가 약하다 해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으면 시청자들이 찾아보게 된다는 것. 거꾸로 이야기해서 이야기가 제 아무리 촘촘해도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도 업계의 불문율 중 하나다.

 

그 관점에서 보면 <굿캐스팅>은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의 전형처럼 보인다. 여기 등장하는 국정원 요원 백찬미(최강희), 임예은(유인영) 그리고 황미순(김지영)은 시청자들이 다소 허술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사실상의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의 전부다.

 

한국판 미녀삼총사의 콘셉트를 가져왔지만, <굿캐스팅>은 남녀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뒤집어 놓은 것이 진짜 콘셉트다. 백찬미, 임예은, 황미순이 작전의 전면에서 뛸 때, 팀장이지만 이를 보조해주는 동관수(이종혁)는 때론 현장에서 아이를 보기도 하는 면면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동관수가 상사지만, 사실상은 백찬미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이 관계의 역전은 성 역할은 물론이고 상하식 지위의 역할까지 뒤집는 것으로 통쾌한 웃음을 준다.

 

이것은 백찬미와 윤석호(이상엽)의 멜로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로 남녀 간의 멜로가 주로 남성의 주도로 흘러가던 방식과 달리, <굿캐스팅>은 그 주도권을 온전히 백찬미가 끌고 간다. 물론 두 사람의 겉에 드러난 관계 역시 백찬미가 윤석호의 비서로 상하관계가 설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관계의 면면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백찬미와 임예은 그리고 황미순은 그 캐릭터만으로 우리네 여성들의 현실을 뒤집는 면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볼거리이자 미덕으로 지목되는 액션을 담당하는 백찬미가 당당하고 대찬 능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면, 백수에 가까운 남편의 바가지를 긁는 황미순이나 어쩌다 싱글맘이 되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임예은은 그 여성으로서의 쉽지 않은 삶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는 작전을 수행해내는 인물들이다.

 

이 캐릭터들은 또한 그 색깔이 분명해 이 드라마가 가진 세 가지 색채를 만들어내는 장본인들이다. 백찬미가 시원시원한 액션의 색깔을 보여준다면, 임예은은 짠하면서도 귀여운 색깔을 보여주고, 황미순은 공감대와 함께 빵빵 터지는 웃음의 색깔을 더해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굿캐스팅>을 보며 액션에 몰입되고, 짠한 현실에 공감하며, 빵빵 터지는 웃음에 즐거워진다.

 

물론 여기에는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연기자들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강희는 실로 이 작품을 통해 액션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유인영은 코믹함과 짠함을 귀여운 모습으로 소화해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김지영은 몸 사리지 않는(?) 코미디 연기로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실로 좋은 캐릭터에 좋은 캐스팅이 만나 이뤄낸 시너지가 아닐 수 없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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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5인방의 사랑받아 무럭무럭 크고 있는 캐릭터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야기는 율제병원의 이른바 5인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쾌한 이익준(조정석)과 따뜻한 안정원(유연석), 까칠해도 설렘을 주는 김준완(정경호)과 곰 같지만 속이 깊은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뭐든 똑부러지게 잘 하는 채송화(전미도)가 그들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율제병원에서 벌어지는 자잘해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일상적 사건들의 이야기는 점점 시청자들을 빨아들여 이 드라마는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시청률이 12%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극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5인방이 일상으로 겪는 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5인방만큼 조금씩 존재감을 높여가는 캐릭터들도 이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안정원을 짝사랑하지만 신부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그의 원천봉쇄(?) 앞에서 우울해하는 장겨울(신현빈)은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이 외려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차가워 보이는 인물이 혼자 안정원을 향한 짝사랑을 끙끙 앓는 모습이 너무나 풋풋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장겨울을 소화하는 신현빈은 이전에도 <자백>이나 <미스트리스> 같은 작품에서 시크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바로 이런 시크한 매력에 상반되는 인간미를 더해줌으로써 이 연기자가 가진 진가를 끄집어내고 있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매력이랄까.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 차로 양석형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어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추민하(안은진) 역시 이 작품이 끄집어낸 매력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병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 잠수 탄 동료 때문에 혼자 독박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주지 않는 양석형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추민하는 결국 위급한 산모와 아기를 모두 살 수 있는 처치를 해냄으로써 양석형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능력 있는 의사보다 그 같은 책임 있는 의사가 더 좋다는 말을 들은 것.

 

추민하를 연기하는 안은진의 매력은 JTBC <검사내전>과 OCN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최근 들어 주목받은 바 있다. <검사내전>에서는 게임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존재인 성미란 역할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바 있고,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이상한 고시원을 포기하지 않고 수사하는 지구대 순경 역할을 소화했다.

