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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에서 망작으로, ‘리얼’·‘미이라’·‘트랜스포머5’가 놓친 것

무려 200억의 대작이었지만 천하의 김수현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영화 <리얼>은 평단과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혹평에 박스오피스 5위로 주저앉았다. 멀티플렉스에 적지 않은 개봉관을 확보하고도 <리얼>은 6일 하루 5,900여 명 정도의 관객 수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옥자>는 넷플릭스 동시방영으로 멀티플렉스들이 모두 등을 돌린 가운데서도 6일 하루 무려 9,400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역시 영화 흥행의 관건은 작품성에 있다는 걸 단적으로 알려준 사례다. 

사진출처:영화<리얼>

톰 크루즈가 출연함으로써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미이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국내 관객들이 특히 선호하는 톰 크루즈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만들어낸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누적 관객 수 366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외화 흥행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이라>의 흥행을 과연 성공으로 볼 수 있을까가 미지수다. 만일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였다면 훨씬 더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한국에서 개봉했던 영화들의 성적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라. 톰 크루즈가 또 나오는 <미이라> 후속작이 나온다면 과연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볼까. 고개가 갸웃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해의 ‘망작’으로 기록될 영화는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가 아닐까. 무려 3,0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지만 산으로 가는 스토리 때문에 그나마 팬들이 많은 국내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트랜스포머>는 5일 현재 240만여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거의 독과점에 가깝게 확보한 멀티플렉스의 스크린수를 감안해 보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트랜스포머>는 전국 2,500여 개의 스크린 중 무려 1,700여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거의 빈 채로 영화가 상영되는 결과를 맞았다.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건 작품들이 출연자, 제작자의 명성과 막대한 물량 투하를 통한 스펙터클을 보여줬을지 몰라도 기대 이하의 스토리가 이 모든 걸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김수현이 1인2역의 연기를 보여준 <리얼>의 경우, 그가 연기에 혼신을 다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이지만 감독 스스로도 갈무리되지 않은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관객들에게는 ‘불편한’ 작품이 되었다. <미이라>는 사실 보석 하나를 깨뜨림으로써 모든 게 해결되는 마지막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너무나 허망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는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한 결과 어느 하나도 집중시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40억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들인 <박열>이 간단히 150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걸 보면 역시 현재의 영화 판도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작품성과 그로 인한 입소문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출연자나 제작자의 이름값이나 그 이름에 기대 투입되는 막대한 물량은 오히려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다. 물론 투자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 투자가 오롯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투입될 수 있어야 그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이제 더 이상 똑똑해진 관객들은 화려한 포장에 그리 휘둘리지 않는다.

Posted by 더키앙

'트랜스포머', 무려 3천억 원을 들여 졸작을 만들다니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어느 정도의 혹평이 따라붙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이니 평가들도 보기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이 시리즈를 계속 연출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세계 흥행 기록에서 우리나라의 흥행실적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사진출처:영화<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하지만 이번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 성격이 다르다. 진심어린 혹평이다. “스토리도 엉망이고 기억나는 장면도 없고 돈이 아깝네요.”, “예고편만 수십 편 보고 나온 느낌”, “그냥 로봇 만화 실사판 수준” 같은 평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보다 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말이다. 상상이 가는가. 끊임없이 터지고 깨지고 무너지고 지구가 종말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는 장면들이 쏟아지는데도 졸음이 온다는 것이. 

그래서 설마 그 정도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진 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실제로도 영화가 졸립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영화 전반부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 인물들이 마구 뒤섞여서 나오는 바람에 관객들은 누구에 몰입해야 할 지를 알지 못한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로봇들의 액션이 터지지만 몰입 대상이 없는 액션은 산만의 극치다. 그래서 그 한 시간은 즐겁기 보다는 정신없기 마련이다. 

그나마 괜찮게 보였던 아서왕과 트랜스포머를 연결시킨 도입부분은 현재 시점으로 들어오면서 지리멸렬해진다. 액션 신들을 잡아놓고 스토리를 연결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스토리를 잡아넣다 보니 그 연결고리가 허술해진 것인지, 영화는 끊임없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관객이 몰입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인물들은 상황설명을 하고 있으니 영화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몰입이 떨어지게 되면 <트랜스포머> 같은 CG 기반의 영화는 졸지에 만화 같은 느낌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신의 창조주에 의해 인류의 적으로 돌변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정신을 되찾고 되돌아와 “오토봇들이여!”하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 갑작스런 변화와 과한 진지함에 실소가 터진다. 세상에 옵티머스 프라임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라니.

