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이 드라마가 ‘선친자’를 만드는 몇 가지 이유

선재 업고 튀어

‘상친자’에 이은 ‘선친자’의 탄생인가. 한때 대만드라마 ‘상견니’에 푹 빠진 이들을 지칭하던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표현이 최근에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빠진 이들을 말하는 ‘선친자’라는 표현으로 재연되고 있다. 혹은 ‘솔친자’나 ‘업튄자’라고도 하는데, 도대체 ‘선재 업고 튀어’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급의 과몰입 반응들을 쏟아내게 만드는 걸까. 

 

그 중심에는 역시 임솔(김혜윤)이 시간까지 되돌려 그토록 구해내려 하는 최애 류선재(변우석)가 있다. 이미 ‘청춘기록’에서부터 큰 키에 조각 외모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변우석 배우인데다, 노래하는 아이돌이자 수영선수 그리고 무엇보다 첫 눈에 반해 임솔에 대한 그 첫사랑을 끝까지 이어가는 순애보의 주인공인 류선재라는 캐릭터를 입어 선친자들 사이에서는, 선재 보는 맛에 월요병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선재 업고 튀어’는 이야기 구조상 바로 이 선재의 위기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걸 애써 되돌리려는 임솔의 타임리프 판타지를 그린다. 최정상 아이돌이었지만 어느 날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로 돌아가 선재가 그 가수의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류선재가 괴한에게 피습당하고 그 사건이 2009년 임솔을 납치했지만 류선재에 의해 제압된 범인의 보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솔은 역시 그 때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려 한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선재를 구해야 한다는 욕망과 더불어, 그걸 대리해줄 존재로서 임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리해주는 인물로 선 임솔을 통해 그가 갖게 되는 슬픔, 안타까움, 기쁨, 설렘 같은 것들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변우석이라는 배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최애’로 서게 된 선재가 전제되고, 그를 구해내기 위한 임솔의 고군분투에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됨으로써 이 드라마는 강력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역시 중요해지는 건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리해주는 임솔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의 연기다. 김혜윤은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감정들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화무쌍하게 보여준다. 2009년으로 돌아가 대학생으로 만나게 된 선재 앞에서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애써 밀어내면서도 술에 취해 화를 내기도 하고 또 슬퍼하기도 하는 그 감정의 진폭들을 김혜윤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이입시킨다. 

 

선재와 임솔의 이 끈끈한 관계성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로서 타임슬립과 연쇄살인범의 범죄가 갖는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가 계속 긴장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바꿔 놓았지만 그래서 또 다른 방향으로 튀어가는 긴장감이 필요해진다. 여기서 연쇄살인범이라는 범죄스릴러적 요소가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그 사건을 막기 위한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도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 운명을 바꾸려는 욕망에 동승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재 업고 튀어’가 가진 과몰입 반응을 만드는 요소는 이러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끝까지 해피엔딩에 대한 전망을 복선처럼 깔아 놓는 지점이다. 대학생이 되어 MT를 가는 중에 선배가 “매년 신입생 첫 MT 때 키스한 사람은 결혼까지 간다”는 전설이 있다고 말하고, 에필로그에서 술에 취한 임솔이 선재와 사고처럼(?)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러한 해피엔딩에 대한 전망들이 깔려 있어 시청자들의 마음은 더욱 애닳게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니 빠져들지” 라고 말하는 ‘선친자’들의 호소가 납득되는 과몰입 장치들이 균형있게 포진되어 있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사진:tvN)

‘선재 업고 튀어’, 타입슬립의 기막힌 변주, 본격 입덕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이 정도면 본격 입덕 드라마라 할만하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시청률이 4.4%(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그간 이 드라마의 팬들은 왜 이렇게 재밌는데 시청률은 오르지 않는가를 못내 아쉬워했다. 마치 팬심을 경험한 이들만이 과몰입하는 마니아 드라마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입소문이 조금씩 퍼지면서 ‘선재 업고 튀어’는 드디어 시청률도 반등하며 마니아 드라마가 아닌 보편적인 공감과 호응을 얻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 변곡점은 7회부터다. 류선재(변우석)와 임솔(김혜윤)이 서로의 운명을 바꿔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낸 시점이다. 과거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의 장애를 갖게 됐던 임솔은 그것이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저지른 범죄였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끝내 도망치다 차에 치여 물에 빠진 임솔을 구해낸 류선재가 병원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등장했고, 마치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게 된 듯 류선재가 임솔을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해내는 장면이 반복됐다. 

