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57)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46)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186,918
Today205
Yesterday311

일 키우는 <무한도전>, 뭘 해도 사건이 된다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너무 거대 프로젝트만 선보이는 거 아니냐는 필자의 우문에 김태호 PD거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시작은 그런 거창한 일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일이 커지게 됐었다는 것. 이건 사실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 그 자체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2년마다 벌어지게 된 <무한도전> 가요제의 첫 발은 출연자와 스텝 수 정도밖에 안되는 관객들 앞에서 노래했던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가요제가 열린 알펜시아 스키 점프대 아래로 모여들었다. 너무 많이 모여든 인파 때문에 김태호 PD는 긴급하게 늦게 출발하시려는 분들은 방송으로 가요제를 봐달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시청률이 무려 21.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음원차트도 싹쓸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한도전>에서 했던 작은 가요제가 이제는 작게 하려고 해도 작아지지 않고 한없이 커지는 사건이 된 것. 음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 프로그램의 힘을 실감하게 만든 것도 <무한도전>이었다.

 

작년 말에 방영되어 90년대 붐을 다시금 일으켰던 <무한도전 토토가>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박명수와 정준하가 소소하게 기획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여기 출연한 90년대 가수들은 다시 화려하게 대중들 앞에 서게 됐다. 심지어 90년대 음원이 다시 차트에 역주행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도 식스맨>은 사실 신규 멤버를 뽑는 과정을 당시 화제가 모았던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해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식스맨은 우리네 예능의 숨겨진 보석 같은 신생아들을 새롭게 조명해주는 프로젝트로 일이 커졌다. 결국 광희가 그 식스맨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진 유병재나 홍진경, 최시원 같은 인물들은 예능 신생아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뽑힌 광희는 <무한도전>의 새 MC로 들어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무한도전> 클래식에서 했던 무모한 도전들을 하나하나 수행하며 조금씩 자기의 영역을 만들어갔다. ‘무한도전 환영식이라는 아이템이 연달아 기획된 것은 식스맨이 가졌던 파장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올 상반기에 화제를 모았던 극한 알바10주년을 맞아 포상휴가 특집을 하게 되면서 해외 극한알바로 일이 커졌다. 과거 방콕 특집으로 옥탑방에서 방콕을 체험했던 기획은 이제 직접 방콕까지 날아가 거기서 세계 각지로 극한알바를 떠나는 모습으로 확대되었다. 해외 극한알바에 이어 시도된 배달의 무도는 이제 지구촌의 거리를 좁혀 놓은 듯한 느낌마저 만들었다. 적어도 어디든 미션을 위해 날아가는 <무한도전>에 있어서 세상은 이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작게 시작했던 아이템들이 이처럼 커다란 사건으로 변모하게 된 건 <무한도전>이 그간 10년 동안 쌓여온 공력을 잘 말해준다. <무한도전>은 어느새 증폭기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관심없는 소소한 것들도 이 안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증폭되어 대중들에게 다가온다. 일이 커지면서 잡음들도 많아지는 건 그래서다.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그림자처럼 남은 쓰레기 문제는 커진 사건만큼 커지는 문제들의 일단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무한도전>은 이제 더 이상 뭘 해도 소소해질 수 없는 운명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 힘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방식으로 쓸 필요가 있다. 물론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가끔씩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무한도전>이 보인다면 어떨까 싶다. 물론 지금도 이런 따뜻한 시선을 늘 <무한도전>을 통해 느낄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Posted by 더키앙

<무도> 식스맨, 패러디에서 시작해 새로운 프로젝트까지

 

도대체 <무한도전>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의 시작을 떠올려보라. 이 아이템은 영화 <킹스맨>의 패러디 정도로 보였다. 물론 거기에는 새로운 멤버를 뽑는다는 결코 작지 않은 목적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지금 현재 기성멤버와 후보들이 팀을 이뤄 각자 스스로 기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야기로 진화될 줄 누가 알았으랴.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종 후보 5명으로 뽑힌 장동민, 광희, 강균성, 홍진경, 최시원이 각각 기획한 아이템들은 그 자체로 하나하나 프로그램화될 수 있는 특집거리였다. 세기의 대결(?)을 꿈꾸며 연예계 전설의 주먹들을 찾아 나선 장동민은 박명수와 팀을 이뤄 주먹들의 승부근성을 살살 건드려주는 것으로 프로젝트 성사의 가능성을 높였다.