트랜스포머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 정도니 다른 인물들은 더 심각하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안소니 홉킨스 같은 대배우가 출연하고 있지만 그 역시 영화 속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고아 소녀 이사벨로 모너는 간간히 멋진 장면을 연출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는 바람에 중간에 사라졌다 마지막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그녀는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무려 제작비 3천억 원을 들인 대작이라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그 과잉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졸작이 되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기보다는 스토리가 과잉이라 어떤 캐릭터에도 몰입이 되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둬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 시리즈도 그런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Posted by 더키앙

달라진 대중들, 해외 반응이 아직도 중요한가

 

“<아바타> 못지않은 작품 만들 겁니다.” “<아바타><트랜스포머>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애초에 <디워2>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중국 화인그로벌영사그룹에서 5억 위안(9백억 원)의 투자를 받아 제작하고 있는 <디워2>에 대해 심형래 감독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사진출처:<디워2> 제작사

사실 모두가 심형래 감독은 끝났다고 생각하던 차에 중국으로부터 들려온 9백 억 투자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그간 언론에 별로 얼굴을 내밀지 않던 심형래 감독이 요즘 자주 인터뷰 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한 마디로 굉장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중들은 반신반의하는 입장을 보인다.

 

국내에서 <디워>가 개봉됐을 때 일어났던 애국 마케팅 논란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상승효과를 거둬 이 영화가 흥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심형래 감독의 파산 소식이 들려오면서 <디워>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해졌다. 그래서일 것이다. 작품이 나오기도 전에 <디워2>에 대한 심형래 감독의 말들이 잘 믿기지 않는 것은.

 

국내의 시큰둥해진 반응에 해외의 투자 유치 같은 우리와는 상반된 반응을 꺼내 <디워2>를 홍보하는 건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영화 마케팅이다. 그간 그토록 많았던 영화제 반응과 해외 반응 같은 소식들은 사실은 국내 시장을 위한 마케팅방식의 하나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런 방식은 꽤 괜찮은 효과를 가져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 걸까.

 

최근 칸느 국제영화제에서 연일 타전되어 들어오는 이야기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에 대한 해외 반응이다. 시사회가 열린 후 문제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극과 극이라는 반응을 내세워 논쟁적인 영화로서의 이미지도 갖게 됐다. 게다가 마켓에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구입 문의가 이어진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아가씨>로서는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식의 홍보마케팅 방식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러한 해외 반응에 더 이상 국내의 대중들이 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식의 홍보마케팅이 궁금증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 영화의 성공여부는 작품의 성취에 의한 실제적인 입소문이 절대적이다.

 

아직 <디워2>는 제작도 되지 않았고 <아가씨>는 국내에서 관객들이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 기대감을 자아내는 해외 투자나 반응을 먼저 끄집어내는 지도 모른다. 투자를 얼마 받았건 해외 반응이 어떻건 작품에 대한 평가는 결국 작품 고유의 완성도나 대중성에 의해 냉정하게 이뤄질 것이다. 온전히 작품을 저마다의 취향으로 감상하는 시대에 마치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영화 측의 설레발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항간에는 아직도 해외 반응이 그리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관객들은 확실히 달라져 있다.