 

김준완에게 매일 같이 구박을 당하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을 연기하는 정문성은 최근 몇 년 간 굵직한 존재감을 그려내는 연기자다. <라이프>에서 화정그룹 회장으로서 또 사극 <해치>에서는 밀풍군 역할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인 바 있고 최근에는 <방법>에서 강력팀 팀장 역할을 소화했다. 다소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였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가 연기하는 도재학은 너무나 허술한 인간미를 드러내는 캐릭터다. 전세 사기를 당한 데다 환자의 딸에게 엄한 소리를 해 징계를 맞을 위기에도 처하는 인물. 하지만 구박하는 김준완이 의외로 아끼는 인물로서 짠내와 더불어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도재학이다.

 

장겨울도 추민하도 또 도재학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그들을 지지해주는 5인방의 햇살과 물을 받아 무럭무럭 크는 캐릭터들이다. 장겨울의 존재감은 그의 짝사랑 대상인 안정원의 햇살을 받고 있고, 추민하의 존재감은 양석형이 주는 물에 키를 키우고 있다. 또 도재학의 짠내 풀풀 나는 웃음은 김준완과의 케미에서 비롯된다.

 

이들 캐릭터들이 이처럼 그 매력을 키워가게 된 건 이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와도 잘 어우러져 있다. 즉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가 어떤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에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있어 그걸 이겨내게 하고 또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5인방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면서 동시에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도 그런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손길을 받고 자라난 이들 후배들 역시 나중에는 또 다른 이들에게 그 따뜻함을 전하지 않을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처럼 따뜻한 캐릭터들을 통해 매력적인 연기자들을 무럭무럭 키워내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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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이번엔 정&윤으로 시즌2 안될까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가 종영했다. 시청자들은 벌써 끝났냐며 시즌2를 기다린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이에나>는 송&김의 송필중(이경영)이라는 법 위에 선 권력자와 맞서는 정금자(김혜수), 윤희재(주지훈)의 대결을 그렸다. 대법관을 세우고, 사업체를 마음대로 인수합병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까지 바꾸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송필중은 사람을 사냥개처럼 부리다 버리는 인물. 그런 인물에 뭐든 물어뜯는 하이에나의 방식을 살아온 정금자와 그에게 빠져들며 그의 길을 함께 걷게 된 윤희재가 날리는 속 시원한 한방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하이에나>가 특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이른바 ‘정금자의 방식’이라는 조직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해가는 그 방식이 시대적 코드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고 못 가진 자들을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현실이 아닌가. 정금자는 그런 현실과 맞서 자신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저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치열함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의 전체 기조가 대결구도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끝까지 유쾌한 코미디의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정금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었다. 모두가 양복을 입고 모인 주총 자리에 혼자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난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정금자라는 캐릭터의 유쾌함이 담겨진다. 뻔지르르하게 입고 잘난 척 하지만 그 실체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정금자의 그 도발적인 패션만으로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정금자와 윤희재의 멜로 또한 독특했다. 지금껏 봐왔던 멜로의 구도란 주로 남성이 이끌어가곤 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 주도권은 정금자가 쥐고 있었다. 오히려 사랑을 잊지 못하고 정금자를 ‘배알도 없이’ 찾아와 그 주변을 맴도는 윤희재 역시 지금껏 봐왔던 어떤 남성 캐릭터들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치열한 삶 때문에 결코 곁을 내주지 않던 정금자가 조금씩 윤희재에게 마음을 여는 그 과정은 질척임 없이 너무나 쿨하게 그려져 시청자들을 더욱 매료시켰다.

 

드라마는 후반부로 가면서 케이퍼무비의 진용을 갖추었다. 정금자와 윤희재가 중심에 서고 로펌 송&김에서 나와 이들에 합류한 김창욱(현봉식), 부현아(박세진), 나이준(정지환), 박주호(홍기준)와 늘 정금자와 함께 했던 이지은(오경화) 그리고 윤희재의 절친 가기혁(전석호)까지 함께 모여 일종의 팀플레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것.

 

갖가지 법률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정금자와 윤희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의 멜로가 그려지며 나아가 이들과 함께 하는 팀플레이의 진용까지 갖추게 된 <하이에나>. 시즌2 요구가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들 캐릭터와 진용 그대로 색다른 사건들을 풀어내고,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낼 만한 새로운 빌런을 세워두기만 해도 시즌2는 충분히 흥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OTT 시장이 열리면서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해외의 드라마들을 보는 일은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들이 운용하는 시즌제를 우리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하이에나> 같은 드라마는 바로 그 시즌제에 가장 적합한 틀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벌써 끝이냐며 시즌2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송&김 같은 법 빌런과 대적하는 정&윤으로 다시 돌아오기를.(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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