 

연예계에 알려진 주먹인 이훈, 이동준을 찾아간 장동민과 박명수는 그들의 화려한 무용담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이 테스트를 위해 준비한 펀치기계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은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소소하게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진짜로 대결이 벌어진다면 의외의 빅 이벤트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패션 테러리스트, 아니 나아가 패션 쓰레기를 찾아 변신을 시켜준다는 광희의 아이템은 얼핏 진부한 느낌을 주었으나 실제로 그들을 만나 꾸며가는 이야기는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 재미는 상당부분 광희와 정형돈의 독특한 케미에서 비롯됐다. 스타제국 직원과 조정치 그리고 유병재가 차례로 등장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보여주는 광희와 정형돈의 호들갑은 <무한도전>식의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유재석과 팀을 이룬 강균성은 단발머리 특공대를 조직해 일 때문에 쉴 여유가 없는 분들을 찾아가 대신 일을 해주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 아이템 역시 그리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유재석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흥미로워졌다. 단발머리 특공대에 김숙, 신봉선, 남창희가 차례로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인맥을 동원해 월드스타를 찾아간다는 야심찬 기획을 내놓은 홍진경은 정준하와 함께 중화권 스타들을 찾아 나섰다. 반복되는 실패로 고심하던 두 사람은 간신히 정준하의 지인을 통해 임달화와의 만남을 기약할 수 있었고 나아가 알란탐을 만날 기대감에도 부풀어 올랐다. 한편 세계적인 인맥을 자랑하는 최시원은 하하와 팀을 이뤄 자전거로 서울을 일주하며 맛집 먹방을 통해 기부를 하는 여러 아이템이 접목된 기획을 선보였다. 계속 자전거를 타야하고 또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통스러워하는 하하의 모습과 먹방 특유의 재미가 곁들여져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처럼 식스맨을 뽑는 과정은 마치 청문회를 치르는 듯한 스튜디오 대결을 선보이더니, 이제는 실제 아이템들을 수행하는 모습으로까지 진화했다. 본래 <무한도전>의 백미는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를 시도했던 것처럼 작은 이야기가 실제 현실이 되는 상황을 보여줄 때다. 식스맨의 이야기는 이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패러디처럼 시작해 멤버 한 명을 뽑는다는 목표로 스튜디오에서의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대결을 보여준 후, 이제 아예 실전으로 들어간 셈이다.

 

이 과정은 이미 여기 다섯 사람으로 압축된 식스맨 후보들이 <무한도전>과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누가 최후의 일인이 되든 그들은 이미 <무한도전>의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템의 진화는 그래서 식스맨을 뽑는 목표에 집중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로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무한도전>10년 간 걸어온 길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소소함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끈질긴 노력을 통한 확장으로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나아가는 것. <무한도전>에는 특별한 진화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Posted by 더키앙

<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Posted by 더키앙

입소문에 의해 희비 엇갈린 <킹스맨><그레이>

 

영화 <킹스맨>의 선전은 놀랍다. 19금 영화로서 400만 관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영화에 대한 홍보가 그리 대단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런 기록은 이례적으로까지 여겨진다. 그저 많은 외화 중 하나일 뿐으로 여겨졌던 <킹스맨>은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흥행에 급물살을 탔다.

 

사진출처: 영화 <킹스맨>

반면 영화 시작 전부터 주부들의 포르노니 전 세계 영화계를 강타한 작품이라는 문구들로 화제가 되었던 19금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하 그레이)>는 애초의 기대와 달리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모양새다. 지난달 말에 개봉했지만 지금껏 30만 관객을 조금 넘어서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이런 희비쌍곡선을 만들었을까.

 

결국 입소문의 영향이 컸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킹스맨>은 애초의 기대보다 훨씬 흥미로운 스파이 액션에 성장드라마 게다가 폭력 미학까지 덧붙여지면서 볼거리가 풍성했다는 의견들이 쏟아진 반면, <그레이>는 기대와 달리 야하지도 또 파격적이지도 그렇다고 무언가 철학적인 탐구도 없었다는 반응이다. <킹스맨>이 입소문의 순풍을 탔다면 <그레이>는 역풍을 맞으면서 점점 열기가 식어버렸다.

 