Posted by 더키앙

우주로 가는 '트랜스포머', 시골로 가는 우리영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의 바람몰이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개봉 첫날 '트랜스포머2'는 5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를 접해보면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보았을 변신로봇에 대한 로망은, 주인공의 말 잘 듣는 오토봇들의 휘리릭 뚝딱 변신 CG가 주는 짜릿함으로 우리의 시선을 압도해버린다. 게다가 1탄에 비해 2탄은 그 시공간의 스케일이 더 커졌다. 원시시대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시간과, 미국의 한 동네에서 전지구로 확장되고 거기서 또 우주까지 펼쳐지는 공간은 마치 지구라는 별을 하나의 장난감 놀이하는 공간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영화의 압도적인 스케일이 가져온 결과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이 영화가 주는 감각적인 만족감이다. 거의 두 시간 반 동안을 쉬지 않고 달리는 그 속도감은 거기에 편승한 관객들을 짜릿한 롤러코스터의 세계로 인도한다. 달려 나가는 자동차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현란할 정도로 빠른 변신, 끊임없이 뛰고 또 뛰는 주인공들, 출격하는 전투기들, 탱크들, 긴박한 국방성의 움직임까지, 그 속도 있는 전개는 스토리의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어딘가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온다. 스토리가 주는 맥락의 재미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효과로서의 영화가 자리한다. 이것은 사실 블록버스터가 추구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판타지의 극점이며, 시각과 음향으로서의 영화 효과가 가져다주는 롤러코스터적인 감각적 만족감의 정점을 달리는 '트랜스포머2' 앞에 우리네 영화가 가진 면면은 언뜻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우리 영화는 이제 이 거대한 블록버스터 앞에서 여름 영화 시장을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영화가 이 거대 블록버스터에 대처하는 자세가 꽤 의미 있고 효과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북이 달린다'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시골형사의 탈주범 추적기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시골형사와 탈주범이 취하고 있는 대결구도의 뉘앙스는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와 취하고 있는 그것과 유사하게 보인다. 즉 탈주범은 혼자 몇 명의 형사들을 상대할 정도로 싸움에 능하고 두뇌회전도 빠르며 대담한 반면, 시골형사는 거북이처럼 굼뜨기 그지없고 싸움도 잘 못한다. 그런 그가 탈주범을 추격하고 결국에는 잡을 수 있는 것은 돌봐야할 가족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조금은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이 설정은 그러나 장르적 문법 속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독특한 가족중심주의와 맞아 떨어지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새로 개봉할 영화, '킹콩을 들다' 역시 이야기는 중심이 아닌 시골 변두리로 향한다.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시골여중으로 내려간 역도부 코치와 역도선수로 커나가는 시골소녀들의 눈물겨운 한 판 들어올리기가 그 주 내용이다. '거북이 달린다'가 지칭하는 거북이가 토끼를 상정하는 것처럼, '킹콩을 들다'의 킹콩은 이 자그마한 시골소녀를 상정하게 한다. 즉 '거북이 달린다'의 대결구도가 마치 블록버스터와의 대결구도로 그려지는 것처럼 '킹콩을 들다'의 킹콩 역시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 대적해야할 블록버스트의 뉘앙스를 풍긴다.

'트랜스포머'가 우주로 날아갈 때, 우리 영화는 시골로 내려간다. '트랜스포머'가 전 지구적인 이야기를 건넬 때, 우리 영화는 우리 이야기로 승부를 건다. '트랜스포머'가 감각적인 영화 효과에 기댈 때, 우리 영화는 감성적인 영화의 스토리와 영상에 기댄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거북이는 토끼와 대적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이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소녀는 킹콩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인가. 화려한 '트랜스포머'의 멋진 변신 앞에서 이들이 그 성공을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처하는 자세만큼은 상당히 다부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Posted by 더키앙
'트랜스포머'라는 두 시간 반 동안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롤러코스터에 동승하려면 먼저 생각 따위는 집어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할 겨를조차 없게 화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로봇들은 달려나갑니다. 왜 이 로봇들이 변신 전, 자동차의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이 영화는 롤러코스터의 속도감 그 자체를 즐기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위에서 생각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안전벨트를 고정시키는 것처럼, 이 영화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그 장본인은 트랜스포머라는 매혹적인 변신로봇이죠. 어린시절 변신로봇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휘리릭 뚝딱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변해가는 트랜스포머에 눈길을 뺐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엄청난 힘. 게다가 주인공에게 복종하는 로봇이라니! 이건 완벽하게 어린 시절 로봇을 통해 가졌던 판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1편에 이은 '패자의 역습'은 그 속도감이 더 붙었고, 거의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강력해진 롤러코스터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두 시간 반 동안 타고나면 그 속도가 주는 쾌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죠. 이 영화에서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거꾸로 만일 이 영화에 속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생각의 여지는 이 로봇들의 지구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을 우스꽝스러운 어린아이 장난으로 여기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달려나가는 자동차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현란할 정도로 빠른 변신, 끊임없이 뛰고 또 뛰는 주인공들, 출격하는 전투기들, 탱크들, 긴박한 국방성의 움직임까지, 그 속도있는 전개는 스토리의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어딘가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옵니다. 스토리가 주는 맥락의 재미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남는 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효과로서의 영화가 자리합니다. 이것은 사실 블록버스터가 추구하는 세계이기도 하죠.

