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와 <해투>, 그 위기의 원인은

 

유재석의 MC로서의 최대 강점은 게스트들의 캐릭터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능에 있어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나 가수들조차 유재석이 캐릭터로 발굴한 예는 부지기수다. <해피투게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박미선은 대표적인 사례다.

 

'놀러와'(사진출처:MBC)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게스트들을 앞으로 끌어내는 그의 토크 방식은 그래서 그를 배려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런 특성은 그대로 토크쇼에 묻어났다.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는 약간의 형식적인 차이들이 존재하지만 유재석의 이런 특징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그 토크쇼의 본질은 유사하다. 모두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주고 부각시켜주는 ‘긍정의 토크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유재석 토크쇼가 흔들리고 있다. <놀러와>는 최근 400회 특집(사실 400회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을 보여줬지만 시청률은 고작 4%에 머물렀다. 한 때 20%에 육박하던 <놀러와>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해피투게더>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조기에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을 투입, 좀 더 공격적인 토크방식을 부여함으로써 어떤 변신을 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 효과가 두드러지는 건 아니다. 물론 12%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요즘 토크쇼는 시청률보다 중요한 게 화제성이다. 화제성에 있어서 <해피투게더>는 최근 들어 과거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유재석 토크쇼의 위기상황을 불러왔을까. 먼저 달라진 대중들의 기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토크쇼는 ‘넓이’보다는 ‘깊이’에 천착하는 경향이 생겼다. 즉 버라이어티한 면보다는 한두 사람이 나와도 그 사람과의 깊이 있는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된 것. <힐링캠프>의 성공은 이 ‘깊이’있는 토크쇼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때는 기세등등했던 <강심장>이 <승승장구>에게 밀리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고 <라디오스타>가 홀로 잘 버티고 있는 <황금어장>에 <무릎팍도사>의 빈자리가 여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식의 가벼운 웃음과 재미보다는 차라리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달라지게 된 것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대중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최근 서점가에 불고 있는 ‘위로형 에세이’들의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벼운 웃음으로 잠시 동안 현실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 방증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깊게 말해주는 그 위로와 공감을 대중들은 더 원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 토크쇼가 위로와 공감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 화법이 대화보다는 ‘버라이어티’에 더 가깝고, 깊이보다는 넓이에 더 가깝다 보니 토크쇼의 느낌도 그렇게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모를 리 없는 제작진들은 왜 토크쇼를 ‘넓이’에서 ‘깊이’로 전환시키려 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유재석이 가진 유일한 한계점이 숨겨져 있다.

 

유재석은 배려의 아이콘이고 캐릭터 발굴의 달인이지만 그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것은 게스트를 때론 쿡쿡 찌름으로써 그 안에 숨겨진 ‘깊이’를 끄집어내는 토크에 약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유재석 토크쇼의 이런 부분은 다른 MC들이 맡기 마련이다. <해피투게더>의 박명수가 그렇고, <놀러와>의 이하늘(지금은 빠졌지만)이나 김나영이 그런 역할을 하는 MC들이다.

 

깊이는 주고받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려면 그걸 끄집어낼 수 있는 과감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속내를 먼저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재석은 그런 점에서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MC다. 그것은 늘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하지만 이 좋은 습관은 현재의 달라진 화법 속에서 약점이 되기도 한다. 유재석처럼 진행의 달인이 본인의 이름을 딴 1인 토크쇼를 갖지 못한 것도 어쩌면 이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점이자 약점 때문이 아닐까.

 

물론 <놀러와>나 <해피투게더>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거기에는 유재석만이 가진 배려의 화법이 오래도록 배어있었다. 그러니 그 오랜 세월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유재석 토크쇼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물론 그렇다고 유재석이 강호동이 될 수도 없고 김구라가 될 수도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도 안될 것이다. 유재석만이 가진 자신만의 진솔한 대화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그래서 어떤 시점에는 토크쇼가 진정 어울리게 될 유재석이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름 건 토크쇼, 왜 잘 안될까

<고쇼>의 시청률을 갖고 벌써부터 난리들이다.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은 여러 가지 이유로 떨어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다.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로 인해 토크쇼 자체에 대한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또 이렇다 보니 생겨난 높아진 게스트 의존도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잘 나가는 <힐링캠프>도 게스트에 따라 어떨 때는 12% 이상의 시청률을 내다가도 단번에 7,8% 대의 시청률로 떨어지기도 했다.