과거 같았다면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그레이>에 우리네 관객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가 외화에 못지않은 장르적 성과와 흥행 성적을 가져가고 있어서인지 최근 들어 해외의 반응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못되고 있다. 대신 중요해진 건 외화라도 그것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차별점이 뭐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킹스맨>은 국내 영화가 도무지 다루지 못하는 성격의 영화가 아닐 수 없다. 007 시리즈 같은 스파이 액션 장르는 물량 공세도 공세지만 그 문화적 정서적 차이 때문에 국내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 기껏해야 <아이리스><베를린> 같은 남북이 얽힌 우리식의 스파이 액션이 가능할 뿐이다. 게다가 타란티노식의 폭력 미학 역시 국내 영화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영역이다. 우리 영화와는 차별적인 부분이 충분히 느껴지면서 동시에 나름의 장르적 재미에 충실했다는 점은 <킹스맨>의 대성공을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그레이>의 경우는 우리에게 있어서 그리 새로운 소재도 아니고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가학-피학적 섹스에 대한 건 이미 우리의 <거짓말>이 더 실감나게 다룬 바 있다. <거짓말>의 현실성에 비하면 <그레이>는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 성적 소재를 떼어내고 보면 <그레이>는 그저 그런 신데렐라 스토리의 반복이다. 잘 생기고 모든 걸 가진 나쁜 남자에 끌리는 여자의 이야기는 국내 멜로드라마들의 닳고 닳은 소재다. 그러니 우리네 관객들이 <그레이>를 통해 새로운 점이나 신선한 면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 우리 영화계에 있어서도 홍보마케팅 같은 포장은 그것만으로는 영화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게 되었다. 홍보마케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거기에 따른 작품만이 가진 고유한 콘텐츠적인 특징이 묻어나지 않는다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콘텐츠의 자생력에 따라 화제가 되지 않았어도 입소문이 그 힘을 다시 만들어내기도 하고, 제 아무리 화제가 된다 해도 입소문이 그것을 정반대로 뒤집어놓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다는 걸 저 <킹스맨>의 성공과 <그레이>의 실패가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킹스맨>, 타란티노식 유머와 007 스파이액션의 만남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유혈이 낭자한 폭력 미학과 007식의 스파이액션이 만나면 이런 그림일까. 우리에게는 <킥애스>로 잘 알려진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 시크릿에이전트>의 액션이 서 있는 지점은 절묘하다.

 

사진출처 : 영화 <킹스맨>

첫 시퀀스부터가 그렇다. 마치 제임스 본드처럼 잘 차려입은 누가 봐도 스파이인 사내가 누가 봐도 제임스 본드 같은 영국식 절도의 권총 액션을 보여주지만 그 후에 등장하는 건 발이 칼날로 되어 있는 여 고수에 의해 반 토막 나는 사람들이다. 앞부분이 007 스파이액션을 기대케 한다면 그걸 바로 도륙하는 건 이 영화가 그렇게 젠틀맨의 겉모습만이 아닌 적나라한 타란티노식의 유혈낭자 액션 히어로를 그릴 거라는 걸 암시한다.

 

그런데 이 흐름은 또 엉뚱하게도 에그시(태런 애거튼) 같은 청년의 성장드라마로 그려진다. 영화는 흥미진진한 액션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지만 그래도 하나의 메시지를 잡아내는 건 바로 이 루저로 살아가던 청년이 어떻게 젠틀맨이 되어 가는가 하는 지점이다.

 

<킥애스>에서 청소년물에 피가 철철 흐르는 액션을 시침 뚝 떼고 잘도 연결해낸 매튜 본 감독은 역시 <킹스맨>을 통해서도 몸이 반으로 나뉘는 그 살벌한 긴장감과 함께 심지어 그것을 블랙유머로 승화시키는 면모까지 보여준다. 만일 타란티노가 이 영화를 봤다면 박장대소하며 즐거워 했을 지도 모를 장면들이 <킹스맨>에는 가득하다. 특히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폭죽(?)’ 장면은 영화 속 대사 그대로 놀라운 스펙타클을 보여준다.

 

당연히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게다가 스파이 액션은 이미 냉전시대가 끝난 후 007 시리즈를 통해 보여진 것처럼 끝물 아니냐는 관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스맨>이 이토록 대중들의 열광을 얻어낸 것은 그 액션 자체가 독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매튜 본 감독 특유의 인간관과 이질적인 것들을 엮어내는 연출 덕분이다.

 

007 시리즈가 힘이 있었던 것과 또 힘이 빠졌던 것은 모두 냉전시대가 가진 흑백논리와 선악구도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게 구분되는 시대가 아니다. 적인지 아군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때로는 자기만의 논리에 빠져 무수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는 시대. <킹스맨>의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가 갖고 있는 압도적인 살상 능력은 그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든든한 기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마 같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즉 매튜 본 감독이 바라보는 인간관은 성악설에 가깝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 줄 모르는 존재, 때로는 그 위협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그런 존재가 매튜 본이 바라보는 인간이다. 바로 이 인간관은 이 스파이 액션에 타란티노식 유혈 미학이 곁들어지면서도 그 안에 젠틀맨이 되어가는 청년의 성장담을 담아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킹스맨>의 놀라운 선전은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액션과는 사뭇 다른 결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놀라운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 액션의 틀 위에서 폭력 미학이라고 해도 좋을 자극적인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감독이 갖고 있는 인간관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히 메시지로 담아내는 능력. 이것이 <킹스맨>이라는 이종 액션 영화의 매력이다.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