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원작의 영향일까, ‘슈츠’라는 법정물의 특이함

이 법정물은 확실히 특이하다. 지금 현재 다뤄지고 있는 요양병원 간호사 파업이라는 소재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를 보면 KBS 수목드라마 <슈츠>가 지금껏 우리네 법정물이 그려내던 풍경과 얼마나 다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사회 정의에 대한 갈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서인지, 법정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파업’ 같은 소재에서 드라마가 손을 들어주는 건 대부분 노동자들이다. 사측이 하려는 인력감축에 맞서 오히려 인력을 확충해달라고 요구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라면 응당 그 노동자들인 간호사들의 요구가 관철되는 과정을 담는 게 우리네 법정물들이 보여줬던 이야기의 방향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츠>는 다르다. 물론 간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서 고연우(박형식) 같은 인물이 그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어떤 합의안을 도출하려 애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고연우는 마침 그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할머니를 통해 그 곳의 간호사들이 인력이 부족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또 이른바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라는 잘못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본래 타인에 대한 남다른 공감능력을 가진 고연우는 그래서 간호사들이 원하는 건 임금인상이 아니라 인원 확충이라는 걸 간파하고 이를 사측과의 협상안으로 내놓는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런 고연우의 해결책이 관철되고 간호사들도 사측도 고개를 끄덕이는 결과로 끝나겠지만, <슈츠>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측의 변호인일 수밖에 없는 강&함 로펌의 입장으로서 사측의 본래 목적이 인원 감축이었다는 사실을 들며 고연우의 협상안을 파기해버린다. 협상 테이블에 나타난 최강석(장동건)은 협상안 대신 파업 주동자들에 대한 해고통지를 알린다.

<슈츠>는 애초부터 파업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단순한 판타지를 그리기보다는 그 사건을 두고 강&함 로펌 내에서 벌어지게 된 권력 다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새로이 등장한 함기택 대표(김영호)가 최강석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이 사건에 손을 댔고, 타인에 대한 남다른 공감 능력을 가진 고연우를 이용해 간호사들과의 협상안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내려 했던 것. 결국 최강석을 물 먹이기 위해 고연우까지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강석 역시 그저 당하기만 할 인물은 아니었다. 애초에 함기택이 고연우에게 손을 뻗칠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슬쩍 자신의 어쏘인 고연우 이야기를 흘림으로써 함기택이 그를 이용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나오게 된 협상안이 사실은 병원측의 요구와는 상충된다는 사실을 들어 오히려 함기택을 몰아붙이려 했다는 것이다. 고연우는 그 중간에 끼여 이리저리 이용되는 인물이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파업이라는 사건은 애초에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중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그것 역시 어찌 보면 이 드라마가 진짜로 그리려는 강&함 로펌 내부의 권력 싸움을 본격화하기 위한 소재의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고연우가 함기택과 최강석의 권력 싸움에 이용당했듯, 그 사건 케이스도 드라마가 담으려는 갈등구조에 이용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선택은 최근 그 많은 법정물들이 저마다의 사회 정의에 대한 갈증을 판타지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랍고 과감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선택은 미드 원작이라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쿨한 드라마 정서가 작용한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로펌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싸움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녹여내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막연한 판타지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이전투구의 장을 보여주는 <슈츠>는 확실히 특이한 면이 있다.(사진:KBS)

JTBC로 앵커 복귀하는 손석희, MBC는 왜?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한다. 지난 2000년 MBC <아침뉴스 2000> 이후 13년만의 앵커자리 복귀다. 그런데 그가 복귀하는 곳은 친정인 MBC가 아니라 JTBC다. 앵커로서 또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라디오 MC로서 손석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 아나운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아나운서를 놓치는 건 방송사로서는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즉 MBC를 떠나 JTBC에 새로운 둥지를 튼 손석희 사장은 그 거취 자체로 그간 MBC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가를 말해준다.