 

 

'고쇼'(사진출처:SBS)

그러니 시청률 등락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시청률과 상관없이 <고쇼>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쇼>는 그 이름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그 순간부터 어쩌면 어려운 길을 자초한 면이 있다. 본래 특정 인물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는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인지도 있는 유명인이 MC로 자리한다는 것은 물론 큰 장점이지만, 그것을 간판에 버젓이 내거는 건 다른 문제다.

 

이것은 토크쇼에서 대중들이 어디를 먼저 집중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고쇼>를 예로 들어 얘기하면, 이 토크쇼가 고현정쇼로 인식되는 점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먼저 고현정이 토크쇼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대중들의 시선이 있다. 그렇게 고현정에게 집중된 시선은 고현정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제 아무리 편안하게 진행해보자 마음먹어도 그녀에게 떨어지는 다양한 시각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고현정으로 분산되는 시선 때문에 정작 주목되어야 할 그날의 게스트에 대한 집중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점은 치명적이다. 토크쇼는 기본적으로 MC라는 상수와 게스트라는 변수로 유지되는데, 변수에 대한 주목도가 사라지면 토크쇼는 매번 그게 그거인 비슷한 것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결국 토크쇼라는 정체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박중훈쇼>나 <주병진 토크콘서트>가 모두 힘겨웠던 것은 물론 그 토크쇼들이 작금의 대중들의 화법을 따라가지 못한 점이 가장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거기에 이름을 걸었을 때 생겨나는 MC와 게스트로 분산되는 집중력이 작용한 탓이기도 하다. 결국 토크쇼에는 자기 이름을 걸 때 그만큼 불리한 지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빗겨나간 지혜로운 토크쇼들도 있다. 예를 들어 <강심장>은 누가 봐도 강호동을 전면에 내세운 쇼였지만, 제작진은 한사코 강호동쇼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김승우의 승승장구>도 처음에는 김승우를 전면에 세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승승장구>라고 이름을 바꾼 후 김승우를 MC들 중 한 명으로 위치시켰다. 어느 정도 부담감이 사라진 현재 김승우는 <승승장구>에서 과거와는 확실히 나아진 토크쇼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무릎팍 도사>도 결국은 강호동 혼자 했던 것이지만 강호동쇼라 지칭하지 않았고 캐릭터를 사용했다. 이것은 사실상 유재석이 모든 걸 이끌고 있는 <놀러와>나 <해피투게더>도 마찬가지다.

 