 

똑같은 사건이 다른 결말로 이어지는 두 장면이 반복된 건, 누군가 과거를 바꿨다는 이야기다. 그 두 장면이 반복되는 기점에 류선재가 임솔이 갖고 있던 시계를 손에 쥐고 있는 장면은 그 변화된 사건의 전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애초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가게 해주는 시계는 임솔이 타임슬립을 해 현재 사망한 류선재의 운명을 바꾸려는 장치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계는 거꾸로 임솔이 사고(사건이지만)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류선재가 과거를 바꾸려는 장치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선재 업고 튀어’는 팬심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임솔이 최애인 류선재를 구하는 판타지에서 이제 류선재 역시 임솔을 구하는 ‘쌍방 구원 판타지’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렇게 바꿔진 과거에 의해 달라진 미래를 맞이한 34살의 임솔과 류선재의 현재 이야기가 이어졌다. 임솔은 사고를 당하지 않아 두 다리가 멀쩡한 영화사 직원이 됐고, 류선재 역시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단지 스타가 된 류선재와 임솔 사이의 절절했던 관계는 끊겨 있는 듯 보였지만 임솔은 류선재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다. 

 

이로써 모든 위기 국면들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그래도 다가오는 운명 앞에 또다시 위기 상황을 그려냈다. 그건 류선재가 사망했던 당시 상황이 다시금 반복되는 것이었다. 콘서트 당일 일기예보에도 없던 함박눈이 내리고 한강 다리에서 오지 않기를 바랐던 선재가 나타나자 임솔은 반가워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만난 후 돌아간 류선재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운명 또한 바꾼다는 설정으로 임솔이 겪을 사건을 해결했지만, 또다시 류선재의 위기가 등장한 상황이다. 타임슬립 설정이 과거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되돌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판타지로 그려졌다면, ‘선재 업고 튀어’는 그것이 계속 변주되는 방식으로 그려지는 셈이다. 이 이야기 구조 안에서 보면 류선재는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 저지른 사건이 아닐까 싶은 예감을 갖게 만든다. 임솔이 겪은 일들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던 것처럼. 

 

34살로 돌아온 임솔과 류선재의 이야기는 그래서 타임슬립 판타지를 다채롭게 변주함으로써 팬심과 더불어 멜로적 서사를 더 강력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쉽게 예측할 수 있는 판타지의 결말이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다고 할까.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도 튀어 오르고 있는 ‘선재 업고 튀어’가 심상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다. (사진:tvN)

‘고백부부’, 무엇이 이 드라마에 대한 열광 만들었나

사실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에는 약간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정통적인 드라마 형태라기보다는 예능적 요소를 덧댄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현실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KBS <고백부부> 역시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청춘시절로의 타임슬립을 한다는 그 설정이 그런 선입견을 더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타임슬립 장치를 사용해서도 얼마든지 진지한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들도 많았지만,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과 타임슬립이 만나니 조금은 어설픈 코미디 설정의 드라마 정도를 예상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의외로 처절한 현실 부부의 고통스런 삶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치여 점점 마모되어가는 부부의 삶.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어떻게 젊은 날 살아왔으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리게 됐던가 조차 잊어버린 채 결국 이혼을 결정하는 최반도(손호준)와 마진주(장나라)의 이야기.