 

'JTBC 뉴스 시사(사진출처:JTBC)'

손석희의 앵커 복귀로 JTBC의 시사 보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물론 지금껏 채널A나 TV조선 같은 종편 채널들의 시청률에 목맨 마구잡이식 보도 행태로 종편 전체의 시사 보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석희가 JTBC의 보도 부문 사장으로 영입되고 온전히 그의 손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맡겨진 상황이니만큼 얼마나 다른 방송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석희가 아닌가.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할 <뉴스9>이 뉴스의 패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미 속보전에서 뉴 미디어에 밀려버린 TV 뉴스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뉴스 보도 패턴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뉴스9>은 이러한 관행적으로 해온 리포트의 백화점식 나열을 자제할 거라고 한다. 대신 당사자나 전문가 인터뷰, 심층취재를 강화해 TV 뉴스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이밖에도 시사 부문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정관용 라이브>를 맡고, MBC에서 퇴사해 프리선언을 한 문지애 아나운서가 일일 교양 프로그램 <당신을 바꿀 6시>의 진행자로 나선다고 한다. 여기에 역시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가 된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미 <비밀의 화원>이라는 프로그램에 MC로 활약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손석희, 문지애, 오상진 모두 MBC가 밀어낸 아나운서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사적인 네트워크의 시각을 볼 필요는 없다.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이야 방송이 생계일 수밖에 없고 문지애나 오상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된 아나운서들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이 JTBC로 가든, 아니면 케이블 방송을 하든(오상진은 실제로 여러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것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게다.

 

다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왜 MBC는 이렇게 촉망받는 아나운서들을 모두 온전히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밀어냈던가 하는 점이다. 아나운서들은 사실상 방송 배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직업군들이다. MBC 사태에 대해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문지애나 오상진이 방송국 내에서 어떤 처지였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수한 선배들이 아직도 프로그램 하나 맡지 못하고 외곽으로 떠돌고 있지 않은가.

 

보통의 회사원들이 사표를 낼 때와 마찬가지로, MBC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사표를 쓴 것 역시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진로가 있었을 것이다. 즉 문지애 아나운서나 오상진 아나운서가 류승룡이 소속된 프레인 TPC에 모두 전속계약을 한 것은 이들 역시 나름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표를 내는 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건 역시 회사의 책임이 크다. 손석희를 비롯해 최일구, 문지애, 오상진 등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빠져나가면서 MBC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 상당부분 놓친 게 사실이다.

 

한때 서민들의 입과 귀를 대변해주었던 <MBC뉴스데스크>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PD수첩>이나 <시사매거진 2580> 같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진 상태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다큐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때 금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스페셜>은 근 몇 년만에 그 존재감을 상실한 상태다.

 

결국 방송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특히 방송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얼굴인 아나운서의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그 얼굴들로만 보면 MBC는 JTBC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뉴스 시사 프로그램이 사실상 방송의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것은 MBC로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MBC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을까. 물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앞으로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행보는 MBC에게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밤'의 힘 알 수 있었던 이혁재 해프닝

 

개그맨 이혁재가 <세바퀴>에 출연해 <진짜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에 대해 언급한 일은 의외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물론 약간의 농담이 섞인 이야기였을 테고 따라서 이 정도까지 파문이 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와 덧붙여 생각해보면 두 프로그램에 출연을 희망한다는 식의 멘트는 자신의 절실함을 표현한 말 그대로의 희망사항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바퀴(사진출처:MBC)'

하지만 그럼에도 파문이 커진 것은 과거 술집 종업원 폭행사건 이후 급전직하한 그의 이미지가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사건은 이혁재가 그간 보여주었던 건실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폭력예방 홍보대사로까지 활동했던 그가 연루된 ‘폭력사건’은 그 자체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사건으로 2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이혁재는 “<무한도전>의 수명이 1년 반”이라는 식의 멘트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것도 종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TV조선에서, <무한도전>이 MBC 파업에 동참하고 있을 때 던진 이 멘트는 실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TV조선의 MBC 파업에 대한 비아냥을 그대로 담은 듯한 인상을 주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색채를 떠나 같은 방송인으로서 제 아무리 자신이 급박하다고 해도 이런 식의 멘트는 상식적이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혁재의 이미지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의 출연 희망을 언급한 것 역시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것은 이혁재가 대중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일밤>의 두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가 서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혁재에게 남아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잔상은 <아빠 어디가> 같은 청정 순수 프로그램에는 심지어 위협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것은 지금 현재 <일밤>의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두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말 예능의 최고 위치에 오른 것은 재미있고 신선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꺼이 이들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윤후의 안티카페가 생겼을 때 대중들이 모두 나서서 결국 카페를 폐쇄시키고, ‘윤후야 사랑해’로 검색어를 바꿔놓은 사건(?)은 대중들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것은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으로 김영옥 선생님에 이어 변희봉 선생님이 들어간 것에 대해 대중들의 호평이 이어진 것은, 거기 출연한 병사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대중들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가족과 형제를 위해 기꺼이 땀 흘리는 병사들에게 어찌 뭉클한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맨발의 친구들>에서 강호동이 ‘위기설’을 얘기하고, <1박2일>에서 이수근이 프로그램의 위기를 얘기하게 된 것은 <일밤>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지지에서 비롯된다. 개그맨 이혁재는 물론 급박한 자신의 사정을 요즘 대세가 된 <일밤>을 거론하면서 강조하려 했던 것일 테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해프닝은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그의 둔감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혁재가 만일 진정으로 재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대중정서를 읽어야 한다. 자신을 대중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멘트가 어떻게 읽힐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타 프로그램을 언급할 때는 그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일밤>처럼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상승세 탄 <구암 허준>을 둘러싼 잡음들, 그 씁쓸함