실제적으로는 토크쇼 전체를 이끄는 MC라고 하더라도 그의 이름을 내걸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단지 이름을 거는 문제가 아니다. <무릎팍 도사>를 굳이 강호동쇼라고 했을 때는 강호동이 뭔가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로 세우면 그의 역할이 달라진다. 그는 그를 찾아온 게스트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두고 자신은 살짝 비껴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쇼>의 문제는 고현정에 너무 집중된 시선에서 생겨난다. 결국 토크쇼의 주인은 MC가 아니라 게스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고현정이 주인이라도 그녀의 역할은 게스트의 이야기를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스스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토크쇼라는 형식에서 심지어 자신이 중심이라도 MC가 해야될 역할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쇼>는 토크쇼 본질에 가깝게 고현정의 역할을 다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힐링캠프', 이 토크쇼 특별하다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쏟아지다 보니 이제 토크쇼는 어딘지 시시해졌다. 한때 세시봉 신드롬을 만들 정도로 잘 나갔던 '놀러와'가 이제 3% 시청률을 기록하는 게 토크쇼의 현실이다. 이렇게 된 것은 토크쇼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에는 연예인 홍보쇼도 그 자체로 신기했지만, 차츰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대중들에 의해 리얼 토크쇼가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문제는 리얼리티를 끄집어내기 위해 과도한 양념들이 장치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무릎팍도사'는 게스트의 진짜 이야기를 뽑아내기 위해 점방 분위기와 무엇보다 조금은 무식해보이면서도 반드시 속내를 캐내려고 혈안이 된 무릎팍도사라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라디오스타'는 김구라라는 직설어법의 아이콘과 때로는 게스트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저들끼리의 삼천포 토크가 필요했다. 또 '강심장'은 토크 배틀이라는 형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모든 이런 시도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장치들에 때로는 토크쇼가 갖는 본질, 즉 진솔한 대화가 흐려지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힐링캠프'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물론 초창기 '힐링캠프'는 '힐링'이라는 개념의 외적인 조건에 더 집착했다. 그래서 힐링을 떠올릴 수 있는 자연 공간이 게스트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차츰 진화하면서 '힐링캠프'는 토크쇼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갔다. 게스트와 진솔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면 제작진이 꾸며놓은 장소가 아니라 게스트가 가장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 게스트들은 이 유리한(?) 공간에서 마음껏 속내를 터놓을 수 있게 되었다.

 

차인표는 '힐링캠프'라는 토크쇼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저 담담하고 소신 있게 제 할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거울 수 있으며 심지어 그것이 누군가를 '힐링'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알게 해주었다. 김정운 교수도 가감 없는 직설어법으로 심지어 남성들이 갖는 성적 판타지까지 모든 걸 드러내주었다. 신은경은 그간 숨겨졌던 아픔과 고통을 남김없이 쏟아내고 그녀 스스로도 표현했듯이, 얼굴의 화장을 모두 지운 듯한 개운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효리는 이 진솔한 대화의 정점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모든 빗장들을 풀어내고 말 그대로 무장 해제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힐링캠프'가 가진 특별함은 바로 어떻게 이토록 게스트들이 꾸밈없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나온다. 사귀면 결혼해야 한다며 헤어진 연예인을 비난하는 대중들에게 이효리가 "지들은 안 사귀었나? 지들은 첫사랑이랑 결혼했나?"하고 되묻는 장면은 이 토크쇼가 왜 이렇게 솔직한가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런 멘트는 이효리가 MC와의 대화에 완전 몰입해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상한 일이지만 '힐링캠프'에 나온 게스트들은 카메라를 향해 얘기하지 않고 심지어 대중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평상시 친구나 동료를 만나면 그러하듯이 그저 거기 앉아 있는 MC들과의 대화에 몰입한다는 얘기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거기 앉아있는 세 명의 MC들이다. 이경규는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로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특유의 캐릭터를 활용해 질문하고, 김제동은 특별히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한혜진은 진정으로 몰입해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심으로 궁금한 점을 묻는다. 이들이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토크쇼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경규가 때로는 직업병처럼 웃기지 않는 농담을 던졌다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이 토크쇼가 얼마나 진지한가를 잘 보여준다.

 

토크쇼의 본질은 웃음일까, 아니면 대화일까. 그 어느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토크쇼도 토크쇼마다의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은 아무래도 대화가 될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제 아무리 웃긴 토크쇼라고 해도 허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의 대화에서 늘 느끼던 것처럼 말이다. '힐링캠프'가 특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웃음을 포기하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대화에 더 집중하고 그럼으로써 마치 이효리처럼 게스트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대화 그 자체에 몰입하게 만드는데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이것은 아마도 현 침체기에 빠져버린 토크쇼들에 시사하는 바도 클 것이다.