스토리와 영상의 메시지보다는 블록버스터가 추구하는 영상의 효과가 주는 짜릿한 작열감은 '트랜스포머' 그 자체입니다. 음향효과는 이제 우리의 피부를 소름돋게 만들 정도로 실감을 전달하는 힘을 발휘하고, 또 CG로 직조된 시각효과(정신없이 변신하는 로봇으로 대변되는)는 우리의 뇌가 아니라 몸으로 영화를 감각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은유적 표현으로 블록버스터를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는 것을, 더이상 표현에 머물게 만들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냥 롤러코스터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죠.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벗어날 때 똑같은 여운을 갖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러 영화관에 가는 시대에 살고 있고, '트랜스포머'는 거기에 딱 맞는 신종 롤러코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스토리를 쳐다보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에 비해 스토리는 더욱 앙상해졌고, 개연성은 허점이 더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더 빨라진 속도는 그런 것들을 지워버리는 효과까지 발휘하죠. 그 이상은 기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올라타고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롤러코스터니까요.
Posted by 더키앙

'트랜스포머'와 거북이의 대결, 누가 이길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졸속으로 치러진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가져온 파장이 만만치가 않다. 80분이나 늦게 도착해 별다른 사과도 없이 대충대충 치러진 행사에 취재진이 보이콧하는 이례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졸속 행사와는 달리 화려하게 지극히 정상적으로 치러진 일본의 행사와 비교되면서, 국가적인 무시로 비화돼, 극장 보이콧을 하자는 네티즌들의 의견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관심을 만들어 국내의 '트랜스포머' 흥행에 오히려 불을 지를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 사건은 때 아닌 한일 감정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 우리의 반응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일본 네티즌들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태도를 유치하고 치졸한 대응이라는 식으로 비난하고 나섰고, 이것은 다시 우리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트랜스포머'의 원작이 일본 것이라는 의식은 그 한일 감정의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21세기에 대중문화에 있어서까지 애국주의라든가, 한일 감정 같은 양상으로 비화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의 행사가 보여준 태도는 어쩌면 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견지하는 태도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강자의 논리 혹은 경제의 논리 그것은 또한 블록버스터의 논리이자 미국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 단순한 오락영화 속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물론 이것은 일본 원작이지만 영화 속에는 이 미국적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다)이 저 졸속 행사에서의 단면처럼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돈의 위력이 만들어내는 현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세계가 던져주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블록버스터의 롤러코스터 타기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는 건, 어쩌면 농구가 미국선수들의 체형에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똑같은 전략으로 우리네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할리우드의 그것과는 조금씩 다른 체형과 개성을 갖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식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일 테니까.

그런 면에서 '거북이 달린다'는 할리우드 액션에 맞서는 우리 식의 대안처럼 보인다. 전 지구적인 배경 대신에 충청도의 한 조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삼고, 엄청난 힘을 보유한 로봇들 대신에 탈주범에게 매번 깨지고 터지는 시골 형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는 바로 그 토속적인 선택들 때문에 오히려 할리우드 액션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폼생폼사 하는 도시의 형사들이 보여주었던 외형을 벗어내자, 그 안에는 때론 배꼽 잡게 웃기고 때론 눈물 나게 먹먹한 한 인간으로서의 형사의 모습이 고개를 들고, 그것은 불황 정서와 맞닥뜨리며 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거북이 달린다'는 바로 이 작은 몸체의 느리기만 해보이는 거북이도 달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고, 그 달리는 것이 꽤나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이며, 때론 그 거북이 걸음이 토끼 걸음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영화다. '트랜스포머'의 졸속 행사로 인해 우리가 보게 된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블록버스터의 실체를 목도한 현재, 거북이와 트랜스포머의 대결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해졌다. 거북이는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곧 트랜스포머도 경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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