그렇게 현실적인 면들을 깔아놓고 이뤄진 청춘으로의 타임슬립은 그래서 단순히 젊음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의 신기함과 놀라움, 즐거움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 때의 시간을 다시금 여행함으로써 현재를 되돌아보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대학시절이 주는 그 풋풋함과 첫사랑이 피어나던 시절의 설렘 같은 것들이 드라마에 청춘로맨스로서의 달달함을 선사했지만, 드라마는 동시에 돌아가신 엄마(혹은 장모)를 다시 만났을 때 느끼는 회한이라던가, 아이에 대한 남다른 감정 같은 걸 일깨웠고 나아가 잃고 잊었던 배우자의 소중함을 새삼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파경에 이른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물론 어찌 보면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살벌한 사회 현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회 현실을 바꿔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변해버린 자신의 문제로 환원해 과거로 돌아가 그 자신을 되찾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 드라마의 기조는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나, 부부 간의 사랑이야기 같은 것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끌 수밖에 없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KBS라는 방송사의 다소 보수적인 시청층에게는 이만큼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공적은 이 풋풋한 청춘의 모습과 동시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의 아저씨, 아줌마의 면면을 한 몸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안은 장나라와 손호준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동안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그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이만한 몰입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KBS는 <프로듀사>의 성공 이래 금토 시간대에 여러 차례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드라마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다 이번 <고백부부>가 성공을 거둔 데는 역시 예능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깨는 진지함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타깃층도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무엇보다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는 것. 그것이 <고백부부>가 이만한 반향을 일으킨 요인이 되었다.(사진:KBS)

‘명불허전’의 타임슬립, 의외로 다양한 묘미가 있다

타임슬립은 이제 지겹다? 적어도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다. 조선과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쓰고 있지만, 그 양상이 다채롭고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더 고조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불허전(사진출처:tvN)'

처음 타임슬립은 조선시대에서 왕을 시술하려다 실패한 허임(김남길)이 쫓기다 활에 맞아 다리 밑으로 떨어지며 벌어졌다. 그래서 조선시대에서 갑자기 현재로 온 허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들과 거기서 적응해가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외과의사 최연경(김아중)을 만나고 탁월한 침술로 위급한 환자를 고치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것.

하지만 이 드라마의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허임과 최연경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 함께 조선으로 시간을 뛰어넘은 것. 그러자 이제는 조선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최연경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졌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들어가면서 겪는 그 난감함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게 해준 것.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진왜란이 막 터진 조선 사회에서 죽어나가는 백성들의 처지와 현재 우리네 서민들이 살아가는 그 현실이 비교되었다. 이른바 ‘두 개의 헬조선’이 시간을 뛰어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시대는 달라도 눈앞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해 이 두 의사들이 해야 할 소임들이 조금씩 부각되었다. 

그리고 어째서 타임슬립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걸 알아차린(사즉생, 즉 죽어야 산다는 장치) 두 사람은 이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오히려 함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시간을 뛰어넘어 살 수 있는 길을 연다. 거대한 트럭이 돌진해오자 허임이 최연경을 안고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조선으로 시간을 뛰어넘는 것. 

여기에 <명불허전>은 역사 속 실존인물을 만난다는 또 다른 흥밋거리를 더했다. 허준(엄효섭)이 그렇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허임 역시 실존인물로서 조선시대 침술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드라마는 허준 역시 타임슬립으로 현재를 왔다 간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허임을 현재를 오가게 한 숨은 뜻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허임과 최연경이 임진왜란 속에서 구해준 사야가(타케다 히로미츠)가 훗날 조선으로 귀화한 실존인물인 일본인 김충선이라는 설정도 눈에 띈다. 이처럼 상상과 실제의 과감한 결합이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명불허전>은 또 다른 타임슬립의 묘미를 만들었다. 조선시대에서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한 허임과 최연경이 죽음으로써 현재로 돌아오려 하지만 결국 각각 칼에 맞으며 허임만 홀로 현재로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이 타임슬립을 하던 설정에서 이런 두 사람이 조선과 현재로 갈라지는 방식으로 변주하는 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 하나가 이토록 다채로운 극적 사건들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그 방식들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그저 재미를 위한 장치로만 흘렀다면 너무 가벼워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치를 통해 의사라는 업이 가진 실존적인 질문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헬조선’의 현실 같은 무게감 있는 메시지들이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타임슬립의 변주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같은 걸 해도 어떻게 변주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명불허전>은 입증해 보여주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