우리가 김구라쇼를 기대하는 이유

 '박중훈쇼'의 실패,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난항. 우리에게 1인 토크쇼는 이제 어려운 일이 된 걸까. 아니 이것은 단지 1인 토크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토크쇼들의 성적표를 보면 게스트에 따른 시청률 편차가 너무 들쭉날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토크쇼 자체의 힘이 아니라 게스트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토크쇼는 단연 '라디오스타'다. 게스트와 상관없이 일정한 재미를 뽑아내주고, 심지어 타 토크쇼에서는 그저 지나쳤던 게스트마저 재발견하게 만드는 토크쇼. 그 '라디오스타'의 중추는 자타공인 김구라다. 최근 들어 토크쇼에 있어서 가장 핫(hot)한 인물인 김구라. 왜 김구라쇼는 기획되지 않는 걸까. 김구라에게 김구라쇼에 대해 물었다.

"(자신의 쇼를 하고 싶다는 건) 모든 MC들의 꿈일 겁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건 바로 토크쇼이기 때문에 토크쇼 MC로서 특화되고 싶은 마음이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너무 양적으로 일이 많아서요(그는 현재 방송만 8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 자체가 들어오는 일을 거절할 수 없게 됐죠. 제가 뭐 완전 톱스타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 위치가 올라가고 여건도 괜찮아지면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토크쇼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게스트들이 저의 캐릭터를 믿고 편안하게 하면서도 속에 있는 얘기를 공격적으로 물어보는 그런 토크쇼 말이죠. 사실 꽤 오래도록 토크쇼를 해와서인지 이제 노하우가 어느 정도 생겼고, 또 이 분야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김구라의 화법은 초기에는 '독설'이 부각되면서 불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독설은 언젠가부터 '직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배려한답시고 빙빙 돌려 얘기하는 기존의 토크 방식을 '진정성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독설이 직설로 여겨지게 된 건, 물론 김구라만이 갖는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과감한 토크 방식 때문이다. 작금의 토크쇼들의 침체가 전반적으로 게스트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토크 방식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볼 때, 김구라식의 화법은 어쩌면 여기에 대한 대안이 될 지도 모른다. 그의 직설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성향이 그렇습니다. 제 성격 중 하나인데, 저는 사람을 만나서 혈액형을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주로 어디 살아요? 이런 현실적인 것에 더 관심이 가죠. 그래서 토크쇼도 현실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겠죠. 또 제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아닌지 빈틈(?)을 찾기도 하죠. 또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는 건 별로 호응을 안 해주는 성격입니다. 처가댁 같은 데 가서도 식구들하고 얘기를 별로 안 해요. 관심이 없는 걸 얘기하니까. 또 예의를 딱딱 차리는 그런 성격도 아니라... 이런 면들이 토크쇼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독설(?)이 그저 아무렇게나 툭툭 던진다고 먹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실 우리처럼 '예의'에 민감한 민족도 없으니까. 따라서 어떤 맥락과 상황에 어떤 정도의 수위와 강약 조절을 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독설은 작정하고 하면 안 됩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의욕이 과잉돼서 뭔가 확실한 걸 보여주려고 아무 맥락 없이 강하게 멘트를 날리기도 하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잘못하면 분위기만 썰렁해질 수 있죠. 연기에서 합이 중요한 것처럼 독설도 그 맥락과 감정 선이 중요합니다. 게스트와의 토크 속에서 감정 선이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에 터져야 독설은 효과가 있죠. 마치 배우들이 연기할 때 감정 선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처음부터 세게 해주세요.' 막 그러시는데 어떻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독설을 던집니까. 뜬금없이 던지는 건 무리수죠. 또 연예인이 나왔을 때랑 일반인이 나왔을 때랑 상황도 다릅니다. 일반인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측면이 많아지죠. '화성인 바이러스' 같은 걸 하면서 이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특이하신 일반인분들이 나오시면 거기다 대고 독설만 던질 수는 없더라구요. 오히려 더 많이 듣고 배려하게 되더군요."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라스의 서병기(대표적인 대중문화 전문기자)'로 불린다. 박명수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김구라에게 "당신이 서병기야? 임진모야?" 했던 것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이렇게 불리게 된 것은 김구라만의 분석적이고 냉철한 이미지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점에서 보면 이런 태도는 기자와 비슷한 점이 있다. 토크쇼를 하나의 인터뷰로 볼 때, 김구라는 확실히 무언가를 캐내려는 호기심 많은 기자를 닮았다.

