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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더러운 세상, '제중원'과 '추노'의 동상이몽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박성광이 개그콘서트에서 외친 이 말은 이제 유행어가 됐다. 반 농담처럼 앞에 각자의 답답한 심사를 수식어로 붙이고 "~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말하면 빵빵 터지는 세상이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유행어는 작금의 세상에 대한 불만, 특히 힘 있는 자는 잘되고 힘 없는 자는 안되는,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사는, 게다가 이것이 태생적으로 결정되고, 빈부에 따른 교육에 의해 확정되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담아낸다. 올 초부터 일련의 사극들이 저마다 천민의 삶에 집중하면서 어떤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작금의 세상이 점점 벌어지는 '삶의 격차'에 대..
'아결녀'와 '섹스 앤 더 시티'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우리는 무엇에 열광했을까. 그녀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절절한 공감일까. 아니면 뉴욕이라는 먼 거리에 있는 도시공간이 제공하는 로맨틱한 판타지일까. 아마도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뉴욕은 서울이라는 현실공간이 갖지 못하는 판타지를 준다. 화려하고 세련된 패션과, 파티와, 모닝 커피와 브런치. 그리고 당당한 여성들의 일자리와 능력있는 남자들과의 로맨스. 물론 그것은 완전한 현실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역만리에서 매일매일 일과 결혼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공간이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녀)'는 '섹스 앤 더 시티'의 한국판이다. 서른 네 살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노처녀 셋이 일과 사랑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드..
현실+판타지+실용 > 논란 ‘공부의 신’이 가진 현 교육제도에 대한 태도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천하대(사실상 서울대의 다른 말이나 마찬가지다)를 가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반은 전형적인 우리네 교육 정책의 엘리트주의를 그대로 답습한다. 특별반에 들어온 네 명의 아이들은 그래도 선택받은 아이들이지만 나머지 병문고 아이들은 거꾸로 버려진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물론 천하대 특별반을 만드는 강석호(김수로) 변호사는, 늘 그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룰 속에서 패배자로 남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룰을 바꾸기 위해서 천하대에 가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위해 엘리트 교육 시스템을 답습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또한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는 본래의 뜻을 갖고 있는 ‘공부’라는 말이 이 드라마가 내세우고 있는..
차승원이 이토록 눈에 띈 적이 있을까. '시티홀'의 조국이라는 캐릭터를 만난 차승원은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큼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의 한 경향으로까지 보이는 능력있고 잘생기고 부자인 판타지남들의 출연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에서부터 시작해 '내조의 여왕'의 태봉씨(윤상현)로 이어졌다. '시티홀'의 조국은 겉으로만 보면 이 계보를 잇는 판타지남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준표에서 태봉씨로 또 조국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조국이 가진 판타지가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준표가 주는 판타지는 말 그대로 물질적인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무지 가늠이 안되는 부가 그 판타지의 실체가 된다. 하지만 태봉씨로 넘어오면서 그 판타지는 부와..
신구세대를 아우른 '찬란한 유산'의 판타지가 말해주는 것 '찬란한 유산'이 그리는 세계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제 아무리 올바른 기업관을 가진 사업가라고 하더라도 제 혈육이 아닌 제 3자에게 기업을 물려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신문지상에 연일 보도되는 편법 증여의 문제는 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찬란한 유산'의 풍경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론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한편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젊은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찬란한 유산'의 은성(한효주)은 신데렐라로 여겨질 만큼 행운아다. 그녀는 장숙자 여사(반효정)와의 특별한 인연(그것도 단 일주일의 인연)을 통해 절망의 끝에서 엄청난 희망을 부여잡은 인물이다. 물론 그녀는 그저 유산을 물려..
‘꽃남’과 ‘돌아온 일지매’, 원작만화에 가까워진 드라마 물론 원작이 만화이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캐릭터들 역시 순정만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인물들이다. 초부유층 자제들인 F4의 일상은 무대회, 별장, 파티 같은 순정만화 속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분명 고등학생이지만, 신화고등학교가 재학생들에게 주는 파격적인 특혜로 인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따위는 발견할 수 없다. 왜? 만화 속에서 그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으니까.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멋진 꽃미남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비일상적인 모습들이다. F4의 리더인 구준표(이민호)와 스포츠카를 타고, 분위기 있는 꽃미남 윤지후(김현중)와 함께 말을 타고, 식사를 할 때도 하녀들의 시중을 받거나 주방장의 특별 서비스를 당연한 듯 받는다...
만화를 보는 눈과 드라마를 보는 눈 부유층에서도 초부유층에 속하는 이른바 F4의 리더인 구준표(이민호)는 자신이 사랑하게된 서민 금잔디(구혜선)의 집을 찾아간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구준표가 제아무리 부잣집 자제라 해도 여자친구의 부모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꽃보다 남자’라는 세계 속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밥상을 앞에 두고 구준표는 높다란 의자 위에 앉아 콩자반을 들고는 “이런 걸 먹느냐”고 묻고 심지어 멸치를 보고는 ‘이건 무슨 벌레냐’고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잔디의 부모는 무릎꿇고 앉아서 구준표가 반찬 중 갈치를 알아 봐준 것에 대해 감탄하고 고마워한다. 물론 이 장면이 어른들의 속물근성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
그들로 와서 우리들로 끝난 ‘그사세’의 긍정론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얼까. 어찌 보면 그 답이 명징해보이는 이 질문에 이 드라마의 묘미가 숨겨져 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PD, 그리고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연기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 드라마에 관심이 쏠렸을 때, 우리는 그 제목 속 ‘그들’이 방송가, 특히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드라마를 만드는 그들의 이야기? 그것은 사실이었다. 준영(송혜교)은 펑크가 나버린 드라마 촬영 분을 채워 넣기 위해 현장에서 자동차 질주 신을 찍고 있었고, 지오(현빈)는 그 날 방영 분을 급하게 편집하고 있었다. 까칠하지만 시청률로 인정받는 손규호(엄기준)는 현장에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고, 양..