 

<구암 허준>은 마치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허준>의 리메이크를 하자고 제안한 사람도 그이고 9시 <뉴스데스크>를 8시대로 바꾸고 그 9시에 <구암 허준>을 편성한 것도 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암 허준>이 초반 5,6%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러 있을 때 그것은 김재철 전 사장의 경영적인 실패로 인식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도 <SBS 8시 뉴스>에 밀렸었기 때문에 8시부터 10시까지의 편성 전략은 총체적인 실패라고 말할 수 있었다.

 

'구암 허준'(사진출처:MBC)

그런데 최근 <구암 허준>의 시청률이 조금 오르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과 맞춰져 오른 시청률에서 이것이 파업참여 노조의 복귀가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오히려 김재철 전 사장이 뿌린 씨앗이 이제야 그 열매를 거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연 <구암 허준>의 상승세는 어떻게 평가 내려야 할까.

 

먼저 미안한 얘기지만 <구암 허준>의 상승세는 이 양자가 주장하는 그 어느 것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암 허준>의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은 그 어떤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허준(김주혁)이 서자로 태어난 자신을 비관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던 부분에서는 이 허준이라는 소재가 그다지 힘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가 유의태(백윤식)의 문하로 들어가 의술을 배우며 병자를 돌보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허준 특유의 힘이 생기고 있는 것.

 

실제로 허준이 우상대감댁 심씨의 중풍을 고치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시청률을 8%대까지 끌어올렸다. 허준을 믿지 못하는 우상대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병자를 돌보기를 간청하는 허준은 부와 명성을 얻기에만 급급한 유도지(남궁민)와 비교되면서 진정한 의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최근 허준은 유의태에 의해 내쳐지면서 다시 위기에 처했지만 다시 삼적대사(이재용)를 따라 나병환자를 도우며 더 큰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도 삶이 팍팍한 현재의 서민들에게는 허준의 이런 모습은 그저 명의가 아니라 성자 같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시청률이 8,9%에 이르게 된 것은 <구암 허준>으로서는 오히려 아쉬운 일이다. 초반에 5% 남짓한 시청률에 머물렀다고 해서 지금 현재의 시청률에 만족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만일 <구암 허준>처럼 완성도와 메시지를 갖춘 드라마를 9시대 30분이 아니라 10대 1시간으로 편성했다면 아마도 그 시청률은 이미 20%를 훌쩍 넘겼을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보면 <구암 허준>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편성의 성공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깊은 상처가 조금 아물었다고 해서 그것을 완치로 보긴 어려운 일 아닌가.

 

물론 김재철 전 사장의 퇴임이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적어도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에 대해서 경영적인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프로그램 하나의 성패가 MBC의 성패로 가늠될 때 그 프로그램이 갖는 부담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또 김재철 전 사장 시절에 경영진들 때문에 프로그램 안 본다는 얘기도 이제는 조금 줄어들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암 허준>이 조금 상승세를 타자 그것이 서로 자신들의 성과라며 나오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 제작진이나 팬으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병자를 고쳐 그 상으로 집 한 채를 지어주겠다는 것도 마다하며 오히려 그 병자가 기력을 되찾은 것이 자신에겐 큰 상이라 말하는 허준의 모습을 되새겨볼 때다. 작은 공도 크게 부풀리기 전에 그 불편한 마음에도 끝까지 방송을 봐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돌려야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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