"(웃음) 그렇게 불러주시니 너무 좋죠. 분석적인 토크 방식이라고 하시는데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비유 같은 걸 많이 쓰고 그래서 붙여진 별칭인 것 같습니다. 제가 비유를 좀 많이 쓰는데요, 예전에 딴지일보 그런 거 할 때 우리가 뭐 정치를 아나요? 만날 룸싸롱 같은 것에 비유하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 좀 현실적인 비유들을 하는 게 습관처럼 배인 것 같습니다."

김구라가 실명을 거론하는 것이나 게스트를 직접적으로 몰아세우는 그 바탕에는 그 당사자와 게스트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깔려 있다. 이것은 토크쇼가 어떤 방식으로 게스트를 배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게스트 좋은 대로 편안하게 두는 그런 배려는 결국 대중들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토크쇼의 MC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는 게스트와 시청자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을 연결시키기 위해 과감할 때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명 토크를 많이 하는데, 사실 인터넷 방송 할 때는 전부가 실명이었거든요. 뭐 죄진 사람도 아닌데 실명 거론하는 게 그다지 잘못된 것 같진 않아요. 그런데도 왜 실명을 얘기 하냐 뭐라 하시기도 하죠. 하지만 실명 얘기 안하면 재미가 없어요. 또 M본부, S본부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좀 우스워요.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물론 조금 강하게 실명으로 누군가를 언급하거나, 또 게스트에게 강한 질문을 던지는 건 제 나름의 게스트 배려 방식입니다. 그렇게 주목되게 만드는 거죠. 뭐 신인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만, 이미 탑에 있는 친구들은 안 좋아하는 경우도 있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입장 이해해요. 그래서 그런 거 싫어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저도 굳이 그런 얘길 안하게 되죠."

게스트를 배려하는 토크쇼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감동'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래서 때로는 웃음보다는 눈물이 더 많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김구라는 지금껏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일이 없다. 심지어 눈물 짜는 게스트에게 "가지가지 한다"는 독한 멘트를 날려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으니까(여기에는 그만한 당시 상황의 이유가 있었다).

"그 때 강원래씨 나왔을 때 했던 "가지가지 하네"라는 멘트가 무슨 '기념비적인 장면'이라고까지 얘기되기도 했는데요, 사실 그 때 상황은 눈물 흘리는 사람한테 독설을 날린 그런 게 아니었어요. 강원래씨가 갑자기 울지 않아야할 분위기에서 눈물을 흘리게 된 거죠. 그러자 구준엽도 그렇고 전부가 어색해진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멘트를 던졌더니 강원래씨도 같이 웃고 넘어갈 수 있었죠. 뭐 저보고 방송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본래가 눈물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요즘은 나이 사십을 넘기면서 조금씩 살짝 올라오는 게 있기도 하더군요."

김구라는 유재석에 대해서 "정말 야외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예능인"이라고 했다. 자신이 아무리 야외에서 열심히 해도 유재석을 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스튜디오 안에서만큼은 자신도 어느 정도 자신만의 영역을 세우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것은 실제로도 맞는 이야기이고 우리가 김구라쇼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요즘 토크쇼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요즘 토크쇼가 (시청률이) 많이 빠졌죠. 그만큼 대중 분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올 질문들이 딱 보이는 상황에서 재미있는 답변이 나오기는 어렵겠죠. 해외의 토크쇼들은 좀 더 직접적이고 흥미진진한 얘기를 해야 되는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우리도 그런 쪽으로 점점 흐름이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구라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와 날카롭고 이지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적어도 이런 캐릭터가 하는 토크쇼라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진정한 게스트와 시청자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갔다. 이제 달라진 예능 환경과 대중들의 화법에 대한 욕망은 김구라라는 캐릭터를 점점 무르익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아마도 많은 대중들이 김구라쇼를 기대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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